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흑막 시점-81화 (81/117)

아카데미 흑막 시점 81화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베네딕트를 죽이지 않았다.

쓸데없는 동정심 때문이라기보단, 괜한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마리아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서 베네딕트 도련님을 없앤다면 스팅레이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게 될 겁니다.

좋든 싫든 베네딕트는 내 동생이었다.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났으니 어쩌고 하고 따지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가족이라는 의미였다.

조용히 실각시켜 버리는 정도면 상관없지만, 이렇게 무력적인 충돌을 통해 제거해 버리면 내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게 마리아의 분석이었다.

‘동생을 죽인 형이라는 이미지가 붙으면 돌이킬 수가 없지.’

아무리 이런 세계라고 해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었으니까. 또한 둘째 아들을 죽여 버렸을 때 드레이크 스팅레이 회장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미지수였다.

‘그 인간 성격상 아랑곳하지 않을 것 같긴 해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건 모를 일이니까…….’

내게 ‘넌 이제부터 내 아들이다’ 같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자신의 ‘진짜’ 아들을 죽였다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이번에 가지고 있던 재력이나 권력을 잃었으니, 구태여 내가 더 손을 쓸 필요도 없다. 내부 감사팀에게 힘만 좀 실어 주면 알아서 조져 주겠지.

‘이제 그쪽은 됐고…….’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보상을 확인할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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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1부 2막이 종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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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달성]

1부 3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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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1부 3막이 종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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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달성]

*1부 4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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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1부 4막이 종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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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많군.’

단번에 1부 2막에서 1부 4막까지 와르르 해결한 덕분에 보상이 단번에 쌓였다. 중간중간 다른 업적들을 달성한 것은 덤이었다.

로그의 내용을 일일이 꼼꼼하게 살펴보는 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기에, 나는 대충 목록과 보상내용을 종합해 보았다.

중간고사 보상을 포함하여 1부 3막까지 내가 갖고 있던 포인트는 총 12300P. 이건 전부 티켓 41장으로 전환해 두었다.

이후 3, 4막 클리어 보상과, 기타 업적 달성 보상이 합쳐서 19500P이었다.

이걸로 모듈 호환성 상승 티켓을 전부 산다고 하면 65장. 기존에 갖고 있던 티켓과 합산하면 106장.

‘……이제 살 만하겠군.’

대충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이거면 아론 스팅레이의 전성기 때 스펙을 그대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셈은 안 해 봤지만, 미유가 만든 모듈 호환성 프로그램이나 이런저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쓴다면 더 남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시나리오를 연달아 클리어하는 바람에 보상이 쌓인 것도 있지만, 특히나 1부 4막의 보상이 짭짤했다.

‘그 고생을 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줘야지.’

‘아론 스팅레이’라는 악당을 물리친 부분에만 업적보상으로 1만 포인트 가까이 들어왔다. 1부 4막을 클리어한 보상도 그 못지않았고.

계산해 보면 이번에 입수한 19500포인트 중 대략 60% 이상을 1부 4막을 클리어함으로써 벌어들인 것이었다. 난이도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는 했지만.

‘자, 이걸 어떻게 사용한다.’

마음 같아서는 계산이고 뭐고 다 귀찮으니 호환성 티켓에 때려박고 싶기는 한데,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

‘상점 목록부터 볼까.’

모듈 관련 건은 역시 미유와 상담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녀라면 티켓의 가장 효율적인 사용방법을 조언해 줄 것이고, 동시에 원작의 스펙마저 뛰어넘을 수준의 모듈링을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기존 Lv.1에서 Lv.2가 되었으니 티켓 구입은 새롭게 들어온 물건 목록을 확인하고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어디 보자.’

나는 상점을 열어 신상품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역시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사용법에 따라서는 꽤 유용해 보이는 물건들이 늘었다.

‘Lv.3 신비모듈 가챠권, Lv.4 통상모듈 가챠권, Lv.3 파워드 아머 세트…… 오, 이젠 자색 사냥터 입장권도 파는구나.’

