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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54화 (154/172)

#154화. 왜 한 마리가 아니에여!

드워프들의 그 타 종족에 대한 경계심.

그것은 패스파인더 길드원들에게 여실히 드러났다.

족장은 물론이고 다른 드워프들 또한 길드원들을 거들떠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내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던 워커 또한 조금은 꺼리는 기색이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기분 자체가 침울해 보이긴 했지만.

“어째서…… 그렇게 간단하게…….”

워커는 내게 드워프들의 단조 기술을 사흘간 가르쳐 주었다.

첫째 날에서는 그냥 견식만 하며 시간을 보내었고, 둘째 날쯤에서 나는 그 단조 기술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에 곧바로 정령들을 소환했다.

“와, 4대원소 정령들…… 어, 그런데 바람이 없네요? 그쪽으로는 친화력이 없으신가요?”

“그건 아니구여…… 사정이 있는 고애오!”

불, 물, 대지.

세 녀석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의문을 품는 워커.

물론 바람의 정령은 엘프 하나를 스토킹하게 해 놨어요, 하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냥 대충 둘러대었다.

애초에 대장간 일에 있어서는 가장 쓸모없는 것이 바람 녀석이었다.

불과 물은 광물을 달구고 식히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했고, 대지의 정령은 내 손을 대신해 직접 대장일을 하는 역할을 했다.

그에 반에 바람은…… 해 봤자 화력을 더 강하게 해 주는 정도?

그런데 그마저도 불의 정령 능력이 올라온 지금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이 친구들이 대신 대장일을 한다라…… 신기하네요.”

처음에 워커는 그저 신기한 광경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애초에 뛰어난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을 하지 않은 듯했다.

사실 옛적에 처음 대장일을 시킬 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많이 달랐지.

잠시 후 땅 녀석의 능숙한 손놀림에, 워커는 조금 감탄했다.

꽤나 놀랐는지, 그 게슴츠레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박수를 쳤다.

“대단한데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일체의 비아냥거림도 없는 순수한 감탄.

하지만 그에는 아직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어……?”

그 태도가 바뀐 것은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물과 불이 함께 작업에 참여하고 나서부터였다.

“잠깐만요, 이건…….”

땅!땅!

망치질 소리에, 당황한 워커의 목소리마저 묻혀 버린다.

그 한 번 한 번에 실리는 녀석들의 마력…… 정령력이라고 불리는 힘이 단조 중인 쇳덩어리에 때려 박히기 시작한다.

일전에 행할 때는 그 원리조차 모른 채 했던 것이지만, 지금에서는 정확하게 의식을 한 채로 마력을 때려 박는다.

대지, 물, 불.

세 가지의 유기적이며 동시에 상극인 속성이 금속에 깃든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형태를 갖추었고…….

“아, 아?”

워커의 것만큼은 아니나, 분명 아름다운 한 자루의 검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 성능은…… 워커의 것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나는…… 뭘 한 거지…….”

그것이 하루 전의 일.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워커와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한 사람, 아니 한 드워프가 얼마나 시시각각으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은 부정.

“정령들이 오래는 움직이지 못하겠죠? 마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뭐라고요? 일주일 이상 항시 소환이 가능하다고요?”

두 번째는 분노.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나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삶의 전부였는데. 이걸 이렇게……!”

세 번째는 협상.

“이렇게 하죠. 저한테도 정령술을 알려 주시는 거예요! 그러면 기술을 교환하는 게 되고…… 친화력이 없어서 안 된다고요?”

네 번째는 우울.

“하아…… 왜…… 후우…….”

“호에에에.”

이제 다음은 수용…… 단계인가.

하루 종일 한숨만 푹푹 쉬는 워커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다 그런 거지.

워커도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난 드워프다.

그보다 못한 재능을 가진 범재, 혹은 둔재들이 넘쳐날 테니.

더 큰 재능에 단념하고, 좌절하는 것은 그저 순리일 뿐이었다.

“저 드워프는 왜 저러고 있어? 하여간 이상한 놈들뿐이야.”

“저 아조시는 이유가 있서여…….”

내 귓가에 대고 워커의 뒷담, 아니 앞담을 하는 우리 길드원 라미.

그녀에게 약간의 설명과 함께 변호를 해 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영 못마땅하다는 듯 워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유고 뭐고…… 여기 기분 나빠.”

“하와와와…… 그러킨해여…….”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길드원 중에서도 상당히 고생한 모양이었다.

대놓고 적개심을 제일 많이 표출했다나.

그 키가 174.

여성치고 굉장히 큰 키에, 50kg대 초반의 상당히 마른 체형.

그 모습이 드워프들에게는 굉장히 괴리감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처음에 족장에게서 내가 들은 말처럼, 막말을 들었던 것 같다.

“누구보고 괴물이니 못 생겼다느니…… 진짜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동굴 바닥에 얼굴 갈아 버린 것 같이 생긴 놈들이…….”

“언냐야! 조심해여!”

“뭐 어때. 어차피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내가 그거 참느라 진짜 머리털이 다 빠질 지경이었…….”

“너, 원래 원형탈모 있잖아.”

“그러니까 더 심해진 것 같다고……가 아니라, 강훈 이 십 새끼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중, 한마디 끼어든 강훈.

그는 그 이후로 속절없이 조인트를 까였고, 맞은 부위를 부여잡으며 내게 눈짓으로 구원 요청을 보냈다.

