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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상속자-105화 (105/180)

105화

치익!

[군락입니다!]

[군락? 군락이 이런 섬에 왜······.]

오고 가는 무전이 바빠진다.

뜬금없는 군락의 등장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외딴 무인도에 군락이 생긴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사방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형님!”

“준비됐습니다.”

군락 경험이 적은 정보사 대원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이미 이골이 난 특전대원들은 어느새 싸울 준비를 끝냈다.

“주입기 몇 발 있어?”

“5발 정도 챙겼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는데, 역시나 꼼꼼한 가은이가 주입기 화살을 챙겨왔다.

이를 발사할 조립형 크로스 보우까지 있으니 50m 안쪽에서 군락을 저격하면 될 터.

이미 결단을 내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침 정보사 대위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어쩌실 겁니까?”

“막아야죠.”

“후퇴 안 하시고요?”

“이 정도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상황이라면 모를까, 무장 화물선도 건재하고 인원 구성 또한 넉넉하다.

거기다 상대는 갓 태어난 군락, 아직 변이종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놈이다.

내버려 뒀다가 사태를 키우느니 지금 감염체를 막고 군락을 소거하는 게 옳았다.

“이동합니다!”

나는 에덴동산이 세운 콘크리트 건물 중 가장 높은 구조물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이에 문 상사와 송지영을 필두로 모든 대원이 건물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끼이이이이익 - - - -!!

그러자 마침 군락이 보낸 감염체 무리가 200m 안쪽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놈은 두려움에 질려버린 나머지 그 어떠한 대책도 없이 일단 감염체부터 보낸 것이다.

“올라가! 빨리!”

“입구부터 막겠습니다!”

빠르게 건물 안으로 진입한 대원들은 가장 높은 옥상으로 우르르 올라갔다.

그사이 나와 1팀은 내부에 있는 가구들을 들어 몽땅 1층 계단으로 집어 던졌다.

끽해야 공격 몇 번이면 뚫릴 방어벽이지만, 화력이 충분히 있으니 해볼 만했다.

나는 정보사 대원들에게 진입로를 막으라 지시한 뒤 서둘러 옥상으로 향했다.

치익!

“들리십니까?”

[예, 시장님!]

“감염체 무리가 몰려오는 경로를 따라가보면 분명 군락 둥지 출구가 보일 겁니다. 거기다 대충 놓고 그냥 갈겨버리십시오.”

[알겠습니다!]

군락이 둥지를 만들만한 높은 산이나 우거진 숲이 없는 조그마한 무인도다.

둥지 출구만 포착된다면 무식하게 몰려오는 감염체는 그저 움직이는 과녁이었다.

[찾았습니다!]

“쏘세요!”

투쾅!

사격 지시가 내려지자 무장 화물선이 기다렸다는 곡사포 사격을 시작했다.

콰아아앙 - - -!!

거의 직사로 날아간 고폭탄은 무리 지어 몰려오던 무리 한가운데 명중한다.

덕분에 이 건물을 향해 몰려오던 감염체는 거의 반절 가깝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관총 거치해!”

“빨리! 빨리 움직여!”

무장 화물선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 대원들은 재빠르게 방어 준비를 끝냈다.

때마침 저 멀리서 포격에서 살아남은 감염체 무리가 건물로 달려오고 있었다.

“쏴!”

[사격 개시!]

투다다다다다다 - - - - !!

옥상과 건물 창문에 거치된 경기관총이 일제히 불과 총성을 뿜기 시작했다.

투두둑, 힘겹게 포격 지대를 넘어오던 감염체들은 다져진 고기가 되어 쓰러졌고,

겨우 건물에 접근했다고 해도 진입로를 지키던 정보사 대원들로 인해 소거됐다.

군락이 진화하는 만큼, 이제는 군락을 상대하는 데에도 도가 튼 강릉 특전대.

대원들은 거의 90% 육박하는 명중률을 보여주며 효율적으로 놈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원체 인간을 상대한다는 가정하에 온 것이라 탄약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1시간은커녕 10분 내로 모든 탄약이 소진될 게 불 보듯 뻔했다.

[헬기 접근 중입니다.]

물론 그건 공중 지원이 없을 때 이야기고, 우리는 현재 서울과 함께 작전 중이다.

김태하 소장은 군산에서 대기 중이던 수송 헬리콥터를 빠르게 급파해주었다.

