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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 시점-7화 (7/117)

아카데미 흑막 시점 7화

E섹터 28공업지구.

폐쇄된 스마일 식품공장 안쪽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혈랑의 간부회의가 진행되던 도중이었다.

타앙-! 타앙, 타앙-!

사무실 밖에서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 총성의 음색으로 보아 에너지 탄환을 쓰는 종류인 듯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간부들이 일제히 긴장하는 와중, 조금 뒤 누군가가 황급히 사무실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벌컥 문이 열리더니 부하 하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나타났다.

“보, 보스! 보고드릴 일이 있슴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조금 전 루드빅 녀석이 돌아오더니, 갑자기 미쳐서 총을 쏘면서 날뛰고 있슴다!”

“루드빅?”

루드빅이라면 아론 스팅레이를 상대하기 위해 보냈던 정예 중 한 명이었다.

에너지 소총은 루드빅이 애용하던 무기였으니, 조금 전의 총성 역시 그가 일으킨 소동일 가능성이 컸다.

“그 새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모, 모르겠슴다. 보스를 죽여야 우리가 다 살 수 있다니, 뭐라니 떠들면서…….”

타앙-! 투두두두두-!

보고하는 부하의 등 뒤로 총격전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루드빅에 맞서 다른 녀석들이 싸우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이게 무슨…….”

루드빅은 전투력도, 충성심도 유독 빼어났던 부하였다.

간부가 되기에 머리 쓰는 게 좀 부족해서 행동대원으로 놔뒀을 뿐, 데이비드는 여건만 된다면 그를 간부급으로 올릴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

그랬던 루드빅이 난데없이 아지트로 돌아와선 같은 갱단원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니, 솔직히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간부들이 입을 열었다.

“아론 스팅레이. 어쩌면 그 자식이 루드빅에게 뭔가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작전은 실패했다는 건가? 한심한 새끼들. 정예라는 놈들이 그런 부르주아 애새끼 하나한테 놀아나선…….”

“어떻게 합니까, 보스? 제가 가서 상황 정리할까요?”

“음.”

데이비드는 턱을 쓰다듬었다.

결국 아론 스팅레이 납치 작전은 실패한 모양이었다. 상황을 좀 더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데이비드가 물었다.

“현재 상황은?”

“지, 지금 연락 온 바로는 경비를 서던 막내 두 명이 죽었고, 다섯 명이 총에 맞았슴다. 이쪽에서도 몇 방 먹여 주긴 했는데 쉽게 죽질 않아서…….”

루드빅은 상당히 강한 적응자다.

아무리 일 대 다수라고 해도 평범한 조직원들이 상대하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밖에 없겠지.

데이비드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험악한 표정에 부하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아무튼 루드빅 녀석은 신경 안 쓰셔도 됨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슴다.”

“……아니.”

데이비드가 남들보다 두 배는 커다란 몸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내가 직접 한다.”

“보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간부 하나가 만류하는 척을 했으나 강하게 나서진 않았다. 자신들의 보스가 한 번 뱉은 말은 절대 번복하지 않는 인물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는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간부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따랐다.

복잡하게 개조된 복도를 지나 아지트 입구에 도착하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엄폐물을 끼고 서로 총을 쏘아대는 루드빅과 말단 조직원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녀석들도 몇 명 보였다.

그러다 데이비드가 등장하자, 그의 묵직한 존재감에 모두의 이목이 그곳으로 쏠렸다.

부하들은 마치 구세주를 영접한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두목님!”

“간부분들도 오셨어!”

간부 하나가 부하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보스가 직접 행차해야겠냐?! 엉?!”

“죄, 죄송합니다!”

“다 조용히.”

데이비드의 한마디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데이비드는 루드빅이 숨어 있는 엄폐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머리카락 하나 드러내지 않은 완벽한 엄폐였지만, 데이비드에겐 루드빅의 모습이 잘 보였다.

그가 장착한 [Lv.2 벽 관통 이미지 모듈(Wall Penetrating Image Module)] 덕분이었다.

루드빅은 엄폐물 뒤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몸 곳곳이 대(對)적응자용 총탄에 꿰뚫려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피부가 벗겨진 곳에서 금속으로 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거의 다 죽어 가는 꼴.

“루드빅.”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그는 천천히 루드빅이 숨은 곳을 향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어째서 우릴 배신한 거냐. 너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을 텐데.”

“다, 닥치고 그냥 뒈져어어어!”

투두두두두두!

루드빅은 순식간에 엄폐물에서 뛰쳐나와 데이비드를 향해 에너지 소총을 갈겨댔다. 하지만 그가 쏘아낸 에너지 탄환들은 데이비드의 피부를 단 1mm도 파고들지 못했다.

