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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상속자-64화 (64/180)

64화<무료 마지막>

아포칼립스의 상속자 64화

대대적인 개편이 시작되면서 강릉항 대원들 사이에서도 인원 변동이 발생했다.

아무래도 스스로 원하거나 부상 후유증이 큰 대원들이 은퇴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강릉항 내부에서는 전력 공백을 염려하는 이들이 반대 의견을 표했지만,

나는 그동안 강릉을 위한 헌신한 대원들을 위해 기꺼이 군사 고문 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렇게 남은 인원은 4분의 3정도.

이틀간 집에서 푹 쉰 강릉항 대원들은 아침 일찍 안목 해변으로 전원 집결했고,

그중에는 이번 개편을 기회 삼아 대원으로 자원한 경태 녀석과 가은이가 있었다.

“순찰은 너무 심심해서······.”

“절대 후회 안 할게요!”

말은 저렇게 해도 아마 내 옆을 계속 따라다니고 싶었던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체력, 근성, 경험, 그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으니 아마 합류에도 문제없겠지.

나는 또 투덕거리며 싸우는 그 둘을 배경 삼아 대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소집에 응했다는 건 사실상 앞으로도 쭉 이 일을 하겠다는 무언의 긍정이다.

내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대원들은 화답하며 시선을 집중해주었다.

“아시다시피 강릉 요새 연합은 조직이 개편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간 고생해주신 여러분들도 이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주 임무가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예. 이제 우리는 직접 타격, 대테러전, 특수 정찰, 정보전을 전담할 겁니다. 약칭은 편하게 특전대라 부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창립 의도만 따지면 서울 요새에 존재하는 특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굳이 부대 약칭으로 구분해 놓은 이유는 블랙 옵스, 즉 흑색 작전이라 불리는 임무는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임대가 내 어두운 그림자였다면 특전대는 모두가 동경하는 단체로 만들 것이다.

나는 얼떨떨해하는 대원들을 향해 빙긋 웃어준 뒤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했다.

“그동안 배운 건 모두 잊으십시오. 이제 여러분은 12명이 한 팀이 되어 인원마다 필요한 주특기를 새로 습득할 겁니다.”

테이블 위에는 미리 마련된 권총과 자동소총 그리고 군용 나이프가 놓여있었다.

철컥!

그중 대원들도 익숙한 러시아제 자동소총을 들어 장전한 뒤 해안가를 향해 겨누었다.

타앙!

파도를 따라 일렁이는 부표가 단발 사격 한 발로 펑 하고 터져 사라진다.

“물론 사격은 기본 중 기본입니다. 주총, 부무장, 그 외 화기도 다룰 수 있도록 하세요. 우리는 단순히 잘하는 게 아니라.”

타앙!

타앙!

타앙!

조준하고 쏜다. 조준하고 쏜다. 단발 사격 3번으로 해안가 부표 3개를 명중했다.

“완벽해야 합니다.”

그 어떠한 광학 장비에도 의존하지 않고 기계식 조준기로만 선보인 사격이다.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특임대는 기본적으로 숙달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질문 있습니까?”

모두가 입을 꾹 다문다. 묘하게 기가 죽은 분위기에 병아리들을 보는 것 같아 귀엽다.

하지만 역시 당차기 그지없는 가은이만큼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려 내게 질문했다.

“정말 배우면 할 수 있는 거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상은 재능이 필요하겠지만, 일정 수준은 노력으로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물론 피 좀 흘리고 그보다 많이 눈물 좀 흘려야 하는 건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오······!”

내 호언장담에 감탄한 가은이는 바로 옆자리 경태를 향해 무어라 속삭였다.

녀석의 표정이 점점 썩어가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대충 짐작됐다.

“그럼 시작하죠.”

당분간은 체력과 사격 훈련에 매진하며 기초적인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나는 병아리들을 직접 가르쳤던 그 마음으로 열심히 대원들을 굴리고 또 굴렸다.

“자, 한 번 더!”

사방에서 들려오는 곡소리와 울부짖음은 그 어떠한 클래식보다 감미로웠다.

* * *

당시 선 크루즈 호텔에서 있었던 회담 내용은 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내용은 단순한 ‘분쟁’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으로 번져갔고,

동해가 지배하던 삼척 지역의 치안과 질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원인은 분란의 싹을 자르려는 동해 시장의 일방적인 폭거였다.

‘다 끌고 나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소문을 퍼트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에 불을 지르고 무고한 민간인을 처형한다.

아무리 충성을 맹세해도 늘어난 할당량은 채우지 못하면 몽둥이로 때려죽였다.

수치, 짜증, 열등감, 히스테릭.

그날 동해 시장이 느꼈던 분노는 고스란히 다른 약자를 향해 쏟아졌다.

‘이러다 죽는다.’

비명과 절규가 가득한 소강상태는 그렇게 이틀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도를 넘는 공포 정치에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도 살기 위한 선택을 내려야 했다.

‘도망치자.’

정동진에 분명 철책이 설치되었다고 했다.

그곳으로 도망만 칠 수 있다면 강릉 시장 박범석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다.