“빨리! 빨리!”

매서운 바람과 함께 옥상으로 접근한 헬리콥터가 물자를 빠르게 내려준다.

동시에 특공대까지 다른 건물로 투입이 되면서 빠르게 십자포화가 완성되었다.

투두두두두두두 - - - -!!

콰앙! 쾅!

한쪽에선 총알 세례, 다른 한쪽에선 곡사포가 퇴로를 막고 곡사포를 쏟아붓는다.

기세등등 둥지 밖으로 나왔던 감염체 무리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소거되었다.

“- - - - - -!!”

이를 둥지 안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을 군락이 극심한 공포를 호소한다.

갓 태어나 변이종도 생산하지 못한 와중에 자신들을 죽이기 위한 천적이라니!

아마 놈이 말할 수 있었다면 제발 살려달라고 연거푸 청하고 있었을 것이다.

‘포획할 수 있겠어.’

상황이 너무 유리하다.

이 정도면 군락 소거는 당연하고 포획까지 노려볼 수 있다.

짧은 찰나, 냉철하게 머리를 굴린 나는 이제 막 빠져나가려는 헬기를 호출했다.

“근처에 착륙할만한 공터가 있습니까?”

[예? 한 곳 있기는 한데······.]

“거기서 만납시다.”

제공권을 확보했으면 써먹어야지, 굳이 힘들게 걸어 군락을 찾을 필요는 없다.

헬리콥터를 근처 공터로 향하게 한 나는 소모한 탄약을 보충하며 1팀을 불렀다.

“주입기 챙겨서 따라와!”

그러자 무엇을 하려는지 단박에 눈치챈 대원들은 서둘러 장비를 챙겨 뒤따라왔다.

작전 난이도를 체감한 그들도 포획 기회가 왔다는 걸 어렴풋이 직감한 것이다.

탁! 탁! 탁! 탁!

[1팀 빠져나간다! 엄호해!]

순식간에 건물 밖을 빠져나가자 아군이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엄호해주기 시작한다.

덕분에 100m 정도 떨어진 공터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빨리 오십시오!”

벌써 공터에 도착한 헬리콥터는 산발적으로 몰려오는 감염체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에 방아쇠를 당기며 가세한 우리는 하나둘 수송용 헬리콥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가 어딥니까!”

“일단 한 바퀴 돌아보세요!”

상륙한 채 로터를 돌리고 있던 헬리콥터는 재빨리 하늘을 날아 공터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감염체 시체와 폭음으로 점철된 무인도를 빠른 속도로 훑기 시작한다.

“으아아, 살살 운전해주세요!”

“조용히 좀 해!”

한참 걸어야 할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하다니, 역시 수송용 헬리콥터가 좋긴 좋다.

나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을 만끽하며 감염체 무리의 경로를 눈으로 따라갔다.

찌릿!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왼쪽 눈 흉터가 반응하며 정확한 위치를 가리킨다.

아직도 감염체가 꾸역꾸역 새어 나오고 있는 저 출입구가 바로 군락의 둥지였다.

“저기!”

어디에 자리를 잡았나 했더니, 에덴동산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지하 벙커다.

출입구 위에서 한번 호버링한 헬리콥터는 곧 벙커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전 치십시오! 데리러 오겠습니다!”

조종사는 굳이 로프 강하할 필요 없도록 근처 구조물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나는 그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려준 뒤 대원들과 함께 벙커 입구로 달렸다.

철컥!

감염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출구와는 달리 벙커 입구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이미 개방되어있는 입구 안으로 빠르게 진입해 손전등으로 내부를 밝혔다.

“······방독면 착용.”

벙커 내부는 시체가 썩을 때 풍기는 역겨운 냄새와 가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대원들은 명령에 따라 즉각 방독면을 착용했고 곧 사방을 경계하며 진입했다.

후욱, 후욱.

눅눅하고 끈적한 내부 공기. 또, 음습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신도들이 숨어 살았다고 하기에는 거주지로 보이지 않는 불쾌하고 더러운 환경이다.

나는 한쪽 눈가를 찡그리며 군락이 느껴지는 벙커 내부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중위님, 이것 좀 보십시오.”

그리고 머지않아 에덴동산이 지하 벙커를 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짓을······.”

“진짜 미친놈들 아닙니까?”

