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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막 시점-8화 (8/117)

아카데미 흑막 시점 8화

“돌아가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여기서부터는 저희 스팅레이 그룹의 사고관리반에서 처리하겠다는 말입니다.”

“그, 러, 니 까! 왜 당신네가 우리가 할 일을 멋대로 하느냐고! 당신들이 무슨 경찰이라도 돼?!”

“이미 VCPD(Valhalla City Police Department, 발할라 시티 경찰국) 쪽과는 협의가 끝난 이야기입니다. 이제 이곳은 저희 담당입니다.”

“뭐라고?!”

“정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본부에 연락해 보시면 됩니다.”

“그래? 어디 보자고!”

출동한 형사는 씩씩거리며 곧장 서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어서 철수하고 돌아오기나 해라’라는 대답이었다. 오는 길에 술집에 들를 생각 따위 하지 말라는 잔소리는 덤이었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뭔가 멋대로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결국 복귀명령을 들은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무전기를 내던지고서는 소리를 질렀다.

“제기랄! 당신들, 무슨 수를 쓴 거요?!”

“수를 쓰다니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양해를 부탁드린 것밖에 없습니다. 이곳을 점거하던 ‘혈랑’이라는 반기업 갱단이 저희 사(社)가 개발한 신형 군용드론을 탈취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만약 그 정보가 사실이라면 출동한 경찰이나 소방관분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또 저희 쪽 기술적 보안을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헛소리!”

형사는 코웃음을 쳤다.

“아까 목이 잘린 시체를 다수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소! 총성도 있었고! 당신네 신형드론이라는 놈은 그런 기능을 달아 놨나?”

“밝힐 수 없는 정보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밝혀낸 정보로는,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에 갱단에서 내분이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럴 리가.

그런 식으로 서로의 목만 잘라대는 내분이 대관절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몇 시간 전에는 E섹터 블랙마켓 쪽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물론 수많은 범죄조직이 들끓는 E섹터에서 살인사건이야 예삿일로 넘길 수도 있지만…….

“……당신들, 대체 뭘 숨기는 거요?”

형사로서 그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평범한 사건이 아니다.

무언가 숨겨져 있다고.

그러나 마리아는 여전히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이미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다 이야기했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시죠.”

“쯧. 본부는 몰라도 나는 이 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거요!”

“그럼 이만.”

“뭐? 얘기 안 끝났어! 이봐!”

마리아는 형사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다시금 현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Lv.3 파워드 슈트(Powered Suit)로 무장한 스팅레이 보안 인력들이 그녀를 뒤쫓으려 드는 형사를 막아섰다.

[형사님. 이만하시죠.]

“알겠으니까 놓으쇼!”

마리아는 실랑이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을 곁눈질로 힐끗 본 뒤, 폐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지 마시오- Do Not Enter]라고 적힌 홀로그램 표시기를 뚫고 지나가자, 스팅레이 사고관리반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는 공장에 난 불길을 잡으려 소화제를 분사하고 있었고, 나머지 일부는 목 잘린 시체들을 시신 가방에 옮겨 담고 있었다.

마리아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한숨 쉬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아론 도련님…….”

아론은 건강을 잃기 전부터 종종 사냥감을 찾아 엘리시움을 훌쩍 떠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마리아는 그가 저지른 행위가 스팅레이 그룹에 해가 되지 않도록 사건들을 은폐하는 데에 힘을 써 왔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오늘도 누군가가 아론의 손에 목숨을 잃으리라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론이 오늘 밤 사냥터로 E섹터를 골랐다는 사실에 감사할 지경이었다.

치안이 나쁘기로 유명한 E섹터라면, 사람 한두 명쯤 토막 난 사체로 발견된다 한들 손쉽게 덮을 수 있으니까.

허나 오늘 밤 사건의 규모는 마리아가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폐공장 전체를 삼킨 화재.

인근 주민들이 총성을 들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만 벌써 스무 명을 넘어섰다.

