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특별한 이유 (15)
폐막식 하루 전.
팀은 그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호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의 시선은 단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그들의 정 가운데에서 푹신한 쿠션을 받치고 상전처럼 누워 있는 핸드폰이었다.
바짝 긴장한 사람들과 다르게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얄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오늘 연락 오는 거 맞죠?”
맥이 퀭해진 낯으로 물었다. 마찬가지로 하루 사이 볼이 홀쭉해진 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막식 전날에 코멘트가 온다고 했으니… 오늘 오는 게 맞을 거다.”
“안 오는데요?”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리암이 눈을 번뜩였다. 그 눈에서 느껴지는 광기와 집착에 맥이 입을 딱 다물고 끄덕끄덕했다.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꼬르륵.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배꼽시계가 울렸다.
풉!
맥이 웃음을 터트렸지만.
꼬륵!
너는 뭐 아닌 줄 아냐는 듯, 곧바로 그의 배가 항의를 했다.
“…우리 식사할까요?”
로잔나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슬슬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연락 기다린답시고 점심도 가볍게 때웠던 터라, 다들 배가 고플 만했다.
“끄응….”
리암이 앓는 소리를 냈다. 어디 나갔다가, 혹시라도 연락을 놓칠까 봐 마음이 석연치가 않았다.
사실, 그건 로잔나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그들은 밖에 나가서 식사하는 대신 호텔 룸 다이닝을 이용하기로 했다.
잠시 후.
멋진 슈트를 차려입은 호텔 직원이 젠틀한 미소와 함께 트레이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돔 커버로 덮인 음식을 차례대로 옮긴 후 덮개를 열었다.
“수제 라구 소스와, 토마토소스, 베샤멜 소스와 바질페스토가 들어갔고….”
설명하던 직원이 멈칫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이글이글한 눈으로 라자냐를 노려보고 있던 탓이었다.
“고, 고르곤졸라, 모짜렐라, 파르미지아노, 리코타, 페코리노 로마노,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오레가노를 층층이 쌓아 올려 오븐에 구운….”
말끝이 흐려졌다. 얼굴에는 당혹이 가득했다.
“혹시 라자냐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도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직원은 이들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면서 음식을 설명하고는, 들어올 때보다 묘하게 빨라진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달각, 달각.
잠시, 음식을 먹느라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씹는 소리만이 방 안을 울렸다.
첫 물꼬를 튼 건, 로잔나였다.
“이 와인 정말 맛있네요.”
“그러게요. 라자냐랑 잘 어울려요.”
로잔나의 말에 서혜나가 대답했다. 그 대화로 인해서, 잔뜩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모든 동물이 그러하듯,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절로 신경이 누그러지고 온순해진 영향도 있었다.
그들은 조금씩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래! 다 먹어야 하는 거지.”
리암도 호탕하고 넉넉한 표정으로 웃으며 와인과 식사를 즐겼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웃음꽃이 피어나는 화목한 저녁 시간….
지잉.
희번뜩!
한순간에 눈이 돌아간 리암이 잽싸게 핸드폰을 잡아챘다. 후욱, 후욱, 리암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웃음소리와 식기 움직이는 소리가 뚝 끊겼다.
누군가 음식을 씹고 있던 중이었는지, 작게 짭짭거리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울릴 뿐이었다.
리암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천천히 열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 리암이 테이블에 앉은 이들을 쳐다보았다.
로잔나와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읍!”
결심이 선 눈빛을 한 리암이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도저히 볼 자신이 없었던 맥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네, 리암 호프입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잠시 후.
리암이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고요한 가운데, 도현이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리암의 입매가 부들부들 떨렸다. 곧, 넘쳐흐를 것처럼 환한 미소가 그의 얼굴 가득 번졌다.
“우리… 상 받나 봐!”
그보다 더 완벽한 대답이 있을 수가 없었다.
“맙소사, 신이시여!”
“우와아아!”
여기저기서 기쁨의 환호성이 터졌다.
도현이 환하게 웃었다.
마침내, 의 폐막식 참석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 * *
[얘들아, 방랑자 폐막식 참석 확정이래!]
내가 다 자랑스럽다 진짜… 상 받는 건 도현인데 괜히 주책맞은 내 어깨가 난리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