근거도, 사실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목숨을 건 대대적인 대탈출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삼척 사람들을 살리고 싶은 동해 시장의 딸 박수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아 씨. 이거 정말 괜찮을까······?”

“할 수 있어요. 정동진 경계면까지만 가면 놈들도 더 어쩌지 못할 거에요.”

몰래 파놓은 개구멍을 앞에 두고 3~40명쯤 되는 삼척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100명이 넘게 출발했는데 여기까지 오느라 죽고 잡혀, 겨우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박수아는 이를 꽉 깨물며 힘든 결단을 내렸다.

“제가 시선을 끌게요.”

“수아 씨······!”

“친딸인데 죽이기야 하겠어요? 제가 신호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곧장 뛰세요.”

박수아는 사람들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초소로 향했다.

갑자기 등장한 침입자에 깜짝 놀란 초병은 황급히 총구를 겨누며 외쳤다.

“정지! 누구냐!”

“박수아에요. 어머님 대신 왔어요.”

“어, 어? 따님분께서 여긴 왜······.”

박수아의 얼굴을 알아본 초병이 어딘가 찝찝한 얼굴로 총구를 내렸다.

민병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이라 박수아를 발견 즉시 잡아 오라는 시장의 명령을 숙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행이야.

안도한 박수아는 능숙하게 연기했다.

“시찰을 돌라고 하셔서요.”

“아아.”

의심 많은 돼지 마녀 년이 기어코 친딸을 보내 이곳을 시찰하라 했구나.

헤헤, 그나저나 이쁘네.

신참 초병은 아무런 의심 없이 철책 주변 상황을 설명해주려고 했다.

“야! 뭐해!”

“상철이 형님?”

“초소 벗어나지 말라고 했지 새끼야! 그리고 누가 왔으면 나한테 보고를. 어, 어?”

오줌을 누고 온 선임 초병이 박수아를 보자마자 허둥지둥 총구를 겨누려고 했다.

턱!

하지만 그녀는 한발 먼저 신참 초병이 차고 있던 권총을 뺏어 허공에 쐈다.

타아아앙!

총성이 울렸다.

동시에 저 멀리 숨어 있던 삼척 사람들이 철책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년이!”

퍽!

경악한 선임 초병은 개머리판으로 박수아를 내려친 뒤 서둘러 초소로 달려갔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엥 - - - - !!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린다.

비상 상황을 알리는 무전이 울리며 건들건들 경계를 서던 민병대가 우르르 몰려왔다.

‘아, 아파······.’

얼굴이 반쯤 피범벅이 된 박수아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쏴! 그냥 쏴버려!”

“시발! 좆됐다, 진짜!”

하지만 곧 이어지는 난리 통에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흐릿한 할아버지의 얼굴, 사진으로만 봤던 사촌 오빠가 이상하게 머리를 맴돌았다.

* * *

봄이 오자 확장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겨우내 쌓아온 역량과 새롭게 유입한 인구가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물론 이를 처리해야 하는 행정 쪽에서 매일 끝없는 야근과 철야가 이어졌지만,

점점 옛 모습을 찾아가는 강릉 풍경을 보고 있자면 그 피로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는 강릉과는 다르게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타세요.”

“감사합니다, Mr 박.”

치료제 문제로 조급해하던 미연방이 드디어 서울 요새와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기무사령관 모가지가 날아감에 따라 김태하 소장이 잘 끼어든 모양이다.

덕분에 강릉에서 보호 중이었던 제임스도 드디어 미연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그간 책임져주지 못했던 미안함을 담아 접선 장소까지 직접 운전해주기로 했다.

부우우우웅 - - -!

차량은 한참 해안도로를 달렸다.

한참 운전 중 무심코 옆을 바라보니 제임스가 슬픈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뇨, 그냥 기분이 이상해서요.”

“왜요?”

“하하, 벌써 정이라도 든 건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로 경력과는 맞지 않은 험지로 파견된 제임스 요원이다.

그동안 강릉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놓고는 그사이 또 정이 들어버린 모양.

참 이상한 양반이네.

이게 바로 미국 감성인가?

나는 아련한 눈동자를 글썽이는 제임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량은 마침 해안도로를 지나 접견 장소인 정동진 항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부우웅, 끼익.

정동진 지역이 중요해짐에 따라 항구도 자연스레 강릉 연합이 점거하게 됐다.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된 선착장에는 이미 일본 국적 선박이 정박해 있었다.

“저희 쪽 맞습니다.”

CIA가 직접 왔다. 신원을 확인한 나는 제임스와 함께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상대측에선 선글라스를 쓴 한 백인 여성이 또각또각 내려와 우리를 반겼다.

“반갑습니다, 박범석 씨.”

유창한 한국어가 들린다.

그녀는 불쌍한 제임스를 순식간에 지나치더니 내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니, 너희들 친구 구하러 온 거 아니었니? 나는 얼떨결에 손을 잡고 악수했다.

“저······.”

“알아서 타세요.”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지 기가 팍 죽어버린 제임스는 비틀비틀 선박으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슬픈 눈으로 고개를 숙이기에 손을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해줬다.

“- - - - - - -.”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나를 관찰하던 그녀가 빙긋 웃었다.

