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단골손님 어셈블 (3)
* * *
마법약도 제조 과정, 혹은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요구하는 자격증이 다르다고 한다. 신체 회복, 정신 회복, 공업, 마법 보조제 등등.
요리로 따지면 한식, 양식, 일식조리기능사 등으로 자격증이 나누어진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더해서 엘레나 양은 이것들 중 대부분을 취득해둔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는 복어조리기능사에 준하는, 그러니까… 독약 제조 자격증까지 말이다.
“독약 만드는 자격증은 어디 따려고 쓰신 겁니까?”
“해독약 만들어 보려고 땄었어요. 제독, 해독 효능 포함된 마법약들은 그 자격증이 있어야만 다룰 수 있게 되어있길래, 겸사겸사.”
“허어….”
이 정도면 지갑 여는 순간 무지개 쏟아져 나오는 거 아니냐? 특급 요리사처럼?
“엄청 믿음직하네요. 지금부터 몇 개 말씀드릴 테니까, 안 되는 거 있으면 도중에 미리 말해 주세요. 우선은.”
누나가 운을 떼고는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읊기 시작했다. 아까 얘기 나눴던 물에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약을 포함해 급속 냉각 마법약, 마력 중화제, 진정 마법약.
“그리고, 마법 보조제…는, 필요해? 언니?”
“난 없어두 돼. 윤하는?”
“나도 딱히. 그럼 말씀드린 것만 우선 부탁드릴게요. 당장은 이게 끝.”
“네.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유효 기간은?”
“유효 기간은 2시간이면 되고, 길어도 10분 안에는 다 만들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가능하시겠어요?”
누나 물음에 테이블 위의 주머니를 집어 들어 그 안에 손을 집어넣는 엘레나 양. 아직 안 빠진 게 있나 싶어 지켜봤는데, 잠시 후에 안에서 꺼낸 게 둥근 테 안경이었다.
꺼낸 안경을 쓰고는, 우릴 올려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해온다.
“5분 안에 끝낼게요!”
그냥 10분 안에 하셔라. 말을 건네보려 했는데, 엘레나 양이 그새 뒤돌아서서 한 손으로는 제일 큰 시약병 뚜껑을, 다른 한 손으로는 램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뚜껑을 연 시약병의 내용물을 플라스크 안에 쪼르르 담아 절반가량 채우기 시작한다. 저게 마법약의 베이스가 되는 용액인가 보다. 육수처럼.
이후로는 말 한마디 없이 다른 시약들을 샬레에 몇 방울 떨구거나 빈 시약병에 담아 섞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눈 한 번을 깜박이질 않았다.
이러면 말 걸어 봐야 방해만 할 것 같다. 똑같이 바라보던 누나가 나와 점장, 마지막으로 어르신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엘레나 씨 집중하시는 동안 저희는 저희 할 일 해요. 저, 울프 어르신.”
“말씀하시지요, 윤하 양.”
“혹시 게이트 들어가 본 적 있으세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다. 누나 물음에 어르신께서 천천히 고개를 저으신 뒤 역으로 물으셨다.
“혹시 자격요건 같은 게 따로 필요한 겁니까?”
“자격요건은 따로 없는데, 게이트 내부 마력 농도가 외부에 비해 엄청 높아요. 지금은 핵심 게이트 진입하는 거라 특히 더 심할 거고요.”
마력 농도가 높은 곳에서 장시간 노출될 시의 증상이 신체 말단부터 시작해 전신마비, 심하면 심정지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거 잘못되면 보험처리 됨? 누나?”
“너는 그 점은 해당 사항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니었으면 너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뜯어말렸지. 여튼.”
누나가 매장 코앞에 게이트가 일어날 줄 알고 찾아온 게 아니라, 보호복은커녕 관련 장비 챙겨온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말인즉, 몸으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인력 아니면 30분이 마지노선.
“저는 이런 일 워낙 자주 겪어봐서 익숙하고, 언니는 마법사 생활 길게 했었으니까 제가 따로 걱정은 안 해요.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범상치 않은 분이신 건 저도 이제 잘 알지만….”
