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악덕 사장-237화 (237/241)

237. 내 사유재산들!!!!!

“준비는 다 되었느냐?”

“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모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아프리카에서의 계획이 실패한 이후, 그는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모스크가 한 것은 상대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것.

그 결과 그는 지구가 사실상 2명의 인간에게 점령당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디 산업의 회장과.

셀라스 그룹의 회장.

놀랍게도 두 세력의 수장은 쌍둥이 형제였다.

“이래서 인간들이 미개한 것이다. 같은 배에서 나온 짐승들도 자기들끼리 싸우지 않는 법인데.”

“속하도 처음에는 놀랐사옵니다.”

“흠...”

턱을 만지작거리던 모스크가 고개를 들었다.

“네게 묻겠다.”

“하문하소서.”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그리디 산업과 셀라스 그룹 둘 중 어느 곳을 칠 것 같더냐?”

침묵하고 있던 권속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라면 두 곳을 모두 치겠사옵니다.”

“...두 곳을 모두? 어찌하여?”

“모스크님께서 더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뜻을 이해한 모스크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서로 싸우게 만들자는 것이구나?”

권속이 말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두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다 생각하고 싸울 터. 신경이 쏠려있는 틈을 타 위대한 존재를 모시는 데 필요한 자원을 수급하는 것이렸다.”

“바로 그것입니다. 모스크님. 그렇지 않아도 두 인간은 서로를 미워하고 있는 상황. 불만 잘 붙여준다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나서는 것이지.”

위대한 존재를 모시는데 필요한 자원은 모두 모았을 터.

설사 조금 부족해도 상관은 없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자원을 보충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전쟁터만큼 자원을 보충하기 좋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말이다.”

“...”

“위대한 존재께서 막 나오셨을 때 잠시 머무를 몸이 필요하겠던데. 그냥 영혼 상태로 현신하시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여러모로 제약이 크지 않겠느냐.”

“마침 적당한 몸이 있습니다.”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스크.

권속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셀라스 그룹에서 연구하던 그 인조 생명체가 있지 않습니까?”

“아!”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조 생명체.

셀라스 그룹에서는 그걸 ‘키메라’라고 불렀다.

“하긴 그 정도면 위대한 존재께서 잠시 거주하기에는 나쁘지 않겠구나.”

모스크가 껄껄 웃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꾸나. 지금까지 준비된 것들을 양쪽에 모두 보내자꾸나.”

“네, 바로 시행하겠사옵니다.”

***

“회장님? 오늘 법제위 일정 있으십니다.”

“아, 그게 오늘이었어?”

에라이.

한창 빡 집중하고 있었는데.

한숨을 쉰 나는 하던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몸을 일으켰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정이라면 취소했거나 연기했겠지만, 이 법제위 일정은 꽤나 중요했다.

“그나마 같은 건물이라서 다행이네.”

“하하, 그렇긴 하죠.”

엘리베이터를 탄 나는 중간층에서 내렸다.

띵!

문이 열리고 보이는 사무실의 전경.

한쪽 벽에는 플랜카드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 (경) 법률제정위원회 발족 (축)

설립된 지 이제 겨우 며칠이 된 이 위원회가 할 일은 간단했다.

앞으로 본사와 지사 등 내 영역에서 쓰일 법률과 규칙을 만드는 것.

여기서 만들어진 법률과 각종 규칙들은 내 심사를 거쳐 정식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정당방위 부분은 좀 더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에도 욕을 먹던 법이었습니다. 요즘은 어떻습니까? 우리야 그나마 사람처럼 살지만, 아직 모든 위험이 제거된 것은 아니란 말이죠.”

“정당방위 부분은 저도 민간 대표분 의견에 동감합니다.”

“아니면 그 조건을 이렇게 설정해 보는 게 어떨까요?”

“음, 그 정도면 괜찮...회장님!”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법제위 위원들은 내가 코앞까지 다가가고 나서야 내 존재를 알아챘다.

후다닥 일어나는 위원들을 향해 내가 손을 내저었다.

