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90화 (90/270)

제90화

그렇게 서도화는 매우 만족하고 아덴은 성이 난 오프닝 쇼가 끝이 났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었다.

‘첫 방송 일주일 전’

검은 화면 아래 흰 글씨가 뜨며 뜬금없이 부자연스럽게 새하얀 방이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어메스 멤버들은 전혀 찍은 기억이 없는 장면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새하얀 방엔 긴 책상과 의자 세 개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달칵-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뭐야. 내가 제일 먼저 왔단 말이야?

도로시가 문틈으로 얼굴만 내밀어 방안을 둘러보더니 껄렁거리며 들어왔다.

-아이 참나. 이래서 안 돼요. 아무리 유명하신 분들이라도 이렇게 지각을 해서 되겠어요? 저처럼 십 분 전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도로시가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하곤 투덜거리며 의자에 앉자 곧바로 또 한 번 문이 열리고 보컬 트레이너 지소희와 아이돌 출신 솔로가수 찬리가 연달아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쌤?

-왔어? 나 방금 왔지.

등장한 인물 모두 1라운드 3라운드 합숙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 출연자들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여기 엄청 새하얗다. 눈이 너무 아픈데요?

-그치? 찬리야, 약간 옛날에 너희 합숙소 보는 거 같지 않냐?

-아이 그러게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식으로 되게 하얬던 것 같아요.

방송 속 심사위원들은 합숙에서 보던 냉철한 모습과는 무척 상반되는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는데도 무척 친해 보였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지소희와 도로시는 같은 데스티니 소속사 트레이너로 일하는 중이고, 찬리는 팝넷의 경연 시리즈 중 첫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로 비록 프로젝트 그룹에 들지는 못했지만 촬영을 하며 도로시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두 분도 스승과 제자 관계셨죠?

이를 방송에서는 지소희가 두 사람 대신 언급해주었다.

-자, 저희가 여기 왜 모였죠?

가운데에 앉은 지소희가 제작진에게 물었다. 제작진이 대답했다.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세 분이 1라운드, 그리고 3라운드의 심사를 맡아주셨잖아요?

-네, 그랬죠?

출연진들의 대답 직후 그들의 블라인드 심사 모습과 3라운드 합숙 때의 모습이 예고편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이젠 연습생들의 실력과 성격 등을 저희 제작진보다도 잘 알고 계실 여러분들이신데요. 첫 방송을 앞두고 연습생들의 첫 무대를 복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오호.”

방송을 지켜보던 김유진이 감탄했다.

시작부터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경연. 어떻게 시작을 하여 시청자들에게 상황 전달을 할까 궁금했는데 이런 식으로 시작할 줄이야.

첫 방송 첫 시작은 다름 아닌 블라인드 심사위원이었던 사람들의 프리뷰였다.

뜬금없이 냅다 공연부터 한다고 보이지 않도록 이들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진행되어 1차 경연에 이르렀는지 보여주며 이해도와 몰입도를 올리려는 모양이었다.

-오오, 재밌겠다.

-공연부터 바로 보는 건가요?

-아뇨. 일단 시작부터 보여드리려 하는데요.

심사위원들은 흥미로워하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상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장면은 연습실에서 미션지를 받는 연습생들의 모습이었다.

-어? 우와아! 카메라다!

-헉 혹시 밀리언 아이돌인가요!

연습실 문이 열리자 연습을 이어가던 연습생들이 깜짝 놀라며 카메라를 맞이해주었다.

지금 보이는 연습생들은 5번 그룹, 늘푸른엔터의 연습생들이다.

대표의 막대한 자본으로 상당한 퀄리티의 곡, 그리고 언플 잘하기로 몹시 유명한 기획사였다.

“늘푸른도 이거 촬영했구나. 그럼 더티랑 늘푸른이랑 에이스엔터 이렇게 셋은 무조건 나오겠네요.”

주상현이 뻔하다는 듯 말했다.

아마 이름 있는 소속사의 연습생들은 다 찍었을 것이다. 당연히 유제이는 없지만.

다만 간간이 유제이만큼이나 아예 팝넷과 연이 없어 보이는 소속사의 연습생들도 촬영된 걸 보면 일부는 랜덤으로 나온 건가 싶기도 했다.

조금 부러움이 일어났지만 이 부분은 체념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게 당연하게 있다는 건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상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니까.

차별을 이해할 것. 인기와 인지도가 곧 힘인 이곳에서 연습생, 연예인 할 것 없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100팀을 다 찍으러 갈 수도 없고 찍어봐야 쓸 수 있는 영상은 한정적일 테니 확신의 합격자들에게만 간 건 당연했다.

-아유 어리다.

-1라운드면 진짜 얼마 전인데 왜 이렇게 앳되게 보이지?

-이제 멤버들이 공연하면서 헤어도 바뀌고 메이크업도 받고 하니까.

한편 심사위원들은 누가 봐도 잔뜩 긴장한 채 더듬더듬 진행하고 있는 연습생들을 보며 제각각의 감상을 늘어놓고 있었다.

합숙을 진행하면서 연습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편이라 멤버 하나하나를 보며 코멘트할 만한 것이 무척 많았다.

