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104)화 (105/582)

제104화. 한 여름, 폭풍 (13)

송하를 달래기 위해 허둥지둥하던 강이 저도 모르게 송하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반 박자 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선우강의 얼굴이 화면에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눈동자가 화면에 가득 차고, 마치 선우강의 뇌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졌다.

가정집 거실의 모습이 비춰진다.

거실에서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카메라의 초점이 여자와 남자의 뒤에 있던 방으로 향한다. 가까이 가자, 방문이 조금 열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작은 발이 보였다.

이내 카메라에 웅크린 두 아이의 모습이 들어찬다.

방금까지 투닥투닥 하던 모녀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

하얗게 질린 송하가 어렴풋한 미소를 만들어낸다.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보다 작은 동생의 손가락을 사이사이 끼웠다.

“괜찮아, 송아야. 이리 와.”

“아….”

은서가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어린아이의 눈빛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다정했고, 어른의 눈빛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나약했다.

송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깨달았다.

저 작은 아이가,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음을.

아무것도 모르고 웃어야 할 아이가 자신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알고 있다는 건, 보는 이들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송하가 송아의 귀를 감싸 막아주었다.

고성이 높아졌다.

울음을 머금은 미소를 띤 채, 연신 괜찮다고 속삭였다. 동생에게 하는 말보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이럴 거면 이혼하든가!”

엄마의 외침으로 인해 아이의 포커페이스가 깨졌다.

- 와장창!

은서는 어쩐지 귀에 유리가 깨지는 환각이 들리는 것 같았다.

* * *

은서는 멍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선우강은 능력을 쓴 이후, 아이를 제 방식대로 어르고 달래서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선우강은 이 일을 계기로, 능력을 쓰지 않겠다는 고집을 버린다.

피하려고만 하던 태도를 바꾸고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마음을 바꿔 먹고 허 경위에게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고 말했다가, 한 대 맞는 것으로 1화가 끝이 났다.

그러나 지금 은서의 머릿속에서는 한 장면만 반복해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마음이 다 아릴 정도로 슬픈 눈빛을 하던 송하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은서는 누군가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충동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평소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 접속한 순간이었다.

“뭐, 뭐야?”

은서의 얼굴에 당혹이 차올랐다.

[불량경찰 본 사람?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ㅠㅠ]

[불량경찰 아역 미쳤다 ㄷㄷ 미모 실화냐.]

[강이든 어린애랑 싸우는 거ㅋㅋ 왤케 수준 잘 맞냐고.]

[불량경찰 가출한 애 누군지 아는 사람?]

글을 올려서 몇 명이 소소하게 반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커뮤니티 곳곳에 이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은서는 홀린 듯이 게시 글을 선택했다.

[불량경찰 본 사람?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ㅠㅠ]

진짜 개 재밌고 일단 눈이 개안함. 오늘부터 불량경찰 안 본 사람이랑 겸상 안 하려고! 일단 엄마 아들이랑 겸상 안 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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