“뭘 일어들 나냐? 얼렁 앉아라.”

나는 녀석들이 헛소리할까 봐 재빨리 간이 의자 하나를 가져와 앉았다.

“내가 좀 더 빨리 왔었어야 했는데 일하느라 늦었어.”

“아이고 아닙니다! 회장님 바쁘신 거 모르는 사람이 여기 있을까요.”

“맞습니다. 오히려 저희 때문에 시간 버리신 거 아닐까 좀 걱정되는걸요.”

짜식들.

입 좀 털 줄 아는데?

제법이야.

그러니 계속 털어보도록.

“일은 좀 할만하냐?”

“솔직히 쉽지는 않은 문제라 진도가 빠르지는 않지만...그래도 진전은 되고 있습니다.”

내가 탁자 위를 슥 훑었다.

기존 대한민국 법전과 각종 서류 자료들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채.

자료 곳곳에는 각 위원들의 메모와 기록이 적혀 있었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의 결과물.

탁자 한쪽에는 이미 결정과 의논이 끝난 것으로 보이는 자료들이 한곳에 모아져 있었고.

정말 다행히도 월급 루팡하는 놈들은 없는 것 같았다.

“회장님,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그간 한 일에 대한 대략적인 브리핑을 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지!”

나는 법제위 위원들의 브리핑을 귀 기울여 들었다.

법제위 구성은 다양한 편이었다.

일단 법률 전문가와 판사, 변호사 등이 당연히 포함되어있는 형태.

하지만 그들과는 별개로 민간 대표로 무작위 추첨 된 입주민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원래 입주민들을 넣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기존 우리나라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에 일반인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주요 부처 쪽에서도 한 명씩 담당자가 배정되어 의논에 참여하는 중.

참여한 녀석들이 많다보니 일이 느리게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구만.”

보고를 들은 내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노파심에서 강조하는데.”

“네, 귀담아 듣겠습니다.”

“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니들이 의논하고 있던 정당방위 법처럼 말이야.”

“네, 그 부분은 민간 대표 분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이것말고도 엄청 많지만...

뭐하러 그걸 다 구질구질하게 이야기하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뒤쪽에 서있던 비서실 직원에게 손짓했다.

“그거 가져와.”

비서실 직원이 미리 챙겨온 음료를 조심스레 탁자 한쪽 빈 공간에 올렸다.

그리디 푸드에서 출시한 신제품으로 몸에 좋은 요소만을 가득 조합한 야채 주스였다.

“이거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 거니까 잘 챙겨먹고.”

“감사합니다!”

“필요한 물품이나 그런 거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도록.”

격려를 마친 나도 곧장 일어났다.

화들짝 놀라 따라 일어나는 녀석들.

“회장님!”

“좀 더 있다 가시지 않고요.”

“얼씨구. 속으로는 빨리 가주세요 이러면서 안 그런 척은 엄청 하네.”

“에이, 저희가 언제요.”

“언제긴! 지금이지!”

어쨌든 니들도 일해야 하고, 나도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잖냐?

그러니 지금 웃으면서 헤어지는 게 낫지.

괜히 여기서 눈치 없이 뻐튕기면 서로 불편해진다고.

나는 나를 붙잡는 척하는 녀석들을 떼어놓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다음 일정도 외부일정인가?”

“네, 노인학교 개관식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다만 개관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으셔서...”

“걍 지금 설렁설렁 걸어가는 걸로 하자.”

“아, 네!”

어차피 집중하던 것도 깨졌는데.

산책 좀 한다 생각하고 느긋하게 걸어가지 뭐.

오랜만에 대낮 산책을 즐기게 된 나는 조금씩 뜨거워지는 햇살을 맞으며 광합성을 즐겼다.

지나가던 녀석들한테 아는 척도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다음 일정에 가까워진 상태.

나는 딱 알맞게 노인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배움은 끝이 없다.

- 인생 2막.

- 배워서 남 주냐? 회장 주지!

어...

저건 너무 노골적인가?

