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35화 (35/270)

제35화

이틀의 시간이 흘러 2라운드의 리허설 날.

오늘은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가 달라붙었다.

‘아 깜짝.’

별생각 없이 가장 먼저 입장하던 서도화는 잠시 멈칫하다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고나서 대답없는 카메라 앞에 주저하며 그대로 지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주상현이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인사한 주상현은 그대로 서도화와 함께 카메라를 지나쳐갔다.

“오오.”

서도화가 감탄하며 주상현을 바라보자 주상현이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역시 카메라 앞에 많이 서본 사람은 다르네.”

“네? 뭐가요?”

“난 서 있어야 하는지 들어가면 되는지 몰라서 주저하고 있었거든.”

인터뷰를 위한 카메라와 촬영용 카메라를 금방 구분하다니.

서도화가 감탄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그들의 앞을 또 다른 카메라가 막아섰다.

“안녕하세요.”

“앗 안녕하세요!”

주상현은 이번엔 카메라를 지나치지 않았다.

이번엔 인터뷰를 따기 위해 다가온 카메라인 모양이다.

“56번, 오늘 잠은 잘 잤어요?”

“네, 이번에는 그래도 좀 잘 잤어요!”

카메라맨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자 곧 두 사람의 곁으로 다른 멤버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멤버 모두가 카메라에 한번씩 인사했고 카메라맨은 그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를 건넸다.

“1라운드 이후 오랜만의 스트리밍이죠?”

“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한 2주? 조금 안되지 않았나?”

대답하며 넓은 무대를 두리번거리는 주상현을 따라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상현 씨는 다시 한번 경연하는 거니까 그래도 좀 덜 떨리지 않았어요?”

“어우 전혀 아니에요.”

주상현이 몸서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 떨려요. 그때는 혼자였는데 지금은 멤버들이랑 같이해서 그런가?”

서도화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주상현이 가운데로 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보아하니 다 하는 건 아니고 지난 라운드에 두각을 드러낸 몇몇 참여자들 위주로 인터뷰를 따는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화제였던 주상현, 상위권 그룹 멤버들, 또는 순위는 고만고만하지만 개인적으로 언급률이 높았던 연습생들 등.

특히 확실한 팬층이 있는 주상현은 꽤 오래 질답이 오갔다.

“아 그리고 도화 씨.”

“……네?”

워낙 인터뷰 따야 할 그룹이 많으니 56번의 인터뷰는 주상현과 리더 한야 선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하던 서도화는 한발 늦게 대답하며 멤버들이 떠미는 대로 카메라 앞으로 나왔다.

“도화 씨의 음색이 팬분들 사이에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요.”

카메라맨의 말에 서도화가 옅게 화색이 되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스트리밍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56번, 그중에서도 케이의 비주얼과 자신의 노래가 꽤 이슈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걸 콕 짚어서 카메라맨이 말해줄 줄은 몰랐다.

“참가 그룹이 이렇게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도화는 민망스레 웃었다.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팬’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무척 어색했다.

“화제가 되었던 건 아세요?”

카메라맨이 재차 물었다.

충분히 리액션 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맨이 생각하기엔 반응이 덜 나온 모양이었다.

다행히 당황한 서도화를 대신해 주상현이 대답해주었다.

“오~ 형 부끄러워한다. 도화 형 숙소에서 엄청 좋아했어요. 저희 진짜로 언급되고 화제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요. 그렇죠?”

서도화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화제가 되었다니 너무 기쁘네요.”

말을 덧붙이자 카메라맨은 오케이란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저희가 인터뷰하는 연습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는데요.”

어 이게 끝?

화제가 되었던 인물 중 자신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케이나 아덴의 인터뷰도 진행될 줄 알았다.

독보적인 비주얼이라고 크게 화제가 되었다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건가?

서도화는 티 안 나게 놀라며 카메라맨의 질문에 집중했다.

“1라운드를 진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연습생이나 그룹은 누구인가요?”

“인상 깊었던 연습생이나 그룹이요?”

신나게 대답하던 주상현이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대답할 만한 사람이 있냐고 눈으로 묻는 것이었다.

……있을 리 있나. 다들 공연은 보지도 못하고 연습했는데.

차례가 끝난 뒤엔 조금 보긴 했지만 이들이 봤을 때쯤의 순서에 탈락자가 많았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 뜬금없이 케이가 앞으로 나섰다.

“나는 있다. 있습니다.”

“오 네, 케이 연습생. 누구인가요?”

케이가 앞에 서며 잠시 물러났던 서도화가 그에게 바짝 붙어섰다.

가령 ‘내가 최고다’라던가. 허튼 소리하면 조용히 눈치를 줄 참이었다.

그러나 케이가 꺼낸 답변은 꽤 괜찮고 그럴싸했다.

“단연 1위 그룹이었던 그들! ……어.”

“아, 49번 그룹?”

카메라 앞에서 그룹 번호를 까먹었다고 말할까 서도화가 서둘러 말을 덧붙여주었다.

“그래요. 49번 그룹.”

고상한 척 허세 떠는 말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존댓말은 꼬박꼬박 썼다.

49번 그룹, 너튜버 출신 연습생 그룹으로 상당히 유니크한 무대로 화제가 되었던 이들이다.

다른 세계의 존재인 케이의 눈에도 그들의 무대는 무척 독특하면서도 뛰어나게 보였던 모양이다.