“저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짧게 답하시고는 입은 양복의 소매를 걷어 한 번 접으시는 어르신.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시고는,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으셨다.
“저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겪어봤으니까요.”
“어… 혹시 전직 군인 출신이세요? 대전쟁 때?”
“예.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사항이긴 합니다.”
호위부대 근무하셨던 게 군사기밀이어서 그런가, 말씀하시는 게 다소 조심스럽다. 누나도 어느 정도 짚이는 바가 있는지 더 묻지는 않더라.
“헌데 윤하 양, 제가 어떤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밑에서 이 녀석을 좀 보호해주셨으면 해요. 언니는 제가 맡고, 이렇게 4인 1조.”
헌터들이 게이트 진입할 때의 인원 배치가 최소 4인이란다. 유사시 2인 2조로 쪼갤 수 있는 인선에, 2인 중 한 명이 위험해지거든 다른 한 명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을 쓰는 데에 늘 제약이 따르는 마법사, 혹은 나처럼 반마법 원툴인 전문인력은 늘 헌터 1인이 호위 역으로 대동한다고.
하여 인원 구성은 대충 이렇고, 역할은 현직 헌터인 누나가 조장, 마법사인 점장이 비상 상황 대응. 어르신께서 게이트 내의 위협으로부터 날 보호하는 역이고, 내가 대마법 전술병기…?
“내가 뭐라고? 누나?”
“대마법 전술병기, 짜샤. 이찬 너 물리적인 것도 네 체질로 어떻게 할 수 있어?”
“어… 글쎄?”
의식하고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없을 것 같다. 내 체질에 그런 게 있었으면 소주 박스 나른다고 허리 찢어질 때 뭐라도 해줬을 거 아냐.
“그렇지? 게이트가 마력이 고농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험한 것도 아니니까. 마수 돌아다니는 경우도 빈번하고, 내부 환경 붕괴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해.”
이건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저 하수도 내부가 실사 괴수영화 촬영장일 수도 있다는 말이잖은가. 아니면 재난영화 촬영장이라거나….
잠깐 넋을 놨더니, 누나가 쓴웃음을 짓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네 반응 보니까 엘레나 씨한테 진정 마법약 부탁하길 잘했단 생각 든다.”
“그러게….”
“내려가는 건 우리 셋이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게이트핵 앞에서는 네가 잘해야 돼. 핵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있으니까, 네가 손으로 건드릴 수도 있겠지.”
“나 안 내려간다고 버티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했었어?”
“내가 통째로 옮겨 버리려구 했어, 찬아. 꽤 먼 곳에.”
이건 점장이 답해줬다. 바라보자, 날 올려다보며 싱긋 웃는 점장. 바로 물었다.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3km 위의 하늘.”
“그럼 그 하늘 밑으로는 문제 생기는 거 아녜요?”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도심지 한복판에서 난리 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건 그렇네.”
그래도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내가 안 내려가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릴 상황이라는 게 한 번 더 실감이 나긴 했다. 점장도 게이트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는 소리잖아.
“그래두, 찬이가 같이 가준다니까 한시름 덜었다.”
“한시름 덜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저, 다 끝났어요! 윤하 씨, 찬이 씨!”
다 됐나 보다. 엘레나 양 쪽을 보니, 손에 안경을 쥔 채로 기지개를 켜는 참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병 다섯 개. 아까 누나가 부탁한 약 종류가 네 개였다. 수중 호흡, 급속 냉각, 마력 중화, 진정 마법약.
나머지 한 병의 정체가 뭐인가 궁금했는데, 엘레나 양이 약병을 한 손에 잡아서는 내게 건네며 먼저 설명해줬다.
“시간이 살짝 남더라구요. 이게요, 상처 응고에 지혈, 통증 완화 효과랑―”
“오. 그리고요?”
“골절상에도 도움 되고, 음용하시면 혈액 재생하시는 데에도 도움 되실 거예요. 효과가 강한 건 오랫동안 끓여야 해서, 간단한 응급처치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요.”
“…골절상요?”
