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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상속자-78화 (78/180)

<아포칼립스의 상속자 78화>

“빨리 위치부터 잡아!”

적의 선제공격에 대원들은 즉각 무기를 챙겨 갑판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와! 싸움이다!

나 또한 예비용으로 챙겨온 자동 소총을 챙겨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탁!

“형님.”

“억!”

하지만 문지방을 채 넘기도 전 경태한테 제지당해 꼼짝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참관이나 하세요!”

그 모습에 깔깔 웃은 가은이는 지정 사수소총을 챙겨 선교 위로 올라갔다.

그사이 벌써 사격 위치를 잡은 대원들이 놈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다!!

타앙! 탕! 탕!

그냥 상선인 줄 알고 공격했는데 무슨 특수부대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 상황이다.

중국 놈들은 어지간히 놀랐는지 황급히 뱃머리를 옆으로 돌리려고 했다.

“곱게는 못 보내지.”

하지만 선장 어르신은 능숙하게 뱃머리를 돌려 놈들을 집요하게 따라갔다.

때마침 총알이 엔진 쪽을 관통했는지 검은 연기와 함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RPG!]

무전이 시끄럽게 울린다.

방금 RPG-7을 발사했던 놈이 그사이 장전을 끝내고 다시 이쪽으로 탄두를 겨눴다.

아무리 우리 선박이 크기가 더 크더라도 RPG를 정면으로 맞으면 위험해진다.

타앙!

하지만 놈은 방아쇠를 당겨보기도 전 그대로 가슴이 꿰뚫려 앞으로 꼬꾸라진다.

선교 위로 올라가 있던 가은이가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가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나이스!]

무전으로 감탄과 환호가 이어진다.

위협이 사라진 대원들은 마음껏 방아쇠를 당겨 놈들을 빠르게 제압했고,

한 2분쯤 지나자 가뜩이나 고물이던 놈들의 선박은 아예 멈춰버리고 말았다.

[처리할까요?]

“아니, 몇 놈 잡아 와.”

잡아 오라는 지시에 덩치 좋은 대원들이 놈들의 선박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타앙! 탕!

저항하는 놈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고 항복하는 새끼들만 포로로 잡는다.

그렇게 얼굴이 멍투성이인 포로 세 명은 팔다리가 묶인 채 갑판으로 끌려 나왔다.

“- - - - - -!!”

그중 제일 서열이 높아 보이는 하나가 입에 거품을 물며 내게 뭐라 소리쳤다.

“뭐라는 거냐?”

“반쯤 욕인데요.”

콰직!

욕이라는 말에 군홧발로 얼굴을 걷어찬다.

졸지에 코뼈와 이빨이 부러져버린 놈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나머지 두 놈은 경악하며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치익!

[시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는데요.]

놈들의 선박을 조사하던 대원들이 무언가를 한 아름 들고 갑판으로 걸어왔다.

후두둑.

봉지를 열고 바닥에 털자 엄청난 양의 옷가지와 소지품이 후두둑 쏟아져 나온다.

그 광경에 조용히 담배를 태우고 있던 선장 어르신이 불쾌한 얼굴로 읊조렸다.

“꽃게 장사하는 놈들이구먼.”

“어부 말입니까?”

“아니, 사람 장사 말이야. 만만한 어선이나 선상난민만 노려서 잡아가는 놈들이지.”

보통 화물선을 노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보니 어선이나 선상난민만을 노려 강도와 인신매매를 일삼는 집단이라고 한다.

선장 어르신은 놈들을 쏘아보며 이미 죽거나 팔려 갔을 유품들을 수습했다.

“늙으면 늙었다고, 어리면 시끄럽다고 바다로 휙휙 던지는 놈들이야. 우리 뱃사람들은 이 새끼들 사람으로 취급 안 해.”

약탈자 중에 급을 나눠보면 이놈들은 아마 가장 깊은 심연에 있을 쓰레기가 아닐까.

아름답게만 보이던 바다의 이면을 목격한 대원들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런 새끼들이 우린 왜 공격해?”

화물선까지는 아니어도 요시다 호 정도면 손에 꼽힐 만큼 큰 중형 상선이다.

어선만 노려서 공격한다는 놈들치고는 과감함을 넘어 무리한 판단이었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분명 무전으로 키를 돌리라고 했지.

아니면 공격하겠다고 말이야.

약탈자 새끼들이 보통 이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딱 한 가지뿐이다.

“본거지 위치 물어봐.”

이 새끼들 본거지가 따로 있다.

내가 넌지시 힌트를 던져주자 문 상사는 금세 알아듣고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꽉!

그리고 아까 욕을 내뱉던 놈의 머리채를 끌고 나와 뒤통수에 권총을 겨눴다.

