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0)화 (1/582)

프롤로그

소년은 눈을 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깨달았다.

소년의 얼굴에 깨진 유리잔처럼 차츰 균열이 생겨났다.

아니야.

아니야.

거짓말이야.

고장 난 기계 같은 중얼거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되뇌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발에 닿은 대리석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항상 그를 괴롭히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미적지근하고 불안한 목소리가 작게 흩어졌다.

소년이 천천히 병실 문을 열자, 다급한 표정을 한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쿵. 쿵.

무언가 내리치는 중인 걸까?

너무 시끄러웠다.

하얀 발이 복도를 디뎠다.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데,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살을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사람들의 뒤를 따라갔다.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소년은 우두커니 병실의 문패를 바라보았다.

714호.

그다음. 소년의 시선이 향한 곳은 환히 열린 병실 안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간절히 응시하고 있었다.

“3, 2, 1!”

쿵.

“다시! 3, 2, 1!”

쿵.

그때 한 사람이 몸을 틀었다.

그제야 소년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던 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쿵.

푸르스름함이 감도는 청년의 몸이 기계의 움직임에 따라 힘없이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쿵.

둔탁한 소음이 머릿속을 울리는데, 어디서 나는 소린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얼굴은 단잠에 빠지기라도 한 듯 편안해 보였다.

느릿한 눈꺼풀의 움직임을 따라 물기가 후두득- 떨어졌다.

손을 들어 얼굴을 훑은 소년이, 손가락에 닿는 물기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거짓말쟁이.”

토해내듯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무 추워서 손발 끝이 시렸다.

뒤늦게 소년을 발견한 간호사가 황급히 다가오다가 저도 모르게 멈춰 섰다.

석상처럼 서 있는 한 소년이 죽고 싶다는 표정으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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