‘그나마 상대가 범죄조직이었다는 점이 다행일까.’

당장은 급한 대로 ‘신형 군용드론’ 같은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여차하면 다른 핑계를 댈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사건을 수습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론의 행각은 점점 대담해지고 잔혹해졌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는데…….’

그동안 참아왔다는 것을 표현이라도 하듯 이런 학살극을 벌이다니.

천만다행으로 아론이 일찌감치 연락을 주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경찰이나 언론이 먼저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경찰과 언론의 눈을 피했다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스팅레이 그룹 내부에서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스팅레이 가문을 ‘황가(皇家).’라고 부르기도 한다. 뉴 발할라 시티에서 정부 이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들을 황제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압도적인 권력이라고 해도 절대는 없는 법.

지금도 스팅레이의 파멸을 바라는 경쟁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스팅레이를 몰락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아론 도련님은 우리 그룹에 있어서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이들에게 아론이 저지른 일들이 들킨다면, 그룹 전체가 휘청일 게 분명했다.

스팅레이 그룹에 삶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마리아에게 있어, 그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이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마리아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사적인 정에 치우쳐서 하지 못했던 결정을.

‘아론 스팅레이는 없어져야 한다.’

* * *

“주, 준비되셨나요?”

“그래.”

치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의자에 누운 채로 미유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의 엉덩이 뒤로 길게 뻗어 나온 기계 꼬리가 긴장한 듯이 뻣뻣하게 흔들렸다.

나름대로 표정을 관리하려고 하는 게 보였지만 꼬리 쪽이 너무 솔직해서 소용이 없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라.”

“최, 최선을 다해 볼게요.”

사실 미유가 긴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 생명을 갉아먹고 있던 ‘제네틱 오버캐스트’라는 이름의 병은 사실상 이론적으로나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세계관 최고의 기술을 가진 미유라고 해도 이 병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일 테니…….

“죄, 죄송해요오…… 남성분의 반라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

아무래도 긴장한 이유가 다른 데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 살짝 변태기가 있었지…….’

하기야 10년 가까이 골방에서 기계만 상대해 온 녀석이 마냥 멀쩡한 인간이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거겠지만.

“근데 내가 처음이라고 했나? 지금까지 나노머신을 잔뜩 만들어왔으면서?”

“주, 주입할 땐 딱히 탈의가 필요 없단 말이에요오……!”

미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 이상 추궁하지 말도록 하자.

하여튼 다소 불안하긴 해도,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쓰는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전부 끝날 때까지 얼마나 걸리지?”

“아, 아마 3시간 정도요오……?”

“생각보다 짧군.”

“판도라를 투여한 뒤에 살짝 조정을 가하는 게 전부라서요오…… 나머지는 아론 씨의 체력에 달려 있어요오…….”

미유가 계속해서 과정을 설명했다.

첫 번째, 판도라를 투여한다.

두 번째, 판도라가 몸속 곳곳을 돌며 오작동을 일으킨 아담을 제거하고, 아담의 역할을 넘겨받는다.

세 번째, 장착한 모듈을 완전히 장착 해제한다.

네 번째, 판도라로 강화된 재생능력을 통해 서서히 자연 상태의 육체로 복구된다.

위와 같은 단계를 통해서 이 며칠간 나를 괴롭히던 병을 말끔히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이, 일단 대체율을 0퍼센트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오…….”

“어째서지?”

“그래야 아론 씨에게 맞춰서 판도라의 설정을 세부 조정할 수 있거든요오…… 아론 씨 같은 고(高)대체율 적응자는 모듈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옵션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서…….”

대체율.

한마디로 말해, 신체의 몇 퍼센트나 모듈을 통해 기계로 갈아 끼웠냐는 의미다.

가령 뼈를 전부 다 텅스텐 합금으로 대체하면 10퍼센트 내외의 대체율이 나온다.

