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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일도 너를 사랑해-51화 (51/79)

제51화

나를 술 마시게 한 건 너야.

“……장연우!!!”

새봄이 연우를 크게 부르는 소리에 연우가 엉덩이까지 내려간 팬티를 잡고 멈췄다. 뒤에서 보고 있던 태민도 긴장 상태로 새봄을 바라본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서 있었다.

“제발 팬티는 입어!!!

술에 취해 정신없는 그 순간에도 새봄의 말이 들리는 건지 연우가 다시 팬티를 올렸다.

“……침대로 가서 누워. 우리 연우 착하지?”

애 다루듯 술에 취한 연우가 하는 행동이 재밌는 새봄에게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 같았다. 오늘 아니면 이렇게 연우에게 장난 칠 일도 없을 거 같았다. 그냥 막 하고 싶었다.

연우는 새봄의 말을 듣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와이셔츠는 그대로 풀어 헤쳐져 있었다.

그건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술이 얼마나 취한 건지. 계속 ‘봄아. 속이 아파.’라고 말하던 연우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연우의 저 복근. 항상 느꼈지만, 엄청 멋있다. 탐나는 몸매다.

“전 이만 갈게요.”

태민이 가겠다고 나섰다. 새봄이 연우의 복근에 빠져 있다가 힐끔 보고 대충 인사했다.

태민이 가고 난 후 정신 차린 새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연우는 덮은 이불 위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고, 이불을 덮어주고 싶었지만, 연우의 몸이 이불을 꽉 누르고 있어 뺄 수가 없었다. 새봄이 담요를 가져와 연우에게 덮어 주려다가 진짜 복근 한 번 만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안 보려고 하지만 저 풀어헤쳐 진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는 연우의 복근이 계속 드러나 보이니, 새봄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전에도 봤지만, 이 복근은 정말 언제봐도 멋있었다.

‘한 번은 괜찮겠지?’

한 손에 담요를 들고 복근을 손으로 콕 찔러 봤다. 엄청 단단하다.

“윽!!!”

새봄이 몇 번 콕콕 찌르니 연우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연우는 다시 잠이 들었다. 새봄은 잠시 멈칫했다가, 울퉁불퉁 ‘왕’ 자가 새겨진 복근을 손으로 문질러 보았다.

‘진짜 짱이다. 언제 이런 몸을 만든 거지?’

얼굴도 잘생기고, 이 복근도 멋있고 새봄이 말하지 못한 장연우가 좋은 이유였다.

이제 더는 만지면 안 되겠다 싶었다. 담요를 덮어주려고 쫙 펼쳤는데 연우가 새봄의 팔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 새봄이 연우 위로 포개듯 엎어져 버렸다. 놀라서 들고 있던 담요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저 담요를 주울까 말까 새봄은 망설이고 있는데, 연우는 새봄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내 복근이 그렇게 좋아?”

“난. 그냥. 딱 한 번…….”

“설레는데? 누가 그렇게 맘대로 내 몸에 손을 대?”

“……속은 괜찮아? 태민 오빠가 엄청 아플 거라는데?”

새봄은 괜히 민망해서 말을 돌렸다. 그것보다 일어나고 싶은데 연우가 너무 세게 안고 있었다.

태민 오빠라는 말에, 괜히 질투가 나서 연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새봄은 왜 연우의 표정이 변한 지 모르겠다.

‘속이 많이 안 좋은 가? 강제로라도 일어날까?’

“태민이가 너한테 뭘 말했어?”

“장연우 술주정. 양주 엄청 마신 거.”

연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그거 말고는 없어?”

“응…….”

혹시나 태민이가 연우가 울었다거나 다른 말을 했을까 물었는데 안 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했다고 해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행히 그 말은 안 했나 보다.

울었다고 하면 쪽팔릴 뻔했다.

“……정말 속 괜찮아?”

새봄이 연우의 위에 그대로 올라간 채,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파. 엄청 아프다면 어쩔 건데?”

“그러니까. 무슨 술을 그렇게 먹어. 감기도 이제 겨우 나았으면서.”

연우가 걱정되는 새봄이었지만. 딱히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술 먹으면 약도 없다는데 뭘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어 속상했다.

“속상해서. 많이…….”

연우의 말에 새봄의 표정도 변했다. 얼마나 속상했는지는 모르지만, 연우의 격정이 앞섰다.

