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배은망덕한 개놈시키
“주동자들은 지금 본사로 압송해오고 있다 합니다.”
“오케이.”
이제 중독자들을 다시 개과천선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본사와 지사 중독자들한테도 잊지 말고 사약, 아니. 해독제 먹이고.”
“네, 회장님.”
“어차피 겉모습은 라씨와 똑같으니 좋답시고 먹을 거다.”
뭐 혹시 눈치가 빨라 안 먹어도 상관은 없었다.
거기 간수들이 입을 친절하게 벌려줄 테니.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처벌 문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딱히 봐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처벌하지는 마.”
마약이라면 엄한 처벌을 강조했을 터.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음료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니 녀석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마신 게 좀 컸다.
그렇다고 아무런 처벌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처벌은 하되 너무 강하게 때리진 말라는 거지.
이상한 거 주워 먹으면 뭣 될 수 있음을 이번 기회에 알려주면 충분해.
단 그 사고 낸 시키는 예외!
난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현황을 확인했다.
기존 판매글에 상품만 해독제로 바꿔둔 탓에 해독제는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중.
중독자들이 정신을 차리는 과정에서 온갖 악평과 욕설이 상품평에 등록되었지만, 그 정도는 우스웠다.
어차피 해독제 다 뿌리면 판매글 터트릴 건데 뭐.
그리고 돈 벌려면 가끔은 욕을 먹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니들이 욕한다고 내가 멈출 거 같냐?
아직 중독자가 소수 남아있긴 하지만 며칠 내로 완전히 박멸될 가능성이 높았다.
라씨 공장은 인도로 나간 국방청 애들이 탈탈 털었으니까 더는 구할 곳도 없고.
“무난하게 정리되겠구만.”
“네, 회장님.”
잔고를 확인한 내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계좌 잔고: 3,000억 원.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을 청소하던 와중에 라씨 판매수익과 수수료 등을 합쳐 500억을 꿀꺽했거든.
별이 다섯 개!
500억!
여기에 예전에 미처 처분하지 않은 금괴랑 다이아몬드는 따로였으니···.
살맛 난다!
얼쑤!
“박 실장.”
“네.”
“인도랑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나가는 게 내일이었나?”
“내일모레입니다. 물량을 좀 미리 확보하자고 건의가 올라와서요.”
흠.
그렇단 말이지.
“따로 지시할 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
“이번에 새로 나가는 지역에서 프로모션 좀 진행해 보는 게 어때? 할인이든 +1 행사든.”
“+1 행사는 물량 문제 때문에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할인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요. 최대 할인 폭은 어느 정도가 괜찮을까요?”
짜식이.
눈치껏 좀 하면 얼마나 좋아?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머릿속에서 계산을 돌렸다.
“물량 문제가 없는 제품에 한해서 1+1 행사하고, 할인은 최대 50%까지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나가는 박 실장을 보며 의자에 등을 기대려는 찰나.
지이잉!
책상에 올려두었던 ‘카드’가 부르르 진동했다.
내 취향을 반영한 검은색 스마트폰.
-김동팔.
사실 뽑아두기는 했는데 딱히 쓸 일이 없었다.
어지간한 업무 지시는 무전기로 했기 때문.
혀를 찬 나는 스마트폰을 집었다.
-회장님!
“넌 임마 무전기 놔두고 왜 폰을 쓰냐?”
-안 그럼 회장님 폰 안 쓰시고 시계로 쓰실 거잖아요.
나는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시키가 어떻게 알았지?
인도네시아를 가더니 주술사를 따로 영입했나?
-공사는 70% 정도 진행됐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사 건물도 이제 막 올라갔어요.
“그래?”
난 공사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비록 그리디 건설 애들이 나만큼 건물을 빨리 올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북한 등지에서 나름 경험이 쌓인 인력.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거였다.
“교육은?”
-당연히 그것도 하고 있죠.
술라웨어 섬은 일종의 거점도시이자 지사가 될 곳.
당연히 그곳은 본사랑 동일한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했다.
그리고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력.
시설은 그냥 지어두면 유지 보수만 하면 되지만, 인력은 교육을 제대로 해둬야 했다.
“태도는 어때?”
-뭐··· 나쁘지는 않습니다.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동팔이가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 그리 썩 좋지는 않은 모양.
한국 사람들이야 어지간해서는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동남아 사람들은 편차가 좀 크더라고.
“쉽지 않겠지만 잘 좀 굴려봐.”
