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흑막 시점 31화
아론 스팅레이의 실종.
황태자가 갑작스레 자취를 감춰 버림에 따라 뉴 발할라 시티는 격하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론과 블라디미르가 평소 그다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인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크게 요동쳤고, 정치가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라며 언론을 향해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 냈다.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수사망을 펼쳤다. 그 탓에 전혀 이번 사건과 전혀 연관되지 않았음에도 평소 뒤가 구린 일에 연관되어 있던 자들은 연일 숨을 죽이고 지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가장 깊게 연관되어 있었던 밀레테크의 후계자, 블라디미르 하리토노프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사건의 해결은 지지부진했다.
-하리토노프 씨! 이번 사태에 밀레테크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저 역시 피해자입니다!
-아론 스팅레이 씨는 어디 있죠?
-저도 모른다니까요!
-당신이 죽였지! 당신이 죽인 거야!
-뭐?! 내가 그 인간을 죽인다고?! 그게 가능할 거 같으면 니들이 해 보든가!
울분에 차서 외치는 블라디미르의 눈가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의 진짜 의미를 놓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렸으며, 인터넷에서는 음모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여댔다.
여타 기업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더 밝혀낼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게 점점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어.
결국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 * *
-아론 스팅레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황태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황가(皇家), 스팅레이의 미래는? BNS채널 특별기획!
“…….”
아이리는 기숙사 TV를 꺼 버리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새벽부터 전문가랍시고 떠들어 대는 작자들의 몰골이 사기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신물이 났다.
“슬슬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그 전에 데려가야 할 사람이 있다.
아이리는 아카데미 제복을 걸치고서 문을 나섰다.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걷다가, 방 하나 앞에서 멈췄다.
똑똑.
“미유, 나가자. 슬슬 일어나.”
“…….”
처음에는 반응이 없어 걱정했지만 이내 문이 열리더니 자그마한 머리가 틈새로 쏘옥 나타났다.
미유였다.
“아, 아이리 씨이……?”
“다행히 일어나 있었네. 자, 얼른 나와.”
“저, 죄, 죄송한데 아직 마, 마음의 준비가아……!”
“마음의 준비는 무슨!”
“히에야아악!?”
아이리는 당당하게 미유의 기숙사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렇게 문이 닫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함께 복도로 나왔다.
미유는 발목까지 내려오던 머리칼을 위로 올려 묶은 상태였다. 그리고 겁을 잔뜩 먹은 아기 코알라처럼 아이리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아이리는 다소 귀찮아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유가 달라붙는 것을 허용해 주었다.
“이것 참…….”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아이리는 기억을 돌이켜 보았다.
아론이 아카데미를 떠난 직후, 뉴스에서 흘러나온 아론의 실종 소식에 미유는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다.
보다 못해 패닉에 빠진 미유를 껴안아 진정시켜 줬는데, 그 이후로 이렇게 어디로 갈 때마다 새끼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왔다.
‘솔직히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애를 어떻게 혼자 내버려 두겠는가? 안 그래도 아론이 사라지면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차갑게 쳐낼 만큼 매정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모듈 문제를 꺼내는 건 좀 그렇겠지……?’
팔자에도 없는 언니 노릇을 하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울 오빠도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문득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철이 들기 전까지 오빠가 어디로 가든 곤란해할 정도로 끈덕지게 따라붙었던가.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다.
그렇게 회상에 잠겼던 것도 잠시.
“아, 아이리 씨이…….”
“응? 왜, 왜 그래?”
아이리는 조금 떨떠름하게 답했다.
아직 이 미유라는 여자애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잘 알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자 미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오…….”
“죄송하다니, 뭐가?”
“저, 처음에…… 아이리 씨가 나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오…… 예전에 저를 괴롭히던 애들이랑 분위기가 비슷해서…….”
“아.”
괴롭힘.
아이리는 그 단어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마 그런 기억이 지금의 이런 미유를 만든 것이겠지.
뭐, 솔직하기 짝이 없는 첫인상 평가에 다소 기분이 상할 뻔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기로 했다. 자신이 그리 부드러운 인상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자각 정도는 있었으므로.
“히, 힘들었겠구나.”
“그 여자애들은 매일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오…… 말투가 어눌하고 음침하다고…… 때리고 발로 차고…… 제가 만든 물건들을 부수고…… 머리를 가위로 자른 적도 있고요오…….”
“어…….”
그건 알겠는데… 갑자기?
이게 아침에 밥 먹으러 가는 중에 꺼낼 얘기가 맞나? 아무래도 미유는 그런 쪽에 관해선 눈치가 영 부족한 듯했다.
하지만 분명 본인에게는 그만큼 큰 상처였던 거겠지.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것과는 별개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저는 여성분들이 무서웠어요오…… 남성분들보다 훨씬 더…….”
“그래서 나를 처음 봤을 때 무서워했던 거야?”
끄덕.
미유가 고개를 숙여 긍정했다.
“하지만 아이리 씨는 괜찮아요오…… 아론 씨께서 말해 주셨던 그대로예요오…….”
“그,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뭐랬는데?”
“그러니까…….”
꿀꺽.
대체 왜일까?
