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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월드스타 (161)화 (162/582)

제161화. 로미오와 줄리엣 (16)

잠시 후.

막이 다시 오르자 둥근 테라스와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화면에는 테라스와 절묘하게 이어지는 위치에 커튼이 젖혀진 성의 모습과 나무가 자라난 정원이 있었다.

그때, 무대 왼편에서 로미오가, 오른편에서 줄리엣과 유모가 올라왔다.

“아가씨! 세상에나, 그 몬터규 가문의 로미오가 저택 밑에 와 있어요!”

“그게 정말이니?”

“그럼요! 여기서 목소리가 들릴 거리인걸요. 아가씨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지만, 아가씨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 가엾게도 주위만 뱅뱅 돌고 있나 봐요.”

“좋아! 당장 유모는 안에 들어가도록 해.”

줄리엣이 유모의 등을 밀어 무대 밖으로 보냈다. 다시 무대 가운데로 와서 테라스 위에 올라간 줄리엣이 테라스 밖으로 몸을 살짝 내밀어 바깥을 둘러보았다.

나무 뒤로 숨은 로미오의 옷깃을 발견한 줄리엣의 눈이 반짝 빛났다.

큼큼, 목을 푼 줄리엣이 테라스 난간을 붙잡고 과장되게 말했다.

“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내 이름이 들리잖아? 그녀가 날 생각하고 있었다니!”

“당신의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만일 그게 싫으시다면, 제 사랑이 되겠다고 서약만 해주세요. 그럼 제가 앞으로 캐플릿이라는 이름을 지니지 않을게요. …이 정도면 됐겠지?”

빼꼼 내미는 고개가 잔망스러웠다. 그러나 줄리엣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로미오는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로미오가 나갈까 말까 고민하며 망설이자 ‘이래도 안 나오겠다고?’ 하는 표정을 한 줄리엣이 처음에는 청순하게 두 손을 모으고 사랑을 속삭이다가, 로미오가 계속 나오지 않자 나중에는 씹어뱉듯이 전투적으로 사랑 고백을 읊었다. 줄리엣의 골난 표정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로맨틱한 명장면이, 코미디로 승화되고 있었다.

특히, 서혜나는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함박웃음을 짓고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심통 난 표정을 하던 줄리엣이 짜증스럽게 한탄했다. 이번에는 사랑스럽게 속삭이는 것도 잊은 채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왜 아직 망설이는 거야!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만이 내 원수랍니다. 당신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어떤 부분과도 상관없는 이름 대신 저를 송두리째 가져가세요!”

“그대의 말대로 그대를 가져가겠소!”

드디어 나왔구나!

나무 뒤에서 로미오가 튀어나오자 줄리엣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나를 연인이라고만 불러주오. 나는 이제부터 영원히 로미오가 아닙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에 몸을 숨기고 제 비밀을 엿듣는 당신은 누구시죠?”

결투라도 신청하듯이 고백한 게 언제냐는 듯, 겁에 질린 것처럼 가녀린 음성이었다. 누가 봐도 내숭을 부리는 거지만, 로미오만 몰랐다.

“이름을 대시라면 내가 누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성녀여, 내 이름은 나 자신도 싫습니다. 그 이름이 그대의 원수니까요. 그 이름을 내가 적었다면 갈기갈기 찢고 싶소.”

“당신 입에서 나온 말을 제 귀로 들은 것이 백 마디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저는 그 음성을 알아보겠어요. 당신은 로미오, 몬터규 가문이 아니세요?”

“아름다운 아가씨, 한쪽이라도 그대가 싫다면 난 두 쪽 다 아니랍니다.”

몇 번이고 맞춰보았던 장면은 물 흐르듯이 넘어갔다.

이 장면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기까지 여러 가지 고난이 있었지만… 관객석에 있는 이들은 모를 터였다.

오직 3학년 연극 팀만이 장하다는 눈빛을 다비드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 뜨뜻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미오가 아주 로맨틱한 어조로 말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 축복받은 달을 두고 맹세할게요.”

