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15화 (115/270)

제115화

“형형형!”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서도화가 말을 멈추고 주상현을 돌아보았다.

주상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아덴을 가리켰다.

“아덴 형 완전히 충격받은 얼굴인데요? 아덴 형은 몰랐던 거 아니에요? 본인 첫인상.”

서도화는 그제야 아덴이 벙찐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에이 설마.

서도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랐을 리가 있나. 우리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 안 나?”

아무리 세세한 것을 기억하지 않는 아덴이어도 두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강렬했는데 그걸 까먹었겠는가.

그러나 아덴은 이들의 첫만남을 진짜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번엔 서도화가 입을 떡 벌렸다.

아덴이 마이크를 들어 입에 가져다댔다.

“전혀 기억 안 나는데. 우리 어떻게 만났지?”

“아니 어떻게 그걸 잊냐?”

팬들 사이에서 또 소소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타인이 듣기에는 서운하게 들리는 말투였으나, 서도화는 그저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 처음부터 크게 싸웠잖아. 기억 안 나?”

말이 그냥 싸웠다지 사실 생쥐와 고양이가 따로 없었다.

아직 영웅으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전인 아덴 일행과 모험가 길드에 소속되어 이제 막 음유시인으로서 적응하기 시작한 서도화.

그들은 동료가 되기 전 서로 다른 의뢰자에게 똑같은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의뢰는 이미 공략이 끝난 던전에 들어가 공략에 참가한 길드의 길드원이 놔두고 온 짐을 챙겨 나오면 되는 쉬운 일이었지만, 서도화는 그 의뢰가 모험가 길드에서 받았던 의뢰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남았다.

의뢰가 힘들었던 게 아니다.

의뢰를 수행하다 발견한 던전의 남은 보물들을 챙기다 만난 아덴 일행 때문에 힘들었지.

‘어 저기 쥐새끼가 있네?’

‘그 보물 네가 가져가려고? 안 될 텐데?’

실실 웃으며 다짜고짜 검을 꺼내 들고 말 그대로 쥐잡듯이 서도화를 잡으려 하던 용사? 아니 사이코 아덴을 서도화는 똑똑히 기억한다.

고양이에게 쫓기는 생쥐 꼴이 되어 처절하게 도망 다니던 자신의 모습까지도.

서도화가 챙기려던 그 보물이 훗날 흑막으로 밝혀진 마왕 수하의 비밀기지로 향하는 열쇠였고 아덴이 서도화를 마왕의 수하로 착각해 일어난 불상사라는 걸 서도화는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기억 못 한다고?’

이 자식이?

역시 때린 사람은 기억 못 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어휴.”

서도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시선을 바로 한 채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가 소꿉친구라고는 해도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만난 건 아니었어요. 근데 처음부터 싸워도 너무 싸워서.”

정확히는 내가 쥐어터질 뻔해서.

서도화는 뒷말을 고이 속으로 삼켰다.

한야가 팬들의 분위기를 살피며 물었다.

“정확히 어떤 일로?”

“그때…… 지역 행사 상품? 보상? 그런 걸 서로 가지겠다고 싸웠는데, 그거 내가 가지고 싶은데 좀 줄래? 이렇게 좋게 말하면 줬을 것을-”

서도화가 거침없이 말하는 동안 팬들의 웃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다짜고짜 그거 네가 가져가려고? 안 될 텐데. 이러면서 시비를 거는 거예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그런데 그때도 인상이 무서워서-”

아덴은 서도화의 말을 한참이나 듣고 있다 뒤늦게 ‘아 기억났다’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를 곁에 있던 주상현이 팬들에게 전해주었다.

“아덴 형 기억났대요!”

“오오~”

주상현의 말에 팬들이 호응했다. 모두의 시선이 아덴에게로 쏠린 것이 서도화의 말을 이어가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아덴은 서도화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저는 그때, 이런 말 하면 여러분들이 놀라실 수도 있는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별것도 아닌 걸로 바로바로 놀라곤 하니까.

“저는 사실 그때 도화가 뭘 훔쳐 가려는 건 줄 알았어요. 그 보물, 이 아니고 상품이 저한테는 중요한 것이었거든요.”

“훔쳐…… 허.”

서도화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웃었다.

“상품을 훔칠 생각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랑 승부를 보자. 뭐 이런? 그런 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덴을 서도화가 엄지로 가리켰다.

뭔가 상당히 미화됐다 싶긴 하지만 어쨌든.

“이랬어요. 처음 보면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을 것 같지 않아요?”

서도화의 말에 팬들이 웃으면서 동의했다. 팬들이 봐도 아덴의 행동이 어이없긴 했을 거다.

팬들의 동의를 얻어낸 서도화는 다음으로 케이를 바라보았다.

“케이는…….”

아, 아덴에게 쥐잡듯이 잡혔던 것보다 더 큰 트라우마가 올라오려 한다.

