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화 (1/270)

제1화

“이제 모두 끝났군.”

소드마스터이자 제국의 용사 아덴의 말에 서도화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한숨엔 후련함과 허탈감 그리고 비통함이 가득했다.

꿈에 그리던 마왕을 쓰러트리고 세계를 구한 순간인데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이날을 위해 너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자신 또한 너무나도 많은 걸 잃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서 구한 게 인구 절반이 날아간 이미 황폐해진 세상이었다.

그가 큰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아덴의 발에 깔린 마왕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아덴이 마무리를 하려는 듯 마왕의 목에 검을 겨누며 물었다.

“어이 음유시인, 너 이제 뭘 할 생각이냐?”

여기서 음유시인이란 서도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난-”

서도화가 덤덤히 입을 여는 순간 옆에 주저앉아 있던 대마도사 하이넬이 그의 말을 가로채 갔다.

“아이돌? 그거 하러 가겠지 뭐.”

그녀의 말에 당사자 서도화와 아덴, 또 다른 동료들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모험을 하는 동안 서도화에게서 귀에 박히도록 들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서도화.

아름다운 외모, 번뜩이는 지성. 용사 파티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최고의 음유시인으로 평가받던 자답게 출중한 노래 실력은 물론 강력한 치유력까지 갖춘 그.

그러나 그의 정체는 사실 대한민국에 살던 대형기획사 연습생이었다.

‘그것도 벌써 5년 전의 이야기지만.’

서도화가 통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영문도 모르고 이 세계로 흘러들어왔을 당시 눈앞에 비현실적인 텍스트 창이 나타났다.

[[메인]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난세에 등장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면 동료를 모아 마왕을 처치하세요!

퀘스트 내용 : 프리메튼 제국의 모험가 길드를 찾아 직업을 등록하시오]

“이게 뭐야…….”

올해 18살, 친구가 업로드한 학교 축제 장기자랑 영상으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며 대형기획사 데스티니 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 넌 곧 데뷔하겠다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A클래스 연습생 서도화.

…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실감하지 못한 채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이게 뭔데…….”

새카만 하늘과 떨어지는 불덩이, 지옥이 따로 없는 비명의 향연.

현실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상황에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가 꺼낸 첫마디는 “그럼 나, 월말 평가는?”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상황 파악이 끝난 서도화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퀘스트를 깨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그나마 할 수 있는 직업인 음유시인이 되었고 노래를 부르면 치유력이 발동하는 기연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계의 소드마스터 아덴과 그의 동료들을 만나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왕을 처치하는 것에 성공했다.

몇 년간의 여정에서 많은 경험과 그보다 많은 희생을 목도했다. 어느새 열여덟 살 서도화의 어벙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난.”

서도화가 다시 아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아덴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뭘 할 생각이냐고? 당연하지 않나?

“이제 돌아가야지.”

원래의 세상으로.

이미 마왕을 없앤 직후부터 그의 눈앞엔 파란 텍스트 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를 완료했습니다. 제1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횟수 제한 : 1회)

제1세계로 돌아가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면 상태창은 사라지고 ‘차원 이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간선’으로 이동합니다]

늘 무기력해 보이던 서도화의 눈에 처음으로 생기가 돌았다.

당장 Y를 누르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전에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는 해야겠지.

서도화가 시원스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얘들아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잘 지내고.”

“어? 도화, 뭐야 갑자기? 이제 못 만날 것처럼.”

“하하, 사실 나는-”

이제 가는 마당에 숨길 필요가 뭐가 있겠나. 서도화가 지금까지는 아덴만 알고 있던 자신의 비밀을 동료들에게 털어놓고자 할 때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에도 낮게 절제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도화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마왕이 아덴의 발에 밟힌 채 서도화를 맹렬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서도화가 그와 눈을 마주쳤을 때 마왕은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아덴의 목을 잡아 날려버리며 서도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크윽, 도화!”

“도화!”

“피해! 뭐해! 얼른 저 녀석을 붙잡아!”

아덴이 비틀거리며 서도화에게로 다급히 날아올랐다. 그러나 마왕은 날카로운 손톱을 더욱 뾰족하게 세우며 빠른 속도로 서도화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도화는 마왕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가 없었다.

“얘들아, 행복해라. 잘 있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당장 이곳을 뜰 수 있는데 뭣 하러 힘들게 피하나.

[제1세계로 돌아가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면 상태창은 사라지고 ‘차원 이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간선’으로 이동합니다]

서도화는 망설임 없이 Y를 눌렀다.

“도화?”

서도화가 활짝 웃었다.

‘잘 있어라! 화장실도 열악한 이세계! 중2병 마왕에 사이코 용사! 안녕!’

드디어! 간다 집으로!