로미오와 대화를 나누던 줄리엣이 몸을 틀어 관객석을 보았다. 얼굴에는 선명한 불신과 회의가 담겨 있었다.

줄리엣의 어조가 단번에 바뀌었다. 연극을 처음 보는 아이들까지도, 이 대사가 로미오와 나누던 대사와는 다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변화였다.

“달님은 변덕스럽지!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계속 모양새를 바꿔가며 빙빙 도는걸. 꼭 그의 사랑과 닮았어! 그는 알고 있을까? 그에게 불과 얼마 전까지 로절라인이라는 연인이 있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비웃듯이 말하는 목소리에서 사랑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말을 이어갈수록 처음에 가벼운 태도로 콧방귀를 뀌던 게 비소로 변했고, 이내 웃음기가 빠지며 잔잔해졌다.

어떠한 비웃음도 조롱도 없이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지금껏 로미오와 줄리엣은 솔직히 가벼운 분위기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줄리엣 또한 짓궂은 악동 같았다.

그러나 이 순간.

한없이 가벼웠던 무대가 어느 정도 무게를 띠고, 줄리엣이라는 캐릭터가 입체성을 획득했다.

관객석, 특히 표정이 세밀하게 보이는 앞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홀린 듯이 줄리엣을 쳐다보았다.

줄리엣이 어딘가 가라앉은 눈으로 읊조렸다.

“사랑이란 참 우습구나. 거짓된 맹세라도 받고 싶지 않을 정도야.”

줄리엣이 사랑이란 관념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 로미오에 대한 불신, 그리고 결혼을 거부하는 심정까지 모두 한 문장에 꾹꾹 눌러 담은 대사였다.

눈물 어린 호소도 커다란 외침도 아니었지만, 관객들은 이 순간 줄리엣의 마음에 공감했다.

줄리엣이 눈을 감았다 떴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로미오의 바보 같은 순진함과 가벼운 사랑이 싫은 건지 아니면 로미오를 이용하려는 자신이 싫은 건지조차도 모호했다.

그러나 이유를 안다 한들 달라질 게 있을까.

차분해진 줄리엣이 몸을 돌려 로미오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로미오는 마법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지 상태에서 풀려 줄리엣을 보았다.

“아니요, 맹세는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만나 기쁘긴 하지만 오늘 밤 이런 서약은 기쁘지 않아요. 너무 성급하고 무모하고 갑작스럽죠.”

내용만 보면 탓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목소리는 그저 잔잔했다.

줄리엣이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줄리엣이 미간을 미약하게 좁혔다.

“사람이 오는 것 같아요. 로미오, 얼른 몸을 숨겨요. 이만 돌아가요.”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고요?”

“오늘이 끝이 아니니까요. 아,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요. 빨리 도망가세요.”

그러더니 잠시 멈칫하다가, 로미오를 보고 부드러이 말했다.

“로미오, 사랑하는 임이시여. 오늘 밤을 잊지 마세요. 변치 마세요.”

방금까지 줄리엣의 심정을 들었던 관객들에겐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로미오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내일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한 줄리엣이 로미오의 손을 놓고 퇴장했다.

홀로 남은 로미오가 줄리엣이 사라진 곳을 보다가, 이내 관객석 쪽으로 몸을 틀었다.

잔잔한 호수 같았던 줄리엣과 다르게, 세차게 일렁이는 로미오의 얼굴은 명백한 사랑의 기쁨을 품고 있었다.

“그대의 두 눈엔 잠이, 가슴엔 평화가 깃들었으면! 내가 달콤하게 쉴 수 있는 잠이 되고 평화가 되었으면! 당장 수도원으로 가 신부님께 도움을 청하고 내게 일어난 행운을 말씀드려야겠어!”

설렘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한 로미오가 잔뜩 신이 난 강아지처럼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갔다. 순수한 그 모습이 어쩐지 눈에 밟혔다.

