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6)화 (7/582)

제6화. 우연보다 인연 (6)

정희성의 연주가 뚝 끊겼다.

인간의 지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이상한 힘이 그의 연주를 강제로 중단시킨 것 같았다.

그 기이함에 눈을 뜬 정희성은 경악한 표정의 도현을 보았다.

그리고 도현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공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헉…!”

손에 힘이 풀린 정희성은 바이올린을 떨어트릴 뻔했다가 힘을 꽉 주었다.

【아~ 진짜 못 찾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설마 두 영혼이 만났을 줄이야.】

그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모습이었다.

암흑이 뭉쳐진 듯 한없이 깊어 보였고 빛을 모아놓은 듯 계속해서 분열하고 있었다.

분명한 건 그것이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거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희성이 도현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나는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되는 존재라서 원래라면 너희 털끝 하나 못 건드려.】

도현은 어쩐지 그 덩어리가 히죽 웃는 것만 같았다.

“원래라면?”

도현의 중얼거림에 덩어리가 요동쳤다.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자구!】

정희성이 한층 더 경계심을 올렸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저 이상한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도현이 안전하도록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킬 수 있을까?’

갑자기 든 나약한 생각에 정희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주먹 두 개를 이어붙인 크기의 작은 덩어리일 뿐이었지만, 무엇보다 광활한 우주를 마주한 것만 같았다.

먼지보다 덧없는 미약한 존재가 된 느낌에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으으음. 내가 무서운가 보구나, 이상한 영혼들아.】

덩어리가 고민이라도 하는 듯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딱 멈췄다.

【인간들은 처음 만나면 소개부터 한다지? 내 소개를 할게. 나는 ‘조율자’야.】

“조율자…?”

【굳이 인간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렇지. 이름은 딱히 없는데 그냥 대충 너희 생각대로 ‘덩어리’라고 하자!】

그 말에 도현과 정희성이 어깨를 흠칫했다.

“생각을 읽은 건가요?”

【작은 인간이로구나! 읽고자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와서 말이야.】

도현의 머릿속이 팽팽 돌았다. 자신을 조율자라고 지칭하는 이상한 덩어리. 그리고 자신과 형을 ‘이상한 영혼’이라고 불렀다.

‘형과 나의 공통점이라면…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도현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상한 영혼이라는 게 혹시….’

【정답!】

그 목소리에 도현이 화들짝 놀랐다.

【작은 인간이 꽤 똑똑하구나! 그래. 네가 생각한 게 맞아!】

순식간에 도현의 앞까지 날아온 덩어리가 도현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정희성이 막을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작지 않은 인간아. 긴장할 필요 없어. 오늘은 이야기만 할 거야. 나는 그 정도 인간류에 대한 지식은 있는 덩어리니까.】

정희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저 이상한 덩어리가 하는 말을 듣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도.

정희성은 덩어리를 견제하는 것을 포기하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거지?”

【둘 다 인간들에게 이유 없이 배척을 받았지?】

“!”

“!”

그 말에 도현과 정희성은 깜짝 놀랐다.

도현과 정희성의 눈이 마주쳤다.

도현도, 정희성도 이야기를 나눌 때 항상 이상한 기시감이 들기는 했었다.

완벽한 이해자를 만난 것 같은 이상한 감각.

그것은 두 사람 모두 느꼈던 감각이었다.

【비단 인간뿐만은 아니지.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너희를 불쾌히 여길 수밖에.】

“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도현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이상한 영혼들아. 너희는 완전하지 않은 영혼을 타고났단다.】

“완전하지 않은 영혼?”

【그래. 영혼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때로는 본질, 근원, 원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 그리고 그런 영혼은 어떤 생명이든 모두 ‘완전’해. 창밖에서 흔들리고 있는 저 나무의 영혼도 말이야.】

도현과 정희성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돌연변이가 생겨나. 완전해야 할 영혼에 흠집이 있는 거야. 한 우주에서 몇 십만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드문 일이지.】

“그 돌연변이가….”

【그래. 너희들이야.】

도현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랐다. 돌아오지 않는 애정에 목이 말라서 애원한 적도 있었다.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뀌는 간병인을 보면서도, 이번에 오는 사람은 날 좋아해주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다.

누군가 따뜻한 말을 걸고 손을 잡아주기를 원했다.

형을 만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는 바람이었다.

그게 내가 돌연변이였기 때문이라니. ‘이상한 영혼’이기 때문이라니.

【너희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니까. 흩어지려는 영혼을 가둬두고 있으니 육체가 견딜 수 없는 거야.】

도현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도현은 울지 않았다.

