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233)화 (234/582)

제233화. Xmas Movie (11)

푸드덕!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갔다. 새가 있었던 나뭇가지가 뻗은 곳에는, 한 가정집의 이 층 창문이 있었다. 카메라가 창문 밖에서 안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작은 소녀가 화장대 앞에 앉아 있고 그 뒤에 서 있는 여자가 머리를 곱게 빗겨주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 거울을 비추었다. 거울을 똑바로 보는 소녀와 소녀를 내려다보는 여성이 보였다.

“아니사, 요즘은 학교에서 별다른 일 없니?”

“없어요, 엄마.”

여성의 손이 능숙하게 아니사의 머리카락을 반으로 나누어, 이내 하나씩 땋아 내렸다.

“그래. 항상 말했지만- 좋,”

“은 성적을 받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요. 알고 있어요.”

“-우리 딸이 야무져서 좋네.”

곧 여성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는, 머리 손질을 끝냈다. ‘자, 됐다.’라고 말하며 아니사의 양어깨를 부드럽게 붙잡고는 얼굴을 아니사의 시선에 맞춰 내렸다.

어째서일까.

아니사는 그 손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예쁘구나. 마음에 드니?”

그녀의 말대로 머리카락은 깔끔하게 땋아져 있었다. 머리를 좌우로 돌려보던 아니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마음에 들어요.”

여성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가방을 챙기고 내려오라는 소리를 하며 방을 나갔다. 아니사는 홀로 남았다.

몇 번, 양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아니사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챙겨야 했다.

아니사의 하루는 평범하게 흘러갔다.

엄마 차를 타고 등교하고,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약간의 잡담 후 공부했다. 모든 장면 장면이 짧게 지나갔다.

그리고 방과 후.

까만 화면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카메라가 옆으로 이동하자, 점차 허리를 꼿꼿이 펴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니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까만 화면은 피아노의 옆 몸체였던 듯, 카메라가 이동할수록 화면의 검은 비율이 줄어들다 이내 사라졌다.

“자, 좋아요. 바이올린 소리 좀 더 크게. 박자 놓치지 말고. 음, 잠깐, 잠깐.”

음악 소리가 뚝 멈췄다.

아니사도 건반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손을 무릎 위에 올리려는 시도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 탓에 실행될 수 없었다.

“아니사?”

“…네, 선생님.”

투욱. 들렸던 손이 다시 건반 위에 늘어졌다. ‘미’ 음계가 약하게 눌리며 아니사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가 났다.

“피아노 소리가 너무 튀는구나. 저번에도 말했잖니.”

오케스트라 선생님의 말투는 굉장히 독특했다. 단어마다 악센트가 있어서, 종종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를 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이건 그렇게 밝고 통통 튀는 음악이 아니야. 좀 더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우리 학교에서 제일 뛰어난 동아리인 오케스트라부의 품격에 걸맞게. 알겠니?”

아니사가 곧바로 답했다.

“주의할게요.”

그녀가 선생님의 말씀에는 항상 긍정의 답을 하는 모범생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저 지적을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선생님의 발음은 유난히 독특해서, 지적할 때도 단어들이 귀에 콕콕 꽂혔다.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거들먹거리는 소리가 끼어들었다.

“제 연주는 이번에 어땠나요? 조금 실수한 거 같은데.”

“마테오! 실수했다니. 선생님이 듣기엔 완벽했는걸? 역시 우리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야.”

마테오가 은근슬쩍 아니사를 보며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한쪽 입꼬리가 미묘하게 더 올라가 있는 게 그렇게 고까울 수가 없었다. 아니사가 짜증스럽게 코끝을 한번 찡긋이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선생님이 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자, 다시 가볼까? 원, 투.”

아니사가 한숨을 뱉고선 다시 손목을 들어 올렸다. 눌렸던 미 음계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

아….

지겨워.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손을 바라보는 눈이 오늘따라 유독 권태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화면이 아까완 다르게 하얀색에서 점점 옆으로 이동했다. 흰 복도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이들의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보였다.

“호오, 흐음?”

캐시가 흥미롭게 눈을 빛냈다.

“이, 이러다 걸리면 어떡해?”

“안 걸려, 안 걸려.”

휙, 휙.

파리 쫓듯이 대충 손을 흔든 캐시가 다시 머리를 슬쩍 위로 올려 교실 내부를 훔쳐보는데, 엘비가 다시금 말했다.

“꼬, 꼭 이 동아리여야만 해?”

“우리 말고 음악 동아리는 여기가 유일하잖아.”

“성가대 동아리도 있는데….”

“거, 거긴 안 돼.”

말을 더듬었어…?

제이가 놀라운 발견을 한 사람처럼 캐시를 쳐다보았다. 캐시는 드물게도, 아니, 거의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내보이고 있었다.

엘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이가 가는 눈초리로 캐시를 관찰했다. 캐시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괜히 성을 냈다.