또 한 번 붉은 막이 내려앉았다.

“…뭐?”

당혹스러움이 검은 두 눈동자에 가득 찼다.

“오늘 오후에 수도원에 가서 로런스 신부님 앞에서 고해 성사를 올리고 결혼을 하자더라고요!”

“그게 무슨 헛소리야!”

줄리엣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

붉은 막이 다시 열렸을 때 로미오는 잔뜩 신이 나 로런스 신부를 찾아갔다.

그리고 로런스 신부에게 줄리엣과의 비밀 결혼식을 부탁했고, 로런스 신부는 로절라인을 금방 잊어버린 로미오에 황당해하면서도, 원수나 다름없는 두 집안이 화해할 기회라고 여겨 로미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 후 두 번째 만남의 약속을 잡기 위해 줄리엣이 보낸 유모가 로미오를 만났고….

그리고 지금.

줄리엣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 유모. 장난이지? 그렇지?”

“아이고, 아가씨! 진짜랍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현실 부정을 하는 줄리엣을 유모가 현실로 끌어당겼다.

“세상에 무슨….”

줄리엣은 기가 찬지 몇 번이나 혼잣말을 반복했다. 이윽고 현실을 받아들인 줄리엣이 분개했다.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네! 완전 정신 나간 놈이었잖아!”

“아가씨,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어떻게 하긴! 결혼식을 올릴 순 없잖아!”

“하지만 그러면 파리스 백작님과 결혼하시게 될 텐데요?”

“…되는 일이 없네!”

짜증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은 줄리엣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에 빠졌다.

결혼식을 올리는 건 말도 안 된다. 애초에 결혼을 피하고 싶었던 건데, 그렇게 되면 주객전도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로미오를 차면?

그럼 유모 말대로 파리스와 결혼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으면서, 로미오를 붙잡을 방법이 필요해.”

“불쌍한 몬터규가 도련님….”

홱!

사납게 노려보는 줄리엣의 눈빛에 유모가 찔끔하고는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두 사람의 콩트에 아이 특유의 높은 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였다.

“아!”

무언가 떠올린 듯 줄리엣이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방법이 생각난 걸까?

관객들이 궁금해하며 줄리엣을 보았다. 줄리엣이 밝아진 안색으로 유모의 어깨를 잡았다.

“티볼트! 내 오라버니를 불러와 줘!”

“도련님을요?”

“얼른!”

어리둥절한 유모가 등이 떠밀려 티볼트를 찾으러 무대 가장자리로 향했고,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티볼트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줄리엣, 나는 왜 부른 거냐?”

“오라버니. 아주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저번에 연회에서 몬터규가의 사람을 보셨죠? 로미오 말이에요.”

줄리엣은 차분히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제 로미오를 만난 것, 그가 자신에게 반한 것, 그리고 비밀 결혼식을 제안한 것까지.

“그게 무슨! 감히 몬터규 가문 놈이 우리 가문의 사람을 넘봐? 저번에 그대로 보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지금 당장 그놈을…!”

“잠깐!”

줄리엣이 티볼트를 막아섰다.

티볼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줄리엣을 보는데, 줄리엣이 여유롭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놈의 목숨을 끊는 건 너무 자비로운 처사잖아요? 제게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비키라고 하려던 티볼트가 줄리엣의 말에 솔깃했다.

줄리엣은 티볼트에게 제 계획을 털어놓았다.

로미오를 이용해 결혼을 피하고, 마지막에는 이용당한 로미오를 버리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들은 티볼트가 황당한 표정을 했다.

“너, 결혼하기 싫어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싫었던 거냐?”

“당연하죠! 오라버니도 나쁠 건 없잖아요? 정 그를 죽이고 싶으면, 계획이 모두 끝난 다음에 처리하도록 해요!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가 되는 편이 속 시원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건 그렇지.”

티볼트는 소악마처럼 속살거리는 줄리엣에게 설득당했다.

