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월드스타-435화 (436/582)

제435화. 소슬하니 부는 바람에 (16)

[SBC 왕의 길 제작발표회 개최!]

[‘왕의 길’ 제작발표회 현장(포토)]

[용인서 드라마 <왕의 길> 제작발표회]

신주하, 배진원, 김정욱, 이도현 등이 출연하는 SBC 퓨전 사극 드라마 ‘왕의 길’ (윤정아 극본, 성진수 연출) 온·오프라인 제작발표회가 18일 오후 용인 사극 테마파크에서 열렸다.

이날 안철구 SBC 사장 및 ‘왕의 길’ 제작진, 용인시 관계자, 현지 주민 등 약 300명이 참석했으며 사장 인사말과 출연진 인사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많은 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표적으로 신주하 (미실 역), 안여음 (덕만 역)…. (중략) 또한 아역 배우들도 자리해 한층 더 주목이 쏠렸다.

한편 SBC 안철구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하반기 대박 드라마는 ‘왕의 길’이 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배우 이도현, 화랑 옷 찰떡같이 잘 어울려….]

[(포토) 이도현의 ‘눈부신 미소’]

[신주하, ‘아역 배우들과 함께 즐거워’]

협상 일로부터 이 주일 뒤.

용인 사극 테마파크에서 <왕의 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에 다수의 출연진이 참석했는데, 도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도현은 한쪽에 서서 출연진들이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기자들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모든 출연진이 한 번씩 주목을 받았으나, 그렇다고 그 주목이 공평하진 않았다. 인지도 높은 배우가 마이크를 들 때면 유독 카메라가 집요해졌다.

집요해지는 건 카메라뿐만이 아니었다. <왕의 길> 제작발표회는 생중계로 진행되어 온라인에 송출되었다. 그 탓에 화제성이 있는 인물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 댓글 창에 불이 붙었다.

“안녕하세요, 비담의 어린 시절 역을 맡은 이도현입니다.”

- 귀여워!!

- 옆에서 신주하 웃고 있닼ㅋㅋㅋㅋㅋ

- 화랑 옷 잘 어울리네

인사말을 하는 내내, 호의로 가득 찬 댓글이 달렸으나 도현은 알지 못했다. 그야, 야외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크린을 가져다 두진 못하니까.

비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성인 배우가 한차례 했기 때문에 도현은 말을 길게 하진 않았다.

대신 도현은 당당한 포부로 마무리했다.

“이미 말씀해 주셨지만, 비담은 굉장히 복잡한 인물입니다.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죠. 그 다양한 면모만큼 시청자분들의 마음속에 다채롭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끝?

- 너무 담백한 거 아니냐 ㅋㅋㅋ

- 가지 마! 더 말해 줘!!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리 없는 도현은 깔끔하게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배우가 능숙하게 자신의 배역을 소개하자, 도현은 다시금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야외에서 하는 건 처음이네.’

지금까지 했던 시사회나 제작발표회 같은 것은 늘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오늘의 경험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 도현은 생각했다.

날이 맑아 다행이라고.

다시금 시선을 내려 참석자들을 가볍게 둘러보던 도현은 성진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뜻밖에도 긴장과 기대가 반쯤 섞인 표정이었다.

도현은 그에게 가볍게 웃어주었다. 그가 이것으로 긴장을 덜지는 모르겠지만….

출연진들의 소개가 모두 끝나기 전, 도현은 스태프의 손짓을 따라 어딘가로 이동했다. 도현뿐만 아니라 한 명의 배우가 더 자리를 떴다. 갑작스레 자리를 비우는 출연진들에 참석자들이 의아해했다.

‘왜 자리를 비우지?’

기자들이 머리를 맹렬히 굴릴 때였다.

“자, 이번 <왕의 길> 제작발표회에서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가 서두를 열었다.

이벤트?

기자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안 그래도 야외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하는데 생중계로 내보낸다는 점에서 의아했던 참이었다. 생중계는 여러 변수가 생기다 보니 보통 실내에서 진행하니까.

기자가 아닌 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차 앞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 어? 가야금?

