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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55화 (155/172)

#155화. 아조시 어딧서여!

이걸 도대체 누구 잘못이라고 해야 할지.

눈앞에 꿈틀거리고 있는 데스 웜을 바라보며 잠시 허탈감에 빠졌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사실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마나 씨!”

이미 다른 길드원들은 전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라이카는 옛적에 수인화를 마쳤고, 라미와 강훈 또한 각각 무장을 완료했다.

특이하게 ‘투척’에 특성이 있는 길드원 하나는 붉은색 돌을 꺼내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드물게 화산 지대 필드에서 나오는 돌.

보통 가공해서 사용하는데, 그냥 생으로 던지는 모양이었다.

저 정도 크기면 개당 500은 가볍게 넘어갈 텐데.

맨날 돈 없다고 징징거리던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불 아가야!”

그럼, 나도 화속성 마법을 사용해 볼까.

지금으로서 내 최고의 공격 수단은 정령과 융합된 4대 속성 마법이었다.

개중에서도 그 속성부터 공격성을 띠는 화속성.

파괴력만 따지자면 이쪽에 제일이었다.

화르르르륵……!

위로 높이 치솟는 불기둥.

데스 웜의 움직임처럼, 꿈틀거리는 그것을 녀석의 아가리에 처박았다.

이어 고통에 몸부림치며 발광을 하는 녀석에게 뒤에서 예의 그 돌이 날아간다.

퍼엉!

농담처럼, 맞으면 제일 아픈 부위는 아까 맞은 데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농담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운 말이었다.

타격 당한 부위를 연달아 가격당한다면, 당연히 그곳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폭음과 함께 드러나는 데스 웜의 얼굴은 반쯤 찢어져 있었는데, 라미와 라이카 그리고 강훈은 놓치지 않고 그곳으로 뛰어올랐다.

너덜너덜해진 머리로도, 공격하려고 몸을 뒤트는 데스 웜.

녀석의 머리를 강훈이 방패로 내려찍는다.

그냥 저럴 거면…… 둔기를 따로 쓰는 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공격은 분명 유효했던 모양이다.

콰……왕!

타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처박히는 머리.

라미와 라이카가 이어 발톱으로, 주먹으로.

연이어 공격하자 마치 소금을 뿌린 지렁이처럼 몸을 마구 뒤튼다.

“그만하는 고애오!”

나는 혹여 그 움직임에 휩쓸릴까 봐 두려웠다.

갑자기 저러다 눈먼 꼬리라도 나한테 날아온다면, 그대로 얻어맞고 사망해 버릴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괜히 2등급 상석에 위치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아무리 방어를 한다고 해도, 내 몸의 내구가 한계가 있는 바에야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데스 웜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 운동량이 어마어마한지라 심각한 수준의 마력이 소모되었지만, 당연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키에에에엑……!

“왜 이런 놈들은 항상 뒤질 때 소리가 똑같아?”

몸통을 수차례 내려찍던 강훈은, 이어 움직임이 굳어 버린 데스웜을 바라보며 불평을 했다.

왜 소리가 똑같긴, 게임 제작사 음향 담당이 귀찮았나 보지.

그런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데스 웜의 사체로 다가갔다.

“호에에에…… 죽었네여.”

걱정을 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쉽게 죽어 버린 데스 웜.

이거 캘내서스도 쉽게 잡아 버리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라미가 잔뜩 썩은 표정으로 얼굴을 굳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질척하고 투명한 액체가 전신에 묻어 있는 라미.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놔 씨팔…… 마비 독…… 이거 피했어야 했는데…….”

“호에에에?”

데스 웜…… 마비 독?

순간 머릿속에서 두 가지 키워드가 연결되며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이거 분명 독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지?

나는 그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라이카와 강훈을 살폈다.

강훈 같은 경우에는 그 역할에 맞게, 두터운 중갑과 방패로 그를 막아낸 듯했고, 라이카는…….

“난 멀쩡해. 웬만하면 다 내성이 있어서.”

말끝에 크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답하는 수인화된 라이카.

하기야 내성하면 라이칸스로프니까…….

애초에 데스 웜의 마비 독 같은 경우에는 그 효력이 강한 편이 아니기도 했다.

물론 그 강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 등급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긴 했지만…….

지금 몸 움직임이 영 불편해 보이는 라미도, 그 본신의 능력이 뛰어나니 저쯤 움직일 수 있었다.

만약에 내가 저 독에 접촉했다면…….

처치를 받지 않으면 수 분 내로 그대로 절명해 버리지 않을까.

나는 점액질로 잔뜩 뒤덮인 라미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언냐야…… 잠시 쉬고 있는 고애오.”

“…… 그래야 할 것 같긴 해.”

라미는 조금은 어눌해진 발음으로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 정도 수준이라면, 데스 웜의 독 정도는 1시간 정도 지나면 자연히 치유될 것이다.

“그럼…… 조금 있다가 계속 가는 거야?”

“아니여? 우리는 가야 대여.”

“왜? 어차피 조금 있으면 멀쩡해질 텐데 그 뒤에 들어가는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광산 안쪽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조오기, 소리가 들려여.”

“소리……?”

라이카는 수인화를 한 만큼 원래도 좋았던 청력이 더욱 좋아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내가 가리키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자, 곧바로 내 얘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저 소리가 캘내서스인가?”

“아마도여.”

“뭐야, 왜 자기들끼리만 얘기해?”

“맞아요. 끼워 주세요.”

강훈과 예의 투척 무기를 쓰는 길드원 박종석.

그 둘은 그저 어리둥절해했지만, 딱히 자세한 설명을 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곧 알게 될 것이었으니까.

나는 조금 전, 데스 웜과 싸우던 도중.