“네. 제가 게이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거 투머치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뼈 부러질 일까지 겪게 되겠어…?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의견은 나도 공감한다. 그것도 꽤 많이. 약들을 받아들자 엘레나 양이 내 손을 두 손으로 맞잡고는 말해왔는데, 목소리가 다소 떨리고 있었다.
“몸 건강히 돌아오셔야 돼요. 꼭.”
자신 없어서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나도 몸 건강히 돌아오고 싶다.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말야.
이제 준비는 얼추 다 끝났다. 짧게 마무리 지어야 할 게 두 가지.
“경관님. 매장 안 떠내려가게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짤막한 대답 이후, 거수경례를 해오는 경관.
“현장보존은 제 전문이니,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헥, 헥, 헥.”
도중, 멍멍이가 어느새 내 발치에 가까이 와서는 발목을 핥아대고 있는 게 보였다. 잠깐 생각하다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얘 데려가는 거 어떻게 생각해.”
“야 이찬, 걔는 좀….”
“얘가 조금 특별한 놈이 아니잖아. 혹시라도 밑에서 뭔가 해줄지 알아?”
“정확히 뭘?”
“그건 나도 모르지. 밑에 사람 말 안 통하는 생쥐나 박쥐들 잔뜩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경관이나 엘레나 양, 어르신께서는 이해를 못 할 대화겠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말했다. 돌려 말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중엔 다 알게 될 내용이기도 했고.
누나 표정이 ‘이제 겨우 2살 먹은 강아지 데리고 뭘 어쩌려는 거냐?’라는 얼굴이긴 했지만, 마저 할 말 했다.
“얘 몸이 원체 딴딴하기도 하고, 여차하면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영물이라 체내에 마력도 있고, 재생능력도 있고, 여차하면 내 체질로 마력 쌓이는 것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멍멍이 녀석이 어떻게든 따라오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였다. 밑에서 뭔 일 날지 모른다, 위험하다, 우리 얘기하던 것들을 다 들었을 텐데도 이러고 있다.
혹시나 싶어 아예 한 번 더 물어봤다.
“동의 안 하면 꼬리 흔들어라, 멍멍아.”
바로 꼬랑지를 꼿꼿이 세우고는 털 한 가닥도 까딱하질 않는다. 착잡한 얼굴로 멍멍이를 바라보던 누나가, 점장에게 고개 돌리고는 물었다.
“언니도 쟤 알지. 멍멍이. 어떻게 생각해?”
“난 당사자 의견은 늘 존중해주는 편이야. 강아지도 예외는 아니구.”
“…아, 몰라. 가방에 넣어서 데려가든지 해. 대신 가방 절대 놓치지 마라.”
“어.”
* * *
매장에 떠다니던 가방을 집어다 멍멍이를 욱여넣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는 느낀 게, 폭우가 거세지고 있다 느꼈던 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깨를 때리는 타격감이 달라졌다.
수위를 확인할 겸 편의점 쇼윈도를 돌아봤는데, 엘레나 양과 치와와가 자리 잡은 테이블의 살짝 위쪽까지 물이 넘실거리는 채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테이블 바로 밑 언저리였다.
파도치는 빗물 위로 엘레나 양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쉴 새 없이 손 흔들고 있고, 치와와는 노트북을 펼친 채로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다.
“…….”
“무슨 생각인지 아는데, 가자. 시간 넉넉한 거 아니니까.”
“알았어.”
이 망할 핵심 게이트만 어떻게 처리하고 나면 다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다. 매장 매출, 거리, 손님들이랑 얘기하던 시간들 전부 다.
“어르신께서는 괜찮으시죠? 언니는?”
“괜찮습니다. 제가 잡아드리면 되겠습니까? 업주님?”
“아뇨, 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르신께서는 이미 빗물 표면 위로 올라가 서 계신 채다. 폭우에 눌려 고개 푹 숙인 채로 대답한 점장이, 빗물 표면에 팔을 올리고는 짧게 기합을 주더라.
“읏샤.”
그러고는 담을 넘듯, 빗물을 손으로 짚어 위에 올라간다. 표면이 찰랑거리는 빗물 위에 서서는, 빗물 위를 신발 바닥으로 탁탁 밟아보는 점장.