문 상사는 어깨너머로 배운 중국어로 본거지 위치가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캬악, 퉤!

하지만 놈은 피가 섞인 침을 퉤 뱉으며 도리어 듣기 거북한 욕설을 내뱉었다.

탕!

풍덩!

이에 표정을 굳힌 문 상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쏴버린 뒤 놈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 - - - - -!!”

바, 바로 쏴버린다고?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놈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버렸다.

“다음.”

문 상사는 권총을 까닥이며 둘 중 하나만 알아서 나오라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리 악독한 놈들도 진짜 호랑이 앞에서는 한 마리 연약한 양에 불과했다.

“제, 제가 잘 압네다!”

중국인인 척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한 남자가 빠르게 한국말로 태세 전환을 했다.

이 배신자 새끼!

이에 나머지 한 놈은 비명과 함께 어딘가로 끌려갔고 곧 바다와 한 몸이 됐다.

* * *

포로로 잡은 놈의 안내를 따라 정해진 항로에서 벗어나 동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망망대해 위에서 놈들의 본거지를 발견해냈다.

“······존나 크네?”

거대한 크기의 크루즈 선박이 마치 하나의 섬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다.

그 압도적인 크기에 압도당한 나는 저게 얼마쯤 팔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타이후 새끼들이에요!”

그런데 그 순간 망원경으로 크루즈를 살피던 송지영이 깜짝 놀라 외쳤다.

이에 특임대 소속이었던 문 상사와 최 대위도 타이후라는 말에 얼굴을 굳혔다.

“아는 놈들이야?”

“서해에선 유명한 놈들이에요. 선배도 아시잖아요? 서울이 왜 강릉이랑 무역하는지.”

서울 소유 화물선을 전부 털어갔다는 게 바로 저 타이후라는 새끼들이었어?

덕분에 강릉이 중개 무역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여기가 동해라는 거다.

“시발, 본거지를 옮긴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서해 물류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듦에 따라 놈들도 본거지를 동해로 옮겼다.

동해 무역에 모든 걸 의존하고 있는 강릉으로선 엄청난 악재나 다름없었다.

“- - - - - -.”

내부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피곤함을 느낀 나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대처 방안을 하나둘 떠올려 보았다.

‘아마 범인도 놈들이겠지.’

화물선과 엠마를 납치한 범인은 아마 80% 확률로 저놈들 소행일 것이다.

다만, 문제는 단순히 구출뿐만 아니라 놈들을 여기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지, 만약 활동하게 뒀으면 서울 요새 꼴이 날 뻔했다.

“일단 본부에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본부에 이 소식을 전하라 말한 지시한 제임스를 데리고 갑판 밖으로 나왔다.

“저기 잡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구출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크기가 큰 크루즈 선박인 만큼 배 안으로 들어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들어간다고 해도 엠마가 멀쩡하게 살아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면 됩니다.”

이에 동의를 표한 제임스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도는 해보죠.”

“감사합니다.”

살아있으면 구출해오고 만약 죽었으면 놈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나는 표정이 어두운 제임스의 어깨를 툭툭 쳐준 뒤 다시 선교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뒤 태식 씨로부터 무전이 왔다.

치익.

[시장님, 접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예. 일단 쓸만한 상선을 수배해서 전부 개조 지시를 내렸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쪽 석 화물선에도 협조를 요청해놨고요.]

석탄을 거래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요새도 우리와 거래가 끊기면 곤란한 건 매한가지다.

평소 긴밀하게 쌓아온 협력 관계인 만큼 아마 요청을 기꺼이 받아줄 것이다.

[거기까지 도착하는데 아마 8시간 이상걸릴 겁니다. 특전대 먼저 움직이실 겁니까?]

나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주황빛 일몰이 가라앉는 바다를 바라봤다.

“일단 내부만 확인해보려 합니다.”

[도착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무리하지 마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뚝.

해가 지려면 2시간 정도 남았다.

이 정도면 밥 먹고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시면서 작전을 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두 모여봐.”

무전기를 내려놓은 나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갑판으로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 * *

철썩, 철썩.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바다 위를 두 척의 무동력 고무보트가 빠르게 나아간다.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접근한 보트는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멈춰 섰다.

“으, 시궁창 냄새.”

“이거 걸레 아니에요?”

나를 포함한 일행 여섯은 작전 복을 벗고 놈들에게서 뺏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허름하고 냄새를 풍기는 게 영락없는 해적이었다.

“안 들키겠죠?”

“정말 어지간히 재수 없는 거 아니면 안들킬 겁니다. 말투만 조금 조심하세요.”