순식간에 새하얀 빛이 서도화의 몸을 감싸고 곧 처음 이곳에 왔던 때처럼 머리끝부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듯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서도화는 빛 사이로 아덴과 마왕이 동시에 자신에게 손을 뻗는 것을 보았다.

그에 대해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 서도화는 눈부신 빛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 * *

서도화가 눈을 떴다.

‘여긴…….’

어두컴컴한 방안에 평범한 천장.

마족과의 대전쟁으로 늘 이세계의 허공에는 독기가 둥둥 떠다녔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끄럽게 코를 골아대는 아덴도 늘 주문을 외우는 잠버릇이 있었던 하이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방안이었다.

5년 전 제2세계로 떨어지기 전 서도화가 쓰던 그 보통의 방 말이다.

서도화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상태창.”

그러나 그의 부름에도 상태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허.”

진짜 돌아왔네.

서도화는 저도 모르게 탄식과 같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자신은 조금 전까지 목숨을 걸고 마왕과 싸웠었는데.

이 광경을 보고 있으니 마치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상태창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심장을 휘감으며 몸속을 돌아다니는 마나가 느껴졌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일은 허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돌아왔어.’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천장이 5년의 개 같은 노력과 희생의 결과였다.

그토록 바랐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좀, 허무감이 들었다.

서도화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로 향했다.

보이는 모습은 5년 전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은 모양이네.’

휴대폰을 열어 메신저를 확인했다.

-내일 월말 평가 오후 7시, 내일은 11시 반에 연습실 잠기는 거 다들 알지? 확인했으면 확인했다고 답하기

-네

-확인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돌아온 이곳에서 서도화는 여전히 대형기획사 연습생이었다.

이세계에서 갖추게 된 능력을 제외하면 얼굴, 나이, 환경 무엇 하나 바뀐 게 없었다.

‘다행이다. 진짜로.’

서도화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메신저 대화를 확인할 때였다.

-서도화는 아직도 연락이 없냐? 한야가 다시 확인해봐

“……응?”

새로운 메시지의 내용이 무언가 이상했다.

-네

-서도화랑 연락되는 사람, 그만둘 거면 와서 제대로 말하라고 그래.

잠깐만, 이게 무슨 말이지?

“어?”

서도화가 망부석처럼 굳은 채 인상을 구겼다.

왜 보기만 해도 가슴 철렁이는 메시지가…….

“그만둘 거면…….”

서도화는 잠시 휴대폰을 끄고 생각에 잠겼다.

‘나,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온 거 아니었나?’

갑자기 이세계로 떨어졌던 그 날로 돌아온 거 아니었던가.

서도화가 급하게 날짜를 확인하였다. 이 세계로 떨어진 날이 월말 평가 전날이어서 날짜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미친!”

그날로부터 한 달이나 지났다.

아니 왜! 아니, 지금은 ‘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온 상황에 왜 다른 시간선으로 돌아왔는지는 일단 뒷전으로 두고.

그것보다 앞으로 이 평화로운 삶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서도화는 지금 한낱 연습생 주제에 한 달이나 말없이 잠수를 탄 상황이라는 거 아닌가?

“아하, 하하…….”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새하얘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서도화가 고개를 떨구었다.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제2세계에서 보냈던 5년.

비록 서도화의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속은 많이 바뀌었다. 그런고로 다른 건 몰라도 현실 파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 꿈을 이루려고 죽을 만큼 애썼는데, 심지어 목숨 걸고 마왕까지 처치했는데-물론 그 외의 이유도 있었다-, 무던히 고생했는데 스스로의 잘못은 하나도 없이 소속사에서 잘리게 생겼다.

서도화는 막막함에 눈을 가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건 컴컴한 어둠뿐이었다. 이게 내 미래, 아니 현실인가?

이만큼 성공이 보장된 대형기획사는 다시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 텐데…….

“…….”

‘일단 빌자. 내일 가서 빌어보자.’

서도화는 마음을 다잡고 눈앞의 손을 치웠다.

암만 앞날이 어두워도 제2세계의 하늘만큼 어둡겠는가.

* * *

월말 평가 준비로 정신없는 아침, 회사로 모여든 연습생들은 연습실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연습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살벌한 긴장감, 눈치 보지 않고 부르는 노래, 끽끽거리며 바닥과 마찰하는 운동화 소리.

열정 가득한 이 공간에 서도화는 연습 대신 연습생 담당 매니저, 그리고 실장과 대면하는 중이었다.

“허…….”

화가 잔뜩 난 헛웃음 소리가 공간 가득 울려 퍼졌다.

“서도화 다시 말해봐. 뭐라고?”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아…… 얘 지금 뭐라니?”

강 실장은 있는 대로 인상을 구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래서 요즘 것들은 안 된다니까. 그러곤 위협적으로 말했다.

“야, 너 회사가 우습냐?”

“…….”

