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8화. 가족의 의미 (8)
[제발 천재와기토끼천사말랭이 영상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ㅠㅠ]
[바이올린 ㅁㅊㅁㅊㅁㅊ]
[너무 설정 몰빵 아니야??]
본업 천재인데 바이올린도 잘하면 대체 뭐임???
- 진짜 인생 혼자 산다
- 이 와중에 꼭 자기 같은 거 연주함
└ ㅇㄱㄹㅇ
└ 어떻게 피아노도 아니고 기타도 아니고 바이올린이냐
- 진짜 연주한 거겠지?
└ 비하인드 영상 보면 바이올린 파트는 직접 작곡까지 했다는데...?
└ …? ;;;;;;
└ 드라마 남주도 이러면 설정 과다라고 욕먹음;;
└ 아니 근데 진짜야???
└ 여기 영상 링크
https:www.utube.com/freakychildofficial=8ft1Vh6t
└ 와….
└ 할많하않….
[도리 겨울 방학 동안 미국 갔었나 봐]
갑자기 활동 뚝 끊겨서 뭔가 했는데
- 새솔 일 잘하네
- 어린데 좀 쉬고 그래야지 작년에 너무 바빠서 걱정됐음
└ 맞아 나두 ㅠㅠ
- 근데 휴가 보내줬더니 뮤직비디오 찍어 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정함. 새솔 일 못하네
└ ?? : 아니 쉬라고 보내놨는데 애가 알아서 일하는데 ?? (억울)
└ 도리야…. (절레절레)
└ 하지만 좋죠?
└ 당연한 소릴?
[개뿜었넼ㅋㅋㅋㅋㅋㅋ 연주하다 갑자기 발레하는 거 뭔데ㅋㅋㅋㅋㅋㅋ]
(캡쳐본)
심지어 아름답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늘 상상 그 이상의 스케일
- 손끝이 살아 있음 ㄹㅇ
└ 손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외국어 댓글 보면 놀란 사람 엄청 많음ㅋㅋㅋㅋ 언제부터 누바라 후계자가 발레도 배웠냐고 ㅋㅋㅋㅋㅋ
└ 좀 캐붕이긴 해 ㅋㅋㅋㅋ
└ 근데 옛날에 남자 귀족들이 배운 춤이 발레잖아 의외로 설정 붕괴가 아닐 수도?
└ 아 그러네 ㅋㅋㅋ
- 나도 보고 현웃 터짐 ㅋㅋㅋㅋ 너무 귀엽잖아 진짜
- 난 도현이 영상보다 처음으로 댓글창으로 피신 감…ㅠㅠ 도현아 이모가 미아내
└ 반성하자 근데 나도 일시정지함ㅋㅋㅋㅋㅋ
└ 너어는 진짜
[다들 발레 보고 웃었다는데]
난 감탄함… 참고로 지금은 현대 무용 전공하는데 그 전에는 발레 전공이었음. 신체 조건이 불리해서 전공 바꿨지만 아무튼 저거 하루 이틀 배워서 나오는 동작도 아니고, 전공생처럼 종일 연습하는 것도 아닐 텐데 저 수준이면 진짜 재능 미친 거야. 상황이 조금 웃기게 나와서 그렇지 진짜 잘하는 거 맞음.
- 나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였어?
└ 솔직히 본인이 원하면 전공으로 틀어도 잘할걸
└ 와 진짜 잘하나 보네 ㄷ
└ 안 돼 ㅠㅠㅠ 발레하는 도리는 좋지만 그래도 연기하는 모습이 제일 좋아!!
└ 2222 배우길 걸어야 해 우리 애기
- 나도 무용 하는데 동감… 나온 동작들 하나같이 미친 난이도인데 그걸 태연하게 해내서 깜짝 놀랐어… 전에 전참쟁에서 발레하는 거 본 적 있긴 한데 이 정도일 줄은
└ 그 후로도 꾸준히 했나 봄
└ 보면 도현이 뭔가 허투루 하는 게 없는 거 같아 발레도 시작한 후로 꾸준히 하고 바이올린도 하루 이틀 배운 실력처럼 보이진 않고….
└ 성실성은 진짜 탑임 보다 보면 자극 ㅆㅅㅌㅊ
└ 열네 살 애기 보고 자극받는 서른 살 어떤데
└ 이제 열다섯이라 ㄱㅊ
[나 뭔가 촉이 왔는데]
작곡까지 할 줄 아는 거면 가볍게 아는 건 아닐 거 아니야? 라이브 영상에서도 엄청 능숙하게 연주하는 걸 보면 바이올린 배운 지도 오래된 거 같은데,
혹시 H가 도현이 아닐까?