타이후 크루즈 선은 하루에도 수천 명이 넘는 해적들이 오가는 해상 거점이다.

우리가 몰래 들어가서 돌아다닌다고 해도 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희는 근처에 숨어 있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생기시면 바로 후퇴하십시오.”

그리고 혹여나 들켰다고 하더라도 함께 온 대원들이 퇴로에서 대기 중이니 걱정 없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위장을 끝낸 대원들을 데리고 크루즈 1층으로 잠입했다.

‘개판이군.’

1층 선박 복도에는 온갖 쓰레기와 구토 그리고 더러운 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푼 우리는 복도를 가로질러 갑판으로 향했다.

‘멈춰.’

오늘치 약탈을 끝내고 돌아온 놈들이 갑판 이곳저곳에 늘어져 술판을 벌이고 있다.

여긴 유동 인구가 너무 많다.

되도록 피해서 가자.

나는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곧 6층짜리 객실과 그 복도와 연결되는 비상계단을 하나 찾아냈다.

‘셋, 셋. 나누자.’

나, 경태, 은서.

송지영, 문 상사, 제임스.

팀마다 객실 층 3개씩을 도맡아 수색하기로 하고 비상계단에서 헤어졌다.

우리는 가장 먼저 크루즈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층 꼭대기로 향했다.

‘더럽게 크네, 시발.’

이게 바다에 뜬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크루즈 선박의 규모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동시에 이곳을 전부 뒤져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나는 납치된 엠마가 부디 살아있어 주길 빌며 6층 객실부터 빠르게 수색했다.

터벅, 터벅, 터벅.

6층은 특실이 몰려있어서 그런가, 대부분 방이 불이 꺼져 있고 무척 한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각자 흩어져 객실 하나하나를 내부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꺄아아아악!”

그런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한 여성의 애달픈 비명이 들려왔다.

“살,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힐끔 고개를 돌려 복도를 살핀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여성이 한 해적한테 잡혀 강제로 끌려오고 있었다.

‘쉿.’

나는 일단 빈 객실에 숨어 놈이 여자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608호 객실이 닫히자마자 일행들과 함께 재빨리 문 앞까지 접근했다.

문 너머로는 시끄러운 중국어와 함께 여성의 비명이 연신 들려오고 있었다.

‘처리하자.’

머리가 멀쩡하다면 본인이 갇혀있던 위치 정도는 충분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수신호를 보내자 경태는 주머니에서 신발 끈을 꺼내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덜컹!

꽉!

“커억, 컥!”

그리고 역겹기 짝이 없는 중국 놈 뒤로 다가가 신발 끈으로 목을 낚아챘다.

우두둑!

동시에 있는 힘껏 힘을 주자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추욱 늘어졌다.

“좆같은 쓰레기 새끼.”

경태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욕설과 함께 시체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힉!”

여자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다 이내 제 입을 틀어막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눈치가 빠른 여자다.

은서는 재빨리 이불로 몸을 감싸주며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사이 나는 제임스에게 받은 사진 한 장을 꺼내 얼굴 바로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렇게 생긴 여자 본 적 있습니까?”

주변에서 보기 드문 백인 여성이니 아마 인상착의만 봐도 충분히 알 것이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그녀가 얼른 입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렸다.

“본, 본 적 있어요.”

“어디서요?”

“지하요······ 지하 1층에서 봤어요.”

찾았다!

나는 즉각 무전기를 꺼내 3층에서 수색중인 송지영을 향해 합류를 지시했다.

“찾았어. 1층에서 보자.”

그리고 우리가 구한 여자를 데리고 객실을 빠져나와 5층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제부턴 시간이 생명이다.

여자는 대원들이 대기 중인 쪽으로 보내고 곧바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찌릿!

그런데 그 순간 여태 멀쩡하던 감각이 한발자국 먼저 본능을 잡아끌었다.

뭐?

‘위험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일행들을 붙잡았다.

콰아아앙!

쿠르르르르릉 -!!

찢어지는 폭음과 함께 크루즈 선이 중심을 잃을 것처럼 옆으로 기우뚱한다.

“형님!”

“꽉 잡아!”

깜짝 놀란 우리는 서로의 몸과 꾹 움켜잡으며 필사적으로 버티고 섰다.

배가 양옆으로 출렁인다.

그 사이 저 아래 크루즈 선박 밑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퇴로에서 대기 중이던 최 대위가 깜짝 놀라 무전을 해왔다.

“모릅니다! 지하에서 일어난 폭발이에요!”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기에 일단 권총부터 꺼내 장전했다.

철컥!

젠장, 어째 일이 쉽게 풀린다더니.

복귀전은 역시 화려한 폭발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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