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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악덕 사장-41화 (41/241)

41. 안심하십쇼!

나는 다가오는 괴물 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동그랗다고?”

“네. 겉으로 봤을 땐 완전한 구체입니다. 눈이나 귀, 혹은 팔 다리가 따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직접 본 경비대 녀석들에 따르면 툭 튀어나온 것 없는 매끈한 구체의 모습이라고 했다.

흐음.

그럼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도 있겠는데.

구르면서 올 거 아냐?

그럼 그냥 걷는 것보단 빠르게 움직이겠지.

“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일단 저희도 처음 보는 놈이라...아! 그리고 경계선 안쪽에 들어오니 놈들이 살짝 주춤거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좀 더 쉽게 상대할 수도 있겠군.

환경 개선 업그레이드의 턱을 쏠쏠하게 보는구만.

“명수야.”

“네, 사장님.”

“그것들, 상대할 수 있겠나?”

“물론...”

“야.”

곧바로 대답하려는 명수를 나는 잠시 제지했다.

“무조건 가능하다고 씨부리지는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 괜히 허세 부리지 말라는 거다.”

가만히 있던 명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가르쳤고, 사장님께서 만들어주신 장비 덕분에 더욱 전력이 상승했습니다.”

“장비는 진우가 만든 거고.”

“사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그 짧은 시간에 그런 물건들이 튀어나오진 않았겠죠.”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이 정말!

하늘같은 사장한테 꼭 말대답을 해야겠어?

엉?

“아무튼 가능하다는 거지?”

“네. 저희 애들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고개를 치켜드는 의심을 애써 억눌렀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내가 그동안 경비대를 키운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을 대비하기 위함.

그동안 자잘한 일만 처리했는데...

오늘처럼 큰 일도 겪어봐야지?

한 번 믿어보자!

오늘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그거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명수야. 함 막아봐라.”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연한 소리하지 말고 후딱 준비나 해.”

명수가 몸을 홱 돌렸다.

이미 나머지 경비대가 전부 집합한 상태.

장비를 모두 착용한 채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출발한다.”

명수와 경비대 녀석들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흠칫했다.

생각을 해보니까 말이야.

나도 이리 여유부릴 때가 아니네.

나는 서둘러 생산 공장으로 향했다.

“모두 동작 그만!!!”

공장 내부는 꽤나 시끄러웠다.

하지만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친 덕분에 금방 직원 놈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니들 당장 퇴근해!”

나를 쳐다보던 직원 녀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네? 퇴, 퇴근이요?”

“이것들이 귓구멍이 막혔나! 그래! 빨리 쉘터로 꺼지라고!”

갑작스러운 퇴근 지시에 당황했는지 서로를 쳐다보는 놈들.

정말 답답하게 구네!

일찍 퇴근을 시켜줘도 지랄이야!

모두가 눈치를 보는 와중에도 용감한 녀석은 꼭 있기 마련.

직원 한 놈이 조심스레 손을 든다.

“사, 사장님! 지금 라인 멈추면 오늘 할당량 못 채웁니다. 당연히 물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거고요.”

“어허!”

그걸 누가 몰라?

까짓것!

오늘 물건 좀 적게 팔지 뭐!

우리 충실한 노..아니, 직원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나.

혹시 부상이라도 입으면 다 내 손해인데!

언제 새로운 놈을 뽑아서 교육을 시키고 있어?

명수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애초에 그럴 여지를 만들면 안 되는 법.

이게 모두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나의 큰 그림이다!

“시간 없다! 지금 퇴근 안 하는 놈들은 감봉 처리할 거야! 빨랑 움직여!”

머뭇거리던 직원 놈들이 그제야 서둘러 공장을 나서기 시작한다.

하여튼 좋은 말로 할 땐 드럽게 말 안 듣는다니까?

꼭 채찍을 들게 만들어요. 채찍을.

“딴 데로 새지 말고 쉘터로 돌아가라! 바깥에 절대 나오지 말고!”