실험실로 추정되는 공간에는 인간과 감염체들의 시체가 다수 발견이 되었다.

해부는 물론이고 인간과 감염체를 이어보는 생체 실험까지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비위가 강한 대원 중 하나가 구역질까지 호소했겠는가.

군락을 신으로 모시는 정신이상자 새끼들답게 하는 짓도 참 감염체를 닮았다.

“갑시다.”

시간이 잠시 지체됐다.

나는 대원들을 다시 이끌고 빠르게 연구실을 벗어났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벙커에서 군락을 찾으려면 조금 더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어갔을까, 유해 가스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 -!!

“정면 감염체 출현!”

저 멀리 어둡고 좁은 복도에서 감염체 수십 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온다.

나는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어 자세를 숙였고 나머지 대원들도 이에 가세했다.

탕! 타앙! 탕탕!

정면으로 겨눈 총구에 일시에 불을 뿜자 달려오던 놈들이 그대로 고꾸라진다.

하지만 겨우 몇 마리 잡았다고 해서 군락의 둥지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후방에도 옵니다!”

마치 미로처럼 연결된 벙커 안에는 수많은 감염체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후방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함께 나는 어쩔 수 없이 진입 속도를 올려야 했다.

탁, 탁, 탁, 탁!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린다.

총구를 들고내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마치 기계처럼, 정해진 시스템처럼 우리는 둥지의 심장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찌릿!

저 멀리 벙커 속 벙커, 깊숙한 지하와 이어지는 비상계단 하나를 발견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감각 신호가 재빨리 대원들을 이끌고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조명탄!”

삐이이이이이 - - - 펑!

내가 다급히 외치자 경태가 기다렸다는 듯 정면으로 조명탄을 발사했다.

그러자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과 함께 군락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이이이익 - - -!!

엄청난 파동이 느껴진다.

이는 군락이 현재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였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산란장으로 추정되는 오물 속에서 성장이 덜 된 감염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 상사!”

척하면 척 말뜻을 알아들은 문 상사가 일부 대원들을 데리고 후방을 틀어막는다.

나와 나머지 대원들과 함께 정면을 향해 달려가며 서둘러 유탄 발사기를 꺼냈다.

퐁!

콰아아앙 - - -!!

이제 슬슬 막바지다.

우리는 아껴온 화력을 모조리 사용하며 놈들을 몰아붙였다.

군락이 진화하듯 인간들 또한 엄청난 속도로 이 전장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형님!”

하지만 감염체 생성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군락이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나가리인 걸 알고 있는 경태와 가은이가 먼저 움직였다.

핑!

동시에 핀을 뽑은 파열 수류탄 더미가 감염체 무리 한가운데 덩그러니 떨어진다.

콰아아앙 - - -!!

순간 엄청난 폭발과 함께 바퀴벌레처럼 몰려오던 감염체 무리에 구멍이 생겼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가은이가 던져주는 크로스 보우를 받아 앞으로 뛰었다.

감염체들의 보호로부터 잠시 멀어진 군락이 점차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멈춰! 감히 천주님께······!”

그런데 그 순간 출구와 가까운 2층 발코니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얼굴 한쪽이 화상 흉터로 일그러진 그녀는 나를 가리키며 온갖 발악을 했다.

“이 사탄! 마귀! 이 악마 같은 놈! 천주시여! 이를 벌하소서! 새 세상을 열어주소서!”

도대체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혼자 안전한 곳에서 천주를 울부짖고 있었구나.

나는 끝까지 군락을 신이라고 믿는 교주를 보며 주입기를 빠르게 장전했다.

“오, 오오오······!”

그러자 군락이 마치 이에 호응하듯 갑자기 강렬한 파동을 보내며 꿈틀거렸다.

그사이 진화를 마친 걸까?

산란장에는 알비노 변이종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시시시싯, 시시시시.

익숙한 울음소리에 모습을 드러낸 변이종들은 곧 반격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풍! 푸욱!

“에?”

그런데 그 순간 허공을 가로지른 하얀색 화살 한 발이 그대로 군락에 명중했다.

흉측한 이를 드러내던 알비노 변이종도, 울부짖던 교주도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끼이이이익······.

치료제가 주입된 군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나는 변신을 기다려주는 타입이 아니다.

“천, 천주님······?”

그들의 신이 오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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