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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65화 (165/172)

#165화.

"헤으응…… 거기 말구여…… 헤응……."

등허리를 주무르는 감촉이 생경하면서도 동시에 쾌감이 느껴진다.

코끝에 풍겨 오는 오묘한 향이 뼛속까지 노곤하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평생 살면서 안마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받게 되네.

"호에에에……."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은지라, 안마사의 힘이 강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정도 힘으로 안마를 한다면…… 그건 안마가 아닌 애무 비슷한 무언가겠지.

다만 이 몸에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만큼의 힘을 견뎌 낼 재간이 없었다.

안마에는 거의 3시간가량이 소모되었다.

물론 단순히 주무르고 하는 시간만이 아닌, 여러모로 관리를 받는 시간까지 포함이 된 것이지만…… 사실 내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피부가…… 되게 좋으시네요."

"고마오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안마사.

그녀는 평생 이런 피부는 처음 겪었다며 칭찬을 쏟아 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것들도 내가 앞서 했던 입방정 중 하나거든.

‘븝미쟝은 아가야라 피부도 아가야애오…… 조심히 다뤄 줘야 해여…….’ 같은.

형질이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이 몸의 특성에 따라, 관리라곤 아침에 일어나서 대강 벅벅 씻는 것 이외에는 하지 않았음에도 그러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옷을 갈아입었다.

전라의 상태였던지라 원래라면 부끄러웠겠지만, 내게 안마를 해 주던 이는 장님이었다.

실제로 제6감…… 그러니까 마력 덕분에 시선까지도 느낄 수 있는 나였지만, 안마사에게선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짜 장님도 아니라는 소리였다.

"깔끔하네여."

내가 지금 입는 옷은, 이곳으로 올 때 입었던 복장이 아니었다.

그게 겉으로는 단순히 의류로 보여도 나름 최상급의 방어구인지라…… 벗기 싫었지만, 황궁에서는 정해진 복식을 갖춰야만 한단다.

그래서 옷을 따로 맡기고 이들이 준 옷을 입어야만 했다.

단순히 방어구의 기능만 제외하고 본다면, 이 옷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되레 이쪽 세계에선 굉장히 고급 의류에 속하는 것이겠지.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하지만여."

다만 조금 위화감이 드는 것이라면 다른 것들은 대부분 서양식인 것에 반하여, 이 옷만이 동양풍에 더 가깝다는 것일까.

그 서양이고 동양이고 하는 기준이 지구 기준이니 이상한 일도 아니겠지만…… 고정관념이라는 게 이래서 무섭다.

미리 재단을 해 놨는지, 아니면 원래 작은 사이즈의 옷이 있었는지.

딱 알맞은 옷을 입은 채로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아무래도 이게 관복 비슷한 것 같은데…… 주변에 지나치는 사람마다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한 것 같았다.

"드디어 왔네여……."

황제가 있는 대전을 앞에 두자, 감개무량했다.

거의 20일간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동해가며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처음에 그 공적치라는 게 쉬이 오를 때 나는 굉장히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뒤이은 전투에서는 공적치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첫 전투의 절반…… 심하면 1/4 수준으로 줄어 버릴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기준이 해당 영지가 얼마나 위험했는가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은데…… 일단 변방일지언정 제국 소속이다 보니 다들 채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일전에 갔던 그 캐를라인이라는 이름의 사막 도시가 특이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 정말로 수많은 몬스터를 때려잡아야만 했다.

그것도 한 지역이 아닌 제국 변방을 모두 싸돌아다니면서.

그 과정에서 오해를 받아 구금되기도 하고, 탈출하고, 수배당하기도 하면서…….

물론 그 오해야 이후에 잘 풀렸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소름이 다 돋는다.

"화나는 고애오……."

아직도 음침한 인상의 그 간수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떻게 내가 나가기만 하면 죽여 버리리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밖으로 나간 뒤에는 시간이 없어서 처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뭐 죽여 봤자 의미도 없고.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닌 허상에 불과했다.

과거에 있었던 실체들을 비춘 거울 속 같은…… 그런 허상.

그러니까 딱히 긴장할 필요도 없다.

나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대전 안으로 입성했다.

탁탁탁탁.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황제’는 물론이고 현대의 지도자 내지는 권력자들과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큰 세력의 지도자를 만난 것이 엘프들의 족장, 드워프들의 족장, 라이칸스로프들의 족장…… 등등이었다.

라이칸스로프 같은 경우에는 그 종족적 특성 때문에 위압감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권위에서 나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야만적인 강자에게서 풍겨 나오는 야성, 그것이 내가 느낀 감정의 일체였다.

하지만 지금 이 대전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은 그것과는 달랐다.

정말로 어떠한 권위 내지는 권력 앞에 선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그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좀 조용히 있어야겠는데.

나는 주변에서 날아오는 곱지 않은 시선들에 자연히 쭈그러들었다.

"살벌하네여……."

내가 분명 강자라고는 하나, 이곳에서 난동을 피운다면 쉬이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황궁 내에서 이따금 마주친 기사들만 하더라도 상당히 강했다.

그들이 두셋 정도만 뭉쳐도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강함이었다.

그런 이들이 물론 많지야 않겠지만.

나는 대전에 들어가기 전 한 신하가 알려 준 예법에 따라 행동했다.