그의 피부에 닿은 탄두는 그대로 힘을 잃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소멸했다.

“씨발! 씨바알!”

“아론 스팅레이를 만난 모양이지? 그 자식이 네게 뭐라고 했던 거냐?”

“으아아아아!”

루드빅은 패닉에 빠진 채로 총알 세례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데이비드에게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철컥, 철컥.

이내 에너지 라이플의 탄창이 비어 버리자, 루드빅은 예비 권총을 꺼내어 데이비드의 미간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겨댔다.

“뒈져! 뒈지란 말이야아아아!”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납 탄두 역시 데이비드에겐 먹히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날아드는 탄환 따위는 간지럽다는 듯 받아내며 루드빅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덥석.

그의 큼지막한 오른손이 루드빅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팔을 들어 올리자, 루드빅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루드빅은 손아귀를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대답해라. 아론 스팅레이가 네게 뭐라고 한 거냐? 그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씨발…… 하하하……!”

데이비드의 질문에 루드빅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러나 그의 양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자의 눈이었다.

그리고 루드빅이 입을 열었다.

“우린 다 좆된 거야…… 너 때문에!”

“뭐라?”

“니 멍청한 명령 때문에 우린 다 그 새끼 손에 뒈지게 생겼―!”

루드빅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

데이비드는 오른손에 전달되는 무게가 갑자기 가벼워짐을 느꼈다.

털썩.

루드빅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서.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드디어 나타났군, 빅 데이비드. 너라면 이런 소란에 직접 나설 줄 알았다.”

낯선 사내의 미성(美聲).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우아하게 걸어왔다. 미끄러지듯 다가온 그 사내는 루드빅의 사체가 만들어 낸 피 웅덩이 직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올백으로 넘긴 검은 머리칼.

황금빛 예리한 시선이 데이비드의 몸체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곤 코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올려다봐야 하는군. 역시 실물은 더 큼지막했나.”

“네놈은――!”

아론 스팅레이.

데이비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사내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던 찰나, 엄청난 폭음과 함께 등 뒤에서 후끈한 열기가 뻗쳐왔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거대한 화염이 일렁이고 있었다. 원인 모를 화재가 아지트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근거지를 잃게 생긴 혈랑의 조직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부, 불이야아!”

“갑자기 왜 불이?!”

“어서 불을 꺼!”

그런 그들을 향해 아론이 중얼거렸다.

“모두 멈춰라. 살고 싶다면.”

싸늘한 냉기가 어린 목소리.

작은 크기였지만 모두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그 강렬한 존재감에 모든 이가 무심코 그를 돌아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경고가 피가 머리끝까지 솟은 갱단원들에게 먹힐 리 없었다.

“저 새끼가 뭔 개소리를!”

“분명 저 새끼가 범인이야!”

조직원들은 곧장 무기를 손에 집었다.

그러나-

“그런가. 살고 싶지 않은가.”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한마디.

그 순간 무기를 가장 먼저 쥐었던 인원 다섯 명의 머리가 바닥으로 털썩 떨어졌다. 루드빅이 죽은 것과 완전히 같은 방식이었다.

아론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조절이 어렵군. 이 컨디션으론 이 정도가 한계인가.”

“이, 이게 대체……!?”

이해할 수 없는 현상.

그러나 그 학살을 일으킨 것은 틀림없이 아론이었다. 그에 혈랑의 간부 하나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움직였다.

“이…… 이 미친 새끼가아아!!”

허나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그 간부 역시 조금 전의 다섯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었다.

털썩. 바닥으로 쓰러진 그의 몸이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한 조직원들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오직 데이비드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격을 시도했다.

“흐읍!”

데이비드는 아론의 시선이 잠시 딴 곳을 향한 틈을 노려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웅!

거대한 기둥과도 같은 팔이 아론을 향해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각종 신체강화 모듈을 장착한 그의 힘은 어지간한 적응자 따위는 일격에 산산조각 낼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격이 아론에게 닿기 직전, 데이비드의 주먹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마치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듯이.

“……!?”

어지간한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빅 데이비드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에 아론이 조롱하는 투로 물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지, 빅 데이비드? 소중한 부하들을 잃은 상황이? 아니, 대답하지 말거라. 딱히 네놈의 불쾌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물은 게 아니니.”

“너 이 자식……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것 같-!”

스윽.

아론이 손가락을 살짝 튕기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갱단원 한 명의 머리가 분리됐다.

데이비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대답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버러지 치곤 현명한 축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었건만, 아니었나?”

그제야 데이비드는 깨달았다.

아까 전 루드빅이 했던 말의 의미를.

-우린 다 좆된 거야…… 너 때문에!

