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43화 (43/270)

제43화

2라운드 라이브 스트리밍이 끝난 직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는 밀리언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로 리젠되었다.

[밀리언] 2라운드 키워드별 탑[email protected] 후기(매우 주관적)

“후우…….”

김유진은 가장 인기 많은 커뮤니티의 베스트글 제목 위에 커서를 올리고 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커뮤니티의 분위기?

“쯧.”

-ㅅㄹㄷ 진지하게 제발 좀 탈락했으면 좋겠음... 그팬들이 도배하는 것도 개빡치고 뭣보다 재미로 참가했다는 말에 뒷목 잡겠음

└ㅅㅂ누구는 탈락했다고 울고불고하는데 누구는 구독자빨 받아서 상위권이고

└??잉...근데 재미로 참가했어도 잘하기는 개잘하던데? 원래 서바이벌은 참가이유가 뭐든 잘하면 장땡 아님?

-나 이번 서바 우승자 벌써 알 것같음 더티임 더티가 할거임 만년1위 더티 이번에도 1위했네

└얘네 주작 언제 공론화됨? 더티그룹만 나오면 모든 서바가 ㅈㄴ개노잼됨;;

└ㅋㅋㅋㅋ주작충들 또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네 데스티니 애들 1위만 하면 ㅈㄹ임?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원래 커뮤니티에 생성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전용 게시판은 팬덤이 이루어지고 납득되지 않는 결과가 많아질수록 난장판이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오늘 더더욱 이 게시판의 글들은 빠르고 공격적이었다. 이번 2라운드의 순위는 누가봐도 수상쩍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개중엔 단연 오늘 한 건 터트린 56번에 대한 게시글도 존재했다.

-아니 키워드 내에서 2위인 그룹 전체 순위가 11위인 게 말이 됨?

└ㅇㅈ마음점수 딱 봐도 체감 ㅈㄴ높았고 시청자들 반응도 개쩔었는데 순위보고 뭐지? 했음

예상보다 낮은 순위에 A, B 키워드 그룹 중 몇몇의 순위 조작을 의심하는 글도 있고.

-56번 걔네는 91번 왜 지목한 거임? 딱히 메리트도 없지 않나?

└자기들 텀블링 뺏어가서 삐진 거임

└ㅋㅋㅋㅋㅋ텀블링이 지네꺼임? 보고 쟤네 뭔가 했음

└궁예ㄴ 아크로바틱 하는 그룹끼리 같이하면 구성하기 좋아서 그렇다고 말했잖슴

└아네네~들어가세요

-이건 진짜 빼박 아닌갘ㅋㅋㅋ

└잘하면 몰라. 잘 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나오니까 더 티 나잖앜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경연 중에 대놓고 컨셉 바꾸는 놈들은 첨보네

56번은 56번대로 91번은 91번대로, 그 외에도 2라운드에 두각을 드러냈던 수많은 그룹들이 도마 위에 올라가고 있었다.

“하하…….”

…내가 왜 굳이 지금 반응 확인하겠다고 나섰을까.

분명 베스트엔 좋은 글들도 많았다. 그런데 하필 가장 부정적인 글들이 리젠되는 때에 접속을 한 모양이다.

김유진은 빠르게 사이트를 나왔다. 차라리 SNS를 보는 게 좋았으려나? 생각하다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56번은 꽤 화력좋은 그룹이었지만 그 만큼 견제도 심했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들한테 처신 잘하라고 해야겠다.’

그녀는 참 난감했다.

-자기들 텀블링 뺏어가서 삐진 거임

라던 댓글. 그게 또 틀린 말은 아니라서 곤혹스러웠다.

“저희를 보면서 웃더라고요. 그거 완전 도발 아니에요?”

“근데 딱 그거 아니라도 같은 컨셉 가지고 무대하면 진짜 시너지 북돋을 수 있잖아요. 현장에서 다 상의하고 결정한 거예요. 대표님.”

컨셉이 겹쳤는데 그게 의도된 것임을 알아차린 멤버들이 복합적인 이유로 91번을 선택한 것이었다.

똑똑-

“대표님, 부르셨어요?”