거기서 근육을 합성 카본케이블로 전부 바꾼다든지, 장기를 바이오 발전기로 바꾼다든지 하면 대체율은 점점 더 올라간다.

어떻게 보면 장착한 모듈의 개수를 늘리고 신체를 증강할수록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모듈을 장착해서는 안 되는 것이, 모듈 간의 호환성이 맞지 않아 에러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체율이 70퍼센트 수준을 넘어서면 어째서인가 모듈을 해제해도 원래의 신체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증상이 생긴다.

‘요컨대 한 번 장착한 모듈을 변경할 수가 없게 되는 거지.’

그런 탓에 정부에서는 대체율 70퍼센트가 넘는 모듈링(Moduling)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어긴 범법자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규정해 버린다.

30퍼센트의 자연적인 육신.

그것이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서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더더욱 미유 같은 뛰어난 모듈러의 존재가 중요하지.’

모듈러는 단순히 모듈을 생산, 정비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의중에 맞추어 70퍼센트라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효율적인 모듈 세팅을 해 주기도 한다.

판타지 작품 세계관으로 따지면 전속 대장장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초반부터 미유를 영입할 수 있었던 건 큰 메리트다.’

물론 지금은 단순히 계약으로만 묶인 관계에 불과하다. 그녀를 진정한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후로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 그럼 시작할게요오…….”

“그래.”

의자가 눕혀지면서 자연스레 시선이 천장으로 옮겨갔다. 기계 팔에 달린 커다란 주삿바늘이 일제히 내 몸을 향했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오…….”

온몸을 동시에 찌르는 감각.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다시 눈을 떴다.

‘뭐지?’

시술이 뭔가 잘못됐나?

체감상 30초도 지나지 않은 듯했다.

“아, 깨셨군요! 시술은 잘 끝났어요오.”

다행이군.

근데 이렇게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가 있나?

“벌써 3시간이 지났나?”

“아, 아뇨. 아론 씨의 회복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셔서 1시간 조금 더 지났어요오. 아무래도 판도라가 아론 씨의 몸에 더 잘 맞는 모양이네요오.”

“그게 무슨 의미지?”

“어…… 그게…… 보여드릴게요오.”

그러면서 미유는 그래프를 하나 보여주었다. 전문용어가 많이 적혀있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퓨어 스펙이 더 강해졌군.”

“대략 21.3% 정도의 능력향상이에요오.”

모듈을 착용하지 않은, 말 그대로 완전히 기본적인 상태에서 2할 정도 더 뛰어나졌다. 근력, 체력, 민첩력, 회복력, 모든 부분에서 체감할 수 있는 힘일 거다.

‘아니, 미친. 미유가 만든 나노머신이 성능이 좋은 건 알고 있긴 했는데 이건 좀…….’

이미 세다고.

더 세질 필요 없다고.

불치병만 고치면 됐지,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냐 이 괴물 같은 몸뚱아리야.

“대신 평소보다 감각이 예민해지셔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에…… 지금은 모듈은 검사용을 제외하고 전부 해제했고, 이제 남은 건 판도라의 옵션만 조금 더 조정하면…….”

그러면서 미유는 태블릿을 들고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내게 어딘가 통증은 없는지, 색깔이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지 등등을 하나씩 물어가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솔직히 다소 어안이 벙벙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몸이 훨씬 더 가벼웠고 지긋지긋한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병이 전부 나은 건가?”

“물론이에요오. 보아하니 판도라가 자리를 제대로 잡은 것 같네요오. 이제 점검용 모듈을 빼셔도 좋아요오.”

지시에 따라 뒷덜미 사이버웨어 소켓에 박혀 있던 모듈을 빼내어 그녀에게 전해 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건네받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아론 씨의 스펙에 최대한 맞춰서 판도라의 옵션을 ‘군용’ 스펙으로 조절해 두었어요. 어플리케이션도 깔아두었고요. 다만 기존에 쓰시던 모듈 중에 못 쓰게 된 게 상당수 있어서요오…….”

