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 시점-60화 (60/117)

아카데미 흑막 시점 60화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 앵커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첫 보도를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XXX년 4월 XX일. 금일 아침 9시 뉴스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소식입니다.]

[오늘 아침, 뉴 발할라 시티 경찰국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들어 보시죠.]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더니 배가 불룩한 경찰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화면에 나왔다.

어딘가 무능해 보이는 남성의 얼굴 아래쪽으로 VCPD 경찰국장이라는 자막과 그의 이름이 출력되고 있었다.

[에…… 이번 조사에 따르면…… 아시타 교에서는 불법적인 시냅스 서퍼칩…… 통칭 ‘정크칩’을 생산 및 유통하던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 너무 못하는데.’

물론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분명 새벽에 갑작스럽게 불려와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기자회견에 나선 것일 테니까.

경찰국장도 아마 이게 뭔 날벼락인가 싶을 거다. 대본을 읽어 가던 중에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꽤 드라마틱했다.

뭐, 어쨌건.

‘드디어 시작되었군.’

본격적으로 아시타 교 사냥이 시작됐다.

앞으로 경찰은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협력해 이 도시에서 완전히 ‘아시타 교’라는 이름을 뿌리 뽑으려 할 것이다.

‘원래부터 필요한 건 명분이었지.’

원래부터 기업들은 그 반기술주의 사이비 놈들을 전혀 좋게 보지 않았다.

기술과 제품을 팔아먹는 인간들에게 ‘검소함’과 ‘자연 회귀’ 따위를 주장하는 놈들이 어디 예뻐 보였겠는가? 장사판 뒤엎으려는 양아치들로밖에 안 보였겠지.

다만 이런 세상이니만큼 그런 극단적인 사상에 물드는 놈들은 차고 넘쳤고, 스팅레이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크칩은 그 선을 넘어 버렸지.’

놈들이 불법으로 사이버마약을 유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업들은 이때다 싶어 너도나도 이번 토벌에 가세할 것이다.

하물며 그것도 평범한 정크칩이 아니라, ‘마법’과 ‘기술’을 결합하여 ‘사람을 조종하는’ 무서운 칩이 아니던가?

아무리 기업 관계자 중에 아시타 교의 뒤를 봐주는 놈이 있다고 한들, 이쯤 되면 꼼짝없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걸로 아시타 교 쪽은 한동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 그 ‘아라야’라는 놈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고작 한 달여 만에 기초적인 수준의 ‘네크로맨싱’ 능력을 습득하고, 그만한 군용장비들을 모았을 정도니까.

‘심지어 내가 어제 죽였던 놈도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놈이야.’

어쩌면 이 세계에 빙의한 인물 중,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놈일지도 모른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모든 능력을 동원해 확실하게 없애두어 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메인 스토리.

현재 진행 중인 것은 1부 2막.

‘이번 시나리오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으로 애들을 성장시켜 놔야 한다.’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아론 스팅레이.

이 도시의 황태자이자, 살인귀이자, 1부 4막의 메인 빌런이었던 이 육신의 본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시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육체의 영향을 받았다. 이대로 1부 4막을 맞이하면 나 역시 시나리오에 맞춰 폭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그 전에 해결 방법을 찾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최대한 준비를 해야겠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군.’

대비해야 하는 위험한 적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아론의 ‘살인충동’을 체험해 본 적이 있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시간이 많지 않아.’

프롤로그부터 1부 4막까지.

각 에피소드에는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프롤로그는 미유.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그녀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오는 것으로 프롤로그는 종료된다.

1부 1막은 아이리 앨리스밸.

외로운 들개였던 아이리의 마음을 열고 동료로 영입하는 것으로 1막은 종료된다.

1부 2막은 사일런스.

악행을 저지르던 사일런스를 제압하고 설득하여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2막은 종료된다.

1부 3막은 시엘.

인간이 되고 싶어 학생들의 돈을 훔쳐 생체 파츠를 구입하던 시엘의 범죄를 멈추게 하고, 그녀를 계기로 일어난 안드로이드 폭동을 제압하는 것으로 3막은 종료된다.

그리고 1부 4막.

‘1부 4막은 중간 보스전이다.’

지금까지 성장시킨 능력들.

지금까지 모아 온 소중한 동료들.

그 모든 것들을 걸고, ‘아론 스팅레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악(巨惡)에 맞서 싸우는 스토리.

‘굉장히 치열한 싸움이었지.’

천재 위자드인 주인공, 셰이드 웰즈.

최고의 기술자인 미유.

든든한 탱커인 아이리 앨리스밸.

뛰어난 암살자인 사일런스.

그리고 생활을 서포트하는 시엘.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사투를 펼쳤지만, 아론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주인공만이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싸움을 이어 나갔고,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능력을 아론 역시 칭찬한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과 아론은 서로의 무기를 맞부딪쳤고, 그 순간 주인공은 패배를 직감한다.