- 가야금이다!!

- 연주하는 건가 봐!

왕후 역할의 배우가 가야금을 들고 등장했다. 그녀는 마련된 단상 위에 앉아 무릎 위에 가야금을 올려두었는데, 고풍스러운 한복과 맞물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녀는 짧은 인사 이후에 곧장 연주를 시작했다. 참석한 이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벤트성 연주이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났던 탓이었다.

놀란 건 현장이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 ?? 개 잘하는데?

- 뭐야 암 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좋아서 놀람…

- 저 배우분 학창 시절에 가야금 전공하셨대!! 대학도 들어갔다가 데뷔해 가지고 그만둔 케이스!

- 헐 전공자였구나…

- 왠지 폼부터가 달랐음;;

- 근데 잠깐, 이도현도 자리 비웠잖아.

- 어…?

시청자들이 무언가 깨달았을 때.

디링.

가야금 연주가 끝이 났다.

배우이자, 연주자가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자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사람들의 얼굴은 한층 부드러이 풀려 있었다. 카메라는 때를 놓치지 않고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성원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 저쪽을 봐주세요!”

저쪽?

사람들의 고개가 진행자가 말한 방향을 따라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넓은 공터 끝, 한가운데에 커다란 과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소년이 서 있었다.

문제는, 그 과녁이 너무 멀리 있다는 사실이었다.

“위험하니 가까이서 보려고 이동은 하지 마세요! 이 거리가 딱 좋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진행자가 만류했다.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면서도 다시금 착석하자 감사하다고 답한 진행자가 말을 이었다.

“멋진 가야금 연주를 보여주신 조수현 배우님에 이어서, 이도현 배우님께서 국궁 시범을 보여주신다네요!”

도현이 그 말을 들었는지 뒤를 돌아 손을 흔들었다. 놀란 이들과 달리 지극히 여유로운 표정과 오른쪽 손에 들린 커다란 활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진행자는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이도현 배우가 서 있는 자리부터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입니다.”

- 145???

- 아니… 그걸 어떻게 맞혀;; 너무 먼데?

“멀죠? 하지만 국궁은 양궁과 달리 거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대신 양궁과 달리 과녁의 위치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지 않죠. 과녁 아무 곳에나 맞혀도 괜찮습니다. 한마디로 몇 발을 맞혔느냐가 중요한 거죠!”

- 오 처음 알았네

- 양궁이랑 국궁이 점수 계산 방식도 다르구나… 여태 똑같은 줄

- 아니 그래서 저걸 어떻게 맞히냐고 ㅋㅋㅋ

-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님? 이러다 한 발도 못 맞으면…ㅠㅠ

- 대리 수치 각

우려를 표하는 건 생중계로 보고 있는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보고 있는 이들도 머릿속에 같은 우려를 띄웠다. 용춘의 아역 배우로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정희운도 마찬가지였다.

“어… 으, 어떡해.”

정희운이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바로 옆에 서 있던 진윤아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오빠, 걱정돼?”

“어?”

정희운은 그제야 제가 소리 내어 말했단 걸 깨달았다. 조금 머쓱한 표정이 된 채 고개를 주억이자, 진윤아가 괜한 걱정을 한다는 듯이 그의 팔을 툭 쳤다.

“안 해도 될걸.”

“?”

정희운이 의문 어린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사이 진행자의 설명이 끝이 났다. 그 후에 찾아온 건 침묵이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감정을 담아 소년을 응시했다.

흥미, 걱정, 기대… 그 온갖 시선 속에서 마침내 도현이 활을 들어 올렸다. 사람들을 등진 채였기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희운은 고요한 공기 속에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 * *

[이도현, 제 국궁 실력 어때요?]

[할리우드 배우의 숨겨진 국궁 실력?!]

[쏘는 족족 ‘적중’, 이도현 솜씨에 발표회 현장서 박수 세례]

[할리우드 배우의 남다른 재능?]

