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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븝미쟝이 되었다-170화 (170/172)

#170화. 븝미쟝 호구 아니에여!

이쪽 세계의 숙소…… 그러니까, 여관이라고 표현을 해야겠지.

그런 공간들은 단순히 숙박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보통 대표적으로는 음식점 내지는 주점의 용도로 사용되고, 모험가들에게 약식의 의뢰를 맡기고 또 맡는 창구의 기능도 한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합법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불법적인 쪽까지 들어가면 도박, 매춘, 마약 등등의 창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건 비교적 도시 심부에 있지 않은 여관에서 이루어지는데…….

아무래도 여기는 조금 예외인 모양이었다.

이래서 문을 걸어 잠갔구나.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자 처음에 이곳의 문이 잠겨 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쪽 구석에서는 반쯤 헐벗은 여자가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에게 안겨 아양을 부리고 있었다.

단순히 애인 사이가 아닐까…… 생각하기에는 조금 전에 오가는 화폐를 봤다.

애초에 여자 쪽의 옷차림만 보더라도 정상적이지는 않았고.

한동안 그렇게 불편한 광경을 연출하던 그들은 이내 위층의 숙소로 사라졌다.

……잘 때 방음 마법을 쓰고 자야겠다.

나는 한숨을 쉬며 중앙의 테이블로 눈길을 돌렸다.

“아, 여기서 빼는 건 아니지. 언제 이렇게 간이 작아졌어?”

“혀가 길어. 그림이 안 좋을 땐 빼는 것도 실력이지.”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음성. 그리고 중앙의 주사위들이 굴러가는 소리가 어지러이 섞여 들었다.

주사위로 하는 도박인가.

이러니 외부에서 보지 못하도록 했겠지.

나를 받아 준 이유는 밀고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을 테고.

……오히려 제국 훈장을 보여 줬더라면 숙박을 거절당했으려나.

“11, 10. 내가 이겼군.”

“아니! 이, 씨벌…… 장난쳐? 어떻게 패가 이렇게 나와?”

“당장 지지난번 판만 하더라도 12, 8로 금화 세 개나 먹어 놓고 할 말은 아닌 것 같소만.”

“쯧,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사람들은 제각기 손을 움직이고, 눈을 굴려 가며 도박판에 빠져 있었다.

각각 테이블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 대략 3~4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대부분 모험가 내지는 용병들인 것 같았다.

예외도 있기는 했지만, 딱히 눈여겨볼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고.

“아닌가여?”

……아닌가?

재질이 괜찮아 보이는 검은색의 후드만 제외하면, 그저 촌부의 차림을 하고 있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귀기라고 해야 할까.

심상치 않은 기운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소름이 끼쳤다.

저 사람들은 남자가 어떤 기운을 흘리고 있는지도 눈치채지 못했겠지.

나도 좀 더 약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테고…….

“……손님!”

“호에?”

“필요하시면 야참 하나 시키시라구. 우리 여관이 또 음식 잘하기로 유명하거든.”

“아, 아랏서여…….”

한참 그쪽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여관 주인이 얼굴을 디민다.

거의 반 강제로 먹이려는 것 같은데…….

나는 대강 그녀가 말해 주는 메뉴 중 하나를 시켰다.

“네, 맛있게 해 드릴게용.”

그제야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사라지는 여관 주인.

나는 그 모습에 몸서리를 치며 테이블로 향했다.

“엉? 뭐야?”

“웬 애새끼가…….”

“뭔 볼일 있다고 기어 와? 저리 가라.”

애새끼까진 아니거든.

그래도 나름 신체 나이 18살인데도 이런 소리를 듣는다.

하기야 작년이나 올해나 변한 건 하나도 없긴 하다만…….

대놓고 경계하는 사람들 탓에 나는 후드를 벗어야만 했다.

어차피 이들이 원하는 것도 그것일 테니까.

“어?”

“오호…….”

얼굴까지 푹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 내자, 머리칼이 흘러내리며 주변의 시선들이 모인다.

예의 그 꺼림직한 후드남만 제외한다면 대부분 이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저도, 하려구여.”

“네가?”

슬쩍, 의자를 빼고 테이블에 앉으며 말하자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그래도 그렇게 나쁘기만 한 사람들은 아닌가.

아무래도 겉모습으로 보기엔 소녀처럼 보이는 나를 털어 먹긴 조금 양심에 찔리는 모양이었다.

“네, 문제 있나여?”

“아니…… 뭐. 문제야 없지만.”

“돈만 있다면야.”

물론, 그런 생각은 잠시였던 듯.

다들 내가 충분한 돈이 있는지부터 파악하려고 한다.

꽤 괜찮아 보이는 후드 아래의 내 옷차림에서 돈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돈, 돈이라.

나는 품 속에서 경량화 주머니 안에 넣어 놨던 은화와 금화를 몇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금……화?”

기껏해야 대게 은화와 구리 동전만 오가고 있던 테이블.

그곳에 금화가 올라오자 다들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내가 지금 꺼낸 돈만 하더라도 이들 입장에서는 먹는다면 몇 달을 놀고먹어도 될 만한 금액일 것이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젠 내 외양보다는 이쪽에 정신이 팔린 모양.

‘……잘했네.’

나는 본능적으로 슬쩍 귀를 어루만졌다.

미리 마력으로 귀 부분을 덧대어 엘프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주효했다.