하지만 아론의 무기가 주인공을 베어 버리기 직전, 아론은 급속히 악화된 병마에 잡아먹혀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주인공이 힘겨운 승리를 얻어 내기까지가 1부 4막의 내용이다.

‘참으로 가슴 뜨거워지는 전개였지만, 문제는 그걸 주인공 없이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짜증 나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성을 잃었다가 되찾고 보니 내 손으로 내 최애들을 죽인 후였다…… 같은 전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녀석들을 미리 충분히 성장시켜 둬야 한다.

‘물론 이 살인충동을 미리 차단해 버리는 게 베스트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시 말하지만.

현재는 1부 2막, 사일런스의 에피소드.

지금 사일런스는 스팅레이 소유의 종합병원 VIP룸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라야가 시전했던 ‘네크로맨싱’에 노출된 것을 치료하기 위함이자, 동시에 다른 빙의자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1부 2막이 끝나면 바로 시엘의 에피소드다. 시엘은 인간이 되어 자유로워지는 게 목표였으니, 지금 상태에서 3막에 진입하면 바로 스킵되고 4막으로 넘어가게 되겠지.’

일단은 2막이 진행되지 않게 놔둔 채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려는 것이 내 계획.

‘2막의 종료를 늦추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었으니,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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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달성]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업적 포인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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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우리 애들 중간고사부터 챙겨야 한다.

* * *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신규 메일 13건.

일괄 확인하시겠습니까? YES/NO

“보나마나 그거겠지.”

아이리는 쓰게 웃었다.

자신에게 메일을 보낼 만한 사람은 도시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메일 주소를 보니 아카데미에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아카데미에서 온 메일이라면 내용이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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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모듈 관리법’ 중간고사 공지]

시험 일자: 2XXX년 04월 XX일. 2시

시험 장소: 전술교전동 158층 15805호

시험 방식: 서술형

평가 기준: 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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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학 개론’ 중간고사 공지]

시험 일자: 2XXX년 04월 ○○일. 3시

시험 장소: 전술교전동 11층 1101호

시험 방식: 서술형

평가 기준: 상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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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의 역사’ 중간고사 공지]

시험 일자: 2XXX년 04월 **일 11시.

시험 장소: 전술교전동 2층 211호.

시험 방식: 객관식 평가.

평가 기준: 상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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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교전 이론’ 중간고사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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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교전 실습’ 중간고사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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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공지.

“하아아아아…….”

메일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시험의 압박에 아이리는 잠시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안 그래도 어제의 일 때문에 심란해 죽겠는데 시험까지 겹치다니.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억까하는 것 같다.

“나보고 어쩌라고…….”

울적해진 기분에 아이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다른 동기들은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드디어! 드디어 시험이야!

-내 실력을 보여 줄 때가 된 거야!

-이번 시험만 잘 보면 나도 기업 장학생으로 선발될 수 있을 거야!

뭐? 시험이 좋다고?

미친놈들인가?

흥분하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잠시 그런 생각을 품었지만, 이내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첫날부터 특별장학생이 되지 못했다면 저랬으려나?’

트리니티 아카데미 전술교전부에 들어온 학생 대부분은 기업의 보안요원으로 입사하길 원한다.

그리고 기업의 장학생이 되기까지, 학생들은 세 가지 난관을 거쳐야만 했다.

첫 번째 난관은 돈.

학생들은 비싼 돈을 들여 나노머신과 전용 사이버웨어 이식수술을 받고, 전투 모듈을 구입하고, 학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수백만 크레딧이 깨지는데, 만약 재수가 없어서 나노머신이 단번에 체내에 자리 잡지 못하면 돈이 몇 배 더 깨진다.

두 번째 난관은 입학시험.

만약 입학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강제로 나노머신의 기능을 ‘민간용’ 수준으로 제한당한 뒤 쫓겨나게 된다. 당연히 Lv.3 이상의 군용급 모듈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프로그램을 돌려서 스펙제한을 풀어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당연히 중범죄.

그리고 본인에게 그럴 맘이 없다고 해도 마피아나 갱단 쪽에서 입시 탈락자들을 노리고 먼저 접근해 온다.

그들은 아카데미 입시 과정 중에 학생들의 재정이 궁핍해진 것을 이용하여 자신들 쪽으로 꾀어낸다. 그렇게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학생들이 많다.

마지막 세 번째 난관은 정규 시험.

아카데미에 어찌어찌 들어오긴 했어도 기업에 눈에 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입학 직후 종합능력 테스트에서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비롯한 정규 시험들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진다.

졸업까지 4년, 총 8학기.

총 16번의 정규시험.