도현 Dohyun = H
- 진짜면 ㄷㄷㄷㄷ
- 진짜 이니셜 따온 거 아님? 진짜면 미쳤다 ㅎㄹㄹ
└ 안타깝게도 아님... 비하인드 인터뷰에서 영화 찍으면서 흥미 생겨서 배웠다고 했어
└ 아 까비
- 똥촉인 걸로 판명
└ 힝규ㅠㅠ
└ 작성자 귀엽네 ㅋㅋㅋㅋㅋ
[노래 좋다 힐링되는 느낌]
뭔가 해변가 모래 사박사박 밟으면서 짠 바닷바람 맞는 기분
- 아침에 듣기 좋을 거 같아
└ 저녁에 들어도 좋은데?? 나 어젯밤에 퇴근하면서 내내 들음 ㄹㅇ 좋아
- 솔직히 노래 자체는 무난한 하이틴록, 팝펑크 느낌인데 보컬 목소리가 묘한 저음에 살짝 갈라져서 매력 있고 밴드에 바이올린 한 스푼 얹어져서 흔하지 않고 독특해짐
└ 이게 정확한 평 같음
└ 엥 난 노래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 나도 뭔가 동화 들려주는 거 같고 막 심장 뻐렁차고 ㅇㅇ 특이하다 생각햇음
[친구들끼리 만든 밴드부랫자나 그러면]
저중에서 도리토스란 별명을 지은 애가 있는 거? ㅋㅋㅋㅋㅋㅋ
- 아 생각해보니 그러넼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누군지 궁금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진짜 친해 보인다]
영상에 나오는 창고도 밴드부 아지트라는데… 완전 청춘 아니야? ㅠㅠ 우리 도리 짜릿한 청춘을 즐기는 거 같아서 넘 조아
- 우리 애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지내서 놀람…
└ ㄴㄷㄴㄷ
- 무슨 애들이 다 하이틴 영화에 나올 거같이 생겼어;;
└ 끼리끼리는 어쩌구임
└ 근데 진짜 머리 까만 여자애 존예고 금발인 애도 ㄹㅇ 매력 있게 생김
└ 드럼 치는 남자애도!!
└ 학교에서 인기 많은 애들 모아놓은 느낌 ㅋㅋㅋㅋㅋ
└ 이름은 프리키차일드인데…
“애들은 너무 인싸 그 잡채임… 이라는데?”
“그걸 다 읽어주는구나….”
옆에서 가만히 듣던 한설아가 묘하게 감탄이 어린 투로 말했다. 희운이 멋쩍게 웃으며 핸드폰을 내렸다.
“혹시 불편했어? 미안. 난 신기해서.”
“신기하다고?”
팬 페이지는 너도 있잖아. 한설아가 대략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자 희운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난 괜찮아.”
한설아가 더 추궁하기 전에 도현이 끼어들었다.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자 한설아도 할 말이 없어졌다. 결국 그 화제는 흐지부지하게 지나갔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이 주가 지나자 얼추 무리가 만들어졌다. 도현이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옆자리인 이유찬과 정희운,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던 김병철, 그리고 한설아와 그녀의 친구, 최민지였다.
도현의 옆자리, 책상을 빙 둘러앉은 멤버 중 한 명인 이유찬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런 거 들어도 안 창피해?”
“음…. 아마도?”
처음엔 창피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지만, 그간 혹독한 단련-진의 기여가 가장 컸다-을 통해 강해진 도현이었다. 이젠 웬만한 주접으로는 그를 쓰러트릴 수 없었다.
그걸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역시 이도현은 이런 거 신경 안 쓰는구나, 하며 감탄했다. 그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 희운이 물었다.
“그럼 나 계속 봐도 돼…?”
“되긴 하는데….”
왜 네가 내 팬카페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코코아잼 등급이냐고는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희운은 신이 나서 다시금 팬카페 게시글을 내리기 시작했다.
희희낙락하게 게시글을 구경하는 희운을 멀뚱히 보던 도현이 툭하니 물었다.
“그게 재밌어?”
“응.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싶고….”
말하던 희운은 민망했는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러자 이유찬이 와락 그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야, 너도 곧 이만큼 팬 생길 거야! 할 수 있어!”
“내, 내가?”
“어. 이도현 무찔러 버리자.”
“나를 왜?”
“재수 없으니까!”
타도 이도현을 외치는 이유찬에 김병철까지 동조하기 시작하자 도현이 어이없어했다. 내가 마왕이야 뭐야.
“도, 도현아.”
시위를 벌이는 김병철과 이유찬에 헛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를 부르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색한 낯을 한 최민지였다.
“저… 뮤비에 나오는 여자애랑 친구야? 되게 예쁘던데.”
