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그해, 가을, 겨울 (15)
도현이 어색한 기분으로 옷깃을 매만졌다.
그는 멋진 신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영화제에서 입었던 정석적인 정장과는 좀 달랐다.
목 위로 올라오는 흰 와이셔츠에 하얀색 크라바트를 했고,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고 종아리 부근까지 내려오는 검은 망토를 둘렀다.
도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기념품으로 샀던 초승달 모양 반가면도 얼굴에 썼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좀 더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그에 맞춰 서혜나가 머리카락도 뒤로 깔끔하게 넘겨, 꼬마 귀족 신사처럼 만들어 주었다.
찰칵! 찰칵!
서혜나가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부족한지, 도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360도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혜나는 내심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녀는 도현이 좀 더 귀여운 분장을 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피터팬이라든가, 늑대 인간이라든가, 귀여운 꼬마 유령 같은 분장이 그 예였다.
도현이는 예쁘니까, 동화 속 공주 분장을 했더라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도현이 선택한 건, 다름 아닌 <오페라의 유령>의 에릭이었다.
너무 의외이다 못해 고풍스러운 선택에 이유를 물었을 때, 담담한 목소리로 돌아온 대답에 서혜나는 한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 정장에 가면만 쓰면 되잖아요. 학교에서 유령의 집 테마파크를 하는데, 정장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가면만 썼다 벗었다 하면 되니 편하지 않나요?
참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라서, 서혜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것도 귀여우니까!’
아쉬운 대로 최대한 꾸밀 수 있는 모든 걸 꾸몄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완전히 중세 시대 귀족이 따로 없었다.
도현은 특히 피부가 무척이나 하얀 데다가 아이답지 않게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우아했기 때문에, 이런 고풍스러운 옷을 입으니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평소에도 이런 스타일로 입힐까?’
서혜나가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자,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낀 도현이 서혜나를 재촉했다.
“학교에 가요, 엄마.”
“아! 그래야지!”
서혜나가 정신을 차리고는 자동차에 가서 시동을 걸었다. 도현은 그녀의 옆 좌석에 앉았다.
부릉!
차가 샌디에이고의 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학교에 도착한 도현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한 거지?’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어제까지만 해도 멀끔했던 학교가 완전히 할로윈 파티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도현이 감탄하며 반으로 향했다.
할로윈 파티는 먼저 각 반에 모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강당에 모여 차례대로 부스 체험과 점심 식사, 그리고 본격적인 파티를 즐기는 순서로 이어졌다.
도현이 반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헤더가 도현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멋진 분장이네!”
헤더의 말대로, 도현의 분장은 꽤 멋졌다. 식탁보가 분명한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유령이라고 우기는 로건을 옆에 두고 보니 더욱 그랬다.
옷에 대해 잘 모르는 헤더가 보기에도 고급져 보이는 옷감과 젖살이 있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에 잘 어울리는 가면이 참 멋졌다.
도현의 분장을 칭찬하던 헤더가 말했다.
“그거 뱀파이어 분장 맞지?”
“<오페라의 유령>의 에릭이야.”
“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헤더가 전혀 납득하지 못한 얼굴로 긍정하자 도현이 무어라 말하려는데,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리야!”
진은 음침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한 손에는 사과가 든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손톱에는 기다란 인조 손톱이 붙어 있었다.
도현은 진이 동화 속 인물로 분장할 것이란 걸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게 동화 속 공주와 왕자가 아니라, 마녀라는 점을 몰랐을 뿐이었다.
진이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아주 맛있는 사과인데, 먹어보지 않을래?”
아무래도 진의 콘셉트는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인 것 같았다.
얼결에 사과를 받아든 도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아이가 한차례 겪은 듯 손에 사과를 들고 있었다.
“어서 먹어봐! 아주 달고 맛있을 거야. 흐흐흐흐!”
진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며 도현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확실히, 달고 맛있긴 했….
멈칫.
초롱초롱.
진이 기대하는 눈초리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에 도현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반짝반짝.
진이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빛냈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도현이 심장을 움켜쥐고 비틀거렸다.
“커, 커헉!”
도현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떨리는 두 눈과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 그가 느끼는 괴로움을 짐작하게끔 해주었다.
갑작스레 괴로워하는 도현에 막 반에 들어온 해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니!”
해리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한발 늦어 버렸는지, 심장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던 도현이 비틀거리다 풀썩 쓰러져 버렸다.
해리가 놀라 무릎을 꿇고 팔로 도현의 상체를 감싸 일으켰다. 도현의 얼굴이 힘없이 축 늘어지자, 해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때, 상당히 높은 음역대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오호호호호! 이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 바로 나야!”
웃음소리의 주인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사악한 표정으로 크게 웃는 진이었다.
