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82화 (82/270)

제82화

저녁 8시, 연습실엔 또다시 시원한 멜로디의 곡이 울려퍼졌다

밝은 내일이 다가와

뜨거운 SUN 눈부심이 좋아

두 손 크게 뻗고 달리는 우리

무척 대중적이고 희망찬 댄스곡. 서도화의 노랫소리에 메인보컬인 지우진이 거울을 통해 그를 힐끔거렸다.

‘역시 수준급의 보컬이다.’

경쟁이 아님에도 분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른다.

시원하게 뻗는 고음과 높은 멜로디가 청량하고 맑은 서도화의 목소리와 무척 어울렸다.

안무를 잘 이어가다가도 서도화가 노래만 부르면 그 특유의 음색에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멈춰 설 정도였다.

지우진은 서도화가 급이 다른 보컬로 화제가 되었던 인물임을 재차 실감하며 씁쓸한 한숨을 쉬었다.

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연습생이 되었고 그룹의 메인보컬이 되었다.

노래 하나는 자신 있었던 지우진에게 아마도 타고났을 천재 서도화는 충격적인 존재였다.

그냥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었다. 춤도, 스타성도, 심지어 외모도 잘생겼는데 그중 노래를 제일 잘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세상에 있냐?’

세상의 불공평함에 절로 기함하게 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멤버는 지우진 뿐이 아니었다.

메인 댄서 단, 91번 송서도 심지어 데스티니 최여운조차 같은 생각이었다.

최여운은 특히 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원래도 서도화는 데스티니에서 가장 기대를 받던 스타성 뛰어난 육각형 멤버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반년 만에 다시 보는 서도화의 실력이 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있어서, 아니 이걸 그냥 성장했다고 해도 되는 걸까? 그냥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보니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자신의 파트를 마친 서도화는 멤버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물러났다.

재능이 뛰어난 천재.

서도화는 자신이 천재라고 불리고 있음을 은연중 알게 된 이후 그냥 자신을 향한 시선을 즐기기로 했다.

죽을 각오로 노래하고, 춤 연습을 하고, 정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쟁취한 재능인데 천재 소리라도 들어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나.

어렵게 돌아온 나의 세상, 죽도록 노력해서 쌓은 실력. 이제 슬슬 사람들에게 정화 스킬 내성도 생기고 있는데 있는 대로 뽐내며 경연에 임할 생각이다.

노래까지 곁들인 첫 번째 연습이 끝났다.

“헉……후우, 진짜 너무 잘한다.”

살짝 거친 숨을 내쉰 최여운이 진심으로 말했다. 그냥 모르는 멤버들이라서 무책임하게 칭찬하는 게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연습 진도가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척하면 척이던 데스티니보다도 오히려 진도가 훨씬 빨랐다.

춤은 오후 연습에서 세 시간 만에 끝냈고 노래와 함께 맞추는 건 방금이 처음인데 완벽했다.

역시 각 팀의 정예 멤버만 모아놓은 팀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무대 준비하는데 스트레스 안 받는 건 또 처음이네.’

최여운은 여유로운 시간을 확인하며 멤버들을 자리에 앉혔다. 그러곤 말했다.

“내가 자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제 당장 무대에 서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인 것 같긴 하거든? 물론 노래는 몇 번 더 맞춰봐야겠지만.”

사실 최여운은 리더로서 통솔력은 부족한 편이었다.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멤버들의 말에 쉽사리 휘말리고 거절하거나 싫은 소릴 하지 못해 리더이면서도 늘 끌려 다니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1번 그룹의 리더가 된 이유는 하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팀은 완벽했다. 서로 조화도 잘 되었고 따로 실력을 보강해야 하는 멤버 또한 없었다.

“그러니까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더 이상의 반복 연습은 불필요할 것 같아.”

더 이상의 반복 연습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 멤버들은 이제 여기서 더 욕심을 내도 됐다. 충분히 욕심을 내도 되는 실력을 가진 멤버들이었다.

최여운이 속으로 자조했다. 이 이벤트성 팀을 이렇게나 열심히 리드할 생각은 없었는데 잘해도 너무 잘하니 저도 모르게 자꾸 이것저것 말을 꺼내게 된다.

“반복 연습보단 이제 디테일하게 서로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을 살려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어, 나나나.”

소래담이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을 가리키곤 씨익 웃었다.

“연습하면서 아 여기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부분이 몇 군데 있거든?”

“오, 좋아요. 형님.”

최여운과 멤버들은 흔쾌히 수긍했다.

유니크하지만 좋은 임팩트로 호평을 받은 49번 그룹. 그 그룹의 총기획과 편곡을 담당했던 게 그룹의 수장 소래담이었다.

그가 내는 아이디어는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소래담이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되게 멤버 조합이 좋잖아? 각자 내세울 만한 특기가 확실한 편이니까, 차라리 난 멤버의 장점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을 몰아주기 하는 게 어떨까 하거든?”

“몰아주기요?”

소래담이 고개를 끄덕이곤 15번 그룹의 메인댄서 단과 서도화를 가리켰다.