“미연방 요원을 보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치료제 건에도 관여하셨죠?”

“아뇨, 우연이었는데요.”

“저희는 그런 것도 실력으로 쳐요. 상황을 주도하지 않아도 상황은 만드셨으니까요.”

과대평가해 줘서 고마운데 껄끄러운 CIA랑 오순도순 수다 떨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조용히 대답을 씹으며 미국산 손님들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 주기를 원했다.

“범석 씨.”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위성 전화기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무슨 뜻입니까, 이건.”

“미연방은 친구를 좋아합니다. 특히 능력이 있는 친구는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죠.”

“이런 이야기는 서울 요새랑 하시죠.”

“서울은 더 이상 관계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 미연방은 강릉. 아니, 범석 씨 개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서울 요새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이건가.

하긴 지난번 데인 기억이 있으니 다른 방안을 찾아놓으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일단 가지고 계십시오. 중위님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평소라면 콧방귀로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 상사의 충고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점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한반도 쪽 영향력이 줄었다고 해도 미연방이라는 이름값이 무거우니까.

나는 지끈거리는 미간을 찡그리며 위성 전화기를 그냥 받으려고 했다.

타앙! 탕!

드르륵, 드륵!

그런데 그 순간 저 멀리 강릉~동해 간 철책에서 콩 볶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이 부근에서 있는 초소로 무전을 날렸다.

“무슨 일입니까?”

[동해 측에서 난 총성입니다! 저희 쪽으로 쏜 건 아닌 것 같은데······어?]

산발적이던 총성이 길어진다. 재차 응답을 요구한 나는 황급히 차량에 올라탔다.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곧바로 항구로 빠져나와 총성이 발생한 철책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초소병이 경악한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왔다.

[놈들이 민간인을 향해 발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쪽으로 넘어오려고 하는 중이에요!]

동해 쪽에서 민간인이 빠져나오고 그런 민간인을 동해 쪽에서 사살하려고 한다.

순간 어이가 없어진 나는 곧 가겠다는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도로를 가로질렀다.

부우우우웅 - - -!!

저 멀리 철책이 보인다.

벌써 준비 태세를 끝낸 우리 측 초소병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대기 중이었다.

끼익!

“시장님!”

“사격 준비하세요.”

“예!”

초소병이 보고한 대로 동해 쪽에선 대대적인 민간인 탈출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해 쪽 민병대들은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

지영아아아!

희생자가 속출한다.

학살 현장이나 다름이 없다.

한 아이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광경에 나는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사격! 엄호해!”

아무리 세상이 이 지경 이 꼴이 됐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분노한 초소병들은 동해 쪽 철책으로 총구를 돌려 엄호 사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

기관총 두 대가 압도적인 화력을 쏟아내며 함부로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한다.

나는 즉각 철책 문을 열라고 지시한 뒤 직접 소총을 챙겨 민간인을 엄호했다.

타앙! 탕!

설마 우리가 대응할 줄은 몰랐는지 동해 놈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사이 산과 수풀을 헤쳐 나온 민간인들은 하나둘 철책 앞으로 도착했다.

“이쪽이에요!”

“빨리 호송 요청해!”

아무리 봄이라도 날씨가 춥다.

그런데 도망쳐온 이들은 하나 같이 거적때기 같은 옷에 몸은 깡말라 있었다.

조금 당황한 초소병들은 서둘러 담요를 덮어주며 철책 문을 닫으려고 했다.

“잠, 잠시만요!”

그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한 아줌마가 닫히려는 문을 황급히 부여잡았다.

“아직 못 온 사람이 있어요!”

“예? 또 있습니까?”

장전 중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100m쯤 앞에 총을 맞아 쓰러진 아이를 등에 업고 달려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어째선지 동해 측 민병대들 그런 여자를 지목하며 황급히 총구를 돌리려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에이 시발! 나는 초소병 몇 명과 함께 철책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장님이 가신다! 엄호해!”

“재장전! 빨리 재장전!”

이런 꼴을 보기 싫어서 서울 요새를 나온 건데 어째 세상은 바뀌지가 않는다.

나는 불현듯 몰려온 트라우마를 떨쳐내며 여자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빗발치는 총알과 총성, 당장 사격을 멈추라는 확성기 소음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타앙!

“·········!”

그 순간 상대측 초소에서 발사된 총알 한 발이 그녀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 - - -쾅!

참다못한 강릉 초소병 중 하나가 박격포를 설치해 멀리 떨어진 곳에 경고 포격했다.

깜짝 놀란 놈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나는 그사이 쓰러진 여자 옆에 엄폐했다.

동해 놈들이 미치지 않은 이상 나를 조준 사격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흐윽, 흑.”

허벅지에서 피가 줄줄 샌다. 여자 또한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재빨리 소총 탄띠를 분리해 피가 흐르는 환부 위쪽으로 묶어 지혈했다.

그리고 그녀와 총을 맞은 아이를 등에 둘러업고 다시 철책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저, 저기.”

그런데 그 순간 손을 벌벌 떨던 갈색 머리 여자가 내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범석 오빠······맞아요?”

뭐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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