-네네, 계속 지켜보다가 업무에 투입될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되면 일 한번 시켜보려고요.
“에헤이, 그건 아니지!”
-네?
실무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아끼고 있어?
“지금 교육할 때부터 쉬운 거부터 시켜봐야지! 나중에 교육 다 시켜두고 투입했는데 어라 안 맞네? 이 지랄 할 거냐?”
-그, 그건 좀 그렇겠죠.
“이럼 걔도 그렇고 우리도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나 저놈들이나 서로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고!”
일 시켜서 하는 거 좀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후딱 교체해서 새로운 놈 키우고 해야지.
그래, 안 그래?
-알겠습니다.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교육 커리큘럼을 살짝 손볼게요.
“오케이.”
또 말할 게···
아.
“메일 확인했냐?”
-오늘 아침에 온 거 말씀이시죠? 당연히 확인했죠. 근데 이거 좀 시기상조 아닐까요? 이런 시국에 관광시설이라니···.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당장은 니켈 광산이 가장 중요했다.
마법 아티팩트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충당해오는 곳.
하지만 꼭 그것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는 법.
니켈 광산 자체는 섬 안쪽 깊숙한 곳에 있으니 해안가를 관광지로 써먹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뭐 바다로 유명한 곳이야 많긴 하겠다만···.
저기 푸른 바다도 보니까 나쁘지 않더라고.
인프라 조성만 잘 해두면 충분히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사도 나름 이런저런 시설 세우고 잘 해두고 있지만, 그래도 바닷가 관광지 하나 정도는 있음 좋잖아?
“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
퍼니랜드랑 유흥업소에서 하루 이틀 놀게 한 다음, 수송기 태워서 인도네시아로 보내는 거지.
거기선 멋진 바닷가와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힐링!
잘 꾸며보면 괜찮을 거 같은데?
“좀만 더 고생해라. 그래도 이제 슬슬 끝이 보이네.”
-하하, 그래도 생각보단 있을 만합니다. 본사와는 달리 공사 지역 떠나면 조용한 편이고. 와이프와 떨어져 있으니 좋, 아니. 슬프기도 하고요.
“오케이, 증거 확보!”
너 방금 그 말 내가 책임지고 와이프한테 전달해주마.
-회, 회장님. 방금 그건 실수였습니다. 설마 치사하게 고자질하실 건 아니죠?
“난 매우 치사하지. 속도 좁고. 그러니까 와이프한테 꼭 전달해야겠다.”
-회장님!
“응? 전화 상태가 왜 이래? 여보세요?”
-들리시면서 안 들리시는 척하지 마세요! 아무튼 방금 그 발언은 비밀입니···.
뚝.
전화를 끊은 내가 끅끅 웃었다.
어디 똥줄 좀 타봐라.
넌 너의 주둥아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
난 비서진과 함께 병원 바로 옆에 세워진 새로운 건물에 발을 디뎠다.
지어진 지 하루도 안 된 따끈따끈한 건물.
건설을 맡았던 현장 책임자가 나를 안내하며 건물 소개를 해나갔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부 인테리어와 장식에 신경을 좀 썼습니다. 공간도 넉넉하게 배정했고요.”
나는 내부 시설을 꼼꼼히 살폈다.
이곳은 병원 별관으로 쓰일 곳.
하지만 옆에 있는 본관과 달리 일반인 진료용은 아니었다.
뭐 급하면 시설을 교체해서 쓸 수 있게 해놓긴 했지만···.
아무튼 기본적으로는 VIP 전용.
때문에 내부를 꾸미는 게 본관이랑 같을 수는 없었다.
이곳은 기본이 1인실이고, 그 1인실에 보호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같이 붙어 있었다.
저층은 입원실과 진료실, 그리고 각종 시설들이 들어올 예정.
저층과 고층 경계에는 본관과 별관을 잇는 하늘다리도 설치되어 있었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으로 향했다.
고층에는 수술실과 응급처치실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병원 본관에는 1-2층에 수술실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완전히 반대되는 형태였다.
“옥상에 수송기들이 내리면 곧장 이곳으로 내려올 수 있게 동선을 짜두었습니다.”
“흐음.”
“각 착륙장 앞에 엘리베이터를 하나씩 설치했죠. 안전하고 빠르게 환자를 수술실로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옥상에 한번 가보자고.”
“네, 이쪽입니다.”
옥상에는 5개의 착륙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책임자 말대로 각 착륙장 앞에는 엘리베이터가 하나씩 설치된 상태.
