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애기븝미쟝이 되었다-152화 (152/172)

#152화. 못생겼다구여……?

콰아아앙!

“호에에에에!”

“꺄아아악!”

무슨, 광산에서 뇌관이라도 터뜨리나?

라이카와 내가 처음으로 그 제1 광산 안쪽으로 입성했을 때 들린 소리는 거대한 폭음이었다.

귀가 먹먹해지는 그 폭음에, 본래 수인족이라 기감이 민감한 그녀도 특성 때문에 청력이 유난히 좋은 나도 모두 귀를 감싸 쥘 수밖에 없었다.

“으…… 귀 아파, 이게 무슨 소리야?”

“븝골이 울리는 고애오…….”

라이카는 그 와중에도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나야 다리부터가 후들거리고 있었으니 그럴 겨를이 없었지만.

“저기……인가?”

“그런 거…… 가튼데여?”

소리와 진동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할 무렵, 라이카는 그 진원지로 추정되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 또한 비슷한 지점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호에에에…… 다리가 안 움직여여…….”

나는 땅에 주저앉은 채 부들거리며, 지팡이를 불렀다.

일단 저기에 타야 움직일 수 있을 텐데…….

후유증이 남았는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으이구…….”

라이카는 못 살겠다는 듯, 나를 그대로 번쩍 들어서 지팡이 위에 앉혀 주었다.

딱딱한 지팡이의 감촉이 느껴지고 나서야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우으…… 븝끄러운 고애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가기나 하자.”

라이카는 그러면서 몸의 일부분을 수인화했다.

혹여 무력을 사용해야 할 만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 몸은 종잇장처럼 쉽게 찢어지니까.

농담이 아니라, 딱 오크 수준의 힘만 있더라도 내 몸을 양 갈래로 찢어 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끔찍한 고애오!”

순간 상상했더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그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말이기는 하지만…….

……나는 곧바로 주변에 보호막을 하나 더 칠 수밖에 없었다.

*    *    *

드워프들이 사는 이곳 광산은 본래 필드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위험도가 너무나 높았기에, 히어로들이 가지 않던 필드.

물론 단순히 몬스터들이 강했기에 위험도가 높은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등급도 높았지만, 그 ‘위험도’가 높게 책정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필드에서 유실되는 몬스터가 너무나 많다는 것!

사냥하다 드물게 시내로 빠져나가게 되는 유실 몬스터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난동이라도 피웠다간 그날로 히어로 인생의 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결국, 이 일대 반경 5km 이내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드워프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아 버린 것이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야 어차피 불모의 땅이니 상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혹여 그들이 몬스터를 자극해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을지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세간에 떠도는 의문 하나.

어째서 과거에는 그렇게 넘쳐 나오던 몬스터들이 이젠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

그 의문을, 나는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으로서 대답할 수 있었다.

“호에에에에…….”

온몸에 단단한 광석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괴물.

그 주변으로 구릿빛 피부를 하고 있는 난쟁이들이 각자 전투태세를 하고 있었다.

기척을 죽이기는 했지만, 못 알아챌 정도는 아닐 텐데.

이쪽보단 지금 눈앞의 괴물을 상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것인지, 이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당겨!”

개중, 대장으로 보이는 드워프 하나가 지시를 내렸을 때.

쇠뇌의 크랭크를 감고 있던 이들이 이내 그것을 괴물에게 발사해 내었다.

콰가가가각!

부실해 보이는 외견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쉽게 암석을 부수고 내부에 박혀 드는 쇠뇌들.

다시 보니, 쇠뇌마다 중하급 이상의 마석이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거로 마력을 덧씌운 모양인데…… 그 원리는 잘 모르겠다.

거석으로 이루어진 괴물 녀석은, 몸을 비척거리다가 이내 무릎을 꿇었다.

그에 앞 열에서 검과 방패를 들고 서 있던 드워프들이 달려가 녀석의 목을 베어 내기까지 불과 30초가량밖엔 걸리지 않았다.

기분 나쁘게도 돌로 된 외갑 안쪽에는 살덩어리가 있었고, 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를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순간 그 잘린 단면을 봤을 때 어질했던 게…… 위험할 뻔했다.

“아저씨.”

“어, 오랜만이군.”

라이카는 상황이 거의 다 수습되어 갈 때쯤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아까 지휘를 하던 드워프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이번엔 무슨 일로 왔나? 또 야금술을 배우러 왔단 건 아닐 테고…… 이미 실력 면에서는 우리 장인들과 별 차이도 없을 텐데 말이야. 물론 이쪽이 좀 더 뛰어나겠지만…….”

“예, 당연히 그러시겠죠…….”

벌써부터 기가 빨린다는 듯, 진저리를 치는 라이카.

예의 드워프는 그 모습을 빤하게 쳐다보다 이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저 꼬맹이는 누구냐. 딸이냐?”

“무슨 딸이에요! 미쳤나 봐.”

“어? 허허, 미쳤냐고까지 할 필요 있나. 나이가 그쯤 되지 않았었나? 어디 보자…… 그러니까 처음으로 본 게 21년 전이니…….”

“아저씨……!”

라이카는 목덜미까지 시뻘겋게 붉히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 못지않게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다.

21년 전에 처음으로 봤다……라.

그러면 도대체 라이카의 나이가 몇 살이나 되는 것인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김수혁은 아직 20대였다.