“두 사람이 춤을 뛰어나게 잘 추니까 우리 댄스 브레이크 부분을 여섯 명이서 분산하지 말고 차라리 잘하는 둘한테 몰아주는 거야.”

“저희 둘이요?”

단이 놀라선 자신을 가리켰다.

“아예 우리는 춤을 안 추는 건 아니고 춤은 추되 두 사람한테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안무를 변경한다거나.”

물론 여섯 명 다 무난한 춤 실력을 가지고 있어 댄스 브레이크는 이미 완성되어 있다. 그러나 몇 초 되지도 않는 댄스 브레이크 타임에 여섯 명이 개개인이 주목받을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차피 각 그룹 어필하자고 대표들이 모인 팀인데 서로 양보하거나 시선을 분산시키지 말고 한두 명에게 타임을 몰아주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우진이도, 도화랑 화음이라도 맞추거나 메인보컬 실력 확 살릴 수 있는 하이라이트 부분 애드리브 구간을 따로 만들고, 나야 랩 파트가 있으니 그 부분에 댄서분들이 도움 좀 주시면 멋있게 잘 나올 거 같고. 또-”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던 소래담이 입을 다물고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곤 능글스럽게 카메라 뒤 PD를 바라보았다.

“PD님, 저희 혹시 파트 일부 변경해도 되나요?”

헉. 지우진과 송서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 세상 쓴맛 다 겪고 또 PD와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소래담이니 이렇게 가볍게 물을 수 있는 것이었다.

PD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합의하고 파트를 바꾸는 건 자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소래담은 PD에게 인사하곤 바로 멤버들에게 말했다.

“너희만 괜찮다면 킬링 파트를 여운이랑 송서한테 몰아주면 어떨까 싶거든? 여운이랑 송서가 시원시원하게 이런 파트 잘 살릴 거 같아서.”

비단 최여운과 송서가 내세울 곳이 없어 파트 몰아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파트 하나하나에 음색을 살리는 메인보컬보다 물 흐르듯 부를 수 있는 보컬들이 더 잘 살릴 수 있는 파트들이 있다.

그들이 잘 살릴만한 몇몇 파트들을 최여운과 송서에게 주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두 사람의 분량을 채워주는 것이다.

각자 잘하는 곳에서 몰아서 분량을 나눠 받는 것.

많은 부분을 수정하지 않고도 여섯 멤버들이 골고루 조명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기존의 파트 분배는 각 팬덤을 의식해 각 개성을 살리기보다 비슷하게 나누는 것에 더 초점을 둔 터라 개인보단 멤버 여섯의 대형이 더 잘 보이는 구성이었다.

소래담의 말에 멤버들이 어느 정도 납득하며 수정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을 때였다.

이들을 보며 조용히 무언가를 속닥이던 제작진들이 멤버들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얘들아, 파트 바꾸거나 하는 건 괜찮은데 도화랑 단이, 댄스 브레이크 부분 수정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파트는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댄스 브레이크의 안무를 두 사람에게 몰아주려 한다면 많은 수정이 들어가야 할 텐데 당장 연습이 급한 상황에 이에 맞춰 안무 수정이 이루어질 리 없었다.

“어차피 단이가 댄브 센터니까 댄스 브레이크는 수정 안 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그때 단이 소심하게 손을 들었다.

“저. 어차피 내일 트레이너 선생님 오시니까, 오시기 전까지 제가 직접 짜볼게요.”

“직접 짠다고?”

“네, 내일까지 짜서 멤버들이랑 선생님 앞에서 보여드리고 별로라고 하시면……. 저희 어차피 기존 안무는 다 외우고 있으니까요.”

단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룹의 인기도, 그룹 내 자신의 인기도 애매한 그에게 이번 무대는 개인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최대한 주목받고 싶고,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는 무척 소심한 인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욕심을 내고 싶었다.

그의 말에 제작진은 망설이다 허락해주었다.

“내일까지 해서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보여드려 봐. 우진이 도화 애드립, 화음 넣는 것도 내일 다 같이 보고 넣을지 말지 결정할게요.”

무조건 히트해야만 하는 곡이라서 안정적으로 큰 수정 없이 가고 싶었지만 실력 있는 아이들이 더 좋은 안무를 가져와 그게 통과된다면 이 또한 좋은 그림이 될 터였다.

애초에 적당한 정도의 수정은 이미 허용되어 있으니, 영 아니다 싶을 때 원상복구만 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리고 다시 연습생들의 연습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서도화와 지우진은 연습실 구석에서 파트를 하나하나 살피며 제작진과 화음, 애드리브 넣을 구간을 상의하고 있었고 소래담, 송서, 최여운은 수정할 만한 파트를 논의했다.

그리고 단은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안무를 새로 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멤버들끼리 새로 맞춰본 미완성 버전 공연에 제작진은 또 한 번 기함했다.

아직 보강할 부분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게 단 2시간 만의 결과물이라면.

소래담의 아이디어는 무척 좋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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