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도와주는 고애오!
드워프가 장인 종족이라곤 하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손재주와 광물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날 뿐, 개개인의 특성은 모두 다 다르니까.
대표적으로 마법과 친하지 않은 종족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기도 한데…… 사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게임 속 광물을 다루는 야금술에는 반드시 마법과 유사한 형태로 구동하는 마력이 필요했으니까.
아까 전의 그 드워프 족장 또한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고 한다.
어쩐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딱히 무기를 들고 있지 않더라니.
나나 일반적인 다른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구동형식의 마법이 아닌, 마법진 쪽으로 특화되었다고 하니 지팡이조차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여, 언냐야. 그게 무슨 상관인가여……?”
제4 광산, 그곳에 내가 원하는 광물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라이카가 해 준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족장에 대한 이야기만 제외한다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귀담아들었는데…….
도대체 이게 광산이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족장 아저씨가 제일 자신 있어 하는 게 마법부여 다음으로 소환술이거든?”
“호에에에.”
소환술이라.
나 또한 소환수 하나와 계약을 하고 있긴 하나, 당장에는 불러낼 수도 없는 녀석이다.
그리고 내 소환술과 여기서 말하는 소환술은 그 종류가 다르겠지.
나는 어떻게 보자면…… 조금 사파 쪽이니까.
몇 없는 정통 소환사들은 환계로 직접 가서 계약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소환술은 마법진을 그리고, 그곳에 일정한 패턴을 새겨 넣는다.
이를테면 환계의 슬라임을 소환하고 싶을 땐 환계의 패턴과 슬라임의 패턴을 새겨 넣고, 마력을 불어넣어 그것을 소환해 내는 것이다.
이쪽의 경우에는 내가 하는 직접계약보다 저급한 소환수만 불러낼 수 있으나, 그 방법이 단순하고 마력 소모가 적어 반복 소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4광산에 원래 그 프르모 말고도 희귀한 광물들이 많아. 7광산 말고는 유일한 미스릴 광맥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원래 되게 아저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었는데…….”
“호에에, 미스릴 씨.”
진은(眞銀)이라고 불리는 광물.
이계에서도 희귀했다지만, 지구에서는 더욱 희귀해진 그것.
당장에 내가 제작을 의뢰했던 메카 또한 외갑이 미스릴 합금이다.
그래서 비용이 더럽게 많이 들었던 것이고.
“그런데 지금 거길 못 가. 아까 말한…… 족장 아저씨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아저씨 탓은 아니긴 한데…….”
“무슨…… 짓을 했길래여?”
“거기서 마물을 소환해 버렸거든. 물론 의도한 건 아니고, 실수로.”
“마물……이여?”
“몰라, 내가 기억하기로는 캐르나……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혹시 캘내서스는 아니져, 언냐야……?”
“어, 맞아. 그거다.”
박수를 짝, 치며 내게 검지를 디미는 라이카.
나는 그와 동시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캘내서스, 다 성장하지 않은 새끼 기준으로도 5~8등급 몬스터인 녀석.
“혹시…… 다 컸나여? 아가야 아니에여?”
“당연히 성체지. 안 그랬으면 광산을 봉쇄까지 했겠어?”
“헤으으윽…….”
그것이 성체가 되면, 간신히 등급 외 책정을 벗어난…….
1등급 몬스터가 된다.
* * *
“아, 예, 족장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답지 않게 허연 이를 반짝거리며 라이카와 나를 맞이하는 한 드워프.
이 드워프가 아까 족장이 내게 소개하려고 했었다는 그 드워프란다.
그들 기준으로서 추남이라 처녀들한테 인기가 없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별반 차이도 없어 보였다.
솔직히 추남 추녀라고 서로 가릴만한 외모가 되어야 말이지…….
애초에 그 외모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기준이 인간들이랑 다른 만큼 내가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서도.
엘프들이 인간들을 보면서 이런 기분을 느꼈던 건가.
나는 어느 정도 그 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듯했다.
“이쪽이 공방이구요, 예전에 라이카 씨가 쓰던 자리는 저쪽에 있습니다.”
“고마운 고애오…….”
“아닙니다, 당연한 건데요.”
머쓱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드워프.
그래도 퉁명스럽던 다른 드워프들에 비해 훨씬 순박하고 착해 보였다.
족장이 짝이 없다고 안타까워하던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은데.
“하와와와…….”
뭐, 그건 저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한숨을 쉬며 공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실수를 하면, 환계에서 환수를 소환한다는 걸 마계에서 마수를 소환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 마수가 자연히 역소환되기까지 6개월 이상이 남았단다.
드워프들이 몰려가서 잡고, 내가 도와준다면 그 전에 무찌를 수 없는것도 아니지만…….
굳이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혹시나 그 과정에서 희생자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고.
널린 게 광맥이니 그냥 프르모 말고 다른 광물이나 캐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고로 나는 우리 길드원들을 이쪽으로 불렀다.
그들이 길을 모르니, 안내원으로서 라이카를 보냈고 지금은 나 혼자 이곳 마을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인원들을 다 수습해서 오기까진…… 적어도 이틀 이상이 걸릴 것이었으니.
할 일이 없는 내가 선택한 것은 공방에서 작업이나 견식하며, 그쪽 실력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 대장장이거든.
물론 노동이야 모두 정령들한테 시키기는 한다만.
그래도 모든 작업의 지시는 내가 내린다.
“아조시는 친절하네양.”
“아하하, 다른 분들이 비교적 조금 퉁명스러우시죠? 그래도 다들 알고 보면 좋으신 분들이에요.”