원작에서 본격적으로 그의 가치가 솟아오르던 시절에야 30대였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결혼적령기에 겨우 입성할까 말까 한 청년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장인이 되겠답시고 짐 싸 들고 이곳 마을로 온 것이 21년 전이라…….

그때 라이카의 나이가 최대한 낮게 봐줘서 15살이라고 해도, 적어도 서른여섯.

이전에 그녀가 김수혁에게 했던 말을 거짓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나이가…… 비슷하다고 분명 그랬으니까.

“그럼 딸이 아니면 뭐지? 아무래도 저 애가 우리 일을 배우고 싶어 온 것 같지는 않고…….”

“당연히 아니죠. 그러니까…… 뭔가 이유가 있댔는데. 직접 물어보세요.”

잠시간 궁리하던 라이카는, 내가 정확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나를 그 드워프의 앞으로 불렀다.

“호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에 잠시 착각했는데, 라이카는 몰라도 나는 드워프들에겐 완전히 초면이었다.

그러니까 배타적인 이들 종족에게 있어서 나는 불청객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이었다.

역시나 앞으로 다가온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드워프.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상황만 봐도 조금 웃긴 것이, 예고도 없이 괴물 사냥 중에 불쑥 나타나선 뭘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첫 상황부터 라이카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저들의 쇠뇌가 내 쪽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마 이곳에서 꽤 오랜 기간을 지냈다는 그녀가 있으니 나 또한 일행이겠거니 하면서 받아 준 것이겠지.

“흐음…….”

위아래로 나를 쓱 훑어보는 드워프.

나는 그 시선에 슬쩍 움츠러들었다.

정말 작은 체구임에도, 그 위압감이나 느껴지는 기도 하나만큼은 대단했음이었다.

동시에 바깥에선 나보다 작은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으니(어린애가 아니라면), 신기하기도 했지만…….

“탈락!”

“호에에에……?”

나는 순간 그가 외치는 말에,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뭐지, 이 드워프.

혹시 독심술이라도 익히고 있는 건가?

이번에 내가 드워프의 마을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광물 중 하나인 ‘프르모’를 받기 위해서였다.

특정한 기준을 가진 자만이 그것에 접촉할 수 있다는 광물.

그 재질이나 특성 자체는 다른 광물과 비견해도 평범하지만, 다른 광물과 배합했을 때 빛을 발한다는 그것.

혹시 내가 그 프르모를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인가.

그에, 점점 표정이 울상이 되어가고 있던 때였다.

“너무 못생겼어!”

“호에에……?”

누가 누구 보고…….

그런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참아 내었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서라도 외모랑 광물의 소유 조건이랑 관련이 있다고?

나를 마주 보고 있던 드워프는 내 표정을 봤는지, 거기에 대한 부연 설명을 했다.

“흠, 초면에 미안하군.”

“……아니에여. 그런데 무슨 소리인가여……?”

“내가 요즘 고민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우리 종족 청년 하나가 짝이 없어서 고생 중이거든…… 전도유망한 청년이라 내가 직접 찾아 주려고 하고 있는데.”

드워프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차례 쓱 훑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뒷말을 덧붙였다.

“신장이 우리 종족이랑 비슷해서 말이야…… 혹시나 해서 봤는데 처자는 너무 못생긴 데다가 어려. 아무리 급하다곤 해도 좀…….”

이게, 시발 무슨 개소리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광물 얘기인 줄 알고 솟아올랐던 불안감이 가심과 동시에, 불쾌감이 솟아올랐다.

누가 니네들 마음에 들면 결혼이나 해 준대?

여보.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그런 호칭을 쓰는 드워프를 상상해 봤더니…….

구역질이 치솟았다.

인간 남자랑 비견해도 차라리 자살하길 택할 텐데.

……드워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    *

나는 드워프들을 설득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프르모라는 광물 자체가 그들에게도 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엘프들에게 미리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엘프들과 드워프들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인지, 그쪽 장로들은 내게 수많은 경고를 했었다.

혹여 부당한 요구를 한다든가 하면 곧바로 돌아와서 말해 달라던지…….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드워프 측에서 거절하더라도 내 선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쪽에서 거절당하고 돌아가 엘프들에게 얘기하면…… 진짜로 무슨 종족 전쟁이라도 벌일 것 같은 기세였으니까.

엘프들이 ‘사도’를 대하는 태도란 그런 것이었다.

“귀쟁이들이 하는 얘기라 그리 믿음은 안 가지만…… 그래도 이런 얘기까지 농간을 칠 놈들을 아니니, 믿어 주도록 하지.”

처음에 내게 불쾌감을 선사했던 그 드워프.

그는 수북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흔쾌히 내게 프르모를 가져가도 좋다고 승낙했다.

그에 아까 전까지 솟아올랐던 그 분노가, 조금은 잦아드는 듯했다.

어쨌건 말만 통하면 된 것 아니겠는가!

“가져가게.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도움은 없을 테지만. 어쨌건 광물을 캐낼 수 있어야 가져갈 수도 있을 테니 하는 말이야.”

족장은 그러면서, 내게 프르모 광맥이 있는 광산의 위치에 대해 알려 줬다.

제4 광산.

나는 그 위치에 대해 듣고, 라이카 쪽으로 돌아왔다.

“제4 광산……?”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라이카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