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악덕 사장-233화 (233/241)

233. 타이밍 좋구만!

두두두두!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눈을 뜬 로버트 회장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함께 움직였던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비행장 근처를 날아다니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땅.

쿵-

헬기가 완전히 착륙했음을 알아챈 로버트 회장이 거침없이 헬기에서 내렸다.

정장을 입은 사내가 그를 향해 서둘러 달려오고 있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사내가 로버트 회장에게 목례했다.

“안녕하십니까. 연구소장 앤드류입니다. 제가 오늘 회장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래,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

“네, 회장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식 웃은 로버트 회장이 연구소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영광까지야.”

“저쪽에 차량을 준비해 뒀습니다.”

연구소장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선 채.

두 사람은 그중 중간에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출발하지.”

“네!”

속도를 올린 차량들은 금방 비행장을 벗어났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거의 없었던 비행장 인근과 달리, 조금 떨어진 곳에는 버려진 건물 따위가 방치되어 있었다.

- 호위대에 알린다. 전방 3.2Km 지점에서 다수의 괴물 발견.

- 목표 확인. 탱고 1과 2가 처리하겠다.

뒤에서 따라오던 아파치 헬기들 중 일부가 재빨리 앞으로 치고 나아갔다.

쿠어어어어!

아파치를 발견한 괴물들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위협했지만, 헬기 사수들은 경고 없이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푸쉬쉬쉭!

포드에서 쏘아져 나간 로켓 수십 발이 무자비하게 괴물들을 후려쳤다.

폭발과 함께 쓸려나가는 무리.

순식간에 모든 로켓을 쏴버린 탱고 1이 자리를 이탈하고, 탱고 2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 Fire.

콰콰콰-!

화염이 다소 잦아들었을 땐, 괴물들은 이미 시커멓게 탄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 여기 탱고 1, 위협 제거 완료.

- 확인. 지상 안전 확보. 그라운드 원, 속도를 올려도 좋다.

- ETA 7분.

“괴물들이 자주 나오나?”

“종종 나옵니다.”

“여기 정도면 연구소에서 꽤 가까운 곳일 텐데?”

“연구소 자체 방어에는 무리가 없기도 하고, 유사시 표본으로 쓰기 위해 일부러 방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하.”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차량은 어느새 웬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사방이 막혀있고 들어온 방향만 뚫린 채.

외부 공격과 침입에 방어하기 좋은 지형이었다.

미리 나와 있던 연구소 인력들이 로버트 회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앵커리지 연구소 방문을 환영합니다. 회장님!”

“다들 이리 나와 있어도 되나? 연구에 투입되어 있어야 할 놈들 아니야?”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

화들짝 놀란 연구소장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회, 회장님. 여기 나온 이들은 비필수 인원입니다. 연구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 뭐 그렇다면야.”

“일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아파트 건물처럼 보였지만, 안쪽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에는 무장한 경비 병력과 간이 초소들이 드글드글했고, 천장에는 원격으로 조종되는 기관총 터렛들까지 설치된 상태.

바깥에서 보였던 창문들은 3미터 이상의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있었다.

이곳에 침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문으로 올 수밖에 없는 형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연구소장이 층수 버튼이 있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을 툭툭 건드렸다.

덜컹!

아래로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 지하 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비들이 연구소장과 로버트 회장을 보고는 옆으로 물러섰다.

복도를 따라 움직이자 나오는 2개의 갈림길.

연구소장은 로버트 회장을 왼쪽으로 이끌었다.

“우선 슈퍼맨 프로젝트 결과물부터 보시겠습니다.”

슈퍼맨 프로젝트는 ‘초인’을 양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프로젝트였다.

약물과 유전자 구조 변경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연구.

우즈베키스탄 시설에서 하던 연구와도 일정 부분 겹치는 영역이 존재했다.

“회장님, 혹시 지난번 기억하십니까?”

“새로운 연구진 추가된 거 말하는 건가?”