또한 어중간하게 남은 공간에는 잔디와 꽃 따위를 심어 그럴듯한 풍경을 만들기까지.
“고생했다.”
“아이고, 아닙니다. 회장님.”
나는 옆에 있던 정훈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병원장이 보기엔 어떤 거 같냐?”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아직 실제 운영에 들어간 게 아니니··· 시범 운영을 하면서 세세한 부분을 보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케이. 실사는 여까지만 하는 걸로. 니들은 가서 할 일 해라.”
나는 병원장과 현장 책임자를 모두 돌려보냈다.
“우린 느긋하게 구경하고 가자고. 니들도 보고 이상한 거 있으면 메모해둬라. 나중에 전달해주게.”
“네, 회장님.”
뿔뿔이 흩어지는 직원 녀석들.
나 역시 뒷짐 지고 느긋이 옥상을 돌아다녔다.
한적한 게 마음에 드는구만.
허허.
발걸음을 옮기던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건 또 뭐야.”
분명 나랑 관계자들을 빼면 아무도 없어야 할 옥상에 웬 꼬맹이가 있었다.
마치 자기 집에 온 것마냥 사방을 헤집으며.
뒤늦게 내가 다가오는 걸 알아챈 꼬맹이가 흠칫하더니 기둥 뒤로 가 숨는다.
“누, 누구세요?”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넌 누구야?”
꼬맹이가 환자복에 환자용 패딩을 입고 있는 거 봐선 본관에 입원해 있는 녀석 같았다.
내가 분명히 별관 정식 오픈 때까지 하늘다리 잠가두라고 했는데.
“이리 와.”
잠시 쭈뼛거리던 꼬맹이가 쪼르륵 달려온다.
난 녀석을 번쩍 안아 들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
“···걷다 보니 왔어요.”
“여기 분명히 출입금지 딱지 붙어 있었을 텐데?”
흠칫하는 것도 잠시.
꼬맹이가 자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요 맹랑한 것.
감히 누구 앞에서 머리를 굴려?
너 방금 흠칫할 때 이미 들통났어.
“어린놈이 벌써부터 구라나 치고 말이야.”
“거짓말 아니에요!”
쯧.
내가 큰 놈이면 아주 조졌을 텐데···.
애시키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
“밖은 추우니까 내가 데려다주마.”
“싫어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녀석.
“왜 싫어? 안 춥냐?”
“춥긴 한데··· 안에 있으면 심심해요.”
“얼씨구.”
좋을 때다.
이 녀석아.
“내가 안 심심하게 놀아줄 테니까 안에 들어가자. 오케이?”
“···거짓말 같은데.”
“이놈이? 내가 너 같은 핏덩어리한테 뭣하러 거짓말을 해!”
“아, 알았어요.”
녀석을 동의를 받은 내가 본관으로 향했다.
어린이 병동이면···
본관 3층 서쪽 코너겠지.
엘리베이터와 하늘다리를 거치니 어린이 병동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데스크에서 근무를 서던 간호사가 날 보곤 화들짝 놀란다.
“회, 회장님!”
“고생들이 많아. 이 꼬맹이 병실은 어디냐?”
“저기 318호입니다.”
내가 주변을 살폈다.
흠.
마침 저쪽에 애매하게 남는 공간이 있네?
엄청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협소하지도 않은, 살짝은 애매한 넓이의 공간.
“야, 꼬맹아.”
“김한울이에요!”
“그래 한울아.”
내가 손으로 그 남는 공간을 가리켰다.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마술 같은 거요?”
“그래, 마술.”
나는 스킬을 사용해 저 공간의 설계도를 일부 수정했다.
유리벽이랑 문 하나 더 만들고···
그 안쪽에는 몇 가지 물건 더 들여다 놓고.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수정 공사 중···.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저 혼자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안팎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벽이 세워지고, 꼬맹이들도 혼자 열 수 있는 가벼운 문이 설치된다.
미끄럼틀이 설치되고 큼지막한 에어풀장이 들어섰다.
“우, 우와!”
“어때? 심심하다고 해봐서 내가 힘 좀 써봤는데.”
고개를 홱 돌린 꼬맹이가 앙증맞은 손으로 따봉을 해 보인다.
“할아버지 최고!”
“컥!”
나는 순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
할아버지?
이 배은망덕한 개놈 시키!
내가 어딜 봐서 할아버지로 보여!
나 아직 한창이라고!
건설 취소!
뭐야.
왜 취소가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