해리가 제 팔에 늘어진 도현을 보았다. 창백한 표정으로 가련하게 쓰러진 도현의 손에 야무지게 놓인, 새빨간 사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상황을 깨달은 해리가 헛웃음을 짓다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들의 장난에 속아 넘어간 게 어이없었고, 또 그게 재미있어서 더 우스웠다.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가련하게 쓰러져 있던 도현은 진이 만족하고 나서야 머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해리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도현을 보고 있었다. 도현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 죄송해요.”
“아니야, 나도 재미있었어.”
도현이 어색한 표정으로 주저하자, 해리가 재밌다는 듯 도현을 놀렸다.
“그나저나, 백설공주 정체가 뱀파이어인 줄은 몰랐네?”
“…<오페라의 유령> 에릭이에요.”
잠시 침묵하던 도현이 정정했다.
선생님이 가시고, 도현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옷에 얼룩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도현의 주변을 기웃거리던 진이 물었다.
“사과 새로 줄까?”
“아니야, 계속 손에 쥐고 있었어.”
도현이 보여주려는 듯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진과 도현이 하는 모양이 재밌어 보였던지, 저마다 사과를 베어 물고는 쓰러지는 척했다. 그럴 때마다 진은 손뼉을 치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울 거라며 좋아했다. 옆에서 다비드가 맞다며 손뼉을 쳤다.
“쟨 가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도현이 깜짝 놀라 옆을 보았다. 그리고 한 번 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사과를 떨어트릴 뻔했다.
“…니키?”
“움?”
사과를 먹고 있느라 발음이 뭉개졌다. 도현은 제 옆에서 사과를 먹고 있는 어린 좀비를 황망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는 아주 무서운 분장을 할 거라는 게 진심이었는지, 얼굴을 덮은 가면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가까이 마주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도현이 니콜라스의 얼굴을 미묘하게 빗겨 가며 조심스레 말했다.
“…가면은 벗고 있으면 안 될까?”
“니콜라스! 내가 가면은 쓰지 말라고 했잖아!”
도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리가 니콜라스를 타박했다. 니콜라스가 불퉁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니콜라스의 가면이 너무 흉악스러운 나머지 아이들이 많이 놀랐던 것 같았다. 니콜라스는 해리 선생님께 혼난 후 가면을 금지당하다 못해 잠시 압수당했다.
“내 가면인데!”
니콜라스가 아까워하다가, 이내 무언가 생각났는지 킬킬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 걔가 내 분장을 보고 깜짝 놀라 넘어졌거든!”
아마 니콜라스가 말한 ‘걔’는 다비드인 것 같았다.
‘결국 성공했구나….’
도현은 조금 형용하기 어려운 심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아진 니콜라스는 사과를 두 개나 해치웠다.
잠시 후.
아이들은 모여서 선생님이 준비한 게임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은 호박에 얼굴을 그려 넣는 예술 활동(?)까지 했다.
그렇게 놀고 나자, 강당에 갈 시간이 되었다.
강당은 곳곳에 부스가 놓여 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먹을 걸 얻을 수 있는 체험형 부스와 고학년이 준비한 스피치, 그리고 한쪽에는 다양한 간식과 음식이 놓여 있었다.
도현과 진, 니콜라스는 셋이 모여 다양한 부스를 쏘다녔다.
실컷 놀고 배가 고파오자 음식 코너로 갔는데 할로윈 파티답게 음식도 모두 괴상했다.
한쪽에는 손가락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갈라진 손톱이 인상적인 손가락 모양 쿠키와 소시지 위에 밀가루 반죽을 붕대처럼 둘러서 굽고 케찹을 바른 처참한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그 외에도 핏발이 선 눈알 모양 피자에다가 뭉크의 <절규>같이 생긴 초콜릿이 박힌 바나나까지.
도현은 음식을 둘러보자 방금까지 느껴졌던 배고픔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도현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호박 모양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 진과 니콜라스는 손가락 쿠키를 먹어 치웠다.
그때, 위로 쭉 뻗는 손이 보였다. 반대편에 놓인 빵을 먹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침 도현이 그쪽에 있어서, 접시를 맞은편으로 밀어주었다.
“이거 먹고 싶은 거 맞죠?”
“응! 고마워!”
상대는 도현보다 한두 살 정도 많은 것 같았다. 쾌활하게 웃는 얼굴이 누군갈 닮은 것도 같았다.
“넌 줄리엣 맞지?”
“네, 맞아요.”
“앤이 네 칭찬을 엄청 많이 했어! 오늘 유령의 집도 기대하고 있어!”
“앤이랑 친구인가요?”
2HV 활동을 하면서 앨리슨과 사이가 가까워져 애칭으로 부르게 된 도현이었다.
도현의 물음에 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친한 친구야!”