줄리엣의 말대로, 그에게는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었던 전개에 관객들이 멍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그들이 알던 줄리엣이 아니었다.

그들이 알던 줄리엣은… 이렇게 사악하지 않았다.

아니, 저런 거 공연해도 되나?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해리의 주변에 있던 선생님들이 괜찮은 거냐는 시선을 담아 해리를 쳐다보았지만.

‘이 정도면 천사지.’

해리가 온화한 미소를 그렸다.

연극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줄리엣의 계획대로, 성당에 가던 로미오와 티볼트가 마주쳤다.

그러나 한 가지.

줄리엣의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시간만 끌어달라고 부탁했는데, 평소 몬터규 가문에 이를 갈고 있던 티볼트가 그 정도로 넘어갈 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자네랑 싸울 생각이 조금도 없네!”

“웃기는 소리! 그렇다면 연회에는 왜 몰래 들어왔지? 됐으니까 이걸 들어!”

툭!

로미오의 앞에 목검 하나가 떨어졌다.

“목검?”

당황한 로미오의 목소리에 티볼트가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마음 같았다면, 진검 승부로 목숨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줄리엣의 부탁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저놈이 빌빌대는 꼴을 보고 싶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로미오가 순진하게 말했다.

“목검이라도 자네랑 싸우고 싶진 않소! 자넨 내가 자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걸!”

“내가 모른다고? 글쎄, 모르는 건 내가 아닐 텐데.”

“그게 무슨 소린… 으앗!”

더는 로미오의 말에 답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티볼트가 로미오에게 달려들었다. 엉거주춤 목검을 든 로미오가 티볼트를 막아냈다.

어린아이들 연극에서 긴박감 넘치는 싸움은 할 수 없으니, 눈에 보일 만큼 느리게 투덕거리는 싸움이기는 했다. 어른들은 귀엽다는 듯이 보았고, 어린아이들은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몇 번 목검을 맞대다가, 티볼트가 바닥에 넘어졌을 때였다.

“그만!”

베로나의 영주가 기다란 망토를 펄럭이며 양옆에 기사를 대동하고 등장했다.

“누가 내 영지에서 싸움을 벌이느냐! 내 분명 영지 내에서 싸우면 누구든 사형에 처한다고 했을 텐데! 저 두 놈 다 사형에 처하겠다! 잡아들여!”

“영주님! 오해십니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대련이었습니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티볼트가 재빨리 말했다.

“보십시오! 진검이 아닌 목검이지 않습니까? 결투가 아닌 대련을 한 것뿐입니다!”

“흐음….”

영주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대련이라고 해도 영지 내에서 싸움을 벌인 건 마찬가지! 그러나 진검이 아니었다는 점을 참작해서, 두 사람에게 임시 추방령을 내리도록 하겠다. 저 두 놈을 영지에서 쫓아내!”

“영주님! 영주님!”

티볼트는 영주를 부르짖으며 질질 끌려갔고, 로미오는 체념한 듯 얌전히 끌려 나갔다.

“세상에나! 아가씨!”

그리고 그 모습을 나무 뒤에서 몰래 훔쳐보고 있던 유모가 허둥지둥 무대 밖으로 뛰쳐나가며 무대가 어두워졌다.

* * *

막이 내리고.

니콜라스의 주변에 아이들이 달라붙어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재키가 다가와서 얼굴에 검댕이도 묻혔다.

마지막으로 튼튼하면서 비실해 보이는 나뭇가지까지 손에 쥐자, 완벽히 거지꼴이었다.

“좋아! 완전 거지 같아!”

엄지를 치켜세우는 재키에 니콜라스는 잠시 저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옆에서 비웃음이 그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다비드를 발견하고는 발끈했지만.

“자,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안타깝게도 무대 도중에 싸우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두고 보자.’

니콜라스의 입 모양을 읽은 다비드가 가소롭단 표정을 지었다. 이내 다시 무대가 밝아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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