아이리는 미유의 다음 대사를 기다리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얼핏 거칠어 보여도 실은 굉장히 좋으신 분이라고 하셨어요오…….”
“오…… 오오…….”
아이리는 자신의 뺨이 조금 붉어진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허나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저도 아이리 씨가 엄마 같아요오…….”
“……응? 엄마?”
“네.”
“언니가 아니라?”
아이리가 되묻자.
미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엄마.”
단호한 목소리였다.
어째서인가 그 부분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굳건한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
아이리 앨리스밸.
스무 살에 엄마 같다는 평가를 듣다.
그것도 동년배의 여자아이에게서.
이 녀석이 은근슬쩍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미유의 눈동자는 한없이 진지하고 순진무구했다.
그야말로 진심이다.
그런 점이 더 기분 나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이리는 그러면서 은근슬쩍 미유를 떨쳐 내려 했으나, 미유는 그럴수록 더욱 힘껏 아이리의 팔에 매달려 왔다.
“에휴…….”
정말, 팔자에도 없는 엄마 노릇을 하게 된 아이리였다.
* * *
아론 스팅레이의 실종 사건 이후.
아카데미 내에서의 분위기도 사뭇 바뀌었다. 특히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스팅레이 장학생들 간의 신경전이 더더욱 심해졌다.
딱히 스팅레이 장학생이란 것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 아이리로선 골치 아픈 일일 뿐이었다.
-저기 두 사람 왔다.
-특별 장학생 두 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론 이사장의 총애를 받는다고 할 수 있는 특별 장학생 두 사람이 나타나자 스팅레이 기숙사 식당의 공기가 달라졌다.
‘눈알들 굴리는 거 봐.’
아직 아카데미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의 생태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올해, 아론이 재단 이사장에 복귀하면서 장학생들의 입장은 대충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은 아론 파였고.
다른 한쪽은 베네딕트 파였다.
-아론 님이 돌아오셨으니 아론 님 쪽에 줄을 서야 해.
-뭣도 모르는 소리. 아론 님이 요새 업무 대부분을 베네딕트 님에게 맡기고 있다는 거 못 들었어?
-그게 무슨 상관인데! 복귀 직후 특별반까지 만드셨다는 건 절대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미지!
-멍청아! 그게 오히려 그게 동생한테 밀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어찌나 다들 그리 스팅레이 그룹의 세력 구도에 빠삭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다들 어떻게든 졸업 후의 진로를 위해 황가의 눈에 들려고 애를 써댔다.
그리고 특별장학생인 아이리와 미유는 확실하게 아론 파의 인물들이라고 간주되어 일반 스팅레이 장학생들의 부러움 혹은 질투를 받곤 했다.
그러다 아론이 사라지면서 장학생들 간의 정치 상황은 다시금 변했고, 일반 학생들은 특별장학생 두 사람을 어찌 대해야 좋을지 간을 보는 상황이었다.
‘놀고 있네.’
아이리에겐 그런 그들의 모습이 한심하고 역겹기 짝이 없었다.
자기들끼리 가면을 쓰고 치고박는 거야 신경 쓸 거 아니지만, 자신들까지 거기에 끼워 넣는 건 전혀 달갑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말고 가자, 미유.”
“네, 네에…….”
아이리는 미유를 잡아끌었다.
뷔페식 식당이었기 때문에 먼저 배식대로 향했다.
토스트와 햄, 시리얼과 주스, 우유, 치즈 같은 기본적인 서양식 아침 식사 메뉴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쌀밥과 국이라고 불리는 동양식 수프 종류 등이 있었고, 마지막에는 과일이나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나 유제품이나 계란, 가공육은 ‘식용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의 함량이 높은지 때깔부터가 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 때문에라도 계약서에 사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메뉴 구성에 아이리의 입에서 또다시 침과 감탄이 흘러나오려 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보는 눈이 많은데 촌티를 내고 싶진 않아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그릇에 음식들을 담았다.
옆에 딱 달라붙은 미유가 제대로 음식을 담았는지 신경을 쓰면서 이윽고 비어 있는 테이블 자리로 향했다.
“대충 여기쯤 앉자.”
“네.”
아이리가 먼저 착석했고, 미유가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이윽고 두 사람이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 찰나.
“과학기술부 모듈과 미유?”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름 모를 여학생이었다. 아마도 스팅레이 일반 장학생들 중 한 명이겠지.
낯선 이의 등장에 미유는 아이리의 소매를 질끈 붙잡았다.
이 애는 내가 지켜 줘야 한다. 그런 생각에 아이리는 미유를 진정시키며 여학생 쪽을 노려보았다.
“누구야, 너.”
“어머, 왜 눈을 그런 식으로 뜨니? 누가 보면 내가 얘한테 해코지라도 하려는 줄 알겠다.”
“맞는 거 같은데.”
아이리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여학생은 절대 순수한 의도로 접근한 게 아니다.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기고 있는, 전형적인 악당의 느낌이다. E섹터와 폴른을 오가며 활동할 때, 이런 녀석에게 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미안한데, 과기부 학생들끼리의 일이거든? 제 3자는 빠져 주면 좋겠어.”