“아무튼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사정을 아는 관객들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사이, 오케스트라부의 연주 소리가 멈췄다.

짝! 짝!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들 수고했어요. 내일도 늦지 말고 오는 거 잊지 말고요!”

“끝났나 봐!”

엘비가 소리 죽여 외쳤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쉬이- 캐시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 정확히는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네 모가지를 똑 따버리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벽에 몸을 붙였다. 제이와 엘비가 오들오들 떨며 얌전히 벽에 붙었다. 그 모습이 너무 하찮아 보여서, 지윤정과 오혜은은 동시에 키득거렸다.

* * *

아니사는 단연코.

“아니사, 잘 가!”

“응, 내일 봐.”

아니사는 친구에게 인사하며 가방을 어깨에 멨다. 문에 바글바글 모인 아이들을 뚫고 지나가고 싶지 않아, 잠깐 멈춰 서 있을 때였다.

뭐지?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니사가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향했다. 급식실이나 복도에서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독특한 목소리였다.

“신경 꺼. 너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쟤는….

아니사가 눈을 깜빡였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아니, 솔직히 산타 모니카 초등학교에서 저 얼굴을 모르는 애가 있긴 할까. 요즘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저 애를 주제로 떠들어댔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었다. 저 보라색 머리카락이나 과감한 복장을 부모님이 허락하신 걸까, 하는 적당히 평범하고 쓸데없는 호기심이었다.

“못 말하겠지? 내 말이 맞잖아. 너 염탐하러 온 거!”

“아니라니까. 정말 볼 사람이…, 아 저기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소란의 중심이 자신이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사는 평범한 아이였다.

세상에 여자아이는 셀 수 없이 많으니 어떤 기준에서 보면 특이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산타 모니카 아카데미에서는 특출 날 것도, 독특할 것도 없는 아이였다.

원만한 교우관계와 나쁘지 않은 성적, 그리고 교칙과 선생님께 순종하는 태도. 그런 아니사는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는 부류였는데….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피아노 치는 거 재밌어?”

무슨….

아니사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캐시를 보았다. 어째서 내게 이런 걸 묻는 걸까? 아니사와 캐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아니사가 보기엔 그랬다.

아이들이 캐시에 대해 떠들어대는 걸 들으면서도, 그 애와 자신이 엮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더 재밌는 거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식으로.

부정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아니사의 본심이 어떻게 티가 났는지, 마테오가 소리쳤다.

“아니사! 설마 저런 헛소릴 들을 생각은 아니지? 매번 축제에서 일등을 한 우리 동아리와 저런 이상한 동아리를 비교하는 것조차 수치….”

“엘비.”

“미, 미안!”

짧은 부름에 엘비가 마테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대장과 졸개 같은 모습이 이게 밴드부인지, 불량아 패거리인지 헷갈렸다.

“읍! 으읍!”

마테오가 발버둥 쳤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사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테오의 말에 그럴 리가 있겠냐고 코웃음을 쳐주면 되는 일인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

“난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것보단 시끄럽고 정신없는 게 좋아.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부수는 걸 더 좋아하고. 너는 어때?”

캐시는 아니사가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자꾸만 부추겼다. 홀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 텐데…, 캐시가 자꾸만 부추겨서.

“그….”

아니사가 습관적으로 땋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굴곡지게 땋아진 머리카락이 뭐라고, 손끝에 닿는 감각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 좋은 성적을 받고 착하게 굴어야 한단다. 알겠지, 아니사?

“계속 그렇게 답답하고 꽉 막힌 채로 살 거야?”

엄마의 당부 위로 캐시의 목소리가 겹쳤다.

아.

아니사는 깨달았다.

이 푸른 눈동자가 전환점이라고. 여기에 끌리는 순간, 엄마가 펼쳐놓았던 안전하고 튼튼한 길에서 벗어나는 거라고. 어쩌면 이건, 아주 큰 변화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

그건 다분히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이러고 나면 캐시가 부추겼다는 변명도 안 통할 걸 알았다. 그런데 놀란 눈을 한 사람들을 보자, 불안과 걱정보다는 시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와. 지윤정이 짧게 감탄했다. 아니사가 과감히 머리를 풀어버리는 순간, 답답했던 기분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지윤정의 최애는 제이와 캐시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지만, 방금 아니사도 마음에 비집고 들어왔다.

풀린 머리카락이 풍성하게 굽슬거렸다. 목을 스치는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니사는.

“피아노 포지션은 비었지?”

“방금 찼어.”

이번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미친, 왜 멋있지…?

영화관의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린 말에, 지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 * *

아니사가 봤을 때, 캐시 와일드는 지극히 ‘특별함’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아이였다. 그게 부정적인 의미든, 긍정적인 의미든.

소속을 밴드부로 옮기고 나서 아니사는 밴드부 아이들과 자주 뭉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캐시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도 늘어났다.