몇몇 그룹들의 주제 발표 반응이 보이는 와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건 단연 소래담의 49번 그룹이었다.

다른 그룹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아이돌 팬 외 대중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그룹으로 방송 전부터 상당한 화제가 되었던 이들인 만큼 1부 방송에 큰 분량을 차지했다.

소래담 그룹의 너튜브 영상, 개인 뮤직비디오 등을 엮어 만든 소개 영상이 따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1부 방송의 후반부.

캔맥주까지 따며 신나게 방송을 보던 직원들이 조용해졌다.

“그으, 분량이 없기는 없네요. 하하, 당연한 건가…….”

사사오입 부장이 소심하게 말하곤 김유진의 눈치를 봤다.

지금까지 56번의 분량은 0.001할 정도?

열심히 반응을 서치하던 직원들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오프닝 쇼 덕분에 반응이 아예없는 건 아닌데 56번 보다는 소래담과 방금 전 나왔던 그룹들의 게시글로 가득해져서 56번의 언급은 찾기가 아주 어려웠다.

‘촬영한 게 없으니 분량이 없을만 하긴 하지.’

대충 예상한 상황이긴 하지만 조금 들떴던 게 민망해질 만한 분량과 반응이긴 했다.

그렇게 조금씩 회의룸의 분위기가 우중충해질 때였다.

뭘 얼마나 많은 분량을 촬영한 건지 주제 받고 연습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장면들이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_리허설현장]이라는 자막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었다.

-어? 아아, 리허설이구나. 리허설부터 큰 무대에서 고생 좀 했겠네.

-제가 서영이한테 들어보니까 리허설만 거의 일주일 가까이 걸렸대요. 그룹 수가 워낙 많아가지고.

-하긴 워낙 사람이 많으, 헤엑!

지소희의 말에 대답하던 찬리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 영상 속엔 리허설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차량들과 연습생들이 보여줬다.

리허설 현장으로 들어오는 연습생들과 스태프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거의 7분의 1? 그 정도 인원일 거예요.

-진짜요? 와…… 다시 봐도 정말, 너무 많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단체 대기 이런거 없이 실시간으로 몇 팀 끝나면 또 몇 팀 회사에 연락해서 리허설 하고 이런 식으로 했다고 해요.

-그렇게 했어도 대기 시간 길었을 것 같은데요?

경연 프로 경험이 있는 찬리가 이 엄청난 리허설 행렬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리허설 중인 수많은 연습생들이 카메라와 마주하며 간단한 인사나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리허설 현장은 사방에 보이는 연습생은 아무나 잡고 인터뷰하는 것이다 보니 주제 발표 촬영분보다는 훨씬 다양한 그룹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르게 순위권에 들었던 멤버들부터 지금에 이르러선 언제 봤고 언제 탈락했던가 싶은 그룹까지 짧게나마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후죽순 나왔다.

“흐음.”

적어도 여기서는 나와줘야 하는데. 제대로 카메라 앞에 선 기억도 가물가물한 터라.

첫 화라고 무려 한 시간 반이나 되는 방송 시간. 그중 40분가량이 오프닝 제외 어떠한 분량도 없이 지나갔고 나머지 40분은 아마 주요 하이라이트 무대들로 구성이 될 것이다.

“에이 그래도 한 번은 나올 거야. 상현이도 있고, 또 제작진들도 이후에 56번이 얼마나 활약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데 그냥 이대로 넘기지는 않을 거야.”

김유진이 집요할 만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때.

“……어!”

“우, 우…! 우리!”

“나, 나왔다!”

직원 중 누군가와 아직 토라져 있던 케이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화면을 가리켰다.

“우리가 나왔다!”

케이의 말을 시작으로 조용하던 회의룸에 격한 탄성과 환호성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왔다!”

“이야, 진짜 징하게도 안 나온다! 어우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

화면의 정중앙. 주상현과 함께 케이의 옆모습이 정통으로 찍혀 보여지고 있었다.

물론 100팀과 분량을 나누어 가져야 하니 분량이 안 나올 수도 있긴 하지만 기대하고 있던 터라 더더욱 이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마음이 심란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케이.

“이 화면에서의 나는! 지난번보다 훨씬 아름답구나!”

안 보는 척 전부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케이가 말하는 지난번이란 3라운드 경연 때 잠깐 VCR로 나왔던 합숙 영상을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합숙 때와 비교하면 1라운드 리허설 때의 모습이 보기 좋을 수밖에 없다.

시간대가 훨씬 이전이니까.

“당연하지! 당연히 나와야지! 아무리 분량이 적어도 꼭 나와줘야 하는 게 상현인데!”

하지만 서도화는 굳이 케이에게 촬영 시간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기쁘게 말하는 김유진, 그리고 기뻐하는 멤버들과 직원들. 굳이 쓸데없는 말을 꺼내 분위기에 초 치진 말자.

방송에는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이라는 화사한 분홍색 자막과 함께 카메라가 조금씩 주상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검은 곱슬머리, 큰 키, 그리고 어딘가 어벙한 자세. 뒷모습이지만 누가 봐도 주상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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