……물론 깔끔하게 무시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    *    *

울고 있는 워커를 뒤로하고, 이내 도착한 곳은 제4 광산.

일전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직접 가 보지도 않았던 곳인지라, 라이카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행이었다.

그렇기에 그 특유의 구불구불한 통로…… 그 때문에 상당히 고생해야만 했다.

갑자기 천장이 낮아졌다가(여기서 라이카는 드워프들은 상관없었다면서 나를 쳐다봤다)다시 높아졌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어쩔 땐 오랜 시간 방치되어 몬스터가 나타나기도 했다.

“꺄아아악!”

“뭔 답지 않게 꺄아악이야, 메탈베어 아가리도 맨손으로 돌려 버리는 년이…… 어억!”

물론 그다지 어렵지 않게 퇴치되었다.

대략 10등급 초반의 괴수들.

지금 이곳에 모인 멤버들의 전력이라면 초 단위에 죽여 버릴 수 있는 놈들이었으니.

“나 말고 몬스터를 잡으라고…… 으으…….”

물론 그 과정에서 부상자는 있었다.

괴수가 아닌, 팀원에게 맞아 부상을 당한 사람이.

강훈은 퉁퉁 부어오른 뺨을 매만지며, 불평해 댔다.

혹시 저것도 M 성향이라 이수정처럼 일부러 맞으려고 저런 식으로 구는 게 아닐까…… 이제는 의심이 되었다.

나는 잠시간 구속구에 묶여 얼굴을 붉히고 있는 강훈을 떠올렸다.

그리고 토악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존나 더럽다.

“므에에엑…….”

그렇게 여러모로 순탄치 않은 길을 지나, 대략 30분여가 흘렀을 무렵.

드디어 4 광산의 입구가 보였다.

“……난리가 났네.”

“저게 캘내서스가 예전에 난동을 피웠던 흔적인데…… 파괴된 모습을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내가 여길 떠나고 나서 일어난 일이라서. 소식만 들었었거든.”

입구부터 무참하게 파괴된 외벽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는데, 이리저리 산재해 있는 돌덩이들과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천장이 굉장히 두려웠다.

“저게 꼬리? 아니면 발톱 흔적인가…….”

주 무기가 날카롭고 커다란 발톱과 삼지창 닮은 꼬리라는 점은 굉장히 유명했다.

그렇기에 각각 파인 흔적들을 보고, 라미가 중얼거렸다.

“아, 저거는 이제 드워프들이 낸 흔적이고…….”

“……? 도대체 뭔 짓을 하면 저런 흔적이 나요?”

“일단 검을 만들면 시험 삼아 휘둘러 보는데…… 그때 흔적이에요.”

“……드워프들 대부분 대장장이 아니에요?”

역시나 선입견이 있던 라미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드워프들이 때려잡는 그 몬스터를 봤어야 했는데.

사실 나도 저게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일 줄은 몰랐던지라, 조금 당황하긴 했다.

“아조시들 무서운 고애오…….”

무슨 성능 테스트를 자기들 보금자리 천장이랑 벽에 하냐.

섬뜩하게 난 칼자국들에서 드워프들의 대략적인 전투력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장인 종족이 아니라 전투 종족이라고 불러야 옳은 거 아닐까…….

라이칸스로프들보다 되려 더 강한 것도 같은데.

쿠구구구구…….

“아, 뭐야!”

“캘내서스인가?”

그때, 순간 땅에 거대한 진동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발아래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소리.

그에 나는 곧바로 빗자루에 올라타 뒤로 물러섰고, 다른 이들은 멀찍이 뛰어 물러났다.

“캘내서스가 두더지처럼 땅에 막 박혀 있고 그런 놈이었나?”

“그런 건…… 아닌 거로 아는데.”

라미의 의문에 나 또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마수들은 히어로판타지에서 상당히 흔한 사냥감이었다.

싱글 플레이 스토리 중후반 이후에도 그렇고, 멀티에서는 아예 마수들만 잔뜩 나오는 던전과 필드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런 만큼 캘내서스가 어떤 마수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멀티 중렙 때는 보스로, 고렙 때는 중간 보스 혹은 일반 몬스터로 등장하는 녀석.

마치 도마뱀을 닮은 그 외형과 전투 스타일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땅에서 등장하는 패턴이 있다는 건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물론 이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이니 뭔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서는…….

모두 내 게임 내에서의 지식과 이곳의 지식이 일치했다.

콰아아아악……!

그러니까 지금 지면을 뚫고 올라오는 저 괴물은…….

캘내서스가 아닌 다른 녀석일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언냐야……? 혹시 그 족장 아조시가…… 한 마리만 소환했나여?”

“……몇 마리인지는 말해 준 적이 없는데.”

이런 씨발.

나는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녀석을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납븐 말 안 대!”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불가했다.

키에에에엑…….

“끄아아아악! 징그러워!”

“좀 닥쳐 병신아!”

침을 뚝뚝 흘리는 거대한 괴수.

마치 지렁이 같은 외관이나, 그와는 비견이 안 되는 강대한 완력과 날카로운 돌기를 입안에 가득 가지고 있는 녀석.

데스 웜.

이쪽 세계에서는 그 성체가 2등급 중 최강 수준으로 분류되는 마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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