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 (326)화 (327/582)

제326화. 운명적 만남? (20)

[이도현, 가연예중 합격!]

[양가연, 오윤해, 진다람, 배종혁에 이어 이도현, 가연예중 출신의 연예인들!]

[배우 이도현이 선택한 중학교는?!]

“…….”

중학교 면접 결과가 발표되는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들어간 도현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험 번호를 치기도 전에 메인을 차지한 기사에 침묵하고 말았다.

마치 영화를 보기도 전에 스포당한 기분이랄까. 물론 좋긴 좋은데…. 도현이 웃는 듯 아닌 듯 애매하게 눈을 찡그렸다.

“…왜? 호, 혹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도 엄마 아빠는 괜찮아.”

“아뇨. 그건 아니에요.”

다시 생각해보니 웃겨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현은 긴장감 없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합격 여부를 확인했다. 이변은 없었다.

합격했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폭죽이 터졌다.

“축하해!”

“장하다, 우리 아들! 난 도현이는 당연히 합격일 줄 알았어!”

방금까지 조마조마한 눈으로 쳐다본 걸 까맣게 잊은 이장혁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현은 잠시 거실 테이블에 잔뜩 늘어진 요리와 케이크를 보았다. 

확실히 불합격을 조금도 상정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저 떨어졌으면 어떡하려고 그랬어요?”

“떨어지면 위로의 파티지. 근데 우리 아들이 떨어지면 누가 붙어?”

서혜나의 말에 얼마 전의 일이 떠오른 도현이 조금 괴로운 심정으로 말했다.

“저도 떨어질 수 있어요….”

“에이, 겸손은! 넌 자신감을 좀 가져도 돼. 자, 합격했으니까 케이크부터 먹자!”

봐. 이러니까 내가 너무 방방 떠 있었지. 도현은 제 주변인들이 유독 칭찬에 후하다고 생각하며 한숨처럼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합격했으니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 맞았다. 도현은 내려가려는 어깨를 다시 씩씩하게 들었다.

결국 그랬다. 누구라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는 못 버티게 만든다면 그게 자신감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끈질긴 건 자신 있었다.

지잉-. 징.

“잠시만요.”

예쁘게 자른 케이크를 막 한 입 먹으려던 도현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계속 울리길래 전화인 줄 알았더니 문자가 연달아서 온 거였다.

[합격 축하해~!! ^0^]

저 이모티콘은 딱 봐도 영찬이었다. 함께 보낸 건지 우진의 문자도 와 있었다. 이어서 확인해 보니 매니저님과 소속사 대표님, 정가현 감독님, 은혜 -엄마가 도와준 거 같았다-, 몇년 전 보이는 라디오 이후로 신년 인사 정도 주고받던 김윤성, 이번에 새로 번호를 교환하게 된 서지민까지. 그 외에도 일 적으로 만난 몇몇 이들이 있었다.

도현은 그 축하 메시지를 받으면서 새삼 한국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감사하긴 한데 문자 온 모든 사람이 공적으로 만난 이들이라는 게 신선한 느낌이었다. 은혜는… 친구보다는 동생이었다. 약간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대견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한 달 전쯤에 은혜를 만난 도현은 깜짝 놀랐다. 아장아장 걷던 애가 훌쩍 커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본 탓일까. 낯을 가리며 도현을 피해 다녔다. 전에는 스파르타로 롤러스케이트를 타게 했으면서…. 

뭐, 그것도 시간이 좀 지나자 풀려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지만.

솔직히 너무 오랜만이라 저를 까먹었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도현은 좀… 사실 많이 감동했다. 도현은 그날 밥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은혜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본 은혜의 부모님은 두 사람이 사이좋은 남매 같다며 흐뭇해했다. 도현도 만약 동생이 생긴다면 딱 은혜 같을 거 같았다.

그나마 친구 느낌에 가까운 게 영찬일까. 그러나 영찬의 느낌은 친구보다는 형과 동생? 아니, 그보단 연예인과 팬보이…. 아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실례인 생각인 거 같았다.

하지만 가끔 가다 날아오는 장문의 문자 [도현아 내가 오랜만에 괴짜들을 봤는데 거기서 제이 로빈이 쓴 안경이 너무 잘 어울리더라 그런데 제이는 캐시랑 이어지는 거야? 아니면 네가 생각하기에 캐시의 러브라인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축하 문자야?”

“네. 이따가 답장하려고요.”

“그럼 강이든 씨한테도 왔어?”

“여보….”

과하게 눈을 반짝이는 서혜나에 이장혁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서혜나의 ‘다들 마음속에 강이든과 민승현 정도는 품고 사는 거다’라는 발언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든 형이요? 잠깐만요.”

도현은 문자 내역을 다시금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도현은 예상대로 깨끗한 내역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왔어요.”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 아니었다. 알지도 못할 게 분명했다. 아니, 옆에서 경우 형이 알려줄 순 있겠다.

“그래? 이따 축하해 주려고 그러나….”

“그으, 럴 수도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그럴 리가요’에서 급히 노선을 바꾼 도현이 어색히 웃었다. 경우 형이 이든 형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사소한 것이라도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이든아아악!

어쩐지 어디선가 환청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착각이겠지.

“그럼 우리 도현이. 이제 교복 맞추러 가야겠네?”

“아직 입학까지 몇 달 남았는데요?”

“그걸 어떻게 기다려!”

“그래, 도현아. 이런 건 미리미리 하는 거야. 어머. 경희 씨한테 연락이 왔네.”

“아, 저 은혜한테 문자 받았어요.”

“은혜가? 귀여워라. 아, 그럼 은혜네랑 같이 교복 맞추러 갈까?”

도현은 옆에서 교복을 기웃거리며 연신 폴짝여 댈 은혜를 상상해 봤다. 귀여웠다.

“좋은 생각이에요.”

“요즘 은혜가 너 따라서 같은 학교 갈 거라고 난리도 난리도 아니래. 교복 사는 김에 같이 중학교 구경도 하고 그러자. 혹시 아니? 은혜가 네 중학교 후배가 될지.”

나이 차를 생각해보면 학교를 같이 다닐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은혜가 제가 다녔던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귀여웠다. 기승전결 귀여움이었다.

…내가 늙었나? 전에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도현이 뺨을 문지르다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잼잼아! 이거 봐봐!]

(사진)

놀란 도현이 눈토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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