연우의 상태로 봐서는 술 좀 깬 거 같아 다시 새봄의 표정은 밝아졌다.

“……술 좀 깼나 보네? 장연우 얼마나 웃겼는지는 알아?”

“……몰라. 알기 싫어.”

“그래. 모르는 게 좋아.”

“하…… 엄청 속 쓰리다. 속이 뜨거워. 불태우는 거 같다.”

술은 깬 거 같은데 양주를 그렇게 마신 탓인지, 속에서 불이 날 정도로 속이 아팠다. 배를 한 번 쓰윽 쓰다듬은 연우가 팔베개를 하고 새봄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웠다. 그냥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장연우.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새봄도 연우 쪽으로 몸을 돌리고 연우의 품속에 파고 들어가, 연우를 짠하게 바라보던 새봄이 물었다.

“나 속 아파. 잘래.”

속이 아파 말도 하기 귀찮고, 그대로 눈을 감은 연우는 잠에 들어 버렸다. 이번에는 정말 깊게 잠들 거 같았다. 풀어 헤쳐진 연우의 와이셔츠를 보니 추울 거 같았다. 아직 감기도 덜 나았다고 했는데.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를 대충 덮어 최대한 바람이 안 통하게 한 뒤에 담요를 주우려고 보니 손이 닿지를 않았다. 연우를 힐끔 쳐다보니, 연우가 추운 건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새봄을 꽉 안았다. 그러니 더더욱 담요를 주울 수가 없었다. 연우가 체온으로 따뜻해지도록 새봄도 연우를 꽉 껴안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장연우 호되게 혼내 줄 생각이었다.

아무리 속상해도 그렇게 술을 마시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 남자가 그렇게 술 먹고 취하고 아픈 건 죽어도 싫다.

먼저 일어난 새봄이 연우가 깰까 조심스레 연우의 품에서 나왔다.

밤새 못 덮어 준 담요를 주워 연우에게 살포시 덮어줬다. 연우는 새봄이 나간 지도 모르고 쿨쿨 잤다. 컵에 물을 따르고 연우가 잘 보이는 방향에서 앉아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일어나기만 해 봐.’

얼마 지나지 않아 연우가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새봄이 없다.

“……봄아.”

새봄은 드디어 일어난 연우를 식탁에 앉아서, 째려보고 있었다. 연우가 새봄을 부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속이 쓰려 죽겠는데 새봄의 차가운 시선에 연우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팬티만 입은 채 와이셔츠가 풀어 헤쳐져 있는 걸 이제야 발견했다.

어제 분명 술 취해서 옷을 벗은 거다.

그러고 새봄이랑 둘이 잔 건지, 어쩐 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새봄이가 저렇게 째려보는 건가 보다.

연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배를 쓰다듬으며 새봄의 앞에 와 앉았다. 새봄이 마시던 물을 쭉 원 샷 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속이 쓰리다.

“……그거 내가 먹은 물인데.”

“무슨 상관이야. 간접키스 좀 하지 뭐.”

새봄은 여전히 연우를 차가운 시선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연우가 새봄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볼 거야? 무섭게.”

“그 옷이나 어떻게 해 봐. 계속 그렇게 열고 있을 거야? 바지나 좀 입던지.”

“왜? 내 복근 멋있지 않아? 이거 아무나 못 보는데?”

“장연우.”

새봄이 정색을 하며 연우를 불렀다. 장난 좀 친 건데 이게 정색할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는 막 좋다고 찔러보고 했던 여자가 맞나 싶었다. 아무 기억도 않나 지만 그건 또 기억이 났다.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라 그런가 보다. 연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봄에게 반박했다.

“……왜. 뭐?”

연우도 새봄에게는 지기 싫었다. 괜히 지면 자존심 상할 거 같았다. 연우에게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옷 입으라고!!!”

“……싫다고.”

“……입으라니까?”

“안 입어. 그냥 이러고 있을 거야.”

서로 옷을 입으라, 마라 싸우다 보니, 새봄이 그냥 포기해 버리기로 했다. 어제는 술 취해 말도 잘 듣더니 그냥 계속 술 취해 있으면 좋겠다고 새봄은 생각했다.

연우의 풀어헤쳐 진 와이셔츠를 계속 보고 있으니 자꾸 시선이 연우의 복근을 향해 간다. 새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려 연우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어제…… 뭐라고 말 좀 해 봐.”