물론 평범한 스펙으로 시작한 빙의자 기준이고,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신비모듈과 통상모듈?

이미 게임체인저급 모듈 3개에 군용급 통상 모듈을 덕지덕지 바른 내게는 의미가 없었다. 또한 파워드 아머는 진짜 돈으로 상점에서 파는 것보다도 더 좋은 걸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사냥터 입장권도 자색이면, 이미 내가 다녀온 적 있는 곳이었다. 시나리오 보상으로 청색과 남색 입장권도 갖고 있는 마당에, 내 수준에도 맞지 않는 곳을 굳이 포인트를 소모하면서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겠지.

‘결국 쓸 만한 건 호환성 티켓뿐인가.’

그 외에 더 쓸 만한 거라면 5000P씩이나 하는 모듈출력 레벨 +1 티켓.

예전에야 포인트가 부족해서 살 엄두도 못 냈지만, 여유가 생긴 지금이라면 두어 장 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구름거미]나 [테크블레이드]…… 아니면 [시체먹는 자] 모듈에 출력레벨 업 티켓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지?’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아서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전무후무한 ‘Lv.6 신비모듈’이라는 치트키급 모듈이 탄생하는 걸까?

‘일단 2장까지만 사 보자.’

한 장은 시험용.

사용효과를 정확히 모르는 마당에 내 주력 모듈들에 함부로 쓸 수는 없겠지.

만약 [테크블레이드]나 [구름거미] 중 하나가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그만큼 뼈아픈 손실도 없다.

‘나중에 좀 계륵 같은 Lv.5 모듈을 하나 구해서 사용해 봐야겠군.’

그러면 성공하면 이득이고, 실패해도 큰 문제는 없다.

나는 1만 포인트를 써서 모듈 출력레벨 업+1 티켓을 2장 구매했다.

이로써 남은 포인트는 9500P.

그 외에 상점을 샅샅이 뒤져 봤지만 마음에 끌리거나 신경 쓰이는 품목은 없었다. 기껏 해야 포인트를 돈으로 환전하는 비율이 2배 정도 더 좋아졌다는 정도일까.

‘어라?’

그러다 문득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판매라고?’

상점에 판매 기능이 생겼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시험해 보았고 몇 분 되지 않아서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평범한 물건은 못 팔고, 상점에서 구매하거나 사냥터에서 구한 물건들만 팔 수 있는 모양이네. 판 물건들은 포인트로 환전해 주고.’

나쁘지 않은 기능이다.

당장 팔 만한 물건으로는 지난번 사냥터에서 얻었던 ‘미믹’ 모듈이랑, ‘리버레이터’였다.

‘결국 이건 안 썼네.’

리버레이터.

1부 3막 안드로이드 반란에서 사용되는 물건인데, 3막이 스킵되다시피 해서 결국 맥거핀으로 전락해 버린 물건이었다.

‘아, 진짜. 원래 이거 되게 중요한 물건인데…….’

원작에선 아시타교하고도 연관되어 있는 물건이고, 이거를 두고 여러 사건이 펼쳐지기도 한다.

근데 지금은 결국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물건을 남한테 넘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처치 곤란하던 차에 상점 판매 기능이 나타난 것이니…….

‘이거부터 팔아 볼까?’

앞으로 쓸 일이 없을 텐데.

1부 3막도 끝났으니 미유한테 연구해 보라고 선물해 주는 선택지도 고려해 봤지만, 애가 이거에 푹 빠져서 또 수업 안 나갈 거 생각하면 조금 고민된다.

걔한테는 이런 물건들이 새로운 게임이나 다름없거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론을 냈다.

‘음. 일단은 보류.’

역시 당장 팔기는 애매했다.

포인트가 급한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이 물건의 정확한 정체나 아시타교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도 아니다.

