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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66화 (166/172)

#166화. 왜 여깄서여……?

“어디로 가는 게 맞을까여…….”

황궁에서 목걸이를 얻고 난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걸려 있는 위치 추적 마법이 두 개의 방향을 가리켰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려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생각보단 확실하게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쪽은 북방. 그리고 다른 한쪽은 남방이었다.

둘 다 제국 영토 외곽이었는데 거리가 꽤나 먼지라 모두 가기에는 시간이 꽤나 부족할 것 같았다.

“븝짓말은 아닐 거구여…….”

일단 적어도 그 위치가 가짜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애초에 지금까지 떠올랐던 메시지들도 교만의 마왕이 만든 것은 아닐 테니까.

만에 하나 거기에까지 간섭이 가능하다면…… 애초에 내가 뭔 짓거리를 하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면 거의 신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니.

마왕이라고 하면 굉장히 대단한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 엄청난 존재들은 아니었다.

물론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강함을 지니곤 있으나, 그들은 본신의 힘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

히어로 판타지에 교만의 마왕이 등장했던 에피소드에서도, 그 강함보다는 기만전술에 곤욕을 치렀던 것이고.

“마왕 옵바야는 바보인 고애오…….”

그렇기에 지금 과거와 완벽하게 똑같이 구현된 이 세계도…….

단순 환상일지언정 교만의 마왕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아마도 그에는 여러 가지 편법이 가미되었겠지…….

그 때문에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 시스템창 같은 요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 편법이라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바가 있다.

단지 이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지라 지금껏 헤맸던 것이지.

지점 A – 2800km, 지점 B - 3100km

“조금이라도 가까운 데로…… 가는 게 맞겠져?”

나는 눈 앞에 떠오른 대강 그려진 지도와 그에 나타나는 빨간 점들을 살펴봤다.

남쪽보다는 북쪽이 비교적 가까웠으니 그 쪽부터 가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고애오…….”

나는 허공에 손을 뻗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안으로 빨려오듯 지팡이가 날아왔다.

탄력 있는 나무 재질의 그것이 느껴지자 마음에도 안정감이 찾아온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엘프들이 어머니라고 여기는 위그드라실이 준 거였지.

그렇다면 내가 꼭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븝미쟝이 가는 고애오!”

나는 망토를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로 몇몇 사람들이 기함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뭐.

*    *    *

지구와 마찬가지에도, 카르마디아의 극지방도 상당히 추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훨씬 추웠다.

기온 자체도 더 낮은 데다가 쉴 새 없이 불어오는 칼바람들에는 마력까지 담겨 있었다.

겨우 2800km……라고 표현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사막 지역에서 곧바로 극지방이 될 만한 거리는 또 아닌데 말이지.

“호에에에…… 호에에…… 성냥팔이 아가야는 없는 건가여…….”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북방의 칼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일부러 완벽하게는 보온을 하지 않은 탓이었는데, 역시나 마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마력이 담긴 바람에 맞서는 것만 해도 굉장한 마력이 소모되고 있었으니까.

걸어간다면 모를까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날아가는 중이라 그 맞바람이 엄청났다.

“그래도…… 거의 다 왔서여…… 븝쪽이에오…….”

다행인 것은 그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대략 10분 정도가 지나자 빨간 점이 찍힌 지점에 확실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오차 범위는 대략 지름으로 반경 10km 정도.

가시거리가 워낙에 짧은지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마력을 사용하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확인되었다.

나는 그 근처에서 천천히 강하하며 마력을 더 흩뿌렸다.

근처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없네여?”

그래도 몬스터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닥에 발을 디뎠다.

“아쿠! 호에에…….”

순간, 발을 잘못 디딘 탓에 빙판에 미끄러졌으나 금방 일어섰다.

엉덩이가 화끈거렸으나 그보다 마력 분배에 더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

아마도…… 저쯤인가.

나는 상공에서 확인했던 지점을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확인했다.

그러자 희미하게나마 그 실루엣이 보인다.

지구에서 에스키모족들이 만들었다는 그 이글루와는 좀 다르나, 외벽에 눈이 쌓여 마치 그런 형태처럼 보이는 건물들.

“……뭘까여.”

나는 지팡이를 손에 꼭 잡았다.

엘프들이 저런 건물을 건조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저곳은 엘프들이 아닌 다른 이들…… 그러니까 이곳의 원래 주민들이 지어 놓은 곳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였다.

엘프들이 그들에게 당해 구금되었거나 혹은 주민들을 쫓아내고 저 지역을 점령했거나.

되도록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지구로 이전하며 시스템 속에 포함된 이들이었으니, 이쪽 주민들보단 강할 텐데……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리며 근처로 다가가던 때였다.

“누구야?”

전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에 나는 숨을 참으며 그 방향을 바라봤다.

그쪽에는 몇 사람들의 인영이 보였다.

“없잖아, 아무도.”

“아니, 저기서 사람 보였다니까? 그것도 날아다니는…….”

“여기서 어떻게 날아다녀.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라고…….”

“씨발, 봤다니까?”

서로 티격태격하며 걸어오는 그들.

나는 그것을 들을수록 점점 긴장이 풀려갔다.

대신 의아함만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올랐다.

“호에에에……?”

이건…… 분명히 내가 아는 목소린데.

그러니까…….

“언냐야? 옵바야?”

“어?”

“에엑?”

내 쪽에서 소리를 내자 저쪽에서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황당해하는 듯한 반응이 돌아왔다.

“왜…… 여깄어여?”