“미안한데 그딴 건 네 사정이고. 무슨 용건인지부터 확실히 말하지 그래? 애가 무서워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어머나, 내가 한 말이 안 들렸니? 아니면 전술교전부 출신이라 멍청해서? 아아…… 혹시 폴른 출신이라?”
“이게……!”
아이리는 순간 주먹을 쥐었으나.
이내 화를 삭이며 주먹을 풀었다.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이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 내가 못 배워 먹은 여자인 건 인정하는데 말이야. 겨우 ‘일반’ 장학생한테 그런 소릴 들을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거든?”
“뭐, 뭐라고?!”
한 방 먹여 주는 데에 성공했다.
이렇게 반격을 당할 줄은 몰랐는지, 여학생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녀의 곁에 다른 학생들이 합류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여학생 둘과 남학생 둘이 추가되며 총 다섯 명.
그중 여학생과 남학생 한 명은 전술교전부 적응자인 듯했다. 얼굴 피부가 거북이 등껍질 같은 모양인 걸 봐서, 피부 장갑 모듈을 장착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처음 여학생에게 가세하듯, 아이리와 미유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을 말없이 둘러쌌다.
아이리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아침부터 이게 뭐 하자는 짓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딱히 뭘 한 건 아니잖아? 그냥 그쪽에 있는 미유라는 애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니 자리를 좀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분명 말했을 텐데. 그 전에 무슨 용건인지부터 확실하게 말하라고. 우르르 몰려와서 기세 싸움하지 말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니까.”
“……말이 안 통하네.”
벌컥, 아이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기부 학생들은 겁을 먹은 듯 뒤로 몇 걸음 물러났지만 전교부 학생들은 그에 대항하듯 아이리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아이리 앨리스밸. 여기가 아직 네 세상인 줄 아나 본데, 정신 좀 차려.”
“……뭐?”
“아론 스팅레이는 죽었어. 이제 네 녀석의 뒤를 봐줄 상냥한 키다리 아저씨는 없단 말이야.”
“허.”
아이리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야. 뭣 좀 알고 떠들어.”
아이리는 이런 대사를 본인이 입에 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마치 아론 스팅레이를 비호하는 것 같은 대사가 아닌가.
“어쨌건 아침 댓바람부터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시비 걸지 말고, 밥이나 처먹고 돌아가지 그래?”
“하, 아직도 그 사람이 살아 있다니. 그런 착각에 빠져 있어서 그렇게 담담하게 있을 수 있는 거구나. 뭐, 좋아. 믿는 건 자유니까.”
그룹의 리더로 보이는 남학생이 아이리를 압박하듯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아이리 역시 체격이 큰 편은 아닌지라 그의 얼굴을 마주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했다.
“……한판 해 보자는 거야?”
“누누이 말하지만, 너한테는 용건 없어. 우리가 대화하고 싶은 건 저쪽의 미유야.”
그러면서 남학생은 품에서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로 던졌다. 이내 카드 위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내 이름은 레온 알베르트. 미유, 네 모듈러로서의 능력은 들었어. 네가 우리 스터디그룹을 조금 도와주면 좋을 거 같은데.”
“……스, 스터디 그룹?”
미유가 아이리의 뒤에서 쥐어짠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그러자 남학생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래, 스터디그룹. 아카데미는 사방이 적이니 졸업할 때까지 우리끼리 상부상조하자는 거지.”
“…….”
“물론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아니야.”
레온은 미유가 완전히 굳어 버린 모습을 보고서야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을 이었다.
“며칠 전의 그 안타까운 사고로 상황은 바뀌었어. 너희 두 사람끼리 물고 빨고 하다간 이곳에선 도태될 뿐이야.”
“……무슨 의미로 말하는 거지?”
“줄을 제대로 서라는 말이야. 아론 님이 돌아가신 이상 너희들의 소중한 특별반이 얼마나 유지될 거 같아? 길어 봐야 1학기까지야.”
묘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라도 입수한 것일까?
“그러니 미리미리 대비하도록 해. 내 조언은 여기까지.”
레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다른 일당들도 슬그머니 그를 따랐다.
하지만 갑자기 레온이 등을 돌리더니, 아이리와 미유를 보며 말했다.
“아, 참고로 여기 있는 다섯 명이 전부가 아니야.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스터디그룹은 훠얼씬 더 크거든.”
“세력 과시라. 마치 거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들리는 걸?”
“정답이야, 폴른 출신.”
아이리에 말에 레온이 씨익 웃었다.
“오늘까지 네가 미유를 잘 설득해서 우리 쪽으로 보내 주도록 해. 그럼 오늘 네가 저지른 무례는 너그러이 눈감아 주도록 할게.”
“…….”
묘한 자신감.
대체 그 자신감의 근원은 어디인가?
“만약 우리가 거절한다면? 집단구타라도 할 생각인가?”
“아니, 누가 그런 난폭한 짓을 할까? 딱히 아무것도 안 해.”
“퍽이나 믿겠군.”
“진짜야. 다만 그저 우리 같은 친구가 없으면…….”
레온의 눈동자가 차갑게 얼었다.
“스스로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싶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