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화. 종영, 그리고 (2)
[여우야와 한이련! 이번 생에는 이어질 수 있을까?]
[구미호뎐 11화, 여우야를 보러 떠난 한이련… 그 선택은?]
- 제발제발제발요!!
- 마지막 마무리만 잘하자!
- 벌써 끝나? ㅠㅠ
-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미니드라마라 그럼 ㅇㅇ
- 근데 난 좀 걱정됨 둘이 이어져도 인간이랑 요괴잖아 지금은 이어져도 나중에 이련이 죽으면…
⌞아 ㅠㅠㅠ
⌞뭐야 급 심각해짐
⌞그러게
⌞따라 죽으면 되는 거 아니야?
⌞여우야는 죽음에서 태어나서 혼자 못 죽어ㅜ
⌞헐… 몰랐어
⌞일종의 저주 같은 거야!!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이런저런 의견을 쏟아냈다.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다는 의견과 둘이 이어지고 나서가 걱정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 그거ㅋㅋㅋㅋ
⌞쉿!
- 웹툰 독자라 마음 편-안
⌞나도! ㅋㅋ
⌞새삼 드라마 진짜 잘 만든 거 같다 결말 알고 봐도 꿀잼
⌞오히려 좋아
- =====스포 금지선=====
⌞아무도 안 했는데요?
⌞곧 뇌절이 나올 거 같아서요^^
⌞ㅅㅂㅋㅋㅋㅋㅋㅋㅋ
웹툰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기대를 감추지 못했고, 보지 못한 사람들은 스포 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과 귀를 막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구미호뎐 마지막 화가 방송되었다.
* * *
그간의 일을 모두 잊은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한이련이 버스에 올라탔다. 그녀가 향한 곳은 여우야를 처음 만난 절이었다.
“…나와주면 안 돼?”
한이련이 환상이나 환각이 아님을 깨달은 여우야가 산수화 족자로 도망치려고 하자 시청자 게시판이 한 차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러니까 선택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의 한이련이 여우야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나와 이곳에서 평생을 보낼지, 함께 갈지. 그것도 아니면….”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과 편집 덕분에 오들오들 떠는 여우야가 더욱 가련해 보였다.
- 한이련 흑화함??
- 이거 첫 장면 아니야?
- 와 이걸 이렇게 수미상관 만들어버리네⌞ㅋㅋㅋㅋㅋ 수미상관ㅋㅋㅋ
⌞아,, 국어 시험 생각나잖아;;
그러나 흑화는 훼이크였다는 듯이 얼굴을 푼 한이련이 여우야를 껴안았다. 품에 꼭 안긴 여우야가 얼떨떨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보고 싶었어, 여우야.”
여우야의 눈이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울 만큼 느린 손으로 한이련을 마주 안다가.
펑!
“윽!”
- 헉
- 개설레 ㅁㅊ
- 강이든이 나라다ㅠㅠㅠㅠ
결국 성체로 변해서 한이련을 세게 껴안았다. 핏줄이 불거진 손과 어깨에 파묻은 고개, 한이련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바람직한 덩치 차이에 시청자들이 뒤집어졌다.
온몸을 옥죄는 압박감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던 한이련은 곧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그를 마주 껴안았다.
“너 이제 아무 데도 못 가. 내 거야.”
내 옆에 있으라고. 한이련이 또박또박 내뱉은 말에 떨리는 숨을 내뱉은 여우야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당장이라도 너를 마음에 품었노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우야는 너무 지쳤다. 그가 마음속에 들였던 이들이 먼저 떠나는 걸 보기엔 너무 지쳐버렸다.
그는 길들여진 여우였다. 다시금 자유로워진다면 참을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녀가 또다시 그에게 자유를 선사할 거라면, 차라리 여기서 끝을 내는 게….
“잘 선택해. 나는 한번 손에 쥐면 안 놔줄 거야. 잃는 건 지긋지긋하거든.”
“…어차피 백 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잖아.”
힘겹게 꺼낸 본심에 한이련이 픽 웃었다.
“여우야. 내가 말 했잖아. 너 아무 데도 못 간다고.”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한이련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그의 영혼에 새길 것처럼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죽어도 넌 내 거야.”
“…불가능해. 넌 백 년 후면 죽을 텐데 나를 어떻게 구속하겠다는 거야.”
“여우야. 나를 봐. 전생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봐. 나 이제 알아. 그 여자가 너를 혼자 두고 떠난 거. 오백 년 동안 고통받았다고? 자업자득이지. 널 두고 떠났잖아.”
여우야는 말문이 턱 막혔다. 감동적이라서? 아니. 미친 거 같아서. 여우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이련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근데 여우야. 나는 널 두고 가지 않을 거야.”
아까부터 계속 꿈같은 소리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뤄지지 못할 약속을 하는 한이련이 아니었다.
거기에 흔들리는 자신이었다.
그때였다.
“나와 운명을 묶자.”
“…뭐?”
“한 번 바꿀 수 있는 운명. 너에게 쓸게.”