그 한정된 기회 안에 기업 장학생이 되지 못하면 사실상 출셋길이 막히는 셈이기에, 궁지에 몰린 학생들은 더욱 독기를 품고 악을 쓰면서 경쟁한다.

자기들끼리 편을 갈라 스터디그룹을 짜는 것은 물론, 동기생들의 컨디션을 나쁘게 하기 위해 음식에 장난질을 한다든지, 잘못된 정보로 시험을 망치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온갖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것이 아카데미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말이지…….’

돈. 돈. 돈.

결국 돈이 문제였다.

입시를 치르기 위한 돈.

아카데미를 계속 다니기 위한 돈.

살아남기 위한 돈.

그 돈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장학생이 되는 것이었다. 기업의 애완견이 되면 여태까지의 손해를 전부 메우고도 남을 이득을 얻게 되니까 말이다.

‘아, 이런…….’

그런 생각을 하니 또다시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이 자신을 눈여겨봐 준 덕분에 자신은 저런 무한 경쟁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었으니.

‘어째서 그 사람은 날…… 아니지.’

생각해 봤자 답도 안 나오는 상황이다.

마리아가 말하지 않았던가?

설령 아론이 정말로 자신의 원수라고 한들, 지금의 힘으로는 덤벼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거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만약 아론이 무고하다고 하면 은인인 그를 위해 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만약 반대라면, 지금의 상황을 이용해서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기르면 되는 것이고.

‘그러려면 일단은 시험을 잘 봐야겠지.’

언젠가 그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고가 되어라, 라고.

황태자의 총애와 투자를 계속 받기 위해서라도 능력을 확실히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현재로선 그가 자신을 편애한다고 해도, 언제까지고 그 상황이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어디 보자…… 이론 수업은 밤새워서 공부한다고 치고…… 나머지 전투 실습은 문제없고.’

차근차근 시험 준비 계획을 세워 가는 아이리.

공부 머리도 없는 자신이 이 치열한 점수 경쟁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해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이 시험’만 어떻게든 하면 돼.’

바로 [종합 전술 실습 훈련.]

다른 수업들보다도 배정된 학점이 높은 과목이라,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시험 내용.

‘풀 모듈링 상태에서 모의전투를 치른다고 했었지?’

평소 수업에서는 퓨어스펙 상태로만 진행했으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중간과 기말고사에서는 풀스펙 상태로 전투 실습을 한다고 했다.

‘전투 자체는 자신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건 조금 그렇지…….’

현재 아이리가 갖고 있는 모듈은 Lv.4 [천근추] 하나뿐이었다. 여기에 미유가 만들어 줬던 방패까지 더하면 전투 자체는 무난하게 치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이건 ‘종합 전술’ 훈련이었다. 단순히 전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약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보니, 조금 불안한 면이 있었다.

혼자서 방패를 든 채 계속 근접 전투만 고집하는 건 아무래도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니까.

‘나도 색적이나 원거리 공격 모듈이 있으면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새로운 모듈을 사 달라고 부탁해 볼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아무래도 지금 감정 상태로는 아론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치르는 건 영 불안했고.

‘어떡하지…….’

고민해 봤지만 결국 답은 하나였다.

그래, 미유.

미유라면 쓸 만한 전투 모듈 하나쯤이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미유는 학생 겸 아론의 전속 모듈러니 다른 사람에게 맘대로 모듈을 만들어 주긴 힘들지도 모르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한번 말이라도 해 보자.’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리는 수업이 끝나는 대로 미유의 방을 찾았다. 이제 그녀와의 교류도 나름 길어진 터라 방을 찾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다.

“미유. 방에 있지?”

자연스레 문을 따고 들어가는 아이리.

최근에 여벌 열쇠를 만들어 둔 참이었다. 교칙상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뭐 큰 문제야 있겠는가.

“후후후…….”

“미유?”

아니나 다를까, 안쪽에서 미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평소와는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조금 불안한 마음을 안고 미유의 작업실 안쪽을 들여다보는 아이리.

그리고 그곳에는……

“흑흑……! 이 전설의 만능툴을 제가 살아 있을 때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오! 감사합니다, 아론 씨이!!”

……이상한 물건을 들고 기쁜 듯이 홀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미유가 있었다.

아이리는 미유가 손에 든 물건을 한참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모양이 이상한데, 저건 아무리 봐도, ‘그거’ 아닌가? 그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그때였다.

서로 눈이 마주친 것은.

“어…….”

“아.”

짤막한 각자의 생각의 로딩이 끝난 후.

아이리는 황급히 등을 돌렸다.

“즈, 즐기는 중에 미안. 나중에 올게.”

“아아앍! 즐기는 거 아녜요오! 가지 마세요오! 착각이에요오! 이거 그런 거 아니에요오오오오!”

“내, 내가 방해했네…….”

“아, 아니라니까요오오!!”

으아아아아앙!

미유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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