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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48화 (148/172)

#148화. 왤케 달맛서여?

엘프 마을에 찾아갈 때, 나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고 난 뒤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잔뜩 불퉁해졌음에도, 막상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다는 듯…….

얼굴에 불만이 올라와 있는 세리아의 얼굴을 보고 떠올린 것이었다.

“뭐…… 까먹을 수도 있고 한 거니까…… 그만큼 바빴던 걸거고…….”

“미아내여…….”

궁시렁대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세리아.

막상 장로들이나 다른 엘프들(대부분 나를 사도로서 신봉한다)앞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그날로 왕창 깨질것이었으니, 지금이라도 이러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잘못하기도 했고.

일전에 나는 세리아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녀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 줬다.

세리아의 고민은 다름 아닌 성장의 정체.

비교적 평화로운 성정을 가지고 있는 엘프들은, 타고난 재능 자체가 뒤떨어지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세리아는 조금 달랐다.

엘프들 중에서도 드문 급진적인 성격.

물론 인간들 기준으로 따지자면 급진적이라고 하기도 뭐했지만…… 어디까지나 엘프들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러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정령을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 외에도 늘지 않는 자신의 힘을 굉장한 콤플렉스로 여겼다.

“오늘부터는 약속한대로 진짜 도와줄게여!”

“진짜? 아니야…… 바쁜데 방해하는 것도 그렇고…….”

“진짜라니까여!”

그에 내가 일전에 약속한 것이, 그녀의 지도를 맡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내가 무(武)에 대해서 무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웬만한 이들보다 무에 대한 지식이 뛰어났다.

그것은 오로지 특성에 의한 것.

일리아와 J, 신하연…… 그리고 심지어는 라이칸스로프의 족장에게서까지.

서로 다른 형태의 무술과 수많은 경험들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으니까.

그걸 내 신체 스팩 때문에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

최근에는 메카에 탑승하면서 여러모로 활용할 만한 기회가 몇 번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 부자연스러운 메카의 움직임으로는 모든 역량을 펼치는것이 불가했다.

어쨌건, 이론상으로는 나도 꽤나 경지에 올라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세리아에게 자신 있게 지도해 주겠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그녀는 이제 펜타곤 2학년 생도들 평균 정도의 무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니까.

펜타곤 생도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엘프들의 특성 때문에 세리아가 성장을 하지 못 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세리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힘 닿는 데까지 도와줄게여.”

세리아는 분명 그 생각이나 이념에 있어서 나와 함께하기에 상당히 적합하다.

하지만 그 힘이 너무나도 미약하니, 막상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 점이 너무나도 애달팠다.

타고난 재능의 차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말 고마워! 다나!”

일전에 장로들로부터 불경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세리아는 내게 과도한 스킨쉽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기뻤던 듯, 온 힘을 다해 나를 껴안았다.

“언냐야…… 헤으응…… 숨 마켜여…….”

켁켁거리면서 몸을 버둥거리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를 풀어주는 세리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

막상 내가 지도한다고 해서 엄청난 발전은 없을 텐데.

나중에 가서 더 실망하는게 아닐지 조금 두려웠다.

“언냐야, 그런데 언제 안으로 들어갈 고애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너무 붙잡고 있었네.”

세리아는 내 물음에 한 차례 박수를 치더니, 마을 안으로 나를 인도했다.

최근들어 더 기승을 부리는 엘프 사냥꾼들 때문에, 마을 외부에서의 출입을 더 철저하게 막기 시작했다고 한다.

엘프들에게 사도라고 불리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나 또한 외부인.

그렇기에 세리아의 도움 없이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하와와와…… 이러케 막아 놨군여…….”

대략 10분쯤 걸었을까.

이내 마력으로 된 장막이 눈 앞에 드러난다.

지금의 내 지식으로도 그 술식을 절반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수준 높은 마력 장막.

아마 외부인이 함부로 이 술식을 해제하려 했다간, 그대로 죽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인 세리아가 장막에 손을 얹으니, 순간 마력이 요동침과 동시에 장막이 일시 해제되었다.

고유 오라 패턴을 인식하는 건가?

아니면 엘프들 하나하나를 다 등록시켜 놓은 건가…….

나도 모르게 학자들의 사고방식을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이분이 그분이셔?”

“궁금하다고 마중 나온 거야? 어, 맞아.”

“호에에……?”

장막 안쪽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흥미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세리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엘프 소녀.

“반가워요, 사도님. 렐이라고 해요.”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의 얼굴은, 나와 꽤나 닮아 있었다.

*    *    *

처음에 세리아와 내가 마주했을 때.

세리아는 내가 자신이 아는 다른 엘프인 줄로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의아해했다.

솔직히 다나 크리스틴…… 그러니까 현재의 내 모습이 누군가와 닮기에는 꽤나 특이하니까.

단순히 이 말투와 행동을 제외하고서라도 굉장히 개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주인공인 렐을 마주하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응애.”

“요정용은 저도 할아버지한테 들은 얘기가 전부인데…… 실제로 보니까 되게 귀엽네요.”

주인도 나 몰라라 하고 렐에게 엉겨붙어 있는 요정용.