그 말대로였다.

상대를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

세간에서 떠도는 아론 스팅레이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헛소문에 낚였던 탓에.

그리고 셰이드란 녀석에게서 얻은 각종 모듈들로 자신들이 훨씬 더 강해졌다는 착각에 빠졌던 탓에.

눈앞에 있는 아론은 절대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적어도 정면 승부로는 절대로.

데이비드는 즉각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하, 항복하겠다!”

그는 소리쳤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다.

빌어먹을 기업의 부르주아 따위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부터가 내장을 헤집는 듯이 고통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네게 뭘 잘못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부디 용서해다오. 무조건 항복하겠다.”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다…… 라고?”

아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데이비드는 이를 악물었다.

물론 암살대를 보내놓고서 하기에는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거짓말이었으나, 선택지가 없었다.

암살대를 보내서 미안하다! 라고 한들 사과가 먹힐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어떻게든 밑에 녀석들이 멋대로 저지른 짓이라고 둘러대는 수밖에.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다…… 아니, 지겠습니다. 보상도 하겠습니다.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데이비드는 자존심을 굽히고 무릎을 꿇었다. 다른 부하들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눈치였다.

아론이 되물었다.

“보상이라?”

“예.”

데이비드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 도시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기업의 장남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돈? 모듈? 기술? 사람?

모두 아니다.

이쪽이 유일하게 지닌 패는…….

“저희가 가진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정보부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혈랑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 타도.

언젠가 다가올 때를 위해서 다양한 기업들이 세간에 밝히기 껄끄러워하는 정보…… 말하자면 약점들을 몇 가지 알고 있다.

‘밀레테크’, ‘로먼 코퍼레이션’, ‘퓨어리티 서비스’ 등등 ‘스팅레이 그룹’의 경쟁사 및 협력사들의 약점이라면 아론 역시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일 터.

물론 스팅레이가 이 정보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해서 일단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론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과연. 그런 쪽 정보란 말이지.”

일단은 살았다.

위기는 한 차례 넘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존심을 구기고 목숨을 건지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긴장이 풀린 탓일까?

데이비드는 저도 모르게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기울어지다 못해 아래로 떨어진다.

쿠웅.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쳤다.

시선이 돌아가서는 안 될 방향으로 돌아갔다.

……머리 없는 자신의 몸이 보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 광경을 이해하기도 전에,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네놈이 가진 뒷골목 정보 따위.”

아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모를 리 없잖느냐.”

* * *

데이비드의 사망과 동시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우두머리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자 겁을 먹고 줄행랑치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금 덤벼드는 녀석들도 있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예외 없이 죽였다.

‘이걸로 끝인가.’

정리가 끝났다고 판단되자마자 나는 빠르게 [구름거미] 모듈을 다시금 비활성화시켰다. 그와 동시에 내 손의 가죽장갑이 스르륵 자취를 감추었다.

‘내가 했지만 역시 사기야.’

신비 모듈 [구름거미].

신비 모듈이란 도시 밖을 지배하고 있는 괴물들, 일명 [신비]라 하는 놈들에게서 추출한 정수를 통해 만드는, 특별한 모듈이다. 말하자면 유니크 장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가 방금 사용한 [구름거미(雲蝃)]는 아론 스팅레이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모듈.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느다란 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때로는 칼날처럼, 때로는 밧줄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이거에 일방적으로 탈탈 털렸지.’

지금 몸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최대한 출력을 낮추었는데도 이 정도다. 역시나 시한부라는 점 하나만 제외하면 아론만큼 사기인 캐릭터도 없다.

‘……일단 감탄은 뒤로 미루자.’

[구름 거미]를 사용했던 반동인지 컨디션이 시시각각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이 느껴졌다.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았다.

나는 남아 있던 진통제를 전부 입에 털어 넣은 뒤, 멀찌감치 숨어 있던 녀석에게 명령했다.

“뒤져라.”

“네, 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이름 모를 혈랑의 갱단원 하나가 허겁지겁 데이비드와 간부들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전 이때를 위해 제일 만만해 보이던 녀석 하나를 살려 두었다.

내 손으로 저 더러운 몸을 직접 만지는 건 죽어도 싫었으니 말이다.

녀석이 쓸 만한 시체들에서 쓸 만한 모듈들을 긁어모으는 동안, 나는 마리아와 미유에게 각각 연락을 넣었다.

마리아에게는 이 현장을 수습하라는 명령의 메시지를, 미유에게는 ‘판도라’의 앰풀을 회수했으니 시술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얼추 상황이 다 정리가 되어 갈 때쯤, 내 시야를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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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달성]

혈랑의 보스, ‘빅 데이비드’를 처치했다.

업적 포인트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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