제 입으로 금칠하기는 싫다는 듯, 다른 드워프들을 변호한다.
이름이 워커라고 했나?
Worker……라.
물론 이세계 쪽 언어라니, 실제로 그 뜻으로 지은 이름은 아닐 테지만.
뭔가 이름이랑 행동이 참 걸맞아 보인다.
“아조시는 일을 잘 하는 편이에양?”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경력이 오래되신 어르신 몇 분 제외하면 제가 제일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호에에에…….”
역시, 장인 종족인가.
이번에도 겸양을 떨 줄 알았는데, 대장일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니 그 어투부터가 영 달라진다.
“그러며는 븝미쟝 좀 가르쳐 주는 고애오!”
“네, 당연하죠. 그러려고 제가 온 거기도 하고.”
타 종족에 대해 배타적이라고 소문난 드워프들.
하지만 족장은 내게 상당히 괜찮은 대우를 해 줬다.
이런 식으로 스승까지 따로 붙여 줄 정도로.
가장 큰 이유는 라이카와 함께 왔다는 것이지만…… 내 작은 키 또한 한몫했다고 한다.
그럼 어린애들이 오면 잘해 주냐.
그 질문에 대해서는 또 부정했다.
성장이 다 되었는데 작은 게 중요하단다.
그게 뭔가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아무리 작다고는 하지만 드워프들보단 그래도 한 뼘 정도가 더 큰데.
……시발.
“자, 그럼…… 일단 대장장이라고 하셨죠?”
“마자여! 븝미쟝 대장간도 있는 고애오…… AV대장간이애오!”
“에이브이 대장간…… 뭔가 뜻이 있어 보이는 이름이네요.”
고개를 주억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되뇌는 모습을 보자니, 웃음이 피실피실 새어 나온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이건 그다지 뜻이 깊은 이름은 아닌데 말이지…….
“그러면 기초적인 얘기는 그냥 생략해도 될 것 같고…… 저희 종족 특유의 기술들을 조금 보여 드려야겠네요.”
휘릭.
단조를 하기 위한 망치를 꺼내 드는 워커.
그 손놀림이 워낙에 간결했던지라 별것 아닌데도 굉장히 멋져 보였다.
저거, 내가 따라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무리일 것 같다.
3kg짜리 아령도 들기 버거워하는 팔뚝으로 무슨…….
자리에 앉은 그는 이내 미리 달궈놓은 쇳덩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직 검이고 뭐고 제대로 형태도 갖춰지지 않은 녀석.
깡, 깡, 깡!
단조롭고 규칙적인 소리의 연속.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그 소음이 몇 차례 반복되자 순식간에 형태를 잡아 간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검신,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유려했다.
그 미(美)의 기준이 다른 종족과는 차이가 있는 드워프들이라곤 하지만, 검과 방어구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모양이었다.
유려하게 쭉 뻗은 검신에서 아름다움이란 것이 느껴졌다.
일전에 내가 양산해서 납품해 낸 검들이 드워프와 닮았다면…… 이쪽은 엘프급이었다.
……당장 그 드워프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실례일지는 모르겠지만.
“너모 이쁜 고애오.”
그래도,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워커는, 이어 손등으로 뺨을 슥슥 문지르며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거 말고 뭔가 느끼신 건 없으신가요? 원래 마법사라고 하시니 알아볼 법도 한 것 같은데.”
“머가여…… 어…… 호에?”
잠시간에 쇳덩이 하나로 유려한 검신을 만들었다.
그 사실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이어 그것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먼가여? 철 마자여?”
“네, 그냥 일반 강철입니다.”
일반 강철이라고?
나는 드는 순간 달궈진 검신에 손을 가져다 댈 뻔했다.
그러자 그가 손목을 탁, 하고 쳐 내면서, 정수리를 쥐어박았다.
“정신 차리세요! 다쳐요, 그러다.”
“호에에에…… 미아내여…… 그런데 이거 왜 이런 고애오?”
나는 정수리를 매만지며 검신을 가리켰다.
언뜻 보기에는 다른 검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녀석.
하지만 마력으로 그것을 찬찬히 뜯어보자,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 마법검이니 에고소드니 하는 것들을 만들 때는, 만들어진 검에 그 특성을 덧씌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단조(鍛造)의 단계에서 마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따금 미스릴이라든지 오리하르콘, 블랙 코퍼, 어스브론즈 등등…….
마나를 그 광물 자체에 품고 있는 녀석들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 검에는 마력이 자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게 정말 워커, 이 드워프의 말대로라면 단조의 단계에서 검신에 마력을 때려 박았다는 소리가 된다.
“이거를…… 가르쳐 주는 고애오?”
“네, 뭐. 저희의 비전 기술 중 하나기도 하니까…… 배울 가치는 있으실 거예요.”
“호에에, 그런데 막 가르쳐 줘도 되는 고야요?”
“어차피 배워도 안 될 사람은 안 될 테니까요. 저희도 부족 중에서 1할 정도만 할 수 있는 기술인지라. 재능이 있다 해도 5년은 족히 걸릴걸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는 워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5년씩이나 걸릴까?
그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나는 일전에 정령들의 특성이 담긴 마법검을 만든 적이 있다.
이 마력을 때려 박는 단조의 기술과도 비슷한 형태로.
다만 내가 그 원리를 모른 채 행했을 뿐인데…… 만약에 내가 똑같은 걸 이 드워프 앞에서 보여 주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그 상상은, 꽤나 즐거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