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그리디 디펜스
기습에 놀란 약탈자들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했다.
“이놈들이 감히 우리 사장님을?”
“죽기 전까지 맞아봐라!”
퍽. 퍼억.
우르르 달려들어 몽둥이를 휘두르는 직원들.
약탈자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맞고만 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려 하면,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명수가 재빨리 달려들었던 것.
뻐억!
“이야. 움직임 하나 드럽게 화려하네.”
노련한 탈영병에서 수련 창기사로 레벨업을 했기 때문일까.
명수의 움직임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약탈자들은 금방 제압됐다.
“똑바로 손 안 들어!”
“이 새끼가 어디서 힘들다고 구라를 쳐!”
조금만 빌미를 보일 때마다 약탈자들을 구타하는 직원 놈들.
덕분에 나는 근엄한 고용주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다.
사장이 일반 직원들처럼 손을 직접 쓸 수는 없잖아.
그래그래.
잘 한다.
김동팔이!
한 대 더 때려!
벌컥.
창고 문이 열렸다.
허겁지겁 뛰어 온 경비가 숨을 고른다.
“사장님, 진짜 의사를 찾았습니다.”
“오!”
혹시나 해서 근처를 뒤져보라고 한 건데...
진짜 있었네?
“의사는 어때? 멀쩡하냐?”
“기절해 있긴 하지만, 그걸 빼면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옮겨두고 한 사람을 배치했습니다. 정신 차리면 바로 사장님께 알리라 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그나마 이놈들이 의사 양반을 해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귀한 인재를 허무하게 날릴 뻔 했으니까.
약탈자 녀석들을 노려보던 김 과장이 나한테 다가왔다.
“사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이제 들어가서 디비져 자야지.”
“네?”
의아한 얼굴로 되물어오는 직원 녀석들.
아니, 이것들이 왜 이래?
“니들 내일 일 안 하냐?”
내일도 열심히 일 하려면 얼렁 가서 쉬어야 할 것 아냐!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아는 무슨.
“빨랑 다들 돌아가.”
“하지만 사장님. 이놈들 이거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겁니까?”
“맞습니다. 한둘은 남아서 딴 짓 못하게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방치해두긴 좀 불안한데...”
아이고.
진짜 이 녀석들 겁도 많네.
“니들이 그렇게 두드려 팼는데 딴 짓을 할 수나 있겠냐? 이놈들 얼굴 좀 봐라. 무슨 찐빵도 아니고.”
“하하.”
“잡소리 그만하고 빨랑들 가. 내일 빌빌거리지 말고.”
여기서 더 밍기적 거리면 호통을 치려고 했지만, 직원 놈들은 눈치 좋게 물러났다.
“내일 뵙겠습니다!”
“사장님도 푹 쉬세요!”
아 맞다.
이거 깜빡하고 말 안 했네.
“야! 내일 2시간 늦게 출근해라! 일찍 나오면 아주 혼날 줄 알아!”
그래도 밤에 이리 굴렸는데 잠이라도 푹 자게 해줘야지.
후우.
야근 수당 주는 것보단 이게 낫다. 차라리.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나는 약탈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흐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수금의 시간이로구나!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약탈자에게 다가가 손목을 맞댔다.
약탈자 대부분은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일부는 멀쩡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저항도 심했다.
“안 돼!”
“세상에 불가능은 없지.”
“내가 허락할 것 같냐!”
“하지 마라. 너만 고생하는 거니까.”
찰싹!
끝까지 저항하는 녀석들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등짝을 내리쳐 주었다.
무려 내구+5 버프를 받은 손의 습격.
쇠파이프와 근육질 좀비를 상대로도 그 위력을 입증한 바 있었다.
그 위력을 무시하던 놈들은 화들짝 놀라 이체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비명은 덤.
“아악!”
“끄아악!”
“이것들이 조용히 안 해!”
다 돌아갔겠지만, 누가 들으면 오해한다고.
- 김**.
- 잔고 : 57만 원.
- 이**.
- 잔고 : 34만 7천 5백 원.
- 박**.
- 잔고 : 98만 1천 원.
- 김**.
- 잔고 : 61만 8천 원.
“그래도 지난번 두 녀석보단 낫네.”
두 양아치의 잔고는 짠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
그것보단 더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우두머리 급은 꽤 쏠쏠했다.
땡칠과 대장 놈.
- 잔고 : 150만 원.
- 잔고 : 210만 원.
이야...
그래도 다 합치니 2명 월급은 나오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게 어디냐.
기대 외 수익 때문인지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허허.
이게 바로 소확행인가?
나는 창고를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약탈자 시키들 상태를 확인했다.
잘 묶여있군.
***
“으하암!”
나는 계속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아, 자고 싶다.
새삼스레 후회가 됐다.
