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그해, 가을, 겨울 (11)
도현은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본인이 특별하다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다르다’고 여겼다.
다른 애들은 도현처럼 병원에서 살지 않았고, 불안정한 영혼을 타고나지 않았으며, 28년의 기억과 경험이 없었으니까.
이러한 배경은 도현을 보다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하고 감정적으로 무디게 만들었다.
본래도 감정에, 그중 부정적인 감정에 무딘 도현이었다.
이런 특수성까지 겹치니 도현이 또래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비드에게 화를 냈던 날도 그들에게 화를 냈다기보다는 답답한 상황에 대한 분노에 가까웠다. 실제로 화를 내고 나서 도현은 많이 후회했고, 반성했다.
그러나.
속이 뜨겁게 끓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차가운 냉각수를 들이부은 것 같기도 했다. 심장은 조그만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 허전했다.
소리 내며 울고 싶은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실망감이었다.
* * *
2HV 활동이 끝나고 반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평소보다 활동이 일찍 끝났음에도, 헤더가 걱정되어 좀 더 발걸음을 재촉해서 온 도현은 오전 내내 그랬듯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헤더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헤더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려던 도현은.
“…헤더?”
손을 뻗다가, 움찔하며 물렸다. 도현의 눈이 충격으로 흔들렸다.
헤더는 울고 있었다.
도현은 헤더에게 조심스레 휴지를 가져다준 후,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헤더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먼저 반을 나갔고 도현은 헤더의 뒤를 따라 나갔다.
라이브러리 존에 도착하자 숨을 고르는 헤더가 보였다. 그녀는 영락없이 운 얼굴이었다.
헤더는 도현을 보고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도현은 충격에 젖은 표정으로, 헤더의 이야기를 들었다.
헤더가 아일라와 대화하겠다고 했을 때, 둘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하기는 했다. 그러나 도현이 걱정한 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사이였다.
아일라가 다른 아이들을 이 일에 끌어들일 것과 그로 인해 헤더가 고립되는 일 따위는, 정말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 정도 침착을 되찾았는지 안경을 닦아서 다시 쓴 헤더가 차분히 말했다.
“네 말을 듣는 게 좋았을 거야. 난 그 애가 그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아니야, 헤더.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도현은 충격받은 와중에도 헤더의 말을 부정했다.
“정말 끔찍한 상황이야. 모두가 아일라 편이라는 상상은 비합리적인 걸 알아. 그런데도 반 아이들이 모두 아일라의 말을 믿는 건 아닐까,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난 내가 이렇게나 겁쟁이인 줄 몰랐어.”
말을 하던 헤더가 순간적으로 탄식을 흘렸다.
“너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괜찮을 수 있었던 거야?”
도현도 로건과 아일라, 여타 아이들에 의해서 거짓말쟁이라는 소문이 났었다.
직접 상황을 겪어보니, 그 사실을 알고도 멀쩡했던 도현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조금 마음을 추스른 헤더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헤더의 물음에 도현이 속이 콱 막힌 듯 답답한 심정이 되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하지 마, 헤더. 이건 충분히 힘든 상황이야. 그리고 이 상황은 네 탓이 아니야.”
“정말 그럴까?”
“응.”
도현이 이번엔 확신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그에 헤더는 위안을 받았는지,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반면 도현의 안색은 조금 더 어두워졌다. 심장 부근에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헤더를 말렸어야 했다.
말리지 못했다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어야 했다.
아니면 적어도 오늘 헤더가 엎드려 있었을 때, 헤더가 울기 전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도현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왜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머릿속을 갉작이며 울리는 질문 위로 헤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젠 어떡해야 하지?”
도현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모르겠다.
이 이상한 상황이 정상으로 되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도현이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것밖에 없었다.
“…같이 생각해보자. 내가 같이 있을게.”
헤더는 이런 별 볼 일 없는 말에도 큰 위안을 받은 것 같았다. 얼굴에서 불안감이 조금 가셨다.
헤더와 도현은 이후로도 실속 없는 대화를 나눴지만, 그게 헤더에게는 도움이 된 것 같았다.
헤더는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왔다. 오히려 눈물을 보인 걸 창피해하기까지 했다.
“너무 감정적이었어.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했더니 감정이 폭발했나 봐.”
그래도 울고 다 털어내니까 시원하기는 하다며 말하는 헤더를, 도현은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헤더와 도현은 큰 수확 없이 다시 반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헤더가 그리 많이 울지 않아 얼굴이 금방 멀쩡하게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헤더는 얼굴이 부었으면 창피해서 반에 못 들어갈 뻔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헤더와 도현의 표정은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시간은, 과학이었다.
* * *
네 사람 사이의 묘한 침묵을 깬 건, 놀랍게도 헤더였다.
