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흑막 시점 70화
B섹터에는 뉴 발할라 시티 최대 규모의 ‘뉴플렉스 스퀘어’라는 복합쇼핑몰이 있다. 스팅레이 그룹 소유는 아닌데,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서 나름 대주주 같은 느낌이다.
나는 비행형 세단에 아이리와 미유를 태우고 복합쇼핑몰로 향했다. VIP주차장에 발레파킹을 맡겨 놓은 후, 나는 둘을 이끌고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와아아아…….”
두 사람의 입에서 자동으로 감탄이 나왔다. 아이리는 나름 체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듯했지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은 명품관. 천연가죽으로 만든 각종 백이나 제품들, 악세사리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2층은 브랜드관. 일반 시민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값이 어느 정도 나가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3층에는 각종 카페나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 놀이관 같은 것들이 있었고, 4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 5층에는 엔터테이먼트를 위한 극장, 오락실, 볼링장, 사이버스페이스 공연장.
그 위 6층에는 동물 로봇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실내동물원, 7층에는 실내공원, 8층은 천체관람관, 9층에는 작은 놀이공원, 지하에는 수족관 등등 즐길 거리가 끝도 없는 곳이었다.
그 넓은 건물 전체가.
말 그대로 텅텅 비어 있었다.
마치 세상에 남겨진 것이 우리뿐인 것처럼, 우리를 제외하면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오직 가게의 점원들이 바짝 기합이 들어간 얼굴로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아이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 저기…….”
“뭐지?”
“이, 이거 혹시…… 전부 빌린 건가요?”
“보면 알잖느냐.”
VVIP의 행차에 오후 시간은 일반 손님을 받지 않도록 쇼핑몰을 통째로 빌렸다.
뭐, 아이리에게 당당히 말하긴 했어도 실은 나도 이런 광경은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되기는 했다.
“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엄청나게 부담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해 줘야 언론이나 대중들의 시선을 피해 쇼핑을 즐길 수 있을 테고, 뭣보다 대인기피증인 미유가 함께 돌아다닐 수 있다.
기껏 학년 1등을 했는데 내버려두고 우리끼리만 놀기도 좀 그렇고.
미유 본인이야 맨날 방에서 기계만 만지고 놀아도 행복하기 그지없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산책도 시켜 줘야 골병에 안 걸릴 거다.
참고로 지금 미유는 아이리보다 더 놀라서 놀란 표정 그대로 굳어 있었다. 정신을 되찾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뭐, 신경 쓰지 말거라.”
“아,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요…….”
“오늘 하루는 너희가 이곳의 주인이다. 원하는 건 뭐든지 골라도 된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고.”
“어…… 어…….”
자유롭게.
오히려 그 부분이 아이리의 생각에 과부하를 일으킨 것 같았다. 뭘 해야 좋을지 패닉에 빠져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한편 그 사이에 미유가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 사람이 적다 보니 비교적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된 모양이다.
뭔 야생 동물이냐고.
“모듈 가게! 모듈 가게부터 가요오!”
“아이리, 괜찮겠나?”
“저, 저는 상관없는데요…….”
“그럼 그러도록 하지.”
워낙에 넓은 곳이다 보니, 체력을 아끼기 위해 다인용 호버패드가 제공되었다.
적응자인 나나 아이리는 이용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 일반인 중에서도 유독 체력이 약한 미유는 조금만 걸어도 퍼져 버릴 테니까.
우리는 모듈 상점으로 이동하여 쇼핑을 했다. 평소 접하던 ‘전투용’ 모듈이 아니라 민간용 나노머신을 투여받은 일반인들을 위한 제품들이었다.
미유는 점원에게 쭈뼛거리며 제품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을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서 낯선 사람에게 말 따위 걸 생각도 못 했을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감개무량했다.
아마 아카데미에서의 경험과 드워프와의 만남 같은 것들이 조금씩 쌓여, 그녀를 조금씩 성장시켰던 거겠지. 아빠는 기쁘단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아이리 씨이! 이거 보세요, 얼굴이 예뻐지는 모듈이래요오! 이쪽에는 사이버웨어가 진열되어 있어요오! 헉, 이 소켓 HUB는 민간용인데도 모듈을 120개까지 동시 장착 가능하다고 하네요오?”
“……대단한 건가?”
“물론이죠오! 아이리 씨 건 25개가 한계거든요오! 아론 씨는…….”
“미유.”
“헉, 죄송해요,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오!”
흥분한 미유를 제지하자, 그녀는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소켓HUB란 모듈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장치를 위한, 일종의 주차타워였다.
일반적인 적응자는 전투 능력 강화를 위해 장착해야 하는 모듈만 기본 십수 개다.