이 여관 안에 있는 이들도 대부분 인간이나 드워프보다는 상위 계급의 종족들.

혹여 차별이라도 받을까 미리 손을 봐 뒀었다.

“실내인데 후드는 그냥 벗어 두는 게 어때?”

내가 다시금 후드를 덮어쓰자, 옆자리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귀 모양 유지하는 데 마력이 은근히 많이 들어가거든.

내 몸이 다른 사람들처럼 ‘변형’이 되었다면 이렇게 진땀을 뺄 필요가 없었겠지만, 내 거지같은 입방정……. 그러니까 게임 채팅으로 말했던 설정 때문에 직접 변형이 불가했다.

“괜차나여. 별로 안 답답해여. 그리고…… 저 아조시도 쓰고 있잖아여?”

나는 반대편의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의 그 꺼림직한 기운이 느껴지던 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야? 아쿠 씨 말하는 거야? 아무도 후드는 안 쓰고 있는데?”

“호에? 아니. 저 아조시는 쓰고 있잖아……여……?”

나는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이 사람들, 지금 내가 보는 거랑 다른 걸 보고 있는 건가?

“헤으응.”

나는 한 차례 숨을 내뱉으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물질과 비물질 모두에 간섭할 수 있는 마력.

그것으로 나는 남자 주변의 마력 흐름을 분석해 내었다.

“하와와.”

그러자, 왜 이들이 저 남자가 후드를 쓰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황당하네여.”

오직 나만이 보이는 마력의 실들.

정교하게 남자에게서 뻗어져 나간 그 실들이, 사람들의 눈을 교란하고 있었다.

그건 내게도 도달해 있었는데…… 아마 내 자체 마력이 너무 강대한지라 눈을 속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제외한 이들 전체가 속고 있다는 뜻이었다.

……저거, 위험한데.

내가 마력을 끌어 올린 후.

씨익 하고 미소를 짓는 남자의 입.

그것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왔다.

아무래도 좆된 것 같은데.

*    *    *

위험하다고 해서 다시 게임에서 빠질 수는 없었다.

대신 후드의 남자를 경계하는 것을 늦추지 말아야 할 뿐이었다.

“……이미 룰을 알고 있다니까 그냥 하지. 그 나이에 도박이라니…… 참.”

데이브라는 이름의 건장한 남자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40중반은 족히 되어 보이는 외양과는 다르게, 올해로 갓 서른이 되었단다.

아무래도 내가 도박판에 끼러 온 어디 부잣집 딸이라도 되나…… 하는 모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영 마뜩잖아 하는 느낌이었다.

아까까지 그에게 설명을 들었더니, 이 테이블에서 하고 있던 게임은 포커였다.

그것도 가장 대중적인 세븐 포커.

물론 카드가 하트 클로버 다이아몬드 스페이드가 아닌, 창, 검, 활, 방패로 되어 있었고 에이스 대신 숫자 0을 사용하는 점이 달랐지만…….

어쨌건 룰 자체는 원래 알고 있던 그것과 똑같았다.

“뭐, 어떻소. 나도 딱 이쯤 도박판에서 놀고 했구만.”

“그래서 니 꼬라지가 됐겠지.”

“허, 말씀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요? 성님?”

실실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다른 한 남자.

아무래도 저놈은 날 털어 먹을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쩌지.

내가 털어 먹었으면 털어 먹었지, 절대 생각하는 대로 되진 않을 텐데.

나는 투덕거리고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다, 예의 후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내 신경은 저쪽에 다 쏠려 있다.

수준급의 마력 활용 능력.

조금 전의 그것만 하더라도 최소한 나랑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였다.

만약 나한테 적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에 도망쳐야 했을 그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

내가 알기로는 이쪽 세계에 내 수준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는 상당히 드문 걸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마왕의 힘이 개입되어 만들어진 공간이다 보니, 그 본래 힘보다 너프되어 있을 확률도 높고.

“하와와.”

누굴까, 과연.

일단 적어도 선 성향의 인물은 아닌데.

“자, 잡소리를 됐고. 어쨌든 게임이나 하지. 인원수도 이제 딱 네 명이군.”

“아까 그 형님 오면 다섯이서 합니까?”

“아니, 그 양반 어차피 여자랑 올라갔으니까 안 내려올걸.”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슬슬 시작하려는 듯, 데이브가 잡담하며 카드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무던하게 움직이는 그 손놀림에서는 어떤 조작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어쨌든 이쪽보단 후드남의 정체를 알아내는 쪽이 주목적이긴 했지만…… 아까부터 나대던 데이브 옆의 저 남자 돈은 뜯어 가고 싶었다.

조작이 개입되지 않는 승부.

그렇다면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그러니까, 조금 밑밥을 던져 놔야겠지.

“와하, 븝미쟝 검 3, 방패 3, 벌써 들어와써여!”

“아니, 그걸 말하면……!”

“으하하하하! 해 봤다면서!”

다른 사람이 했다면 먹히지 않았을 헛짓거리.

하지만 그것에 데이브와 옆의 남자 모두 속아 넘어간 것 같았다.

저 후드는…… 뭔 생각인지 모르겠고.

“그런 건 속으로 생각하는 거야, 아가씨.”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훈계하듯 말하는 데이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패를 확인했다.

“호에에.”

검 3, 방패 3, 창 3.

사실 원 페어가 아닌 트리플인 내 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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