상점에 팔았다고 해도 값을 제대로 쳐줄지는 미지수였고, 일단 판매 기능을 시험해 보는 건 다른 물건으로 먼저 해 봐야겠지.

미믹 모듈은 여러 상황에서 의외로 쓸 만한 경우가 많아서 과부하율이랑 대체율이 좀 빡세도 가끔씩 써먹을 생각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시험적으로 판매해 볼 물건은…….

‘사냥터에서 구해 와야겠지.’

내게는 남색 사냥터 입장권 1장과 청색 사냥터 입장권 1장으로, 총 2장의 티켓이 남아 있었다.

원래라면 남색 입장권이 한 장 있었어야 하는데, ‘복제 인격’을 만든다고 다녀오느라 조금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말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탐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슬슬 2부가 시작된다.

원작 1부는 셰이드 웰즈가 새로운 동료를 모으는 데에 집중된 스토리였다면, 2부는 본격적으로 학원 생활이 시작되고, 괴물들과 싸우는 내용이 더해진다.

‘이제 좀 마음 놓고 덕질할 수 있겠네.’

앞으로 살인 충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 모듈도 사실상 전부 복구했으니 원래 내가 이 세계에 왔던 목표인 ‘덕질’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스팅레이 내부 정치문제라든가, 주인공 셰이드 웰즈의 죽음으로 인한 나비효과, 그리고 ‘아라야’ 같은 다른 빙의자 문제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나 ‘아라야’가 여전히 살아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방심하긴 이르다.

‘……그래도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니까. 다시 바빠지기 전에 시간을 내서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엘리시움부터 E섹터까지.

사이버펑크의 냄새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홀로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믹’ 모듈의 힘을 좀 빌리면 세간의 눈을 피해서 돌아다니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

‘아, 그 김에 ‘그 캐릭터’부터 데려와야 하나? 아니면 흑룡파 쪽을 뒤집어엎은 다음에 2부를 대비할까? 그것도 아니면 콜로니 쪽으로 나가서…….’

마음 편히 이런저런 계획을 구상하고 있자니,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마리아로부터였다.

메시지의 주된 주제는 두 가지.

‘하나는 아시타교 문제.’

아시타교가 원체 큰 조직이었다 보니, 완전히 축출하는 데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나 보다. 최근 들어선 바퀴벌레처럼 아예 지하로 파고들기 시작해서 더더욱 색출하는 데에 난관을 겪고 있다나 뭐라나.

다른 기업들도 합심해서 아시타교 박멸작전을 계속하고는 있는데, 사이비 놈들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이 아무리 때려잡아도 쉽게 멸종되지가 않는단 말이지.

‘역시 E섹터의 ‘그 사람’부터 데려오는 게 맞겠구나. 조만간 찾아 봐야겠다.’

아라야를 비롯한 빙의자 놈들이 이 이상 주조연 캐릭터들한테 손을 대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쓰는 게 좋겠다. 내가 만든 울타리 안쪽으로 데려오면 놈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나는 다음 내용으로 눈을 돌렸다.

‘두 번째는…… 아이리?’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리가 자신에게 상담을 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 나한테 의견을 물어 오는 내용이었다.

원래 이런 건 무시하든가, 마리아의 선에서 알아서 처리할 문제지만, 내가 원체 특별반 애들을 아끼니 구태여 보고 내용에 포함한 모양이다.

‘상담이라…….’

어째서 마리아에게?

왜 내가 아니라?

잠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그러려니 했다.

저번 중간고사 준비도 도와주고 그런 걸 보면 의외로 두 사람이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니.

‘뭐,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속 좁게 그것까지 질투를 느낄 필요는 없을 테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보고의 다음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 본 나는 순간 뒷목을 잡을 뻔했다.

“……!!”

그 메일의 내용인즉슨.

‘아이리가 러브레터를 받았다 합니다.’

어떤 새끼냐.

잡히면 가만 안 둔다.

우리 새끼한테 집적거리는 놈팡이는 잡아 족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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