거기다 USB를 비롯한 저장장치나 다양한 케이블까지 끼우려고 하면 온몸이 장치를 끼우기 위한 구멍투성이로 도배될 것이다.
당연히 외관상 보기도 안 좋고, 공간 효율도 나쁘기에 소켓 HUB는 내부에서 칩을 알아서 효율 좋게 차곡차곡 정리해 준다.
아이리의 경우 싼 제품이기에 제한 개수가 25개지만, 내 경우에는 200개나 된다.
하지만 그것은 모듈링 정보와 마찬가지로 스팅레이 그룹의 기밀이었기에 함부로 누설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뭐 기뻐해 주니 다행이군.’
뭐, 어쨌건.
미유가 무심코 그런 실수를 할 뻔했을 정도로 흥분한 건 알겠다.
맨날 좁은 방에서 연구만 하다가 이런 오프라인 매장 경험은 처음일 테니, 그럴 만하지.
그 이후로도 미유는 아이리를 이끌고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두 사람의 모습이 꼭 엄마를 이끌고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니는 딸 같아서 모양새가 좀 재미있었다.
‘원작에선 주인공이 저기 껴 있었겠지.’
두 사람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그 위에 ‘어쩌면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광경을 마음속에서 겹쳐 보았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일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참으로 아이러니한 감정을 맛보며, 나는 내 뒤를 따르던 보좌관 일행에게 카드를 주며 말했다.
“자네들도 쉬다 오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내 뜻을 이해한 건지 보좌관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물 한 잔만 갖다주면 좋겠군.”
“네. 곧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호출해 주십시오.”
보좌진들이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표정들이 상당히 밝은 것이 꽤 신나 보였다.
그래, 이게 참 상사 아니겠는가.
* * *
그 후, 나는 아이리와 미유가 이끄는 대로 쇼핑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부담감 때문에 표정이 굳어 있던 아이리도 점차 밝아지기 시작했다.
-미유, 여기 온 김에 머리도 다듬자?
-아, 안 돼요오! 이건 저를 칼라와 연결해 주는 중요한 신경삭……!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조금만. 응?
이번엔 아이리 쪽에서 주도권을 잡고 미유를 리드했다. 여러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가게를 시작으로, 옷가게나 잡화점 등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리는 사실 패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그녀의 온 관심사는 음식점에 있었고, 중간중간 들르는 옷가게는 어디까지나 체면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계속 먹을 것만 찾는 건 본인도 부끄럽다고 느끼는 거겠지. 정작 가게 안에 들어와서도 창밖의 다른 군것질가게에 흘깃흘깃 시선이 향하는 게 보였다.
-미유, 저거 맛이 궁금하지 않아?
-또… 또 먹어요오……?
-저건 처음 먹어보는 거잖아.
-조, 조금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되나요? 지, 지금 배가 터질 것 같은데요오…….
-그래, 네가 초코맛을 시켜. 내가 캬라멜 맛을 시킬 테니까 반반 나눠 먹자.
-제 말을 좀 들어 주세요……!
미유의 항의는 소용없었다.
이미 아이리의 두 눈은 새로운 디저트에 꽂힌 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전혀 안 들리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혼자 흐뭇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자니, 아이리가 내게 다가왔다.
“저기, 이사장님.”
“왜 그러지?”
“너무 저희만 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조금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도 죄송하고요.”
“내가 비켜 주는 게 좋겠나?”
“그, 그런 거 아녜요.”
“그럼 미유가 조금 전의 초코맛 붕어빵으로 녹아웃 했으니 다음 희생양으로 날 고른 거로군. 혹시 ‘식고문’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그건 더 아니에요!”
“먹고 싶으면 여러 맛을 다 주문해서 먹도록 해라. 이미 체면 차리기는 물 건너갔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 거라면…….”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아이리는 버럭 소리를 쳤지만, 이내 내 표정을 보고는 놀림 받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그녀의 입술이 토라진 듯이 삐죽 튀어나왔다. 흥분한 얼굴이 분홍빛으로 조금 상기됐다.
뭐, 그녀의 진짜 생각은 훤히 보였다.
자기네들끼리 노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뭔가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함께 놀자고 끌어들이기에는 조금 대하기 무섭고.
어째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거겠지.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나?”
“됐어요…….”
“이 이상 안 놀리마.”
“……됐다니까요. 이사장님한테 신경 쓴 제가 바보죠. 저는 그냥 뭘 좋아하시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음식이든 취미활동이든.”
“삐진 건가.”
“안 삐졌거든요!”
“삐진 거 맞군.”
“아니라고!”
반응 좋네.
안 되겠다. 자꾸 놀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계속했다간 진짜로 미움 받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장난기를 참아냈다.