연구소장에게는 연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실험체 확보, 추가 연구진 충원 등 다양한 권한을 로버트 회장에게 보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방식.

약 한 달 전 그가 보고를 올린 적이 있었다.

새로운 인재들을 찾아 연구진에 추가했다고.

기억을 되감던 로버트 회장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기억나는군. 국방부 소속 과학자들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하하, 맞습니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미합중국 국방부에서는 ‘슈퍼 솔져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었다.

히어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런 초인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

“근데 그자들이 왜?”

“최근 그 과학자들 덕분에 연구에 진전이 있었습니다.”

“호오?”

“목표하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한동안 진전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했지?”

“그건 직접 보여드리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

공터에서는 십 수명의 실험체들과 연구진, 그리고 수십에 달하는 경비들이 모여 있었다.

실험체들은 연구진의 지시에 따라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고, 경비들이 그런 그들을 감시하는 방식.

성큼성큼 걸어간 연구소장이 박수쳤다.

짝짝!

“387번 빼고 모두 철수해!”

고개 숙인 연구진들이 실험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모습을 감췄다.

사람으로 가득하던 공터가 순식간에 텅 비어버릴 정도.

이제 공터에 남은 실험체는 단 한 개체였다.

타오르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젊은 여성.

살짝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가?”

“네, 회장님.”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괴물들 식으로 말씀드리면 최소 익스퍼트,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마나도 쓸 수 있고?”

“물론입니다.”

연구원 하나가 다가가 실험체에게 검을 내밀었다.

이를 받아든 실험체가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츠츠츳!

푸르스름한 빛이 검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버트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마음에 드는군.”

셀라스 그룹에도 익스퍼트급 실력자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익스퍼트급 실력자들을 키우는 게 매우 어려웠기 때문.

그나마 확보한 이들도 바깥에 있던 이들을 셀라스 그룹의 품으로 끌어안은 경우였다.

그런데 그 숫자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게 된다면?

그럼 그 누구도 셀라스 그룹 앞에서 거만해지지 못할 터였다.

‘말 안 듣는 동생 녀석도.’

동생을 떠올린 로버트 회장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지금까지는 그가 형이라 봐주고 있었을 뿐.

하지만 동생 놈이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 역시 최후의 수단을 쓸 의향이 있었다.

‘그 녀석만 다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압도적인 무력을 이용하여 동생 놈의 기반을 모조리 박살 낸다면?

그럼 그놈도 어쩔 수 없으리라.

“당연히 세뇌 작업은 되어 있는 거겠지?”

“네, 우즈베키스탄 쪽에서 연구한 것을 일부 개량했습니다. 신체 능력을 개화시키면서 강제로 정신도 개조하는 거라 세뇌가 풀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성공 확률은 어떻지?”

연구소장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공손히 건넸다.

태블릿에는 실험 성공 확률이 날짜별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초기 시술은 21% 확률이었으나 지금은 성공 확률을 54%까지 올려둔 상태입니다.”

“하하! 벌써 절반이라니! 아주 좋아!”

로버트 회장은 연구원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실험체를 구경했다.

표정이 살짝 멍한 것만 빼면 그가 알던 익스퍼트급 실력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신체 능력은 베테랑 군인들을 능가했고, 마나를 두른 검은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모든 장애물을 잘라냈다.

“우선 시술의 성공률을 70%까지 끌어올리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소드 마스터.”

“네.”

로버트 회장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얼마든지 요청하도록. 괜히 효율 따진다고 머리 굴릴 필요 없어. 모든 자원을 다 써서라도 연구를 완성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거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여전히 날뛰는 실험체를 힐끔 본 로버트 회장이 몸을 홱 돌렸다.

“그럼 다음 프로젝트로 가자고.”

방금까지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

침을 꿀꺽 삼킨 연구소장이 재빨리 로버트 회장의 뒤를 따랐다.

“키메라 프로젝트는 어때?”

“현재 진행 중인데 약간의 난관이 있습니다.”