캐시는 언제나 자유로웠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며, 혹은 동경하며 따르는 마테오도.

“-또 맞고 싶다고?”

캐시의 앞에 서면 얌전해졌고, 캐시를 험담하던 아이들도.

“너도 맞고 싶다고?”

정작 캐시가 웃으며 말하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사과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같은 태도를 고수했다. 캐시는 그 보라색 머리를 뽑든지 까맣게 물들이든지 하라는 교감 선생님의 히스테릭적인 말에 ‘보라색 안 좋아해요? 교감 선생님은 흰머리가 많아서 보라색으로 염색하면 예쁜 은보라가 나올 거 같은데요?’라고 곱게 웃으며 빈정거렸다. 교감 선생님은 뒷목을 잡았다.

처음엔 경악했다. 나중에는 걱정이 되었고 지금은….

아니사는 캐시를 동경했다.

불가항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욕구를 누른 채 살아왔던 아니사가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는 법 없이 밀고 나가는 캐시를 동경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아니사는 점점 캐시를 멋대로 상상했다. 힘들어하는 법이 없는, 뭐든 척척 해내는 슈퍼맨 같은 이미지가 되어갈 때까지 아니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다.

그러던 중.

“저기! 혹시 공이 이쪽으로 날아오지 않았어?”

다섯 번째 멤버가 제 발로 굴러 들어왔… 아니, 가입했다.

아니사는 조지가 울먹이며 강제로 종이에 사인하는 걸 애써 못 본 척했다. 조지를 둘러싼 채 사인을 강요하는 모습이 역시 밴드부보다는 불량배 패거리였다.

실제로도 대체 어떻게 와전된 건지, 밴드부는 사실 밴드부인 척하는 파이트 클럽이라거나, 가면 무서운 중학생들이 있다거나 하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아니사는 그 원인의 99.9999%에 캐시가 기여했다고 확신했다.

캐시가 다섯 장의 종이를 들고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니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 아니사는 완전히 밴드부 소속은 아니었다. 밴드부는 다섯 명이 모이지 않아 클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이젠 진짜로 밴드부 소속이었다.

그 소리는 학업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서 오케스트라부를 나왔다고 말해놓은 엄마한테, 더는 거짓으로 숨길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아니사는 생각했다.

‘캐시한테 도움을 청하자!’

아니사는 캐시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캐시는 뭐든지 거침없이 해내는 애니까.

그러나.

“나도 몰라.”

갈색 눈동자가 충격에 빠졌다.

모른다니!

기대와 다른 대답이었다.

아니사의 표정이 흐트러졌다. 그건 어느 정도 실망감과 맞닿아 있었다.

“…왜? 너는 이미 해결한 문제일 거 아니야.”

캐시가 뺨을 찡그리며 무언갈 생각하는 듯싶더니, 아니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왜일까. 그 순간 아니사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귓불이 달아올랐다.

캐시는 고맙게도 아니사의 반응에 말을 얹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가 자주 해주던 말이 있어.”

평소와 다르게 차분한 말씨였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없으면 살아도 죽어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말해줬어.”

“그게 뭔데?”

“사랑, 음악, 꿈.”

멋진 말이었다. 아니사가 아닌 척 감명받고 있는데, 담담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나한테는 빛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가 되기도 하더라.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무엇으로 엄마를 설득해야 하는지.”

꾸밈 하나 없이 진실로 가득 찬 말이었다. 아니사는 캐시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는 답을 알려달라고 채근하고 싶지 않아졌다.

아니사는 캐시에게서 해답을 찾기를 포기하곤 아무렇게나 물었다.

“그럼 너는 아빠의 말 때문에 밴드부를 하는 거야?”

캐시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거야. 어차피 아무것도 모를 거라면,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나을 거 같았거든.”

아니사가 눈을 깜빡였다.

캐시는 아니사가 원하는 해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아니사는 어쩌면 캐시가 자신이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말해줘서 고마워, 캣.”

그게 실망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아니사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애칭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캐시가, 이내 특유의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아니사는 지금부터 캐시를 ‘특별한 애’나 ‘남다른 애’가 아니라 온전히 친구로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한창 훈훈하던 시각.

교무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철컥.

방문자를 발견한 교감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가, 이내 반가움과 흐뭇함으로 채워졌다.

“마테오구나! 잘 왔다. 무슨 일이니?”

점잖은 걸음으로 걸어와 교감 선생님이 내어준 자리에 앉은 마테오가 큼, 헛기침했다.

“갑자기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오, 아니란다. 그래, 휴스 부인은 잘 지내고 계시고?”

“네, 어머니는 잘 지내고 계세요. 그리고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교감 선생님이 아셔야 할 것 같은 일이 있어서요.”

“알아야 하는 일?”

“네, 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교감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이 학교를 아끼시고, 학교와 학생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이시잖아요.”

마테오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학교에 관련된 사항으로, 교감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들렀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