허나 그와 별개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온통 스토리니 빙의자니 하는 것들에만 신경을 쓰면서 지내느라 딱히 취미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다.
예전 세계에서 취미로 즐겼던 웹소설이 가끔 떠올라, 이쪽에 온 뒤로 이 세계의 고유 작품 같은 것을 찾아본 적은 있었다.
‘근데 내 취향이 아니었지…….’
실제로 괴물이라든가 극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이 있어서 그런가, 상상력의 방향이 내가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튀는 작품들이 많았다.
특유의 클리셰라든가 장르 고유의 단어라든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보니 읽기를 자연스레 포기했다.
‘그 외에는…….’
게임을 좋아했다.
특히 피지컬 싸움을 많이 하는 종류.
하지만 이 몸뚱어리가 된 이후로는 게임이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어졌다. 동체 시력이 너무 좋아져서 적들이 다 느릿느릿하게 보이는 걸 어째.
“딱히 취미활동은 없군.”
아론 쪽의 취미인 ‘인간 사냥’을 댈 수도 없었기에 그냥 그리 대답했다.
아이리는 더더욱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툭 던진 말이었으니 그리 신경 쓸 필요도 없는데, 아마 내 말 속에 담긴 묘한 감정을 읽어낸 거겠지.
나 때문에 그리 된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고,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
“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내 대답에 아이리는 조금 벙찐 얼굴을 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게 그렇게 의외였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정말이에요?”
“거짓말 같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뭐지?”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보다는 아이리가 아까부터 먹고 싶어 하는 티가 역력했기에 일부러 고른 거였지만.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그래.”
“이사장님이랑 안 어울려서…….”
야, 인마.
뭐라 한마디 해 주고 싶긴 한데,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라 뭐라 못하겠다. 제 딴엔 조금 전 장난에 대해 나름대로 복수한 거겠지.
게다가…… 솔직히 나 같아도 이런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소프트콘 살살 핥아먹는 모습을 보면 조금 충격 받을지도.
“나는 신경 쓸 것 없으니,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라. 오늘은 너희가 주인공이니…….”
말하던 중간에, 아이리가 덥석 내 팔을 잡아끌었다.
“그럼 재지 마시고 그냥 가요. 저, 이사장님 소프트아이스크림 먹는 모습 보고 싶어요. 되게 폼 나게 먹을 것 같아.”
그러면서 슬며시 미소 짓는 아이리.
그 표정에 나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고, 나는 그녀의 팔에 이끌려 가게로 향했다.
* * *
그때부터였다.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나는 본격적으로 두 사람과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잘 어울리는지 묻는 질문에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동물원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나는 벽이 조금씩 허물어짐을 느꼈다.
나와 그들 사이에 있던 거대한 벽이…… 신분과 입장의 차이 따위가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것 좀 드셔보세요!
-어때요? 나쁘지 않죠?
-다음엔 어디로 갈까요?
이윽고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보았을 때, 거짓말을 좀 보태어 이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후회란 걸 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독자였다.’
이 세계의 독자였고, 팬이었다.
그랬기에 이 세계에 초대받은 이후로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 존재와 지식이 그들의 무결성을 해칠지도 모르니까.
‘나는 아론 스팅레이었다.’
줄곧 ‘아론 스팅레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고, 주인공이 사라진 시점에서는 그 역할까지 이어받아 연기를 계속해 왔다.
‘그랬기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거기엔 내가 없었다.
독자이자, 팬이자, 황태자이자, 후원자이자, 주인공이자, 빌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막상 이 아이들은 ‘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를.
잡다한 껍데기 속에 감춰진 진짜를.
‘……제길.’
원래라면 이딴 생각은 안 했다.
후회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며,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이 세계를 살아갔을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가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목이 마르다.’
지난번 느껴 봤던 그 감각이다.
아직은 그때보다 약하지만, 이제 곧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갈증으로 다가올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견뎌 낸다.
이 즐거운 시간을 망칠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정신력으로 버티며 멀쩡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리고 점점 끝이 다가온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고 하던가.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돌아갈 때가 되었다. 원래 시간으로는 쇼핑몰이 폐점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비서로부터 새로운 연락이 왔다.
[도련님. 사일런스가 깨어났습니다.]
드디어 왔다.
계획을 실행할 때가.
“아이리, 미유.”
나는 두 사람을 불렀다.
웃으며 날 돌아본 두 사람의 표정이, 내가 풍기는 심상찮은 분위기에 살짝 굳는다. 나 역시 이렇게 끝내는 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리라.
어쩌면 내게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이 녀석들에게는.
그렇게 믿으며 조심스레 입을 뗀다.
“너희에게 맡길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