“오랜만에 해보는 거라 살짝 무섭다. 울프 어르신,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예. 훌륭합니다, 업주님.”
“이 가방이나 좀 받아 주십쇼, 얘 떠내려가겠어.”
어이도 없고 할 말도 없어서, 그냥 멍멍이 집어넣은 가방을 점장에게 내밀었다. 이게 말이 가방이지, 지퍼랑 어깨끈 달린 부직포 주머니랑 다를 게 없다. 심지어는 방수도 안 돼.
가방을 받아 손에 들고는, 닫힌 가방 지퍼를 바라보며 점장이 말을 걸었다.
“멍멍아.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 알았지?”
“끼잉… 푸엣취.”
코에 물 들어갔나 보다. 이후에는 나는 누나 손에 붙들려 따라가고, 점장이랑 어르신께서는 말없이 빗물 위를 걸어가고.
말없이 계속 걸어 맨홀 뚜껑 앞에 도착했다. 뚜껑을 닫지 않은 탓에 여전히 내부가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기괴하게 비틀려대는 벽사다리, 뚜껑을 대신하고 있는 물로 이루어진 벽.
누나가 두꺼운 물 벽을 자기 발로 한번 밟아보고는 내게 물었다.
“이찬, 이거 한번 만져볼 수 있어? 가능하면 사다리도 같이.”
“해볼게.”
빗물 위로 머리만 빼꼼 내민 채, 더듬어가듯 맨홀 뚜껑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에 살짝 저항이 있었다가 사라진 게, 이건 물 벽이 없어진 것일 테고….
다음은 금속 재질의 꺼끌한 무언가. 사다리의 녹이 슨 부분이 손에 닿았나 보다. 내가 내려다봤다간 머리가 물에 잠길 자세라, 누나에게 대신 확인을 부탁했다.
“지금 어때. 잘되고 있어?”
“잘되고 있다. 너 그대로 붙잡고 있다가, 맨 마지막에 내려와. 알았지.”
“어.”
“내가 제일 먼저 갈게.”
어르신과 점장을 한 번 올려다본 누나가 곧바로 사다리를 붙잡아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빗물 소음 사이로 간간이 금속 사다리를 밟는 소리가 텅 텅 울려대다, 수십 초도 안 되어 멎었다. 내부가 아주 깊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두 분 내려와요!”
“가방은 제게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업주님. 아무래도 불편하실 테니.”
“네.”
점장이 건넨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뒤, 한 손으로 사다리를 붙잡아 내려가기 시작하는 어르신. 다음에는 점장이 빗물 속으로 몸을 풍덩 담가, 사다리를 내려가려다….
멈췄다. 뚜껑 위로 머리만 살짝 내밀고는, 사다리를 쥔 내 손을 슬슬 쓰다듬는 점장. 물 너머로 웅얼대듯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찬이한테 신세를 좀 지네.”
“신세는 뭘요. 제 근무지가 물에 잠길 판인데, 당연히 개처럼 굴러야지 뭐….”
“그런 거 말구.”
“그럼 어떤 게 신세를 진다는 말씀이세요?”
“이 도시.”
또 뭔 소리래.
이리 말하고는 미처 묻기도 전에 사다리를 탕 탕 내려가버렸다. 사다리 소리가 멎기를 기다렸더니, 잠시 후 낭랑한 외침이 들려왔다.
“찬아! 이제 내려와도 돼!”
“예!”
나도 바로 빗물에 푹 몸을 담가 다리에 발을 얹었다. 한 칸 한 칸 내려올 때마다 들려오던 빗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조용해졌다.
속으로 스무 칸가량을 셀 즈음, 발이 단단한 바닥에 닿았다. 사다리에서 손 놓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주변 풍경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라도 한참을 달랐다.
“…누나.”
“어.”
“여기 왜 이렇게 넓은 거임?”
하수도치고는 내부가 지나치게 넓었던 것이다. 눈대중이기는 했지만, 배수 파이프나 기둥도 공간만큼 넓어진 것 같고….
묻자, 누나가 머리에 흠뻑 젖은 물기를 양손으로 짜내고는 대답해줬다.
“공간을 방출하고 있는 거야. 게이트 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