“일단 확인해 보지.”

“목록을 전송할게요오.”

미유가 태블릿을 조작하자 시야에 메일 알림이 떠올랐다.

메일에는 모듈 호환성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 빠르게 훑어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거의 전멸이군.’

기존에 장착하던 모듈 중 호환성이 떨어져서 쓰지 못하게 된 것이 9할 가까이 되었다.

그나마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내 전용 무기인 [구름거미] 정도였다.

이 역시 호환성이 상당히 감소하긴 했으나, 사용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듯했다.

‘뭐, 무기 모듈은 사용할수록 호환성이 상승하는 사례도 있을 테니 상관없겠지.’

이 정도면 당장 내 몸을 지키고 계획을 진행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했다.

아니, 오히려 퓨어 스펙이 20%나 강해졌다는 점에서는 좀 오버스펙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게임으로 따지면 만렙이 Lv.100에서 Lv.120으로 확장된 셈이다.

당장이야 모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그걸 전부 회복한다면? 원작의 정점에서 20%나 더 강해진 아론의 스펙?

……아무리 내 몸이라고 해도 좀 무섭다.

하물며 내게는 ‘그것’까지 있었다.

“미유. 내가 수거해 온 모듈은 확인해 봤나?”

“죄, 죄송해요. 까먹고 있었어요오…….”

“상관없다. 좀 가져다주겠나?”

미유는 한쪽에 보관해 두었던 비닐봉지를 가져다주었다.

그 안에는 SD카드와 비슷한 형태의 모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까 전 혈랑 놈들의 시체에서 수거한 모듈들이었다.

나는 봉지 안을 이리저리 헤집었고, 그중에서 독특한 색깔을 한 모듈칩 하나를 꺼냈다. 나머진 쓸모없는 것들 뿐이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미유가 물었다.

“그, 그건 뭔가요? 제가 만든 모듈이 아닌 거 같은데…….”

“[시체 먹는 자]라는 모듈이다.”

죽어 버린 주인공, 셰이드 웰즈의 유품.

대체율을 조금 잡아먹는 대신 함께 장착한 모듈의 호환성을 끌어 올려 주는 사기적인 능력의 [신비] 모듈이다.

그렇게 설명하자 미유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연구해 보고 싶나?”

“네?! 아, 저기…….”

“사양할 필요 없다. 이제 넌 내 전속 모듈러다. 네가 연구해서 성과를 내놓는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

“그, 그게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망가뜨리지만 말도록.”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내게서 [시체 먹는 자]를 받은 미유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어댔다.

미유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나 역시 덩달아 흐뭇해졌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기뻐하는 모습에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것도 함께 살펴보도록.”

“이, 이건 또 뭐죠오……?”

“이 역시 호환성을 강제로 끌어 올리는 특수한 아이템이라더군.”

일명 [모듈 호환성 상승 티켓].

아까 혈랑을 박살 내는 것으로 포인트가 충분해졌기에, 판도라를 주입받기 전에 미리 구매해 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상점에서 구매하자마자 이렇게 현물이 눈앞에서 생성되었다. 원래라면 곧장 사용해 버릴까 싶었지만,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기로 했다.

“이것도 함께 네게 맡기겠다. 어떤 원리인지 밝혀낼 수 있으면 좋겠군. 못 하겠다고 한다면 회수하겠다만.”

“하, 하, 할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자존감이 바닥인 녀석치고는 최선을 다한 대답이었다. 어지간히도 새로운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었던 모양이다.

“한 달 안에 뭐든 좋으니 결과를 들었으면 좋겠다. 아마 그 이후로는 그걸 회수해야만 할 테니.”

“하, 한 달이요?”

미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어째서 한 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오? 조금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된다. 반드시 한 달이다. 그때쯤에는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으니.”

“제, 제가요? 어디로요 가시는데요오?”

그에 나는 즉답했다.

“트리니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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