상처받은 아이의 아집이었다.

【둘 다 이상하게 천재적일 정도로 뛰어난 분야가 있지?】

그 말에 도현은 형의 연주를 떠올렸고, 정희성은 도현이 연기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영혼이 불안정하니 육체가 살기 위해 진화했다고 해야 하나…. 영혼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거야. 그 순간만큼은 찬란한 재능으로 불완전한 영혼마저도 순간적으로 ‘완전에 가깝게’ 만드는 거지. 너희의 재능은 그 정도야. 세상에 다시없을, 위대한 재능이지.】

그 말에 희성은 자폐를 앓는 사람들이 종종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것을 떠올렸다.

【흐음, 그거랑은 좀 다른데. 뭐, 상관없나.】

저도 모르게 또다시 생각이 읽힌 희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원래대로라면 그대로 육체가 무너져서 죽었겠지만….】

그 말에 도현의 눈동자가 한 차례 일렁였다.

【내가 너희를 찾았으니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왜 우리를 찾은 거지?”

정희성의 날카로운 질문에 덩어리가 씨익- 웃었다. 그 어디에도 눈코, 입이 없는 덩어리임에도 정희성은 그것이 웃었다고 느꼈다.

【너희는 순리를 벗어난 존재라서 말이야. 내 관리 대상에 들어가거든. 흐름에 어긋나지 않도록 불완전한 영혼을 육신에서 해방하는 게 ‘조율자’로서 해야 할 일이지.】

“그거…. 죽는다는 소리 아냐?”

【너희 입장에선 죽음이 맞겠지.】

“…그래서 지금 우리더러 죽으라고? 그 망할 순대 때문에?”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정희성이 비꼰 것과는 다르게 침착한 태도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다른 방법이 생긴 것 같아서 말이야.】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을 말해.”

【알았어, 알았어. 성질 급하기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돈 덩어리가 말했다.

【영혼을 해방하지 않고도 순리에 어긋나지 않을 방법이 있어. 내가 불완전한 영혼을 완전하게 만드는 거지!】

그 말에 정희성의 손을 잡은 도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희성도 간신히 되찾았던 침착을 잃고 크게 동요했다.

【단.】

도현과 정희성이 덩어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이 떨어졌다.

【둘 중 한 명만 가능해!】

내용과 맞지 않게 한없이 밝은 어조였다. 도현의 두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왜요? 왜? 둘 다 살려줄 수는 없는 거예요?”

【나는 조율자일 뿐이야.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건 내 관할이 아니라는 소리란다. 그게 가능했다면 내가 조율자가 아니라 신이라고 소개했겠지.】

“왜 둘 중 한 명만 살 수 있다는 거야?”

정희성이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 간신히 물었다.

【한 명이나 살 수 있는 거지! 너희들에겐 다행히도, 한 우주에, 그것도 같은 공간에 불완전한 영혼이 둘이나 존재하잖니. 게다가 공명을 일으킬 정도로 영혼의 성질도 잘 맞아.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존재한 이래로 처음 보는 일이야! 엄청 드문 일이라고!】

덩어리가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너희 둘 중 한 명의 영혼으로 다른 한 명의 영혼의 흠을 메꾸는 거야! 그렇게 되면 두 영혼이 섞일 거야. 더 이상 그 누구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겠지. 다만 주도권을 쥔 쪽의 영혼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거라서 자아가 남는 건 그쪽이겠지만.】

그 말에 도현은 동생의 이야기를 하며 밝게 웃던 형의 모습을 떠올렸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시절을 그저 과거라고 말하며 괴로워하는 모습도, 결국 바이올린을 손에 쥐고 누구보다 강렬하게 연주하던 모습도 떠올렸다.

【아. 아까 이야길 빼먹은 것 같은데. 재능으로 영혼을 순간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만든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리가 없지. 너희는 재능을 펼치면 펼칠수록 몸이 무너져 갔을 거야.

게다가 방금, 내가 너희를 찾아낼 정도로 강한 공명을 일으켰어. 뭐, 너희는 모르고 한 일이겠지만…. 그건 간신히 뭉쳐 있던 영혼을 밖으로 흘려보낸 거야. 너희 스스로 명을 단축한 거지.】

“어, 얼마나 줄어들었는데요?”

【작은 인간은 그나마 괜찮은데… 작지 않은 인간이 문제로군. 너는 지구가 서른 번 돌기 전에 육체가 무너지겠구나. 방금 일으킨 공명으로 한 일 년 정도는 사라졌을걸. 쯧쯧.】

도현은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췄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바이올린을 놓았다는 형을 붙들고 억지로 손에 쥐여 준 건 자신이었다.

