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76화 (76/270)

제76화

“한야… 파이브는…….”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던 한야가 단호하게 다른 그룹명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케이는 당황하며 한야와 서도화, 김유진을 번갈아 보았고 이 모습을 본 아덴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될 거라고 생각했냐! 푸학! 진짜 쟤 이쪽으로 넘어오면서 좀 멍청해진 거 같은데!”

“머, 멍청하다니! 너 아덴 이 자식 말 다 했는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망언이다!”

“다 안 했는데? 오만하게 굴고 있어. 당연히 어쩌고 파이브가 될 거라고 생각해? 네가 이 그룹에서 그렇게 대단해? 네가 발언권이 있냐?”

“둘 다 그만 안 해? 아덴 이 자식 말이 심하네?”

하, 진짜 또 싸운다. 서도화와 주상현이 완전히 질린 얼굴로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서도화가 한숨을 푹 쉬더니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러는 사이 한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난 괜찮은 거 같은데. 그룹명으로 쓰기는 좀 그런데 그래도 그 마음이 기특하네요.”

“기특…하다?”

“누군가의 노력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그룹명을 택한 거 말입니다. 인정하려고 하는 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까요.”

김유진은 그저 웃었다.

한야 얘도 멤버 한정으로 괜찮음의 허들이 자꾸 내려가서 문제다.

‘이런 모습,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김유진은 한야를 제외하고 투닥거리는 네 멤버를 달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소매를 걷어붙인 서도화가 결국 무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주로 두들겨 맞는 건 아덴이었는데 아덴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케이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욕은 하지 마라! 어른들 앞이다!”

“내가 언제 욕을 했다고! 왜 때려? 케이 이 눈치도 없는 자식이! 너 때문이잖아. 좀 제대로 된 그룹 이름을 내밀라고!”

“케이파이브가 어때서! 나, 난 최대한 양보해서 한야파이브라고까지 했다! 이 정도면 됐지 네놈은 나에게 뭘 바라느냐!”

“형, 혀엉! 그만 좀요! 지금이 싸울 때에요?”

김유진은 한숨을 쉬곤 옆에서 기가 찬 듯 입이 떡 벌어진 부장을 툭 건드렸다.

“부장님이 한마디 해줘요. 원래 이런 건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해야 애들이 눈치를 봐요.”

그러자 부장은 화들짝 놀라며 허허 너털웃음을 냈다.

“제가… 요?”

“……아니에요. 그냥. 크흠, 얘들아 그만하지?”

“거 봐! 그만하라시잖아!”

“……씨이. 이 케이클랍스 같은 게.”

싸움을 말리는 건지 같이 싸우는 건지.

결국 김유진의 모습에 한야가 일어났다. 한야는 멤버 하나하나를 힘으로 떼어놓으며 자리에 앉히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며 김유진은 생각했다.

‘아, 이 자식들 케어하려면 근육을 키워야겠구나.’

한야의 무력 진압이 있고서야 잠잠해지는 멤버들의 모습에 김유진이 저도 모르게 말했다.

“난장판이 따로 없네. ……어 난장판?”

그때 김유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

어쩌면 이 난장판스러움이 이들 그룹의 아이덴티티, 이미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거 못 고친다. 얘네는 10년이 지나도 난장판일 것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걸 이미지로 해서.

“어메스 어때요?”

“……예에?”

부장이 이해를 못한 듯 하자 김유진이 종이를 끌어와 한 구석에 글자를 썼다.

[A MESS]

[AMESS]

말 그대로 난장판, 엉망진창이라는 뜻이었다.

“……대표님?”

진짜요? 부장이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룹이름이 난장판이라굽쇼?

그러나 김유진은 그저 해탈한 듯 활짝 웃었다. 그리고 외쳤다.

“얘들아! 잠깐! 조용히 들어! 우리 그룹 이름 정했다!”

“네?”

“설마 진짜.”

“한야파이브 하시게요?”

멤버들의 걱정스러운 말에 김유진은 고개를 젓고 그룹명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한야파이브든 케이파이브든 그룹명으로는 좀 아니지.”

그에 케이파이브를 밀어붙였던 부장의 눈가가 조금 떨렸다. 그러나 이를 보지 못한 김유진은 활기차게 말했다.

활기참 속에 해탈과 달관이 있는 표정과 목소리였다.

“그냥 너네는 사고 안 치는 선에서 난장판으로 살어! 우리가 예쁘게 포장해볼게!”

이 난장판도 보다 보면 귀엽다. 오합지졸 느낌이 불안하면서도 구경하고 싶고 관찰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그 난장판 속에 함께하고 싶어진다.

훗날 이 아이들이 데뷔하면 이런 마음으로 좋아하는 팬들도 틀림없이 많아질 것이다.

그럼 이 이름만큼 이들에게 어울리는 그룹명은 없다고 생각되게 될 터.

“어메스요?”

그룹명을 받아든 멤버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럭저럭 만족한 멤버도 있었고 애매하다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바로 직전 한야파이브로 한바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구성원으로는 그룹명 짓기에 영 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의 반응이 꽤 괜찮다는 걸 알아차린 한야가 그들을 대표해 말했다.

“그럼 그룹명은 난장, 아니 어메스(AMESS)로. 다들 괜찮지?”

“네에.”

그래, 이 정도면…… 어쩌고 파이브보단……. 멤버들은 홀린 듯이 대답했다.

김유진은 펼쳐진 서류들을 정리하며 호쾌하게 말했다.

“그럼 결정! 다들 해산! 일 보세요. 멤버들은 연습해도 되고 쉬어도 되고. 선곡 정해질 때까지 딱 3일 쉬는 거니까 그동안 컨디션 정비 제대로 해주고.”