크흠!

나는 맨 꼭대기층에 있는 실내 강당으로 향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인 만큼 다수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채.

건설하던 놈들이 엘리베이터가 건물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했지만...

그건 그놈들이 아직 쌩쌩해서 하는 배부른 소리였다.

당장 나만 해도 계단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걸?

강당에 도착한 나는 직원을 따라 움직였다.

이미 참석자들은 모두 도착한 상태.

내가 도착했음을 전달받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

“오늘 개관식에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바로 노인학교가 오픈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분인데요.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디 산업 회장님이십니다!”

짝짝짝-

쏟아지는 박수 소리.

나는 손을 흔들어 주며 단상 위로 향했다.

참석자들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크흠, 여기 벌써부터 지루한 사람들이 있으니 내 할 말만 후딱 하...겠습니다.”

이거 원 노인네들이 너무 많아서 말 놓을 수가 없겠네.

끄응.

“하하.”

“이 건물 들어오면서도 봤을 겁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혹은 인생 2막.”

앉아있던 노인 몇몇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걱정을 사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습니다. 아이고 내 나이가 몇인데 뭘 배울 수나 있겠어? 이거 괜히 쪽만 팔리는 거 아니여?”

그래.

바로 거기.

3번째 줄 아지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쇼. 배우는 게 머리 아파요? 그럼 놀러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니 막말로 친구 분들 보려고, 바람 쐬려고 나오는 거 아닌가?”

“허허허.”

“물론 진지하게 배우려는 분들도 있을 거 압니다. 한글 공부를 못 하셨거나 아니면 젊은 놈들 못지않게 노익장을 뽐내려는 사람도 있겠죠.”

내가 가볍게 탁자를 내리쳤다.

“일하고 싶어요? 그럼 학교에서 열심히 배워보세요. 나이 먹었다고 일을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젊은 애들보다는 좀 어렵긴 하겠죠. 근데 불가능은 없다고 봅니다.”

“...”

나는 학교에 들어올 노인네들과 눈을 마주쳤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직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양반들이 몇몇 보였다.

좋아.

그 눈빛 좋아!

“아무쪼록 원하는 거 배우고 신나게 놀다 가십시다. 잡소리 끝. 아, 일어나지들 마시고! 그냥 앉아 계셔!”

내가 분명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노인네들이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댔다.

아니.

거 참.

말 엄청 안 들으시네들.

“오늘 이제 일정 없지?”

“네, 이제 집무실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오케이!”

내가 막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던 순간이었다.

“회장님!”

묵묵히 뒤따르던 광운이가 돌연 내 팔을 잡고 뒤쪽으로 끌어 당겼다.

“어어어?”

그리고 눈앞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굴을 두드리는 미세한 파편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괜찮으십니까? 다치신 곳은 없고요?”

“괘, 괜찮긴 한데...”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뭔가가 추락하면서 엘리베이터를 뚫고 지나간 것 같습니다.”

노인학교 앞쪽.

길거리 한 가운데에는 웬 커다란 알 같은 게 박힌 채.

차량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는지 운행을 멈춘 상태였다.

“회장님?”

“어.”

“알이...갈라지고 있습니다.”

“뭔 소리...진짜네?”

쩌저적!

알 정수리에서 시작된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껍질 틈새로 비죽 튀어나오는 팔다리.

광운이가 다급히 입을 열려했지만, 알이 완전히 깨지는 게 더 빨랐다.

따다닥!

키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벌레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모양새.

벌레들은 잠시 주변을 살피는가 싶더니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광운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회장님을 모셔!”

“잠깐!”

나는 나를 대피시키려 하는 경호국 대원들을 제지했다.

“난 됐으니까 저것들이나 가서 막아.”

“하지만 회장님! 회장님 대피가 우선입니다!”

이놈 시키가.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해?

광운이의 팔을 힘껏 움켜쥔 내가 소리쳤다.

“내 말이 우스워? 엉? 난 분명히 말했다! 가서 지켜! 내 사유재산들 지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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