(사진)

(용인=매일뉴스) 정홍기 기자 = 18일 오후 용인 사극 테마파크에서 열린 SBC 드라마 ‘왕의 길’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도현이 신라 시대 화랑 옷을 입고 국궁 실력을 뽐내고 있다.

한편, 배우 이도현은 한 세트(다섯 발)에서 네 번의 적중으로 완벽한 적중률을 보이며 감탄을 샀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진 국궁 시범은 엄청난 화제성을 끌었다. 생중계를 보지 않았던 이들도 이 소식만큼은 접할 정도였다.

- 와 ㄷㄷㄷ

- 이게 바로 재능충이다….

- 쟤 미국인 아니었음?ㅋㅋㅋㅋㅋㅋ

⌞ 이중국적이라서 한국인이기도 함.

- 국궁 간지 오졌다

- 저 활은 무슨 플라스틱으로 만듦? ㅈㄴ 잘 휘어지네

⌞ 약한 나무 쓴 거 아님?

⌞ 그것도 맞겠지만 그냥 이도현이 힘이 쎈 것 같음;;

⌞ 화면상으로 보았을 땐 개량궁인 거 같습니다. 전통 각궁보다는 쓰기 편한 건 맞는데 그렇다고 다루기 쉬운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이도현이 천재네요.

⌞ ㅎㄷㄷ 개 쩌네

- 저 때 현장 반응 장난 아니었음ㅋㅋㅋㅋㅋㅋ한 발 쏠 때마다 여기저기서 숨 삼키는 소리 들리더랔ㅋㅋㅋㅋ

⌞ 그거 생중계에도 녹화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놀랄 만함 ㅇㅇ

- 엥 ㅋㅋ 딱 봐도 주작 아니냐?

⌞ 실시간 생중계였는데 뭔 개소리임 얘는?

⌞ 주작무새 또 등장

⌞ 이런 소리 나올까 봐 생중계한 듯 ㅋㅋㅋㅋㅋ

⌞ 근데 해도 나오는 게 함정

⌞ ㄹㅇ 노답ㅋㅋㅋㅋㅋㅋ

난리 난 인터넷만큼, 제작발표회 현장도 뜨거웠다.

성진수 감독의 입꼬리는 거의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는데!’

촬영장에서 보았던 국궁 실력과 평소 양궁을 배운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던 건 맞다. 하지만 잘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벤트성 느낌이었다. 도현이 실수한다고 해서 이것으로 뭐라 할 사람들은 없으니까. 귀엽게 보고 말겠지.

다섯 발 중에 한 발만 맞혀도 좋다, 그리 생각하고 제안했는데….

‘네 발이나 맞혔지.’

마지막 한 발도 아쉽게 스쳐 지나갔다.

지금 인터넷 반응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뜨거울 거란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 메이킹 필름까지 공개하면… 그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그날.

제작발표회의 주인공은 도현이 되었다. 원래도 무려 ‘할리우드 배우’라는 남다른 이명과 ‘인성 논란을 극복한 배우’라는 화제성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다가 누가 봐도 놀랄 만한 국궁 실력까지 보여주었다. 주목받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제작발표회가 얼추 마무리되고.

“왜 이렇게 저한테만 질문할까요. 조수현 선배님도 한다시길래 한 건데… 이럴 거면 국궁은 하지 말 걸 그랬나 봐요.”

약한 한숨과 함께 나온 푸념에 경찬호가 대꾸했다.

“왜, 열심히 연습했잖아.”

성진수 감독이 이와 같은 제안을 한 건,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던 날이었다. 그날 고심 끝에 고개를 끄덕인 도현은 서울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국궁장을 찾았다.

그리고 제작발표회 전까지 국궁장에 꾸준히 드나들었다.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 탓이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도 얻었고 말이다.

“드라마 주인공은 제가 아닌걸요.”

정작 당사자는 그게 불편한 모양이었지만.

경찬호는 작게 웃었다.

며칠 전 대표실에서는 능수능란한 어른 같더니, 이런 모습은 또 덜 자란 아이 같았다. 그 웃음에 눈가를 찡그리던 도현은 무어라 말하려다 말고 표정을 굳혔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정희운이 탈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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