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흑막 시점 12화
‘이건 말도 안 돼!!’
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자신보다 더 빠를 수 있는 거지? 어떻게 벌써 재설계 단계에 돌입할 수 있냐는 말이다!
미유의 속도는 그야말로 비정상.
백 번 양보해서, 정수 추출작업은 그럴 수 있다 치자.
어쩌면 그녀의 손이 더 빨랐을 수도 있다. 혹은 운 좋게 알맞은 부위를 공략한 덕에 정수가 단번에 터져 나왔던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두 번째 단계인 ‘분석’.
이 작업을 벌써 끝냈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본래 정수 분석 작업은 아무리 짧아도 30분이고, 며칠은 물론 길면 몇 개월씩도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평가가 시작된 지 고작 10분 남짓 지난 시점에 벌써 재설계? 아무리 하급 임프의 정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이건 사기야! 사기가 분명해!’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녀 쪽 천장에 매달린 13개의 로봇 팔들은 너무나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싱이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현란한 동작으로.
‘저, 저런 게 가능한 일인가?’
타닥. 타다닥.
미유의 엄청난 작업 속도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은 싱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샌가 다른 16명의 수험생들 역시 넋 놓고 그녀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다다닥!
그럼에도 미유의 작업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의 엄청난 집중력은 지켜보는 이의 숨이 막히게 했다. 그야말로 광인(狂人)의 그것이었다.
그러던 중, 싱은 정신을 차렸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싱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쪽은 아직 1단계인 ‘정수 추출’도 다 끝내지 못했다.
이대로 계속 멍하니 있다간 모듈을 완성시키지도 못하고 끝내게 될 것이다.
‘거, 걱정할 것 없어. 속도만 빨라 봤자 뭐 해? 중요한 건 완성도야 완성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작업을 이어 나가다간 조만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테지. 저런 여자에게 정신 팔리지 말고,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으면 되는 거다.
짝! 짝!
싱은 자신의 뺨을 때려 강제로 생각을 전환했다. 어떻게든 눈앞에 있는 심장에게만 집중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이미 자신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설상가상으로.
“으아아악! 그만둬! 그마아안!”
동기들 중 한 명이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며 날뛰어 댔다. 초조함에 못 이겨 실수로 악마 소재의 독기에 노출된 듯했다.
대기하고 있던 감독관들이 그를 빠르게 제압하여 의무실로 이동했다.
아마 건강에 큰 지장은 없을 테지만, 평가 낙제를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제기랄, 망할 새끼……!’
동기라는 놈이 가뜩이나 긴장되는데 저런 식으로 사람을 방해하기나 하고. 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싱은 신경질적으로 주사기를 심장에 찔러 댔다. 조바심과 분노로 손이 떨렸지만, 이내 어떻게든 충분한 양의 정수를 모으는 데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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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악마 ‘임프’의 정수]
[구조 분석 중…… 1/10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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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분석기가 작업을 시작했고, 모니터에 표시된 수치가 느릿느릿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니터 중앙에는 정수의 3D 그래픽 이미지와, 그것을 구성하는 코드 정보가 시각화되어 표시되었다.
‘제기랄, 빨리 좀, 빨리!’
초조한 마음에 다리를 떨기 시작한 싱.
분석과정은 모듈러가 개입할 방법이 없었다. 컴퓨터가 일을 마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는.
‘저 여자는 그렇게 금방 끝냈는데, 왜 내 거는 이렇게 오래 걸리는…… 아, 아니 잠깐만. 설마 저 여자……?!’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가설.
어떻게 저 여자는 그토록 빠르게 분석 단계를 끝냈는가?
그것이 의문이었지만 어쩌면 질문부터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서, 설마 분석 단계를 스킵한 건가?!’
아니, 분석과 재설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듯했다.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소량의 구조 정보만을 토대로 재설계를 이어 나간다면, 컴퓨터의 분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무,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야말로 무모하다.
정수의 구조가 100퍼센트 해석되지 않은 채로 재설계를 한다는 건, 찢어진 도면 조각만을 갖고 빌딩 전체의 리모델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 하나 잘못 건드리면 건물이 무너질 염려가 있듯이, 핵심 코드를 하나 잘못 건드리면 정수가 통째로 흩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의 걱정과는 달리 미유의 손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마치 모든 ‘정답’을 꿰뚫고 있다는 듯했고, 실제로 그녀가 작업하는 정수 역시 계속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싱은 속으로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제, 제기랄! 뭔 저런 괴물 같은 년이 다 있어?!’
베네딕트로부터 미리 임프 정수의 정보를 받아보았던 자신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공부할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
속으로 분통을 터뜨려 보아도 싱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컴퓨터가 빨리 분석을 끝마치길 기다리는 수밖에.
‘시발……!’