김유진의 호출을 받은 멤버들이 슬금슬금 들어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렇게 된 이상 김유진은 멤버들이 합숙에 들어가기 전 그들에게 꼭 당부해야 할 말이 있었다.

“얘들아. 합숙 들어가면 곳곳에 카메라 설치되어 있는 거 알지?”

이제 무대 외적인 모습들이 드러나야 할 때, 데스티니 레이블 기획팀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그녀는 이들에게 적절한 이미지를 구축해주어야만 했다.

무대 위 이미지가 아닌 무대 밑에서의 호감 가는 이미지를.

김유진을 자신을 쳐다보는 토끼 같은, 아니 토끼치고는 좀 사나운, 그래, 인터넷에 흔히 보이는 서양 토끼라고 치자. 서양 토끼 같은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자신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보았던 게시 글들을 떠올렸다.

-56은 약간 그거임 겉도 속도 기 존나 쎈 타입만 다섯 모아둔 것 같은 그룹임 그러니까 내 말은...그게 너무 좋다구...ㅎ

└ㅋㅋㅋㅋㅋㅇㅈ 막냉이도 말랑뽀쨔악근심토끼였는데 어느새 형아들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진 레서판다같아졌음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그룹 이미지밸런스 무엇ㅋㅋㅋ

팔로워도 적은 이 글의 리트윗수가 무려 2000회에 달했다. 그만큼 공감한 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공연하는 모습, 무대 감상 중 관객석에서 잠깐잠깐 비치는 모습, 그리고 다음 라운드를 위한 진행이 이루어지는 모습 등만으로 벌써 56번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

그 외에도 여러 게시 글들을 참고한 결과, 결국 김유진은 이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겉도 속도 기 존나 쎔’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화랑 상현이가 있어도 안 되네.’

김유진이 영혼 없이 미소 지었다. 하도 거세게 구는 멤버들이 많아서 유순하고 곱게 생긴 서도화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막내 이미지를 이미 구축해둔 주상현으로 밸런스를 맞추려 했더니…….

서도화는 겉모습만 순했지 속은 데스티니에서 잘리고 반 년간 고생을 많이 했는지 무척 거칠었고 이런 멤버들로 인해 막내 주상현마저 점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꿋꿋하게 부드럽게 비단결같은 성격을 유지하는 것 한야 뿐이었으나……그는 멤버들에게 너무 약했다.

참……. 멤버 모두 어려운 상황에 이러한 굳은 성격으로 꿋꿋이 버텨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씁쓸해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김유진은 체념하곤 말했다.

“거의 온종일 카메라에 찍혀야 하는데 우리 괜히 실수했다가 욕먹지 말자. 솔직히 너희 지금 좀 아슬아슬해. 알지?”

“네!”

그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힘차게 대답한 멤버들을 보며 김유진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니까 너희는 합숙에서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자. 악편도 방지할 겸 너희 이미지를 위한 거니까.”

데스티니가 천년만년 더티 소리 들어도 아티스트만은 욕 안 듣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정착한 거 그거 다 김유진의 손길을 거친 결과다.

“일단 앉을래?”

김유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멤버들을 앉히고 정신개조, 아니 작업을 시작했다.

* * *

며칠 뒤, 이동하는 차 안 서도화는 커튼을 걷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완전 깡시골이었다. 이미 주변엔 흙과 나무뿐인데 차는 계속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이 합숙할 숙소는 꽤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었다.

서도화는 처음 이곳에 와봄에도 어쩐지 익숙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어후 벌써 질려. 그러고 커튼을 닫으려는데 아덴이 손을 뻗어 커튼을 붙잡곤 말했다.

“여긴 산에도 길이 나 있네.”

그의 목소리엔 은은한 그리움이 스며 있었다. 그 말에 서도화가 다시 밖을 바라보았다.

맑고 고운 산인데 왜 질리나 했더니 제2세계에서는 늘 보던 광경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그곳보다는 길이 잘 닦여 있지만 광경은 꽤나 비슷하다.

다만 여정의 후반부엔 공기 중의 독기로 인해 이렇게 푸르른 광경은 보기 힘들었고, 아차 하면 굶주린 도적이나 괴물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곳을 주변 경계도 없이 다니다니. 괴수는… 없어 보이네.”

