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146화 (146/167)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 146화

39장 조회수의 세계(1)

다가오는 시즌,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KH 캐논즈.

그들의 시즌 준비는 마치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자아, 세컨! 펑고 들어간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아악!!!”

플로리다의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일단 선수단에 부상자가 없었다.

부상자가 나오지 않으니, 모든 훈련은 코칭 스태프의 계획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

따악!

따악!

따아아악!

야수들이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빨랫줄 같은 타구는 외야 깊숙한 곳으로 쭉쭉 날아갔고, 슈우우우- 파앙!

슈우우우- 파앙!

슈우우우- 파아아앙!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마다 강렬한 포구음이 불펜 바깥에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야, 우리…… 올해 진짜 일 한번 치는 거 아냐?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헐, 너도 그래? 나도 요즘 내가 이상해. 자꾸만 시즌 개막이 기다려지는 것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들 덕분인지, 프런트 직원들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한가득.

이렇듯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던 스프링캠프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이 순조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영준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지난해 지섭이 그러했듯, 훈련보조원으로 들어온 신입들 중에는 연일 실수를 저지르는 이가 적지 않았고, “야! 이거 먹어! 먹고 가야지!!”

영양제를 챙겨 먹지 않는 선수들 때문에 매일 아침 100m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트레이너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24시간 조회수가…… 967회?’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리쉬는 이 사람.

그녀의 이름은 김소민. 31세.

KH 캐논즈의 유튜브 채널, [캐논즈tv]의 메인 피디였다.

* * *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이 유튜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대략 2010년대 중반으로 본다.

처음에는 홍보팀의 막내 직원들이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한두 개 업로드하는 수준이었다던가.

그러나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현재는 10개 구단 모두 전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채널의 운영을 맡겨둔 상태.

[캐논즈tv]의 김소민 피디 역시 그런 전문 업체 소속이었다.

“…….”

나름 실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구독자 수 100만 명 이상을 돌파하면 주어지는 ‘골드 버튼’과는 아쉽게도 아직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구독자 수 10만 명을 넘겼을 때 주어지는 ‘실버 버튼’은 이미 수차례 받아낸 사람.

야구로 치면 4번 타자까지는 아니지만 2번 타자나 6번 타자는 충분히 노려볼 만한 실적.

그런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에서도 제법 괜찮은 피디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었으나-그녀는 지금,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그녀가 메인 피디로 있는 [캐논즈tv]의 구독자 수는 고작 7만6천 명.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단연 최하위에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에이, 선배 잘못은 아니잖아요.”

김소민 피디가 심각한 표정으로 편집실에 들어왔을 때, 그녀의 후배 정병준 피디가 건넨 위로였다.

“야구단 유튜브는 팀의 인기도를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톡 까놓고 캐논즈가 전국적인 인기 구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정 피디가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그동안 캐논즈가 야구를 좀 못했어야죠. 다 떠났던 팬들, 이제야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캐논즈tv도 조금은 더 기다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뭐, 내 생각도 그렇기는 한데…….”

김소민 피디는 쓰게 웃었다.

“정작 클라이언트 쪽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라.”

“클라이언트면…… 캐논즈요?”

“응, 어제 대표님이 전화 와서 그러시더라고. 캐논즈에서 다른 유튜브 운영 업체를 알아보는 중인 것 같다던가.”

“예엣?!!”

눈을 동그랗게 뜨는 정 피디.

“그, 그럼 우리 팀은요? 해체되는 겁니까? 해체돼서 다른 팀으로 뿔뿔이 흩어진다거나…….”

어, 그건 안 되는데?!

정 피디가 김소민 피디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선배, 전 다른 피디님 밑에 들어가기 싫습니다! 영원히 김소민 팀에서 일할 생각이었다니까요?”

“아휴, 얘가 귀찮게 왜 이럴까.”

김 피디는 소매를 탈탈 털어 후배의 손길을 뿌리쳤다.

“호들갑 떨 거 없어. 계약 끊기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니? 새로운 팀에 가면 거기에 또 적응하면 되는 거잖아.”

“에이,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는 정 피디.

“저 선배 팀에 들어와서 그나마 제때 밥도 먹고 잠도 잡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어요?”

“…….”

“선배, 그러지 말고 방법을 한번 찾아보시죠! 캐논즈 사람들이 깜짝 놀랄 기획 같은 거!”

정 피디는 눈을 반짝 빛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영 시금털털했다.

“글쎄, 캐논즈에서 할 수 있는 기획……. 그런 게 있으려나?”

“에이, 머릿속엔 다 있으시면서! 언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중에 하나만 꺼내어 써도…….”

“병준아, 잠깐만.”

김소민 피디가 정 피디의 말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부르르- 부르르- 부르르르-

책상 위에 올려놓은 김 피디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발신자는,

캐논즈 홍보팀의 권대웅 대리.

* * *

그로부터 10여 분 뒤.

김소민 피디는 캐논즈 숙소 내부에 위치한 홍보팀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계약 해지 이야기를 꺼내려는 걸까’ 조금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으나,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

“그냥 전화로 말씀드릴까 하다가……. 역시 이런 이야기는 직접 얼굴을 보고 전해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홍보팀 권대웅 대리의 말이었다.