마력을 활성화시킨 바람에 예민해진 기감 덕분에, 그 뒤로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는 한 녀석을 포착할 수 있었다.

도마뱀을 닮은 그 흉악한 마수, 캘내서스였다.

그 큰 몸집에 소음을 죽이며 천천히 접근하고 있는 녀석.

데스 웜과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 이 상황이 녀석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지금 녀석도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면 근처 다른 광산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가면 되잖아?”

“그것보다 이쪽이 쉬운 거예여, 옵바야…….”

모르면 좀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슬슬 끼어드는 강훈을 째려봤다.

물론 그 눈빛을 받은 당사자는 내 시선이 째려보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캘내서스의 장점은, 그 산만 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기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은신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에 능한 녀석이다.

지금 그 움직임을 명확하게 포착해낸 시점에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번 공략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사라진 것이었다.

현재 전력으로 캘내서스는 충분히 사상자 없이 잡을 수 있었지만…… 단 하나.

그 기습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라미가 빠진 상태의 파티라면 그 전력이 약화되기는 하나, 그래도 다시 와서 재공략을 하는 것보단 지금 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선븝필승인 고애오…….”

우리를 먼저 공격할 생각인 그 도마뱀 대가리, 녀석을 이쪽에서 먼저 공략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었다.

*    *    *

“허허, 결국엔 갔다 그 말이군…… 에잉…….”

“그 멀대 같은 놈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만…… 라이카랑 그 같이 온 처자는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그놈의 탐욕이 문제가 아니겠나! 몇 달 기다리면 누가 죽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죽거든여…… 그것도 엄청 마니…….”

나는 멀찍이서 들려오는 드워프들의 뒷담화를 들으며, 중얼거렸다.

드워프들은 내 말소리를 듣지 못한 듯, 계속해서 저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그 주요 내용은 타 종족에 대한 험담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라미의 외모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 나, 이 씨발 영감들이.”

“언냐야…… 참아여…….”

나는, 혹여 말라붙은 독이 남아 있을까 조심하며 그녀를 말렸다.

솔직히 나도 어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캘내서스 사냥.

그것은 굉장히 쉽게 끝났다.

되려 데스 웜보다 쉽게 잡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음, 흠…….”

“……이제 그만 좀 해여, 옵바야.”

“아니, 내가 뭘.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나? 그냥 목이 깔깔해서 헛기침 좀 한 거야, 어, 그렇지.”

연거푸 헛기침하며 뻐기는 듯한 미소를 슬쩍슬쩍 내비치는 강훈.

인정하긴 싫지만, 그의 도움이 굉장히 컸다.

저번에 강훈이 획득한 그 방패.

그 방패에 달려 있는 고유 옵션이 강훈의 특성과 굉장히 잘 맞았던 탓이었다.

본래도 다른 길드에 있을 때부터 대형 몬스터와의 레이드에 전문적으로 불려 나갔다는 강훈.

그의 특성인 ‘거인학살자’는 상대의 체급이 크면 클수록 스텟이 증가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방패에 달려 있다는 고유 옵션.

그것 또한 그 특성과 비슷한 ‘역전의 영웅’이라는 스킬이었다.

“그냥, 슬쩍 밀치니까 콱, 하고 밀려나고…… 크흠, 좀 쉽긴 했어.”

그 거대한 몸집에 비해, 내구와 몸무게는 굉장히 상반되는 캘내서스.

그 덕에 빠른 움직임과 기습에 특화되어 있었지만…… 강훈에게는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기습이라는 무기가 봉쇄된 시점에서부터, 너무나도 쉬운 상대로 전락해 버린 캘내서스.

녀석의 마지막 비명은 꾸엑이었다.

“후후…… 흐흐…… 히히…… 헤헤…… 호호…….”

“작작 좀 해라…… 어?”

“아, 야! 뒤통수를…… 어억?”

결국, 지나치게 까분다 싶더니 라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고꾸라진다.

아무래도 꽤 세게 친 모양인지 멍한 표정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그를 뒤로하고, 예의 대화를 나누던 드워프들에게 다가갔다.

“아조시들.”

“흐어어억!”

“허억! 뭐여? 허어어…… 처자, 놀랐잖여?”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경기를 일으키는 난쟁이들.

길게 기른 수염을 펄럭거리는 그 모습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으나 이내 참아 내었다.

지금 당장에서는 좋은 인상을 유지해야만 했으니까.

“족장 아조시는 오딨는 고애오?”

“족장님은…… 어딨긴. 항상 계시는 공방에 있으시지, 그런데 처자.”

“네엥?”

“그…… 마수는 포기하고 온 건가?”

“잡고 왔는데여?”

드워프는, 순간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뒤쪽의 인원들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무슨 인지 부조화에라도 걸린 이처럼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저…… 멀대들이랑 말인가? 농담은 아니겠지?”

“아, 이 시팔 적당히 해야지. 난쟁이 똥자…… 으읍!”

순간 발작을 일으키는 라미, 나는 그녀의 입을 마력으로 순간 틀어막았다.

대충 눈치를 챈 라이카 또한 그녀를 뒤로 슬슬 끌고 갔고, 박종석 또한 그녀를 도왔다.

“엉? 난쟁이 똥자…… 저게 뭔 소린가?”

드워프는, 방금 라미의 발작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난쟁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건가?

하기야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모여있으니 개중 그런 식의 비하적인 용어를 사용할 일이 없었기야 하겠지만…….

오히려 이쪽에서는 칭찬일 수도 있고.

키 큰 이들을 혐오하는 걸 보니.

“멋있다는 뜻이에여! 아조시들이.”

“허어, 그래도 어디서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너무 반하지는 말라고 전해 주게.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니.”

끌끌, 혀를 차는 드워프.

……과연 저게 진심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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