“오 역시 우승 그룹이 제일 기억에 남는군요.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 말입니까? 표정, 춤, 노래 모두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서도화의 눈이 일순간 커졌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유도 그런대로 인간 같은 이유를 댔다.

‘본좌가 보았을 때 이 하찮은 인간 무리 사이에서 그나마 가장 나았기 때문이다’ 처럼 악몽 같은 중2병 대사가 아니라 춤, 노래, 표정이 좋다고 제대로 말했다.

서도화는 괜히 마왕에게 감격할 것 같은 위협을 느끼며 말을 덧붙였다.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특히 아마 다들 같은 생각 하셨을 것 같은데 페어 댄스 부분. 정말 인상 깊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 리허설 힘내세요.”

카메라맨은 한 사람분의 대답만 들으면 된다는 듯 칼같이 인터뷰를 끊고 다른 연습생에게로 향했다.

“……들어가자 얘들아.”

이병수는 돌아가는 카메라맨을 아쉬운 듯 바라보다 대기실로 멤버들을 인솔했다.

리허설의 분위기는 대기하는 연습생들의 수가 조금 많아졌다는 것 외에 1라운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몇몇 연습생들에게는 카메라가 따라붙어 있었고 그들은 리허설 중인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며 카메라에 대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서도화와 멤버들에게도 역시나 이따금 카메라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는데 그뿐 특별히 추가 인터뷰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1라운드 때와 또 달라진 것을 찾자면 비교적 연습생 모두가 카메라의 관심을 고르게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도화는 멀리서 자신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모르는 척한 채 앞 순서 그룹의 리허설을 감상했다.

아마 지금 촬영된 모습은 편집될 듯하지만 만약 방송에 나온다면 ‘진지하게 다른 그룹의 리허설을 보고 있는 서도화 연습생’이라는 자막이 나올 것이다.

아무튼 카메라엔 신경 끄고 리허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리허설을 진행한 모든 그룹이 1라운드보다 한층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물론 아직 데뷔도 안 한 연습생들이 리허설부터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거랑 다르게 칼을 갈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이제부턴 정말 살아남기 힘들어질 거라는 걸 다들 알고 있어 여유를 찾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어쨌든 악에 받친 만큼 잘하긴 잘하네.’

서도화가 담담히 생각했다.

꽤 살리기 난해한 주제를 받았는데도 저들은 용케 그걸 살려냈다.

주제가 세 가지로 갈린 만큼 주목받을 일이 늘어날 기회, 거기다 애매한 순위에 탈락의 위기를 감지한 이들은 역시 몹시 강하다.

그러나 서도화와 그의 멤버들은 그보다 더 강하다. 그렇게 믿는다.

리허설을 지켜보던 서도화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정글과 나’라는 주제에서 무려 세력 간 다툼이라는 가장 자신 있는 구성을 가져왔는데 이것보다 임팩트 있는 게 뭐가 있겠나.

그렇게 까다롭게 굴며 완성된 안무를 몇 번이나 수정하던 우나나도 마지막 연습엔 완벽하다며 미소를 지었지 않은가.

마침 높은 순위의 그룹들은 전부 인기 많은 키워드에 몰려있겠다 잘하면 키워드 내 최상위권도 노려봄직 하다고 생각했다.

서도화는 멤버들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한야, 주상현, 아덴, 케이.

하나하나 봤을 때 참 믿음직한 사람들이다.

물론 아덴은 아이돌보단 역시 세상을 지키는 용사가 훨씬 잘 어울리고.

케이는 그래, 다시 그 세상에 돌아가 뻘짓을 할 바엔 차라리 아이돌이 잘 어울린다.

저 비주얼을 보라. 속내는 시커매도, 머리에 든 건 없어도 이런 경연 프로에서 비주얼이 좋다는 건 무조건 큰 강점이다.

그리고 그런 큰 강점을 가진 이는 지금 서도화의 편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안정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거대한 재력과 인맥을 갖춘 한야, 연예계 내놓으라 하는 댄서에 화제성 담당 주상현.

인생이라는 게 뒤에 가선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무서운 게 없는 서도화였다.

“어 쟤네 리허설 끝났네. 한 팀 더 끝나면 우리 차례니까 다들 준비하고.”

이병수가 멤버들을 무대 뒤와 가까운 쪽으로 이끌었다.

‘아 1라운드랑 달라진 게 또 있네.’

서도화는 제작진들에게 크게 인사하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연습생들은 바라보며 생각했다.

때에 따라 리허설 횟수가 늘었다.

무척 피곤에 절은 얼굴로 리허설은 무조건 딱 한 번이라고 설명하던 제작진은 오늘 없었고 그룹별로 제작진의 연출 피드백을 받는 그룹도 있었다.

참여 팀이 반절 줄었다고 이전보다는 대우가 좋아진 건가.

뭐, 진실을 말하자면 정말 참여팀의 수가 줄어서 때문만은 아니고 특별촬영 등으로 5위권 내의 그룹에 대한 특별대우가 너무 극심하다는 각 소속사들의 항의 때문이었지만.

아덴이 서도화를 툭 쳤다.

“연습할 때처럼 싸우듯이 하면 되지?”

서도화가 또 성가신 잔소리를 할까봐 미리 선수 친 모양이다. 서도화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하던 대로만 해.”

그때 제작진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56번 그룹, 앞 그룹 내려가면 리허설 시작할게요.”

“감사합니다!”

바로 앞 순서였던 30번 그룹이 큰소리로 인사하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56번 올라갈게요.”

멤버들은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무대 위로 향했다.

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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