“언뜻 듣자니 우리 캐논즈에서 유튜브 운영 업체를 변경하려 한다는 소문이 도는 모양이던데……. 김 피디님, 그건 완전히 사실무근입니다.”

“사실무근이요?”

“예,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희 홍보팀은 그런 걸 고려한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권 대리가 말을 이었다.

“우리 캐논즈 유튜브가 다른 구단에 비해 조금 밀리고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게 어디 김 피디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김 피디의 후배와 똑같은 말을 하는 권대웅 대리였다.

“저희는 김 피디님이 애쓰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구단에 비해서 제약 조건이 터무니없이 많은 편인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편, 꼬박꼬박 영상을 업로드해 주시고 있으니까요.”

“…….”

“그러니 떠도는 풍문 따위에 마음 상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김 피디를 위로해 주는 권대웅 대리였다.

유튜브 운영 업체 변경을 고려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다.

평소의 김 피디였다면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섰을 이야기.

“…….”

그러나 이때 김 피디는 평소와 조금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잘못된 소식이었으나, 처음으로 캐논즈가 다른 회사를 고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학 시절부터 자신을 잘 따르던 후배가 ‘다른 팀에 가기 싫다’며 징징댔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며칠 밤을 새워 가며 편집한 영상들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일까.

그중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김 피디는 어느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정말…… 말씀드려도 되나요?”

“예?”

고개를 갸웃거리는 권 대리.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대리님께서 그러셨거든요.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도 된다고.”

김소민 피디의 말에 권 대리는 ‘아아’ 소리를 냈다.

“아, 예, 물론이지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당연히 지원을 해드려야죠!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권대웅 대리.

그러나 그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김 피디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하나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운영팀장님이요.”

김소민 피디가 권 대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대리님께서 운영팀장님을 설득해 주실 수 있을까요?”

* * *

김 피디의 입에서 ‘운영팀장’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권대웅 대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우, 운영팀장님이요?”

권 대리뿐만이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다른 팀 직원들도 일순간 행동이 정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김 피디를 바라보는 모습.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시즌부터 KH 캐논즈의 운영팀장을 맡은 사람은 차윤진 부장.

구단 내에서도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검은 커튼 차차’ 바로 그 사람이었으니까.

“우, 운영팀장님은 왜…….”

“대리님도 말씀하셨잖아요. 저희 유튜브 제작팀에 부과된 제약 조건이 적지 않다고.”

김 피디가 말을 이었다.

“유튜브 촬영은 원칙적으로 일과 시간 중에만 가능하다. 그 내용은 훈련 및 경기 스케치, 선수 인터뷰, 감독 인터뷰로 제한한다. 그 이외의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운영팀장의 사전 허락을 구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캐논즈tv]에 부과된 제약 조건을 나열하던 김소민 피디.

그녀의 시선이 권 대리를 향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대리님.”

“새로운 콘텐츠요?”

“예.”

“구, 구체적으로 어떤…….”

권 대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듯했지만, 사실 이때 김소민 피디는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처음 [캐논즈tv]를 맡았을 때 구상했던 그 많은 아이디어들이 정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도 늙었나? 아니면 그새 감이 떨어진 건가?’

그러나 이내 멘탈을 수습하는 김 피디였다.

업계 짬밥이 몇 년인가.

기껏해야 선수들 훈련 영상이나 편집해서 올리던 유튜브 채널, 이런 곳에 도입할 만한 아이디어쯤은 즉석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이곳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캠프 소개?”

“예,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콘셉트로요. 선수 한 명이 캠프를 돌면서 훈련장도 소개하고, 식당도 소개하고, 만나는 선수와 가볍게 인터뷰도 하고.”

음, 괜찮네.

가볍게 혼잣말을 하는 김 피디.

“훈련 영상도 좋고, 경기 영상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내용을 팬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드, 듣고 보니 나쁘지 않은 기획 같기는 합니다만…….”

이 기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운영팀장 차윤진 부장의 허락을 얻어내야만 한다.

자신이 ‘검은 커튼 차차’를 상대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권대웅 대리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젠장, 이를 어쩌지? 우리 팀장님은 한국에 계셔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물론 사전에 보고는 하겠지만, 운영팀장 설득은 본인의 역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홍보팀장 역시 ‘검은 커튼 차차’와 마주하는 걸 굉장히 껄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김 피디의 요청을 완전히 묵살하기엔, 권 대리는 사람이 너무 좋았다.

‘유튜브 제작팀 고생하는 거 뻔히 아는데,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아아, 그렇지?!’

손가락을 ‘딱’ 튕기는 권 대리.

그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김 피디를 돌아보았다.

“피디님, 그러니까 새로운 기획을 위해서 운영팀장님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긴 한데…….”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시죠!”

“예? 어딜요?”

“어디긴 어디에요? 당연히 운영팀장님 사무실이죠!”

자, 이쪽입니다.

걸음도 당당하게 앞장서기 시작하는 권대웅 대리의 모습.

김 피디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절부절못하더니……. 무슨 바람이 분 거지?’

그녀가 얻을 수 있었던 힌트는 딱 하나였다.

권 대리의 두툼한 손가락 사이로 살짝 보이던 그의 핸드폰 화면.

특보님 : 아, 대리님?

특보님 : 저 운영팀장님 방이요.

특보님 : 무슨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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