싱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다 귀에 거슬리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유 쪽을 돌아보자, 이미 그녀는 정수 재설계도 끝마치고 프린팅 작업 중이었다. 3D 프린터가 임프의 정수를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의 형태로 가공하는 중이었다.
‘저게 말이나 되는 속도냐고…….’
이제는 비교할 맘조차 들지 않는다.
저건 자신과는 다른 무언가다. 스폰서님의 총애를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재능.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재능.
자신이 평생 노력해 봤자 저런 경지를 넘보지도 못하겠지.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싱은 투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싱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동기 중 누군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허나 도중에 포기할 수도 없었기에.
학생들은 비참해진 기분으로 시험을 이어 나가야만 했다.
* * *
[와, 완성했어요오…… 어, 어디다 제출하면…… 어…… 저기요오……?]
어느덧 미유가 모듈을 완성하고 감독관에게 결과물을 제출하는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전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그녀는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여 주며 1위로 작업을 끝마쳤다.
‘역시 내가 나설 필요도 없지.’
내가 굳이 베네딕트의 부정을 밝혀내려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놈이 무슨 수를 쓰든 미유의 능력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니까.
장비를 망가뜨리거나, 추출기나 분석기에 이상한 짓을 해 놓거나 해도 의미 없을 것이다. 세계관 최고의 모듈러는 그딴 수작질에 조금도 방해받지 않는다.
‘이로써 미유가 빙의자일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졌군.’
어쩌면 미유가 나를 속이고 연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육체 쪽의 기억에 의지한다고 해도, 전문성을 요하는 모듈 제작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쯤 되면 그녀를 용의선상에서 과감하게 배제해도 좋으리라.
물론 내 목숨을 구해 준 시점에서 진즉에 의심할 단계는 벗어나긴 했지만.
그렇게 속으로 만족스럽게 결과를 지켜보고 있자니,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이게 대체…… 아니, 저게 뭔…….”
고개를 돌려보니 베네딕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어딘가 망가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베네딕트 역시 모듈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였다.
조금 전의 장면으로 미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녀석인지 깨달은 거겠지.
너무 놀라 멍청해진 그 얼굴을 향해, 나는 빈정대듯 말을 걸었다.
“왜 그러지, 베네딕트? 사이버네틱스 장치에 에러라도 생겼나?”
“에? 아! 크, 크흠!”
그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베네딕트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숨겼다.
“형님이 꽤 쓸 만한 아이를 데려오신 것 같군요. 하지만 속도가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렇게 빨라서야 모듈에 치명적인 결함이 한두 개쯤 발견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과연 어떨지.”
그때였다.
112A호에 있는 감독관으로부터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미유가 만든 임프 모듈의 성능테스트가 끝난 듯했다. 검사기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 오래 걸릴 것도 없던 모양.
보고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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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이상 없음.]
[호환성: 93퍼센트]
[대체율: 4퍼센트]
[출력레벨 : 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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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베네딕트가 또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소리쳤다.
“대, 대체율이 4퍼센트인데 출력이 Lv.3이라고? 임프의 심장으로 만든 모듈 주제에?!”
모듈의 출력은 통상 Lv.1부터 Lv.5까지로 표기된다.
얼마나 큰 에너지를 담고 있느냐, 바꿔 말해 성능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출력 레벨이 갈린다.
Lv.1은 민간인들이 사용해도 문제없는 수준. 보통 각종 편의성이나 패션을 위한 유틸리티 모듈들이 Lv.1 판정을 받는다.
Lv.2 모듈은 주로 공사장에서 많이 사용한다. 민간인 기준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에 쓰는 셈이다.
그리고 Lv.3 정도의 모듈은 군인이나 특수 경찰들을 위한 것이 많다. 전투용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이라는 뜻.
즉, 미유는 이 자리에서 군인들이나 쓸 만한 수준의 모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참고로 현재 스팅레이 그룹에서 임프의 심장 소재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제품 몇 가지는 Lv.2 수준을 넘는 것이 없었다.
베네딕트는 손을 덜덜 떨며 소리쳤다.
“이, 이건 사기입니다!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시끄럽다. 목소리를 낮추거라.”
“소, 솔직히 말씀하십쇼! 대체 무슨 수를 쓰신 겁니까?!”
“뭐라고 했지?”
“……!”
움찔.
내 한마디에 몸을 떠는 베네딕트.
하지만 이번에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항의했다.
“그, 그렇잖습니까! 형님이 시험에 뭔가 손을 쓴 게 아니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어리석은 놈. 이번 시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준비한 것이다. 나는 오늘 시험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지. 내가 여기에 관여할 여지가 있나?”
“그, 그건…….”