“여기가 무슨 학교야? 한 달씩이나 잠수를 타 놓고 빌면 용서해주게? 어른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연습생 생활이 쉬웠지?”

“죄송합니다.”

연습생 신분으로 이미 수십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이번 월말 평가를 기점으로 데뷔조 확정이 이미 내정된 회사의 기대주 연습생이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잠수를 탔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플랜이 싹 다 갈린 건 물론이고 여럿 똥줄을 태웠다. 전화도, 문자도, 심지어 SNS조차 확인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용서해달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건 인성, 예의범절을 넘어 기본조차도 안되어있는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도화의 데뷔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강 실장은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한 서도화에게 실망을 금치 못했다.

“도화야, 너 대체할 사람은 많아. 잘하니까 농땡이 부리다 와도 받아줄 거라고 착각했나 본데 사회생활 그렇게 쉽지 않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정이-”

“변명 그만하고.”

강 실장이 문을 가리켰다.

“나가. 다신 기회 없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로.”

……역시 그렇겠지.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무려 한 달이다. 이건 예의의 문제니 매달려서 될 만한 잘못이 아니었다.

서도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게 아니라……. 너 울어?”

숙인 고개 아래로 하염없이 눈물이 아롱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한 거지? 정말 힘들고 죽고 싶어도 돌아가면 원래의 생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왜 꼬여버린 걸까.

5년 전부터 짜둔 서도화 인생의 모든 계획에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러게 갑자기 왜 잠수를 타선. 도화야 너 정말 잘했었잖아. 꼭 데뷔해서 가수로 성공하겠다고 매일 새벽까지 연습했잖아.”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말로는 그렇게 말 안 하는 애들이 없었어.”

강 실장은 자꾸만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한숨이 푹푹 나오고 절로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워낙 아끼던 연습생이라 이렇게 보내는 게 너무 아깝고 안쓰럽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지금 서도화를 봐준다면 잘 잡아둔 연습생들의 기강이 무너질 터. 거기다 서도화의 해고는 데뷔 계획이 무산된 후 이미 위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이니.

“에라이! 자업자득이다 인마!”

강 실장은 짜증스레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말했다.

“일단 가. 가서 대기하고 있어. 데스티니는 안 되더라도 일단, 내가 연락할게.”

“……연락이요?”

“하아, 네가 이유도 없이 그럴 애가 아닌 건 나도 알고 있다. 솔직히 많이 실망했지만 뭐,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걸 내가 봤으니까. 너 받아줄 곳 있는지 다른 데다 연락 돌려볼게. 해고 사유는 말할 거라 받아주는 곳 없을 수도 있지만 몰라. 다시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것보단 낫겠지.”

서도화가 시선을 떨구었다.

정말 이 회사와는 끝나는 건가.

여기서 연습생을 관두고 다른 기획사로 가면 지금만큼이나 좋은 환경에서 하지 못할 텐데.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

이곳은 아이돌 전문 대형기획사이니만큼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지원도 넘칠 정도로 해준다.

데뷔만 하면 최고의 곡과 안무, 프리미엄 마케팅과 함께 탄탄대로 성공길이 보장된다.

좋은 실장님과 좋은 연습생들, 어딜 가도 이곳보다 좋은 곳은 없겠지만-

서도화는 암울한 심정을 뒤로하고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실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대기하고 있을게요.”

서도화라고 해서 탄탄대로의 길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 실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데스티니 엔터에서의 데뷔는 물 건너간 셈이다.

하지만 서도화는 이제 매달려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걸 구별할 줄 알았다.

그리고 제 2세계에서 가능성 없는 일은 빠르게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둘 수밖에.’

이미 연습생 생활과 멀어진 지 5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노래는 목이 쉬어 터져라 불렀지만 춤은 그러지 못했다. 춰봤자 노래에 맞춰 리듬이나 타는 정도였다.

어차피 이런 상태로 연습생을 이어나가봤자 잘리는 건 시간문제였을 테니까. 이번 기회에 다시 연습하며 실력을 재정비하는 것도 좋을 테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언제나 월말 평가 1위, 회사의 기대주가 순식간에 볼품없는 실력의 소유자로 평가받는 건 좀 그렇지 않겠나.

……그러나 그렇게 납득하려 해봐도 흐르는 눈물이 주체되지는 않았다.

서도화가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실장님 늘 감사했습니다.”

“뭘 감사해. 됐어. 이만 가봐.”

오늘부터 쉴 새 없이 울리던 전화는 뚝 끊길 것이고 그간의 노력이 무상하게 계약 해지서가 날아올 것이다.

그럼 서도화의 대형기획사 연습생 신분도 사라지게 되겠지.

출구로 향하던 서도화가 멈춰서 회사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냐…….”

그간의 연습과 노력들 또한 5년의 시간과 함께 퇴색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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