여우야는 그제야 한이련의 목에 걸린 영단을 의식했다. 그녀를 떠날 때 목에 걸어줬던 것. 백 년에 한 번 만들 수 있다 했지만, 실은 천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개만 만들 수 있었던 그의 영단.
여우야의 표정이 멍해졌다.
“내가 너에게 죽음을 줄게. 대신 너는 내게 남은 생을 줘.”
어린 여우가 살아남길 바라 제 간을 내어줬던 사냥꾼의 바람은 인연의 실이 되어 여우의 운명을 묶었다. 여우는 먼저 죽음을 택할 수도, 맞이할 수도 없었다.
그건 근원과 같은 저주였다. 여우야를 존재하게 한 기원이었다.
그 실이 지금 풀리려 하고 있었다.
“나보고… 고작 백 년을 살고 죽으라고?”
“내가 좀 더 힘내서 이십 년 정도 더 살아볼게. 그래서 싫어?”
“하…, 하하. 하하하!”
여우야는 울듯이 웃었다. 그 웃음은 큭큭대는 소리로 바뀌었다가 이내 박장대소를 했다. 지난 시간을 모두 털어내듯이 여우야는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웃음소리는 곧 흐느낌처럼 바뀌었다.
우, 우는 건가? 한이련이 놀라 그의 얼굴을 살폈지만, 흰 얼굴은 건조하기만 했다. 여우야는 제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생각했다.
사실은.
사실은 사냥꾼이 죽을 때도, 해아가 죽을 때도 따라 죽고 싶었다.
한 사람은 생을 주고 한 사람은 자유를 주었다. 그런 건 그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데. 그저 시작과 끝을 같이 하고 싶었다.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였다.
그 오랜 시간, 계속해서….
아.
그제야 여우야는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를. 그녀는 해아가 아니었다. 여우야의 눈에 해아가 아니라 한이련이 선명하게 보였다.
“싫을 리가….”
아무래도 제 정인은 셈하는 것에 재주가 없는 게 분명했다. 내게 죽음을 주고 남은 생을 받아가다니.
누가 봐도 그쪽이 손해지 않나.
그래도 여우야는 굳이 그것을 입 밖에 내어 알려주지 않았다. 혹여라도 그녀가 도망가면 안 되니까. 이젠 정말로 그녀를 놓아줄 자신이 없으니까.
“싫을 리가 없잖아.”
돌고 돌아 결국엔 서로에게 향한 두 연인의 시선이 맞닿았다. 천천히 고개가 숙어지고 입술이 겹쳐졌다. 한이련이 두 눈을 감음과 동시에 목에 걸려 있던 영단이 빛나며 두 사람을 감쌌다.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며 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 고등학교 교실을 비췄다. 그곳에서 선생님으로 부임하고 있던 이무기가 판서를 하다 말고 피식 웃었다. 제 오랜 친구가 저주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며.
다음으로 화면이 비춘 건 병실이었다. 병실 침상에 기대앉아 책을 읽던 윤채준은 문득 제 발목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두 개의 붉은 점이 옅어지다가, 이내 깨끗한 발목이 드러났다.
책을 덮은 윤채준이 눈을 깜빡였다. 손을 뻗어 제 발목을 문지르다가, 한숨처럼 웃었다.
그 아래로 자막이 떠올랐다.
[그동안 구미호뎐을 시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
- ?
- ????
- ?????
- 끝이요?
- 이렇게 끝이라고요?
- 아니, 감독 양반. 적어도 두 사람 알콩달콩 살다가 애 셋 정도는 낳고 호호백발 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이럴 순 없어!!!!
- 안 돼 ㅠㅠㅠ 난 미치겠는데 너네만 행복하면 다냐 그래 다지…
⌞자아분열이냐고ㅋㅋㅋㅋ
[올해 상반기 화제작, <구미호뎐 : 인과 연> 성황리에 막을 내리다!]
[KBN 드라마, 구미호뎐. 마지막 회 시청률 39.8%… 미니드라마의 한계를 넘다]
구미호뎐은 워낙에 재방송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였다. 그렇다 보니 39.8%는 놀라움을 넘어 기적 같은 수치였다. 혹자는 40%를 넘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지만, 드라마 특성 탓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보통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는 온 연령층과 성별을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였다. 이전에 KBN에서 방영했던 <대왕전기>처럼 말이다.
그러나 <구미호뎐 : 인과 연>은 로맨스 코미디였고, 시청자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온 국민의 호감을 받는 이도현이라는 이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방영이 끝나자 커뮤니티에도 온갖 후기 글이 올라왔다.
[구미호뎐은 주제가 사랑이라서 좋음]
여우야가 요괴가 된 것도 사냥꾼의 사랑 때문이고, 사냥꾼 죽인 애가 저주받은 것도 사랑 때문이고, 해아를 저주한 것도 사랑 때문이고, 윤채준 저주가 풀린 것도 사랑 때문이고, 여우야의 저주가 풀린 것도 한이련의 사랑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