“그리고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군. 정정당당? 너야말로 손을 썼다는 걸, 설마 내가 모르리라 생각했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녕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면 네놈이 직접 확인해 보면 된다. 대신 그때는 학생 전원의 전자두뇌 로그를 뜯어 볼 각오를 해야 할 거다.”
내가 내뱉은 말에 베네딕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 그건 학생들의 개인권 문제로…….”
“그래, 그렇게 계속 변명을 대고 시치미를 떼도록. 네놈이 저지른 짓이 들통나면 네놈 하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그룹 전체의 신뢰에 금이 갈 터이니.”
내가 이번 건을 깊게 파고들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그룹의 체면을 위해서다.
그런 뉘앙스를 풍기며 말하자 베네딕트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편법을 쓴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을 들켰고, 심지어는 그러고서도 패배했다.
여러모로 베네딕트의 자존심이 너덜너덜해졌으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네가 졌다.”
“아, 아직 평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놈이 제일 잘 알지 않나. 이 이상 지켜보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
더 지켜볼 필요도 없다.
올해 막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이 Lv. 3급의 모듈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테니.
베네딕트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도 현실을 아는 것이다.
“알…… 겠습니다…….”
베네딕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일모레 중으로 형님께서 복귀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다.”
“……예?”
베네딕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그에게 나는 담담히 말했다.
“한동안은 네가 계속 이사장 대리 역할을 이어 가도록. 또한 네 판단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는 한 개입하지 않으마.”
“어, 어째서입니까?”
“네가 싫다면 취소하겠다.”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바로 꼬리를 내리는 베네딕트.
어지간히도 자리를 넘겨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다만 이렇게 내기판까지 벌여 놓고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궁금한 모양.
나는 준비해 온 대사를 흘렸다.
“아직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 언젠간 복귀하겠지만 한동안은 계속 네게 업무를 맡기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혀, 형님. 그 말씀은…….”
“네놈이 알아서 생각하거라.”
내 말에 베네딕트는 묘하게 감동 먹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착각하라고 던진 대사이긴 한데, 이렇게 잘 먹혀들어가니 오히려 수상할 지경이었다.
‘실은 스토리의 개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인데 말이지.’
원작에서 아론이 아카데미에 등장한 것은 대략 반년 뒤다. 바꿔 말해 그전까지는 계속 베네딕트가 아카데미 스폰서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 베네딕트가 한동안은 역할을 계속하는 게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좋겠지.
“허나 대신 조건이 있다.”
“조, 조건 말입니까?”
“긴장하지 마라.”
이 새끼.
줬던 거 뺏을까 경계하는 거 봐라.
“권한 대부분은 네게 남겨두마. 그 대신 아카데미 내외부에서 내가 손수 선별한 인재들은, 네가 뽑은 녀석들과 구분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특별반을 따로 만드시겠다는…….”
“특별반이라…… 그런 셈이군.”
본래는 주인공의 역할이다.
원작에서 셰이드 웰즈는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자신과 같이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인재들을 모아 기업 장학생들과 대립한다.
기업을 든든한 뒷배로 두는 장학생들과 비교해 자본도 인맥도 부족한 만큼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주인공의 재능과 재치로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나가는 게 원작의 스토리.
‘주인공이 죽어 버린 이상 내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런고로 나는 원작처럼 새로운 팀을 만들어 원작의 주요 인물들을 모으고 성장시킬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악역의 부재.’
아론 스팅레이.
2권은 물론, 사망한 뒤 이어지는 전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빌런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
또한 주역들이 내가 속한 ‘스팅레이 그룹’과 연을 맺게 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위기를 여럿 생략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
‘만약 그렇게 되면 캐릭터들의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테지.’
주인공과 빌런.
내가 두 개의 역할을 ‘아론 스팅레이’라는 가면 하나만으로 전부 다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해결책.
‘빌런의 역할을 베네딕트에게 넘긴다.’
적은 명확한 편이 좋다.
원작의 주역들은 나, ‘아론’이 이끄는 특별반에서 ‘베네딕트’나 다른 기업들이 이끄는 장학생들과 대립하며 성장할 것이다.
물론 베네딕트 역시 나름대로 자리를 되찾으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당장은 내게 협력적인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갖은 비겁한 수를 써 가면서 내가 만든 특별반을 짓누르려고 할 테지.
물론 난 그걸 막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위기 상황이 연출될 테니까. 나는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다가, 놈이 선을 넘는다 싶을 때에 적당히 통제하면 될 뿐이다.
반대로 놈이 너무 어설프다 싶으면 적당히 구슬려서 더 큰 위기를 주역들에게 던져 줄 수도 있겠지.
‘고생 좀 해라, 베네딕트.’
네가 최선을 다해 날뛰어 줄수록.
상황은 더더욱 내가 원하던 대로 흘러갈 테니.
그러니 알겠니, 동생아?
이제부터 나 대신 네가 빌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