서로 다급하게 뛰어간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거리 안에 들어온 그 인영들.

그들은 모두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본래 목적이었던 엘프들은 아니었지만…….

패스파인더 길드원들.

그것도 1군 전투조들만 모여 있는 구성.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여기서 나와……?

“다나……? 맞지? 어떻게 찾아온 거야. 아니, 그것보다도 여기 어디야?”

“언냐야, 이거 놓고 얘기해여어어어…….”

달려와서 나를 잡아채고 흔들어 대는 통에, 뭐라 말을 할 수 없었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들의 면면에는 나를 향한 일말의 원망이 가득하게 담겨 있었으니까.

내가…… 잘못한 건가?

*    *    *

아카데미에 박혀 있던 나츠키, 일리아, J.

셋은 곧바로 주말이 되자마자 찍혀 있는 좌표로 후다닥 달려왔다.

분명 전투조의 다른 이들이 모두 왔음이 확실한 장소.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협회 소속 히어로들이 접근금지 처분을 내린 상태였다.

“아니, 왜 못 들어가냐고.”

“아까부터 설명을 드렸고……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짜증 나네. 내가 너네보다 13기수 위 선밴데 아까부터 반말을…….”

“못 들어가냐고……요.”

아예 접근하는 것을 막아 버려서 뭔가 흔적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

다나를 포함해 길드원들 일체가 대부분 엘프들의 마을 속에서 뿅, 하고 사라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 꼰대 진짜. 좀 들어가자니까.”

나츠키는 한참 동안 협회 히어로와 싸움을 벌였으나,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꼬장꼬장하게 정론으로 나오는 바에야 아무 방도가 없었다.

“되겠냐고. 솔직히 들어가겠다고 하는 쪽이 잘못된 거기도 하고…….”

“아니, 저 안에 지금 다 있을 건데. 그럼 그냥 손만 쪽쪽 빨자고?”

연락도 전부 끊겨 버린 상태.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외부와 통신이 불가능한 장소에서 일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인데 그 실체를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일리아는 분개하는 나츠키에게 손짓하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러자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자는 거 아니야.”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데?”

“그건…… 차차 생각해 봐야지?”

머쓱하게 웃음을 흘리는 일리아.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나츠키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소리쳤다.

“으아아아아악!”

파다다다닥.

주변이 전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나츠키.

그 탓에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다.

“……원래 저래?”

“조금. 요즘에는 좀 잠잠해지긴 했는데…….”

오른손을 짤짤 흔들며 속삭이는 일리아.

J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날뛰고 있는 나츠키를 시야에서 지워 버렸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녀는 잠시 잠행이 가능할 것 같은지 견적을 재어 봤다.

지금껏 해 온 훈련들이나 일들 모두 잠행과 암살 등이었으니, 자신보다 격이 조금 높은 사람들 상대로도 눈을 속일 자신이 있었다.

“안 되겠는데.”

“뭐가?”

“몰래 들어가진 못할 것 같다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인원도 너무 많았고, 그들 대부분이 J보다 수준이 한 단계 이상 높은 히어로들이었다.

그만큼 협회에서도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일 테고, 그걸 무시했다가는 단지 개인에게 해악이 끼치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답이 없네.”

으아아아악!

“일단은 여기서 기다리는 것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생각 있으면…….”

캬아아아악!

여전히 발광하고 있는 나츠키를 내버려 둔 채로, 둘은 함께 계획을 짰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나고.

“너네, 뭐 햐냐.”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나츠키가 일리아와 J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둘을 검지로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원래 존나 사이 나빴잖아. 짝이 존나게 잘 맞네?”

“……그렇게까진 안 나빴거든?”

“뭘 그렇게까진 안 나빠. 나한테 한 것보다 더 심했으면서. 뭐라더라? 다나를 뺏어갔던 년이 어쩌고…… 읍!”

나츠키의 입에 순간 일리아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다 보니, 본능적으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었다.

“그만…… 그만…….”

그 시절은 일리아도 상당히 부끄러운 과거였다.

정말 쓸데없는 질투심에 헛짓거리들을 해 댔으니까.

알게 모르게 J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행동들도 많이 했었다.

다만 J는 그것이 그냥 친구 사이에 흔히 하는 장난인 것으로 착각했을 뿐이다.

“으그으븝으므흐느그(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러나 나츠키에게는 그런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고, 이어 그녀는 턱 근육에 마력까지 불어넣어 일리아의 손을 깨물었다.

“아아아악!”

“크르르르…….”

“아니, 니가 개야? 아! 아! 그만 좀!”

침을 질질 흘리면서 손을 물어뜯는 나츠키와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빼내려는 일리아.

둘 다 거기서 거기네.

J는 그렇게 되뇌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는 그다지 걱정이 없었다.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으나, 다나라면 무사할 것이란 직감이 있었으니까.

생전 거의 빗나간 적이 없는 그 직감을 J는 거의 맹신하고 있었다.

“음?”

안 되면 그냥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서던 J의 감각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분명 상당한 수준의 은신이나,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은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사람이.

쉬익.

J는 그 방향으로 암기를 던졌다.

그곳은 인근 나무의 가지 위.

이어 그쪽에서 반응이 돌아왔다.

“아야!”

하이톤의 짧고 간결한 비명으로.

그에 일리아와 나츠키 또한 하던 짓을 멈추고, 그 방향을 바라봤다.

“신하연……?”

“아, 아닌데요.”

그곳에 허벅지에 얕게 박힌 암기에 끙끙거리면서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소녀.

신하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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