허리 부근에 얼굴을 디밀며 입가에 호선을 그리는 그 모습을 보니…… 참 어이가 없었다.

저 새끼 용 아닌 거 같은데.

“사도님도…… 되게 귀엽고요. 아, 이건 너무 실례인가?”

후후, 웃으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그 모습.

분명 나와 닮긴 했으나, 엄밀히 따지자면 렐 쪽이 나보다 훨씬 연상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내 모습에서 딱 10살 정도 더 먹으면 저 모습일 것 같다는 느낌?

물론 애초에 외견이 변하지 않는 내 특성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니에여, 언냐야. 그거보다…… 회의는 언제 끝나는 고애오?”

“장로님들 회의는 꽤 오래 걸리긴 해요. 한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걸요?”

“호에에에에?”

뭔, 5시간 전에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3시간이나 더?

무슨 사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로들이 회의에 들어갔단다.

당장 장로들에게 물을 것이 있어서 찾아온 나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3시간이면 그래도 빨리 끝나는 편인데?”

내 경악성에 세리아는 의아하다는듯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 모습에 살짝 질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시간 개념 자체가 엘프들 같은 경우에는 느긋하기가 그지없었다.

평균 수명만 400살이 넘어가는 종족이다 보니, 인간들과는 그 차이가 극심할 수밖에 없겠지만서도…….

“저 같은 경우에야 바깥 생활을 오래 해서 그렇지만, 마을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이주하기 전에도 외부로 거의 나가시지 않았던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짧은 회의도 이 정도 시간은 걸려요. 이해해 주세요, 사도님.”

“당연히…… 이해는 하는 고애오.”

렐은 붙임성 좋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 보니 5년 가까이 외부 생활을 했다고 했었나.

세리아가 처음에 날 보고 착각하고는, 그렇게 반가워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둘이 이야기하니까 진짜 자매 같다, 신기하네.”

“저도 처음에 보고 놀랐어요, 세리아. 사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보편적인 미의 기준상 외모만 보더라도 인간종이랑 저희는 구분이 잘되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은근히 인간들을 디스하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엘프들과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인간은 굉장히 드물다.

믿을 수 없지만, 개중에서 ‘추녀’라고 이야기하는 세리아조차 마을 밖으로 나가면 절세미인 소리를 듣고도 남을 터였다.

솔직히 말해서…… 내 눈에는 세리아나 다른 엘프들이나 그 차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다 예쁘고 잘생겼을 뿐.

만약에 내 원래 모습으로 여기에 떨어졌다면…… 비단잉어들 사이에 끼어 있는 곰치, 오징어, 문어, 아귀…… 뭐,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

“친화력도 엄청 좋으시더라고요. 제 정령들이 사도님한테 달라붙으려고 무진 애를 써서…… 좀 곤란했어요.”

“하와와와, 그랬나여…….”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처음 정령들과 대면했을 때.

수많은 녀석들이 내가 서로 아양을 떨곤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세리아는 그걸 보고 태생이 엘프인 자신보다 나를 선택함에 꽤나 슬퍼했었지.

“나 보면 맨날 도망가던 녀석들이…….”

역시나 세리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웬만한 정령들은 그녀 곁에 다가가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켰다.

그녀 스스로 평가하기로는 여타 다른 종족들보다도 친화력이 부족한 것 같다나.

실제로 세리아보다 일리아나 나츠키 등, 인간들을 더 따랐던 내 정령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아가야, 나와 바여.”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정령을 불렀다.

속성이 뜻하는 성질과는 반대로, 가장 여리고 착한 불의 정령.

엘프들의 마을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이는 녀석을, 세리아에게 향하도록 지시했다.

“어, 아니야, 다나. 그만…….”

갑자기 나타난 정령의 모습에, 세리아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또 여타 다른 정령들처럼 자신을 무시하고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불의 정령은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세리아의 곁에 다가섰다.

“아……?”

처음 겪는 상황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세리아는 내 눈치를 봤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점차 잦아드는 손의 떨림.

세리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곁에 있는 불의 정령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검지와 중지로, 형상화된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으응…….

이제는 두려움도 가신 듯, 그 손길에 달라붙으며 응석을 부리는 불의 정령.

세리아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그 감촉을 더 느끼고 싶은 듯, 연신 머리를 쓰다듬었다.

“호에에.”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세리아의 모습 때문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나, 그동안 이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물론 작금의 광경 또한 내가 몰래 그녀에게 묻혀 놓은 정령의 향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언젠간 내 도움 없이도 그녀가 정령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으니까.

“오……?”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렐, 나와 상당히 닮은 그 엘프 또한 그 모습을 신기해하고 있었다.

하기야 세리아의 유년시절부터 계속 그녀를 봐 온 인물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감회가 꽤나 새롭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렐의 얼굴을 바라봤다.

“호에……?”

하지만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네.”

렐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그 표정.

그것은 여타 긍정적인 감정이 아닌, 무언가 뒤틀려 있는 것이었다.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파괴욕.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장난감을 부수기 직전, 희열을 느끼고 있는 어린아이의 표정과도 같았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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