“그래 너! 니 이야기 하는 거라고!”

직원 놈들을 쉘터로 돌려보낸 나는 마지막으로 진우가 있는 작업실로 향했다.

“진우야!”

***

뭐야.

얘네 벌써 밖에 나갔나?

경비대원 하나가 남아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이름이...

아, 기억났다.

이광운이!

지난번 좀비들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특별히 경비대에 넣어줬던 그 녀석이었다.

“광운아. 명수하고 애들은 밖에 있냐?”

“네, 사장님. 저는 만약을 대비해 안쪽에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오냐.”

녀석을 지나치려던 나는 불쑥 튀어나오는 팔에 막혀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시키가.

감히 누구 앞길을 막아!

“이게 뭐하자는 거지?”

내 표정을 본 광운이 주춤했다.

그러면서도 팔을 치우지는 않았지만.

“너 많이 컸다? 내 앞길도 막고?”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경비대장이 사장님을 꼭 안전한 곳에 모시라고 했습니다.”

얼씨구?

“명수가?”

“네.”

쯧.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네.

나는 광운의 팔을 휙 치우고 문을 열었다.

“사, 사장님!”

녀석을 무시한 나는 곧장 문을 닫아버렸다.

쿵!

이것들은 또 어디에 간 거야.

나는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길에서 경비대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비대는 물론, 전 약탈자들과 양아치 두 놈까지 전부 무장을 한 상태.

녀석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명수가 나를 보곤 화들짝 놀란다.

“사장님! 여긴 위험합니다!”

“흥.”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난 뒷짐 지고 구경만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나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걸 양 손으로 들었다.

“그건...”

“진우가 만들었다.”

[잘 빠진 퇴치제 발사기]

- 좀비 퇴치제를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장비.

- 퇴치제 통과 동일한 규격의 물체를 장착 발사할 수 있다.

- 사거리 +5.

- 명중률 +5.

- 공기압축 시간 -5.

- 무게 -5.

길쭉하고 가느다란 막대기와 흡사했다.

앞쪽은 소화기처럼 넓은 형태.

반대편 끝에는 공기 압축용 손잡이가 작게 달려 있었다.

나는 진우가 가르쳐 준대로 퇴치제 하나를 앞쪽 총구에 꽂아 넣었다.

철컥!

그리고...공기 압축을 미리 해두라고 했지?

손잡이를 몇 번 잡아당겼다.

그 옆에 달린 기압계는 금방 최고치를 찍었다.

몇 번 당기지도 않았는데 금방 되네!

“그 망할 시키들은?”

“이제 슬슬 보일...저기 옵니다.”

길 반대편에서 시커먼 공 같은 것들이 굴러오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착용하고 있던 근로감독관 안경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라운드-밤(??)]

- 현재 업무 : ??? 목표 공격.

- 수행 가능 : 자폭, 돌진.

- 최고 적합 : 자폭.

어라.

작동하네?

정보 일부가 물음표 처리되거나 글씨가 조금 깨져 보이긴 했지만, 대충 이름 정도는 볼 수 있었...

아니, 잠깐만.

자폭?

“이런 개시키들!”

“사장님?”

다급해지는 마음.

나는 곧장 발사기를 들었다.

눈으로 거리 대충 가늠하고...발사!

퐁.

경쾌한 소리와 함께 휙 쏘아져 나가는 퇴치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퇴치제가 라운드밤인지 봄인지 하는 놈들 앞에 떨어진다.

콰직.

충격으로 찌그러진 통.

균열 사이로 퇴치제 액이 새어나온다.

라운드밤 무리가 순간 멈칫거렸다.

“나한테 한 놈 붙어!”

“네? 네.”

창을 들고 대기하던 경비대원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우택이었구나! 넌 지금부터 여기 있는 퇴치제를 요 앞 총구에 끼워 넣기만 하면 돼! 알겠냐!”

“네, 사장님!”

경비대원이 퇴치제를 재빨리 앞에 꽂았다.