천천히 단상 아래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단상 위의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다지 인자해 보이는 상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폭군의 이미지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실제로 대략적으로 파악한 그 성향은 중립…….

약간 악 쪽으로 치우친 것도 같으나 그 정도라면 일반인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대가."

한 차례 울려 퍼지는 낮고 위협적인 음성.

나는 그에 황제의 목소리가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도 일국의 지도자라면 좀 더 근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뒷골목의 협잡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대가, 서신으로 전해 들은 그 마법사가 맞는가?"

"맞는 고애오……."

황제 옵바야!

……라고 튀어나오려는 뒷말을 가까스로 삼켜 내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만약에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 저……."

"억양이 이상하지 않은가? 역시 왕국 출신이 맞는다고……."

"어찌 이곳에 열등한 인간종이……."

하지만 그럼에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주변에 서 있던 신하들에게서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황제는 그 약간의 소란을 제지하지 않았다.

사실 제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나니까 들을 수 있었던 것이지 저들끼리 음막을 치고 소곤거리는 바에야 웬만한 사람은 그 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황제도 그 웬만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해 봤자…… 20등급 오크 정도나 대적할 만한 수준?

기실 그 정도만 해도 평범 이상이지만…….

그래도 황제라 하면 혈통 하나는 최고일 텐데,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자네는 마탑 출신이라고 들었네…… 3년 전에 외부 마법사로 입탑되었다고?"

"그런 고애오."

"그러하면 이전에는 어디서 마법을 배웠는가?"

"엘프 옵바 언냐야 들한테 배운 고애오……."

프흥.

내 말과 동시에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슬쩍 시선을 양분하니, 어디선가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있는 한 신하가 눈에 들어왔다.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지라 하관 위쪽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간 웃긴 것이 아니었는지 장소가 이곳만 아니었다면 포복절도를 했을 기세였다.

"엘프들이라…… 짐의 오랜 친우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황제.

참고로 그의 종족은 드래고니안이라고 했다.

태초에 있었던 드래곤들 중 몇몇이 인간과 사랑에 빠짐으로 생긴 종족.

근친혼으로 그 피를 보존했다고는 하나, 세대가 많이 지나 옅어졌다는데…… 아무튼 모로 봐도 엘프들보단 인간과 가까웠다.

"엘프들에게서 마법을 배운 인간이라니, 특이하군.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어 보고 싶기는 하나…… 시간이 넉넉지가 않군."

그거, 굉장히 다행이네.

나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내 연혁에 따른 구라는 준비해 놓은 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자네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기도 하니. 다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지."

황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딱히 위엄은 찾아보기 힘든지라, 마치 산적 두목이 부하들에게 지시하는 것 같이 느껴졌으나 신하들의 표정은 엄숙했다.

이어 어디선가 작은 궤짝을 들고 내게 다가오는 신하들.

그들은 자그마한 열쇠로 그것을 열더니, 이내 내용물을 황제에게 한 번 보이고 내게 다시 보였다.

"호에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목걸이 형태의 아티펙트.

담겨 있는 마력으로 봤을 때 아티펙트로의 기능은 상당히 약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아니, 무슨……."

"인간종에게 2급 훈장을……?"

하지만 주변 신하들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가.

훈장이니 뭐니 하는 소리로 유추해 보자면…… 앞서 나도 눈치챘듯이 기능적인 측면이 아닌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물건 같았다.

황제는 자신이 무언가 과감한 아량이라도 베푼 듯, 나름 호쾌한 척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딱히 관심이 없었다.

"감사한 고애오!"

대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물론 감사하다는 말 또한 황제가 아닌 이쪽에 한 것이었다.

황실 2급 훈장(A)

설명: 황실의 명예 2급 관리가 되었음을 나타내는 훈장. 카르마디아 외부에서 온 이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마력증가(C), 보호막(B), 위치추적(A+)

"드디어 찾을 수 있는 고애오……."

*    *    *

"이게 말이나 됩니까?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말이 안 되지요. 2급 훈장이라면 기반 없이도 황궁에 당장이라도 입성이 가능한 수준인데 말입니다……."

한순간 마탑 소속 인간 마법사에 대한 폭풍이 휘몰아친 후.

일부 신하들이 모여 개탄하며 분노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인간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 대부분 제국민이라면 그러했지만, 개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한탄하기도 했다가, 동시에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며 황제를 욕하기도 했다.

원래야 금기시되는 일이지만서도 그들은 그다지 죄책감 내지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들으라고 해 보라지요! 어차피 현 황제는 끌어내려 버리면 그만이니."

"제 놈의 조상에 인간이 섞여 있으니 정이라도 끌린 모양입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것은 황권 자체가 워낙에 낮았기에 생긴 일.

본래 계승 서열 한참 아래에 있던 그를, 소수파 세력들이 암투를 벌인 끝에 황제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신하들은 이번 훈장 수여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

황제 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이들도 2급 아래인 이들이 많은데, 어떻게 공적만 보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제부터가 틀려먹은 소리였으나,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그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이 하나로 모였다.

"황궁에 입성하면 죽여 버리는 것으로 하지요."

무겁게 내뱉은 한 신하의 말에, 모두가 동조했다.

굴러온 돌에 치이는 박힌 돌 신세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그 말이 지켜지는 일은 없었다.

그 ‘인간 마법사’는 황궁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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