“여자애?”
“응. 여주인공 역으로 나온 애.”
“아. 캐서린.”
유창하게 나온 발음에 아이들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도현을 보았다.
맞다, 쟤 미국인이었지.
“친구야.”
“원래부터 친했어? 그….”
“헉! 나도 궁금했어!”
희운에게 도현을 무찔러야 할 이유 서른네 가지를 설파하고 있던 이유찬이 눈을 빛냈다. 이 주제가 그의 흥미를 자극한 거 같았다.
“금발 머리인 애도 뭔 모델 같던데. 남자 친구 있겠지?”
“없어도 너랑은 안 사귐.”
김병철이 담담하게 팩트를 말하자 이유찬이 고통스러워했다. 과장되게 흑흑거리는 그를 보던 도현은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한 걸 알아챘다.
음. 밴드부 애들이 그렇게 궁금했나.
“보컬 맡은 애가 진이야. 나랑 같은 아카데미 다닌 친구고 밴드부 리더. 나를 밴드부에 끼운 것도 걔고…. 원래부터 친했던 애는 얘랑 다비드야. 캐서린은 밴드부 하면서 만난 애고.”
“다비드?”
“드럼 치는 애. 그리고 진이랑 사귀어.”
이유찬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에 김병철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영혼 없는 위로였다.
가볍게 소개해주고 넘어가려던 건, 희운이 뮤비 영상을 틀어서 슬쩍 내밀면서 본격적으로 되었다. 도현은 영상에 아이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에 관한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얜 조니. 우리보다 한 살 어린데 되게 야무져. 대체로 착한데 클라인한테는 조금 짓궂은 거 같긴 해. 아, 클라인은 베이스 기타 치는 애야. 저기, 머리카락 뒤로 넘긴 애.”
“오오.”
남의 친구 얘기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도현은 다비드가 진과 밴드를 하기 위해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비하인드까지 풀어내야 했다.
열성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에는 희운도 끼어 있었다. 도현은 희운이 유독, 뮤직비디오와 관련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현의 머릿속에 며칠 전 스테파노스에게 보내서 통과 사인을 받은 앨범 재킷 디자인이 떠올랐다. 그것이 사라진 건, 눈앞에 개나리빛 영혼이 일렁였을 때였다.
“대단하다. 우리랑 같은 나인데 이렇게 직접 곡도 내고!”
흥분한 낯빛처럼 영혼도 화사하게 반짝였다.
‘말을 잘 듣는 건가.’
얼마 전 곧 알려주겠다고 말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 물으면서 기다릴 줄은 몰랐다. 나야 다행이지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순수하게 놀란 얼굴을 보면 아무 생각 없는 거 같기도 한데, 처음 영상을 봤을 때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도현은 결국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차피 희운도 당장 물을 생각은 없는 듯하니.
“그래서 쟤랑은 무슨 사인데?”
그때, 김병철이 음흉하게 물어왔다. 도현은 그가 말하는 ‘쟤’가 캐서린임을 금방 눈치챘다. 영상에서 막 캐서린과 그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현이 눈매를 찡그렸다.
“무슨 사이긴. 친구 사이지.”
“그럼 이건 뭐야?”
“그냥 배역. 캐서린도 연기를 좋아하는 애라서 나랑 걔가 주인공 역할 맡은 거야.”
“아, 뭐야. 시시해.”
이 나이대 애들은 모든 얘기가 연애로 귀결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도현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 키득거리던 한설아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근데 조회 수가 더 안 올라가네.”
그녀의 눈에 막 200만을 넘긴 조회 수가 보였다. 첫 며칠간 무섭게 올라가더니 주말부터 화력이 떨어져서 이번 주에 들어선 그 증가 폭이 확연히 줄었다.
“애들끼리 한 거니까. 그리고 이것도 예상보단 잘 나왔는데.”
도현은 별다른 생각 없이 말했다.
실제로, 아무런 영상을 올린 적 없는 계정의 첫 영상이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과였다. 아직도 알음알음 오르고 있기도 하고. 전해 듣기론 아이들끼리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던 한설아가 곧 수긍했다.
“그런 거 같다. 하긴…. 이것도 엄청 높긴 해.”
도현에 대한 그녀의 기준치가 너무 하늘에 달려 있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프리키 차일드 계정의 출발은 순항 그 자체였다. 영상 조회 수뿐만 아니라, 채널을 구독한 사람도 20만이 넘는 거 같았으니까.
그렇게 화제는 또다시 넘어갔다.
도현은 이에 관해서 금방 잊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새디 로스 : 내가 뭐 올렸게!]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뜬금없고, 의뭉스러운 내용의 문자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