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121)화 (122/582)

제121화. 특별한 이유 (16)

도현이 박수 쳤다.

단상 위에 올라간 마티어스 버켈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로 트로피를 들고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수상 소감까지 마친 마티어스가 자리로 되돌아왔다.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저렇게 상을 받으면 무슨 기분일까.’

문득 궁금한 기분이 들었다.

상을 받는다고 해도 감독인 리암이 나가서 받을 테니 도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 수상자는… 의 이도현!”

…어야 할 텐데?

도현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도, 도현아! 나가야 해!”

“…아.”

이장혁의 목소리에 도현의 정신이 돌아왔다. 도현이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되어 어리둥절한 채 서 있는데, 맥이 도현의 등을 톡 쳤다.

“나가서 상 받고 와.”

개막식 이후로 이 역할은 도현의 것이었는데, 이번엔 그 반대가 되었다. 맥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리암마저도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을 당혹스럽게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간신히 대답했다.

“…네.”

도현이 성큼, 가운데에 나 있는 길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에드워드가 일어나서 도현을 가볍게 안아주기도 했다.

모두가 앉아 있는 가운데, 도현만이 홀로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도현의 걸음에 맞추어 뒤로 물러나며 촬영을 하는 카메라맨도 있긴 했다.

단상으로 향하는 길이 왜 이토록 길게 느껴지는 걸까?

그러나 아무리 긴 길이라도 결국 끝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도현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곳은 카메라맨 없이, 오롯이 도현만이 올라가야 했다.

트로피 수여는 각 심사위원이 한 명씩 나와서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도현의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람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배우였다.

도현이 단상에 올라오자, 심사위원이 도현을 가볍게 안으며 축하를 해주었다.

도현도 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그 축하에 화답했다.

트로피가 손에 쥐어졌다.

살짝 뒤를 돌아본 도현은, 화면 한가득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것에 움찔하며 다시 정면을 보았다.

곳곳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의 트로피는 상당히 길고 커다랬는데, 그 때문에 도현의 상체가 전부 트로피에 가려진 탓이었다.

도현도 당황했는지, 살짝 찡그린 눈으로 트로피를 보았다.

관객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혜나와 이장혁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아들의 귀여움이 한도치를 넘어서 괴로웠다.

와중에 서혜나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집념 하나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단한 의지였다.

몇 번 트로피를 고쳐 들던 도현은, 고개를 비껴가도록 비스듬히 드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도현이 정면을 응시하자 단상에서 가장 가까운 앞줄부터 세 줄 정도를 차지한 기자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다.

짝짝짝짝!

우레와도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 한가운데서 도현은 점차 침착을 되찾았다. 수많은 관객 속에서, 마법처럼 누구보다 열렬히 환호하는 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도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고운 호선을 그리는 게 커다란 스크린에 여과 없이 비추어졌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을 본 이들은 그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소년이 이토록 밝고 순수한 미소를 짓는다는 것에 놀랐고, 보지 않은 이들은 사랑스러운 미소에 감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도현은 박수의 홍수 속에서 진행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마이크가 높은 위치에 있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까치발을 섰다.

태연한 낯에 대부분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으나, 진행자와 그 주변에 있던 심사위원 몇몇만이 그 장면을 발견하고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도현이 마이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상 처음 받아봐요.”

난데없는 말에 에드워드가 푸흑,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옆에 앉은 바네사도 귀엽다는 듯이 웃음 띤 눈으로 도현을 보고 있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그리고 맥, 애버리, 할리, 브라운… 이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소감을 끝낸 도현이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나 환하게 웃었다.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졌다.

“훌륭한 소감이었어.”

마이크 없이, 진행자가 도현을 보며 말했다. 도현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길이 짧게 느껴졌다. 토도도 빠른 걸음으로 단상에서 내려온 도현이 자리로 되돌아갔다.

가는 길에 몇몇 이들이 축하한다며 인사를 해주어서 도현도 일일이 화답했다.

그렇게 가다 보니 금방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도현아, 잘했어. 멋졌어!”

서혜나와 이장혁이 자랑스럽다 못해 감격스러운 얼굴로 도현을 반겼다.

“야. 트로피가 네 몸보다 크더라.”

맥은 무척이나 재밌어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면서도 흘긋흘긋 보는 게, 트로피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그의 손에 넘겨주었다.

얼떨결에 트로피를 넘겨받은 맥이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신이 나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구경했다.

“축하한다, 도현!”

리암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 앉은 로잔나도 마찬가지였다.

“고마워요, 리암, 로잔나.”

도현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글을 쓴 한국 기자들로 인해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곧바로 올라왔다.

* * *

[韓 배우 이도현, 베니스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 수상… “상 처음 받아봐요”]

[베니스를 빛낸 한국의 배우!]

[배우 이도현, 최연소 레드 카펫 게스트에서 베니스 영화제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이도현 수상 소감ㅋㅋㅋㅋㅋ 존귘ㅋㅋㅋㅋㅋㅋ]

(영상 링크)

저렇게 눈 반짝이면서 말할 일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 심장 그만 폭행해줘ㅠㅠ 이미 한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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