“로건, 피피티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피피티?”
“응. 다음 주에 발표잖아.”
“에이, 다음 주인데 뭘 벌써부터 준비해?”
“지금 조금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소리야?”
“그런데?”
로건의 태평한 말에 헤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더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주 화요일이 발표인 거 잊었어? 도현이 발표 준비를 하려면 피피티가 완성되어 있어야 하잖아. 적어도 이번 주 내로는 완성해야 해.”
“그거야 로건이랑 줄리엣이 알아서 할 일 아니야?”
헤더의 말에 아일라가 끼어들었다.
헤더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어떻게 로건이랑 도현의 일이야? 이건 조별 과제잖아.”
“발표를 하는 건 줄리엣이잖아? 그냥 로건을 못살게 굴려는 거 아니니?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헤더는 어이가 없었다. 아일라의 말은 완전히 억지였다.
“이번 주 내로 피피티를 만들라는 게 못살게 구는 거라고? 아일라,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나한테도 꼬투리를 잡았는데, 로건한테는 못 할까? 나 말고 이번에는 로건을 이상한 애로 몰아가려고 그러지? 괜히 줄리엣을 핑계대면서 말이야. 너 정말 못됐구나. 아, 줄리엣. 너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아이들은 아일라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일라는 이미 잔뜩 기고만장해진 상태였다.
하루 종일 떠들다 보면, 거짓도 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일라의 입장에서 자신이 내뱉는 말은 이미 모두 진실이었다.
아일라가 신이 나서 말을 늘어놓고 헤더의 안색이 나빠지던 때였다.
“그만해, 아일라.”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헤더는 놀란 눈으로 도현을 쳐다보았다. 도현이 누군가의 말을 도중에 끊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면, 도현의 얼굴은 담담했다.
아일라의 말을 들으면서, 도현은 심장 부근에서 자꾸만 신경을 거스르는 감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지독한 실망감이었다.
헤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아일라를 믿고 싶었다. 아일라도 도현과 친해진 아이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러나….
도현이 아일라의 눈을 응시했다.
도현은 악의에 익숙했다.
둔한 것과 별개로, 아일라의 눈에 서린 감정이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아일라는 명백히, 헤더를 상처 입히길 원하고 있었다.
도현은 헤더가 운 것을 본 이후로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행동했으면 헤더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행동했다면….
아.
도현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행동하지 않았어.’
행동한 건 헤더뿐이었다.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쓴 건 도현의 일이었다. 아일라가 도현에게 자꾸만 에드워드에 관해서 묻는 것도, 도현의 일이었다.
‘내 일인데 방관자처럼 굴었어.’
헤더가 힘겹게 사실을 말해 왔을 때도, 헤더가 아일라와 대화하겠다고 했을 때조차도 소극적으로 말리는 게 전부였다.
- 그렇게 그냥 넘기다 보면 별일 아닌 것도 큰일이 된다, 너?
니콜라스가 했던 말이 이제야 다시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때는 그냥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벽화 낙서 사건은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고, 일을 저지른 아이들은 나중에 선생님들께 벌을 받았으니까.
원인은 도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도현의 안일함이 일을 크게 만든 것은 맞았다.
그러면, 지금은?
지금도 전처럼, 남의 일인 양 손 놓고 구경할 것인가? 헤더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서?
생각보다 먼저, 목소리가 나왔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도현이 아일라의 말을 끊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도현은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한 낯으로 또렷하게 말했다.
“아일라. 어제 헤더가 너한테 이야기한 건 내가 원했던 일이야.”
헤더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으니 결과만 보고 따지자면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헤더는 아니었는지, 놀란 눈으로 도현을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일라가 당황하며 묻는 것에 도현이 평소처럼 차분히 말했다. 다만, 차분한 음성에 평소의 다정함이 조금도 없다는 게 평소와 달랐을 뿐이었다.
“내가 원한 일이었다고, 아일라. 네가 나한테 에드워드의 연락처를 묻고, 연락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알지도 못하는 그의 근황을 묻는 거, 솔직히 피곤했거든.”
아일라의 당혹스러운 얼굴에도 도현은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네게 몇 번이나 말했어. 나는 그와 그리 친근한 사이가 아니라고 말이야. 그런데 너는 계속 나한테 그에게 무례가 될 만한 일을 요구했잖아.”
“나는 그게 무례인지 몰랐어! 너는 한 번도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잖아! 알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그래, 네 말이 맞아.”
그 말에 아일라의 얼굴이 밝아지려던 찰나, 도현이 말했다.
“그럼, 내가 계속 거절했는데도 요구한 건?”