잠깐 짬 날 때 눈이라도 붙일 걸.
20대 때는 하루 이틀 밤새는 걸로 비실거리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이젠 아주 죽을 맛이었다.
“내 영광의 시간이여.”
어디 보자.
시간이...
뭐야, 넘었네?
나는 서둘러 공장으로 향했다.
야간 근무자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는 중.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왜 이리 다들 똥고집이야?
“자자! 작업 중지! 작업 중지!!!”
예전처럼 두꺼비집이 없다 보니 녀석들을 제지하려면 한 명씩 설비로부터 떼어내야 했다.
“시간 됐다! 그만들 일 해!”
“하, 하던 것만 마저 하겠습니다!”
이놈들이.
감히 내 말을 씹어?
“누구 마음대로! 빨리 안 나오면 해고야!”
그제야 후다닥 물러나는 야간 근무자들.
밤낮이 뒤바뀐 것 때문인지 다들 피곤해 보였다.
이러면서 무슨 초과 근무를 하겠다고...쯧쯧.
“모두 퇴근해! 참고로 오늘은 2시간 늦게 시작한다! 그러니까 바보처럼 미리 오지 말도록!”
1공장과 2공장 모두 사람이 빠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최대한 서둘러 일 끝내고 나도 좀 쉬어야겠다.
아으.
끼익!
옥상문을 열기 무섭게 휘감아오는 바람.
크!
경치가 죽여주는데?
나는 쉘터 옥상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며 새로운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 신규 사업 계획을 시작합니다.
“무기 및 방어구 생산.”
- 무기 및 방어구 생산.
- 사업 계획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예상 소요 비용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나오려나.
- 무기 및 방어 장비류 생산 [군수 산업]
- 필요 자본금 [4억 5천만 원]
“비용이 좀 있긴 하네.”
좀비 퇴치제가 5억.
쉘터 건설이 3억 1천 정도였다.
- 공장 설비가 필요합니다.
- 공장이 세워질 부지가 필요합니다.
-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충분합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곳을 선택했다.
- 부지 구매에 2천만 원이 소모됩니다.
어두컴컴하게 표시되던 땅이 확 밝아진다.
- 사업 계획을 확정하시겠습니까?
- 더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물론!”
- 회사명을 입력해 주세요(선택).
- 회사명은 생산되는 제품에 자동으로 각인됩니다.
이름?
당연히 생각해뒀지.
“그리디 디펜스!”
- 그리디 디펜스(Greedy Defense).
- 신규 개업을 축하합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좋아.
아직까진 꽤 순조롭군!
- 공장 건설 중.
- ...4%...8%...13%...
새로 구매한 부지에 높은 담장이 둘러쳐졌다.
자연스레 기존 담장과 연결된다.
담장이 완성되기 무섭게 뼈대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단단히 고정된 뼈대 위로 덮어 씌워지는 각종 마감재.
드르륵!
다소 황량하게 보였던 건물이 점차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 ...92%...98%...100%.
- 공장 건설 완료!
나는 서둘러 새 공장으로 달려갔다.
공장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짙어지는 새삥 냄새.
그 향기를 만끽하며 문을 열었다.
덜컹!
길쭉하게 배치된 생산 설비들이 보였다.
“캬아!”
좀비 퇴치제가 단일 라인이었다면, 이번 무기 공장은 조금 달랐다.
2개의 라인이 나란히 세워진 형태.
나는 라인 맨 앞쪽으로 향했다.
좀비 퇴치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게 생긴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림판 같은 것이 기계에 부착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짧은 펜과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고.
[사용 설명서]
- 제작할 무기와 방어구의 형태를 직접 그려야 합니다.
직접 그리란 말이지?
나는 펜을 잡고 뭉툭한 몽둥이의 모양을 그렸다.
솔직히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 무기 종류 감지.
- 단봉.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인식되었다.
이제...이걸 당겨서 시작하는 건가?
그 다음 단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좀비 퇴치제 공장처럼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나는 설비들을 직접 조작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쿠웅!
완성된 몽둥이를 집었다.
지난번 박 대리 동생 놈이 만든 것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그럴듯한 모양새.
딱 대량 양산에서 볼 수 있는 품질이라고 해야 하려나?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게 어지간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좀비들 대가리 깨는 데는 충분하겠는데.”
꼭 좀비들에게만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지난번 나한테 덤볐던 구울이나, 적대적인 약탈자 무리에게도 분명 먹힐 물건.
으음.
이건 얼마 정도에 팔면 되려나.
띠링!
“응?”
가격을 고민하는 내 눈앞으로 돌연 경매장 화면이 펼쳐졌다.
뭐지?
경매장 안 열었는...
- 최소 거래 조건 달성.
- 특별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특별한 혜택?
뭘 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