친한 사이면 닮는 걸까? 누군갈 닮았다 했더니, 앤이 웃는 모습과 아주 비슷했다. 둘 다 쾌활하고 다정한 성격인 것 같았다.
“앤이 아무리 물어봐도 유령의 집에 대해서 알려주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오늘 직접 해보기로 했지!”
도현과 릴리는 잠시 소소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도현은 그녀가 앨리슨과 같은 동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시 ‘줄리엣을 파헤쳐라!’가 떠올라서 표정이 미묘해진 도현이었다.
릴리와 대화를 나누던 도현은 문득 든 호기심에 물었다.
“제가 뭐로 분장한 것 같아요?”
“응? 뱀파이어잖아!”
도현은 조금 상심했다.
내심 제 분장이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몰라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굴이 가면에 가려져 있어서 릴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사실 가면이 없었더라도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릴리와 잠깐의 대화를 끝낸 후, 도현은 다시 진과 니콜라스와 어울려서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았다.
도현은 친구들이 먹는 걸 따라다니기만 하려고 했는데, 도현이 꺼리는 것을 눈치챈 두 사람이 장난기가 동해 자꾸만 먹을 걸 권했다.
결국, 도현은 손가락 모양 쿠키를 먹어야만 했다.
한바탕 놀고 나자 일해야 할 시간이 왔다. 유령의 집 테마파크 개장 시간이 된 것이다.
진과 니콜라스가 아쉬운 기색으로 도현을 배웅했다.
“잘하고 와!”
“그래, 이따가 봐.”
도현이 진과 니콜라스와 인사한 후, 아이들과 떨어져 강당 한편에 커다랗게 자리한 박스로 다가갔다.
그 앞에는 엄청난 고초를 겪은 듯 낡고 해진 옷을 입은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2HV 멤버 몇몇이 있었다.
도현이 오자 다들 밝은 얼굴로 반겨주었다.
“줄리엣! <오페라의 유령>으로 분장한 거니?”
앨리슨이 도현의 분장에 호기심을 보였다.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오늘 도현의 분장을 알아맞힌 건 앨리슨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생기니, 절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도현이 조금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맞아요!”
“역시! 보자마자 생각나던걸? 잘 어울린다!”
도현이 조금 뿌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면을 썼기 때문에 앨리슨은 그 표정을 보지 못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데 줄리아 선생님이 다가왔다.
“도현! 이제 너도 분장해야지. 다른 아이들은 이미 다 끝났단다.”
도현이 늦게 온 것인지, 2HV 멤버들은 이미 유령의 집을 위한 분장을 모두 마친 후였다.
“아, 잠시만요.”
줄리아는 아주 간단하게 가면과 망토를 벗는 것으로 분장을 끝마친 도현을 보며 감탄했다.
“그거 참 실용적이구나!”
도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데, 줄리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 전의 분장은 뱀파이어 맞지? 가면은 왜 쓴 거니?”
“…….”
* * *
“세상에, 줄이 이렇게나 길 줄이야.”
릴리가 탄식했다.
릴리는 스피치 때문에 뒤늦게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앨리슨이 참여하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는데, 그사이에 줄이 무척이나 길어져 버렸다.
“근데 진짜 재밌나 봐.”
릴리의 친구가 말했다. 릴리도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말에 공감했다.
유령의 집을 체험하고 나온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다양했다.
재밌다고 흥분해서 떠드는 사람도 있고, 무서웠다고 떠는 사람도 있고, 슬프다고 우는 사람도 있어서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웅성대는 소리에서 얼핏 ‘줄리엣’이라는 단어도 들렸다.
릴리가 미지의 것을 보듯이 새카만 박스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힘들었던 기다림 끝에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
‘드디어!’
릴리가 기쁨의 주먹을 쥐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줄리아가 웃으며 릴리와 메건, 하퍼를 반겼다.
“안녕, 얘들아! 멈춰버린 백작의 성에 온 걸 환영해! 세 명이서 들어갈 거니?”
“네!”
“딱 좋네. 최대 수용 인원이 세 명이거든.”
줄리아가 설명을 시작했다.
“3학년부터는 두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이지 모드를 선택하면 내가 같이 들어가서 세 번의 힌트를 줄 거고, 하드 모드를 선택하면 너희끼리 들어가는 거야.”
“그럼 힌트도 없는 건가요?”
“그렇지.”
세 사람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메건이 호기롭게 말했다.
“이왕 하는 김에 하드 모드로 하자!”
메건의 말에 릴리와 하퍼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결국 하드 모드를 골랐다.
“그럼 해피 엔딩을 맞길 바랄게.”
줄리아가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깜깜한 공간이 그들을 반겼다.
꿀꺽.
릴리가 침을 삼키며 한 걸음 안으로 내디뎠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