“난관? 무슨 난관?”

잠시 머뭇거리던 연구소장이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키메라 프로젝트는 극도로 위험한 괴물들의 특장점을 모아 하나의 몸에 심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요. 지난번 보고 시점까지는 그 충돌을 비교적 잘 조정해 왔는데...최근 들어서 그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로버트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뭘 이식했길래?”

“1주전 켈리포니아 남부에서 발견되었던 D라는 놈이 있습니다. 그놈은 주변으로 독을 퍼트리는데, 어지간한 이들은 독에 닿는 순간 숨이 끊어집니다. 그 능력을 잘 제어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 명을 제압할 수 있죠.”

‘괜찮은데?’

“그런데 D의 능력을 키메라에게 이식하는 순간 다른 신체 부위가 모두 썩어들어갑니다.”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고?”

“저희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 지켜봤는데...거의 키메라가 죽기 직전까지 가버려서 황급히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다행히 그 순간부터 키메라의 자가 치유 능력이 발동되었고요.”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췄다.

앞에 놓인 커다란 유리관.

그 관에는 웬 사람이 발가벗은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 Project CHIMERA.

체구가 조금 작은 것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어디 뿔이 나온 것도 아니었고, 날개가 달려있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말이야.”

“네, 회장님.”

“혈청을 써보는 건 어때? A타입 혈청. 독이 문제라면 독을 견딜 수 있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혈청도 저희가 써봤...“

로버트 회장이 손을 휘휘 저어 연구소장의 입을 막았다.

“기껏해봐야 1인분 썼을 거 아니야. 그냥 한 수십 개 때려 박아 보라고. 그 정도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가 치유 능력이랑 시너지 효과를 낼 거 같은데.”

“...한 번 해보겠습니다.”

“A타입 혈청은 내가 곧 이송 명령을 내리지.”

시간을 확인한 로버트 회장이 혀를 찼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난 먼저 가봐야겠다.”

“고생하셨습니다.”

“난 알아서 갈 테니 자네는 연구로 복귀하라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던 로버트 회장이 잠시 멈칫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네?”

“키메라한테 세뇌 거는 거 확실히 해. 저렇게 위험한 놈이 우리 말을 안 들으면 그거만큼 끔찍한 일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연구소장이 멀어지는 로버트 회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무언가도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

아니.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냐.

이거 누가 내 욕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귀를 후빈 내가 경매장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쁘지 않네.”

지난번 하청 업체를 흔들어 확보한 점유율은 비교적 무난하게 방어되고 있었다.

물론 셀라스 그룹에서도 며칠 전부터 자체 생산으로 확보한 물량을 밀어 넣기하고 있긴 한데...

뭐 이런 도전을 거부할 수는 없지.

“회장님.”

“어.”

“지난번 말씀하신 거 관련해서 보고 드릴게 있습니다.”

지난번이라면...

아.

해피 먼데이 그거?

“말해봐.”

“셀라스 그룹의 경우 매달 한 번씩 월요일에 특정 물품을 할인하는 ‘해피 먼데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 방식을 참고하되 조금 다르게 가면 어떨까 싶어서요.”

“어떤 식으로?”

“셀라스 그룹은 한달에 한 번이지만, 우리 그리디 산업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가는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야.

그렇게 행사를 자주하면 내 이익이 깎...

“아니야.”

당장은 깎이긴 하겠지.

근데 손해는 아니잖아?

나야 부자재나 원재료 비용 소모가 없으니까 이익이 줄어들 뿐.

셀라스 그룹을 밀어낼 때까지만 하면 되지 않을까?

거기서 깎인 이득은 다른 시장에서 확보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쌓여있는 유보금도 충분하고.

- 1조 5815억.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오케이! 일주일에 한 번! 그리디 데이 가보자.”

“네, 그럼 준비해서 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나가는 최 비서를 보던 내가 흠칫했다.

- Level UP!

- 아포칼립스 재벌 [Lv.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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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굿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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