나는 또 한 번 모여 있는 라운드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퐁!

날아간 퇴치제가 어떤 놈에게 정확히 부딪쳤다.

하지만 잠깐 움찔하는 게 전부.

보니까 퇴치제로는 안 죽는 것 같네?

그렇다면...

“명수야! 너 투창 가능하냐?”

갑자기 서두르는 내 모습에 당황할 법도 한데, 명수는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다.

“네,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놈들한테 창 던져! 저것들 자폭하는 괴물이란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명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습니다. 모두 창 내놔!”

나는 명수가 저것들을 맞출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퇴치제를 쏘아내 놈들의 발목을 묶기 시작한 것.

내가 쏘아대는 퇴치제가 거슬렸는지, 저놈들도 방향을 바꾸거나 나름의 회피 기동을 하긴 했다.

그런다고 내가 못 맞출 것 같냐?

이래 뵈도 특등사수였다.

이것들아!

퐁! 포옹!

경쾌한 소음이 울려 퍼질 때마다 라운드밤 무리는 잠시 멈춰서야 했다.

처음의 속도는 진즉에 잃어버린 지 오래.

명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쉬이익!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간 창이 멈춰서 있던 라운드밤에 가 꽂힌다.

쾅.

나이스 샷!

잘한다. 우리 명수!

명수 놈이 던지는 창은 빗나가는 게 없었다.

수십에 달했던 라운드밤은 어느새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든 상태.

쉴 새 없이 쏘아댄 퇴치제 때문인지 놈들이 다가오는 속도는 느릿하게 걸어오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창을 던지려는 명수를 붙잡았다.

텁!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는 녀석.

“사장님,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있습...”

“니 부하들에게도 기회는 줘야지!”

물론 니가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경비대 전체가 강해지는 게 좋지 않겠니?

“아.”

잠시 주춤하던 명수가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전 대원! 투창 공격을 시작한다!”

“네!”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경비대 놈들도 산발적으로 창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명수만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던지는 것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명수도 바삐 움직이며 대원들이 더 정확하게 창을 던질 수 있도록 지도했다.

퇴치제를 쏘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땅에 심은 상추가 쑥쑥 자라는 것 같구먼!

쾅!

콰앙!

한동안 울려 퍼지던 폭음이 어느 순간 뚝 그쳤다.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오던 괴물들은 흔적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전멸해 버린 뒤.

던져진 변형창들은 살짝 그을리기만 했을 뿐, 제 모습을 멀쩡히 유지하고 있었다.

“꼴좋다. 망할 것들.”

그러니까 누가 여기로 오래?

흥!

만일을 대비해 조금 더 멀리 부하들을 보냈던 명수가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확인했어?”

“네. 이게 끝이었습니다.”

“그럼 됐어. 복귀해!”

“모두 복귀한다!”

나는 명수와 경비대를 이끌고 보무도 당당하게 공장으로 돌아왔다.

“문 열어라!”

안에 있던 광운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막 공장 부지에 발을 딛던 나는 순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응?”

쉘터로 돌려보냈던 직원 놈들과 입주민들이 나와 있었다.

이놈들은 또 왜 나와 있어?

그 이유는 문을 지키고 있던 광운이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쉬지 않고 폭음이 들려오니...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것들이!

숨어 있으라니까 왜 바깥으로 기어 나오는 건데?

후.

마음 같아선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긴장한 녀석들의 얼굴을 보고선 나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하긴 라운드밤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보통 큰 게 아니긴 했지.

나도 흠칫흠칫 놀랄 정도였으니까.

“끄응.”

어쩌겠어.

우리 호갱님들을 안심시켜 드려야지.

혹시라도 다음번 월세 낼 때 도망가면 어떻게 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마침 생각나는 게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입을 열었다.

“흠흠!”

자기들끼리 뭐라 속삭이던 입주민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모여든다.

난 주먹 쥔 양손을 번쩍 치켜들어 보였다.

“입주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리 쉘터는 안전합니다!”

뭐야.

다들 표정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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