“네!”

회의는 끝이 났다.

“근데 어메스가 무슨 뜻이야?”

모두 마무리되고서야 서도화에게 이름의 의미를 묻는 아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김유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애써 이를 무시했다.

* * *

“도착했어. 도화는 내리고 여기서 기다려. 형 차 대고 올게.”

“네, 고생하셨습니다.”

서도화는 매니저 이병수에게 인사하며 차에서 내렸다. 서도화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들려 눈앞의 2층짜리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와.”

몇 년만의 펜션이람.

바다가 코앞에 있는 말끔하고 커다란 펜션은 예전 재벌가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자주 나왔던 유명한 장소다.

앞으로 3일간, TOP3 베네핏으로 받은 4라운드 오프닝 송 준비를 위해 서도화는 멤버들 없이 홀로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아덴이 오면 좋아했겠는데?’

3라운드 합숙 때 울창한 숲을 보면서 그렇게 좋아했으니 바다도 좋아할 것이다.

서도화가 그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바다는 푸르렀지만 여정의 후반쯤 가자 드넓던 바다는 메말라버렸고 그나마도 오염이 되어 예전과 같은 색은 찾기 힘들어졌었다.

서도화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주차를 마친 이병수가 다가와 서도화를 펜션으로 이끌었다.

“형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저쪽 스태프 숙소에 머물거니까 일 생기면 말하고. 알겠지?”

“네, 형.”

서도화를 바라보는 이병수는 한결 편해 보였다. 그간 개성이 과하게 넘치는 다섯 멤버를 케어하다 그나마 말 잘 듣는 멤버 하나만 케어하게 되었으니 당연했다.

이병수는 서도화를 펜션의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파이팅하라는 응원과 함께 곧 사라졌다.

홀로 남은 서도화는 사방에 달린 카메라들의 시선을 느끼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91번 멤버나 데스티니 연습생이 있긴 하겠지만…….’

제발 이번엔 별일 없기를!

“어? 안녕하세요.”

“오, 도화 님이다!”

서도화는 따뜻한 연습생들의 인사에 멈칫거리며 내부를 두루 살폈다.

오프닝 송을 함께할 멤버들이 거실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서도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거실에 앉은 멤버 구성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안심했다.

걱정했던 91번 멤버도, 데스티니 소속 1번 그룹의 멤버도 그나마 서도화와 트러블 일어날 일이 없는 멤버들이 모였다.

“안녕하세요. 56번 그룹 서도화입니다.”

“어서 오세요. 도화 님~”

숙소에 있던 멤버들은 대체로 밝게 서도화를 맞이했지만 그 중에서 유달리 그를 반가워하는 인물이 있었다.

서도화는 벌떡 일어나 생긋생긋 웃으며 다가오는 그에게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잘 지내셨어요? 소래담 씨.”

“오!”

소래담은 서도화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놀라며 더 빠르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제 이름 기억해주셨네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서도화는 소래담의 약간은 오버스러운 리액션에 하하 웃으며 그가 이끄는 대로 거실로 향했다.

소래담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밀리언 아이돌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너튜버 중 가장 대중매체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너튜버인데.

모여있던 연습생들은 서도화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었고 서도화는 그들의 사이로 들어가며 재차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이다. 도화야.”

그에게 친밀하게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1번 그룹의 리더 최여운. 그는 어색하지만 반가운 티를 내며 어수룩하게 서도화의 가까이에 앉았다.

“형, 오랜만이에요.”

서도화는 입꼬리를 올린 채 대답했지만 어쩐지 그와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도로시 때와 같은 마음이었다.

잘못한 건 없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론 잘못한 게 맞아서 자신을 믿어준 이의 눈을 마주할 수 없는 그런 기분.

그러자 최여운은 말없이 서도화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지금 당장 그 일에 대해 굳이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서도화는 여전히 자상함이 느껴지는 토닥임을 받으며 함께할 멤버들을 살폈다.

듣기로는 서도화 자신을 포함해 멤버 구성에 제작진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따로따로 끌어모았음에도 조화가 잘되는 구성이었다.

먼저 1번 그룹의 리더 최여운. 실력이 뛰어나기보단 딱 봐도 이 구성의 리더 감으로 데려온 멤버였다.

안정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넓은 포용력과 리더쉽으로 오늘 처음 조합을 맞춰본 멤버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그리고 1번 그룹의 짝그룹이었던 15번. 그룹의 메인 댄서인 단.

91번에선 가장 조용하던 멤버 송서. 실력은 91번 중에선 중간 정도였지만, 실력보다는 56번 그룹과 유독 기 싸움이 심했던 91번 그룹 중에서 그나마 서도화와 잘 어울릴 멤버라고 뽑힌 듯했다.

경쟁이 아닌 무대 준비인 만큼 최대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니 멤버의 중요도에 따라 91번이 희생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49번 그룹의 소래담. 화제성과 예능성을 두루 갖춘 49번의 대표 멤버다.

그리고 그들의 짝그룹 72번의 메인보컬 지우진.

그리고 56번의 메인보컬이자 탄탄한 댄스 실력, 화제성까지 갖춘 서도화.

포지션을 두고 경쟁할 일 없도록 고루 분석해서 제작진이 직접 고른 멤버들이었다.

베네핏을 받을 만한 최상위권 순위 그룹 멤버들만의 만남. 그에 맞는 확실한 대우 속에 아무런 부담감 없이 합숙에 임한 만큼 멤버들 간의 분위기는 몹시 화기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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