케이가 힐끔 서도화를 보았다. 케이는 아덴과는 달리 서도화와의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도 그럴 게 계획적인 첫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서도화가 또 한숨을 쉬자 팬들도 또 웃었다. 이들 사이의 첫 만남도 아덴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만남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케이와의 만남은 되게 좋았어요.”

“오오?”

이번엔 다른 의미의 감탄사들이 들려왔다. 케이가 슬쩍 서도화를 보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서도화는 케이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무언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네, 케이와의 만남은 되게 좋았어요. 엄청 예의 바르고 착한 친구라는 인상이었어요.”

“어 이건 되게 의외다.”

“그러게요?”

예상하지 못한 말에 한야와 주상현도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에게 케이의 이미지란 독보적인 마이웨이, 대놓고 말하긴 좀 그래도 예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서도화가 연습생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멤버들을 하찮다고 하며 함께 밥도 먹지 않았으니 말 다 했다.

그러나 진짜로 서도화가 느꼈던 케이에 대한 첫인상은 착하고 예의 바르다였다.

물론 첫인상만 그랬다. 케이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본인을 숨기고 서도화와 동료들에게 의뢰자로서 접근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순간 배신을 했다.

‘진짜 저거 생각하면 할수록 나쁜 놈이야.’

아덴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미미하게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멤버인데 배신이고 뭐고 말해봐야 서도화 본인 얼굴에 먹칠하는 일밖에 더 되겠는가.

그냥 착했다 예의 바르다 그래야지.

그래도 마왕을 착하다고 하는 건 좀 기분이 찝찝해서 굳이 한 마디 덧붙였다.

“지금이랑은 좀 이미지가 다르죠. 약간 그땐 본인을 좀 숨겼던 것 같아. 그렇지 케이야?”

“……서로의 정보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참 포장도 잘한다.

정보를 알아간 건 마왕뿐이고 당시 서도화와 아덴 일행은 마지막까지 케이가 마왕인 줄 모르고 그저 마왕의 명령으로 잠입한 마족인 줄만 알았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한야 형은 꽤 오래 봤었는데 처음부터 되게 믿음직하고 든든하고, 또 엄청 부자인…그런 이미지였어요.”

“아 그렇지. 한야 형이랑 도화 형은 연습생 생활 같이했죠?”

서도화와 한야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야가 서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화가 처음 연습생으로 들어올 때 연습생들이 난리였어요. 대단한 연습생이 들어온다면서.”

“진짜요? 역시.”

주상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왜인지 아덴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연습생들도 다들 긴장했어요.”

“아, 그게 아마 그 당시에 제 축제 장기자랑 영상이었나? 그게 돌아서.”

“맞아. 맞아요. 도화가 연습생이 되기 전에 축제 장기자랑 영상으로 한번 크게 화제가 되었거든요. 그렇게 이 친구가 들어와서 연습생이 됐는데.”

한야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다들 비상이 걸렸었어요. 잘하는 애가 얼굴도 잘생겼지, 노래, 춤도 잘하지, 심지어 열심히 하기까지 하니까. ‘아 얘는 바로 데뷔시키려고 들어온 애구나.’ 그랬었죠.”

한야의 칭찬에 서도화는 민망해하며 웃다 ‘아’ 탄성을 내뱉었다.

“한야 형에 대한 인상은 또 있어요.”

“뭔데요?”

“뭔가, 여러분들도 지금 느끼실 수도 있는데 한야 형은 줄임말을 잘 안 써요. 말하는 것마저 띄어쓰기 철저하게 지키는 느낌으로 말한다고 생각했어요.”

“어! 그거 저도 생각했어요.”

주상현이 크게 공감했다.

“보통 ‘걍 해’ 이렇게 줄여 쓰잖아요. 우리끼리는. 근데 한야 형은 ‘그냥 해’ 말을 뭔가 정확하게 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어요.”

서도화와 주상현의 말에 한야는 그랬나? 한마디하고 말았다.

“그리고 상현이는 방송 그대로의 이미지다. 정말 낯 많이 가리는데 한번 친해지면 애교도 많구나. 전형적인 막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서도화의 첫인상 말하기가 끝나고 멤버들도 한 명씩 차례대로 첫인상을 말했다.

한야와 주상현은 아덴과 케이를 보고 정말 말 안 듣겠다. 그런데 너무 잘생겼고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덴과 케이는 두 사람이 여리고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이라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한야의 눈치는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나마 둘 다 한야의 발차기 얘기를 꺼내지 않을 정도론 성장했다.

“그럼 다음 질문 한번 볼까요?”

한야의 말에 맞춰 서도화가 스티커를 뜯었다.

[음유시인이 도대체 뭔가요?]

공개된 질문에 팬들이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메스 멤버들이 경연의 끝 엔딩요정을 진행한 뒤로 줄곧 팬들 사이에서 의문이 일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3라운드 엔딩요정 중 서도화가 포스트잇에 적었던 문구.

이름 : 서도화(18세)

별명은 음유시인, 아덴과 케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이 별명의 기원이 무엇인지 팬들은 너무나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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