아덴이 픽 웃었다. 서도화가 다시 한번 아덴을 바라보았다. 아덴은 바깥의 광경이 신기한 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에겐 하늘 높이 올라간 건물보다 무성한 숲길이 좀 더 신기한 듯했다.

서도화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니까.”

“하긴 숙소가 있는 곳은 안전해야지. 다 죽으면 안되니까.”

서도화가 움찔 몸을 떨었다. 말 한번 살벌하게 한다. 서도화의 안색이 파리해진 줄도 모르고 아덴은 사라진 검의 자리, 제 허리춤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설령 이상한 게 나오더라도 내가 다 죽여 버릴 테니까.”

서도화는 황급히 시선을 바로 했다. 저런 살벌한 소린 제발 아무도 못 들었으면 했지만…….

“아 형! 저 얼마전에 게임 시작했어요! 마X크래프트 재밌던데요? 형 말대로 괴수도 있고.”

주상현이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아아, 그래. 맞아. 게임.”

서도화는 주상현에게 대충 맞장구쳐주는 아덴에게 슬그머니 다시금 김유진의 말을 전했다.

“야. 대표님 말씀 기억하지? 절대로 말-”

“난 실수 안 해.”

서도화는 산을 보며 질려했지만 아덴은 서도화의 잔소리를 질려했다.

“난 거기서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만 할 거다. 됐지? 너도 잔소리 좀 그만해.”

“응.”

서도화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김유진의 말을 잘 따라준다면 더 이상 잔소리할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밀리언 아이돌 3라운드 경연 준비를 위한 합숙 첫날.

서도화를 포함한 멤버들, 그리고 유제이 엔터 직원 모두의 목표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호감’가는 그룹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고로 일단 김유진의 명령 아래 케이는 과묵한 이미지로 가기로 했다.

“…….”

케이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사람을 지켜보다 고개를 획 돌려 창밖 푸르른 나무 감상을 마저 했다.

아덴은 절대 시비 걸지 않기로 서도화와 약속했다.

잠시 후 차는 4층짜리 건물의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헐 여기! 어쩐지 와 본 길 같더라니!”

주상현이 커튼을 확 열어젖히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쩐지 오는 길이 익숙하다 했더니 그가 전 시즌 경연 합숙 때 머물렀던 숙소였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수련회 건물을 사들여 벽을 허물고 새로 인테리어를 했다고 하던가? 흡사 아기자기한 초등학교 건물처럼 보이기도 한 건물의 중앙엔 커다랗게 밀리언 아이돌 로고가 붙어 있었다.

“얘들아 내려도 되는데 내리자마자 촬영 시작인 거 잊지 말고. 알겠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작이야! 저기 카메라 붙었다!”

이병수가 멈춰 선 차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네, 조심할게요.”

“그래도 너무 긴장은 하지 말-”

이병수는 말을 멈추고 후하후하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긴장은 본인이 제일 많이 한 모양이다.

오히려 멤버들의 표정엔 걱정도 긴장도 없었다. 그저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만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그들을 믿어야 하는 이병수가 건넬 말은 하나뿐이다.

“조심히 잘 다녀와. 나중에 보자.”

“다녀오겠습니다!”

주상현은 차에서 내리며 멤버들에게 반가움을 담아 설명했다.

“색도 다시 칠했나? 예전엔 이 건물 회색에 파란색이었거든요.”

“그래? 아, 그랬던 것 같아.”

“이번엔 벽돌 벽이네.”

“로고도 바뀌었네? 와 신기하다! 여기 내부 진짜 완전 좋아요.”

“상현이 있으니까 우리 길은 안 잃어버리겠다.”

신난 주상현의 말을 한야와 서도화가 번갈아가며 대답해주었다.

아덴은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울창한 나무와 가까워진 하늘을 신기해했고 케이 또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독기 하나 없는 이곳을 눈에 담았다.

“운동장도 원래는 흙만 깔려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잔디도 깔렸고.”

“여기 되게 넓다.”

“그렇죠? 형 여기 연습실도 엄청 넓어요. 큼직큼직하게.”

멤버들이 천천히 건물을 향해 걸으며 주상현의 말에 따라 시선을 돌리고 있을 때 그들의 앞으로 카메라가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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