“그건 부탁일 뿐이었잖아! 부탁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안 된다고 말한 일을 계속 부탁하는 게 정말 부탁이라고 생각해? 네 생각이 그렇다면 유감이지만….”
도현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내가 느낀 건 강요나 강압에 더 가까운 거 같아서.”
“그건 네 오해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는지, 도현의 조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이 모이는 것을 차분한 눈길로 확인한 도현이 부러 시선을 더 모으려는 듯, 한층 더 뚜렷이 말했다.
“내 오해라면, 내가 오해하게 만든 네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아일라가 어깨를 들썩였다. 자신을 똑바로 직시해 오는 도현의 눈동자가 무섭게 느껴졌다.
아일라도 도현이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면, 매일같이 에드워드에게 연락해 달라고 하진 못했을 거다. 마음 한편으로 도현이 화를 내지 않으리란 걸 확신했기에 그렇게 굴 수 있었다.
그런데.
검은 눈동자가 너무 차가웠다. 다른 애들이 도현을 대하기 어렵다고 하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알 것 같았다.
온기가 완전히 가신 도현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서늘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던 도현이 차갑게 구는 건 아일라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해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얘들아, 무슨 일이니?”
“서, 선생님!”
아일라가 안도한 표정으로 해리를 보았다. 선생님이 있다면 도현도 저런 식으로 굴지는 못할 테니까.
“수업 중에 죄송해요. 아일라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도현이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
‘그것 봐.’
아일라가 마음을 놓으려는데.
“그런데, 정말 중요한 얘기라서, 마저 해도 될까요?”
“무슨 얘기길래 그러니?”
“아일라와 제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서요. 조별 활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요. 아일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아, 로건도요.”
도현이 로건을 쳐다보며 말하자, 로건이 ‘나는 왜?’ 하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해리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했다. 싸우는 거면 말리려고 했는데, 싸웠다고 하기에는 도현이 너무나도 평온했다.
진짜 이야기만 나누는 건가.
그걸 고민하며 밖으로 따로 불러낼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 도현이 해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일라. 내가 에드워드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네 부탁을 강요로 느낀 게 오해라고 했지. 그래, 네게 그런 의도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내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닌 건? 그것도 내 오해야?”
“난 그런 적 없어!”
아일라가 억울한 투로 외쳤지만,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다.
“아일라가 줄리엣의 험담을 했다고?”
“나도 들은 적 있어!”
청중이 그녀 하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도현은 아일라의 말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애쓰지 않아도, 판단은 관중들이 할 테니까.
이 행동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조금은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헤더에 대한 오해는 풀릴 거야.’
해야 한다면, 확실히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도현이 굳은 눈빛을 했다.
“여러 번 거절했음에도 매일 강요처럼 느껴지는 부탁을 하는 것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내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도 모두 피곤했어. 그래서 헤더가 날 도와준 거야.”
도현의 말에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아일라가 거짓말을 한 거야?”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도현의 귀에 들려왔다. 그건 아일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일라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헤더가 짝이니까 감싸려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헤더가 내 욕을 했니?”
도현은 끝까지 헤더의 탓을 하는 아일라에 마음이 차게 식었다.
“나는 지극히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뿐이고 헤더는 네 욕을 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 말을 네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아일라를 응시하며 높낮이 없는 어조로, 사실을 읊듯이 말했다.
“험담을 한 건, 너잖아?”
아일라는 곧장 아니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아일라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해리는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일단, 모두가 듣는 곳에서 이야기하게 두는 것보다 따로 불러서 타이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판단한 해리가 아이들을 달래려던 차였다.
“로건은? 로건도 맨날 너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다니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아일라가 분한 기색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일라의 고함에도 도현은 태연했다.
“로건한테도 말하려고 했어.”
갑자기 도현을 비롯한 아이들의 시선을 받은 로건이 움찔했다.
“로건, 네가 오해할 수 있다는 건 이해해. 그런데 에드워드와 연락한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네가 날 믿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나눈 사적인 메시지를 너에게 보여줄 수 없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시켜줄 수도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다만….”
말을 흐리던 도현이 의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그런 거짓말을 해서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해?”
“왜, 왜 갑자기 나한테 난리야!”
로건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갑작스러운 것 같았다. 아일라와 도현이 얘기할 때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보던 얼굴에 당혹과 부끄러움, 짜증이 서렸다.
“딱히 너한테만 하는 이야긴 아니야. 그런 생각을 너만 한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그런 식으로 자주 말했다는 것도 알 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들은 적 있어?”
“내가 들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니콜라스였다.
“너 점심시간에 엄청 크게 떠들어 댔잖아. 도리가 거짓말하는 거라고. 다 들었거든?”
드물게 장난기가 빠진 얼굴이었다. 니콜라스가 사나운 눈초리로 로건을 노려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