형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형, 내가…. 나 때문에.”

도현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한 달도 살지 못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던 정희성이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도현을 껴안았다.

“네 탓 아니야. 내가 선택한 거야. 도현아, 형 봐봐. 응?”

정희성이 도현의 고개를 들어 올려 눈을 맞추었다.

“내 선택이었어. 도현아, 내가 선택한 결과라고.”

도현은 그의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내 탓이야. 내가 책임져야 해.’

도현의 떨림이 멎었다.

정희성이 조금 진정한 듯한 도현의 모습에 안심하려는 찰나였다.

“형을 살려주세요.”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정희성이 기겁하여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도현의 어깨를 붙들었다.

도현이 단단한 눈으로 정희성을 보았다.

“형이 선택했지만, 부추긴 건 저예요.”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형은 좋아하는 동생도 있잖아요. 그리고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죠? 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타지에서 알아볼 정도라면, 굉장히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정희성이 답답해진 마음에 소리쳤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인데!”

“형은 잃을 게 많아요.”

예상치 못한 말에 정희성의 몸이 굳었다.

“저는 잃을 게 없어요. 쌓아온 게 없는걸요. 그러니까 형이 사는 게 나아요.”

도현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정희성이 무어라 말하려는데 도현의 말이 좀 더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형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왜?”

“형은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말갛게 웃는 도현의 얼굴에 정희성은 목이 막혔다.

단순히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말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았을 거다.

잃을 게 없다는 도현의 말이 정희성의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왜 이 꼬맹이가.

이렇게 작은 꼬맹이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와야 하는 건가.

도현의 얼굴 위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정희성이 덩어리를 보았다.

“그거 지금 정해야 하는 거야?”

【육체가 너무 붕괴되면 조금 곤란해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긴 한데…. 아직 여유가 조금 있긴 해.】

“얼마나?”

【일주일 정도?】

“그럼 그때까지 선택을 보류해도 되겠지?”

【뭐 그 정도야. 상관없어!】

그 말에 정희성이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일주일 뒤에 결정 내릴게. 일주일 뒤에 다시 와줘.”

【그래. 나는 친절한 조율자니까 특별히 부탁을 들어줄게.】

덩어리가 정희성과 도현의 얼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이상한 덩어리가 사라진 병실 풍경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서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정희성이 굳은 얼굴로 도현을 내려 보았다.

“네 영혼을 내게 주면, 내가 기뻐할 줄 알았어?”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도현은 그가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형.”

“네 목숨으로 살아남으라고?”

하하.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 정희성이 마른세수를 했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

손을 내린 정희성이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소리쳤다.

“태어난 지 고작 8년밖에 되지 않은 게, 왜 그렇게 쉽게 삶을 포기해? 살고 싶다고 해야지!”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꼬맹이가 그런 말을 하게 만든 세상이 끔찍해서 화가 났다.

“너! 연기 좋아한다며! 항상 살고 싶었다며! 그랬으면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툭- 투둑.

병실 바닥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져 내렸다.

도현은 그의 눈물에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타악-

정희성이 자신의 옷깃을 잡은 도현의 팔을 차갑게 뿌리쳤다.

그가 애써 심호흡을 하며 북받쳐 오른 감정을 내리눌렀다.

“…소리쳐서 미안하다.”

도현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정희성은 웃지 않았다.

“지금 내가 조금 흥분해서,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내일 이야기하자.”

도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형이 내게 실망해 버린 걸까?

이제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덩어리가 죽게 될 거라고 말했을 때보다 더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당장이라도 붙잡고 싶은데 또 거절당할까 봐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도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모습을 발견한 정희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껴안고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혹여라도 그가 지금 용서해 주었다가 도현이 아까와 같은 생각을 다시 할까 봐 두려웠다.

도현은 자신을 쳐다보지조차 않는 형의 모습에 고개를 푹 숙였다.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며 힘을 주었다.

“저… 그럼 가볼게요.”

두 손을 꼭 맞잡은 도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그렇게 말한 도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느리게 움직인 도현이 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뒤를 돌아봤다.

정희성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문 도현이 문을 열고 병실을 나갔다.

도현의 발걸음이 완전히 멀어지자, 정희성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손바닥이 금세 축축해졌다.

한참 뒤에, 정희성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물로 젖은 두 눈은 기이한 빛을 담아 반짝이고 있었다.

“덩어리…. 아직 있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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