일단 시선을 돌리고, 새봄이 물었다. 어제 왜 그렇게 술을 마신 건지 궁금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만두지 않을 생각도 했지만, 막상 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기억이 안 나. 내가 어제 무슨 실수 했어?”

연우의 대답에 새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짜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집에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연우의 기억은 울면서 새봄이 보고 싶다고 쓰러진, 딱 거기 까지였다.

“진짜 안나?”

“……응. 안나.”

“그래. 기억 안 나는 건 그랬다 쳐. 딱히 실수는 없었어. 그냥 장연우가 좀 웃겼고. 옷 벗으려는 거. 팬티까지 벗으려는 거 내가 말렸어.”

“내가? 네 말을 들었어?”

연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새봄이 그렇게 한 말을 연우가 들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팬티는 입었겠지? 그 비싼 양주 먹고, 토하고 왜 그렇게 술을 마신 건데?”

“토했어? 내가? 그래도 누구처럼 바닥에 토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맞다. 바닥에 하지는 않았다. 대신 옷을 벗었지. 차라리 바닥에 토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어제 술 먹고 한 행동은 진짜 기억이 안 나는지, 연우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은 잘했다.

“그건 맞는데. 진짜 약속도 안 지키고. 술 좀만 막는다며.”

“내가 미안해. 라고 말해야 해?”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니? 술 많이 안 먹겠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 그렇게 쓰러질 정도로 먹어놓고. 사람 걱정시키고. 인제 와서 이런다 이거지?’

새봄은 차마 이 말을 연우에게 따지지 못했다. 어제 기억 안 난다는 것도 거짓말 같았다.

“……왜 그렇게 먹었어? 그렇게 쓰러질 때까지. 속 아프다고, 죽겠다고 할 정도로.”

“왜 내가 그렇게 술을 마신 지 몰라서 물어?”

“속상하다며 뭐가 그렇게 속상했는데?”

“모르는 거야? 모른 척하는 거야?”

“몰라. 모르니까 묻잖아.”

“나를 술 마시게 한 건 너야.”

“……왜?”

“선…….”

‘그럼 설마. 그게 그렇게 속상한 거야? 괜히 미안하게. 장연우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고말고.’

“그거 때문에? 나한테 하지 말라고 했으면 되잖아. 술 그렇게 마셔야 했어?”

“딱 그 이유는 아닌데 하나 더 있어.”

“……뭔데?”

길게 한숨을 내쉬는 연우. 이건 차마 말을 못 하겠다. 사실 말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건 도저히 입에서 안 떨어졌다. 죽어도 말 못 하겠다.

“뭔데 그래?”

“……별거 아냐.”

“뭐냐고 장연우.”

“그거. 새봄이가 계속 장연우라고 하고 너라고 하니까. 속상해.”

“또 시작이다.”

“걸렸네? 그냥 지금은 이야기하기 싫어.”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연우가 말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물을 필요도 없을 거 같았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상하게 또 정적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에, 다행히도 연우의 한마디에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은 없어졌다.

“……후우. 속 쓰려 봄아. 나 국밥 먹고 싶어.”

어제 그렇게 술 먹더니 속이 아프겠지. 그러니 국밥이 먹고 싶은가 보다.

“봄이가 해 주는 콩나물국밥. 내 도움 없이 혼자 해 주는 거.”

“그건…….”

“잘했잖아. 내가 그날 말 못 한 게 있는데.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 없어. 나도 이렇게 유명해지기까지 하루아침에 된 거 아니야.”

“그럼 해 볼게.”

연우의 한마디에, 새봄은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연우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조금의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분명 아까 연우랑 싸운 거 같은데 이상하게 다 풀려 버린 이 기분은? 그냥 말만 몇 마디 했는데 싸운 거 같은 기분인데? 싸운 게 아닌가?’

새봄이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신발장 앞에 신발을 신으려는데 어디 가는지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려다 뒤를 돌아 말했다.

“콩나물국밥 재료 사러 갔다 올게.”

새봄의 말에 일어난 연우가 신발을 신으려는 새봄을 확 끌어당겼다. 새봄이 신발에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한 걸 연우가 새봄의 허리를 받치고 중심을 잡았다. 새봄의 허리가 뒤로 90도 꺾였고 연우의 입술은 새봄의 입술과 맞닿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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