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21화 (121/270)

제121화

팬미팅이 끝난 직후 각 SNS와 커뮤니티는 베네핏 그룹들의 팬미팅 이야기로 가득해졌다.

방송에 나오는 팬미팅이라 그런지 스포일러는 자제해달라 이야기해도 소용없었다. 궁금해하는 사람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운 사람도 많은 만큼 어디에서든 팬미팅 떡밥이 들려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56번 팬미팅 정보

1. 56번 보러 갔더니 용사 파티가 있었다.

2. 공연함(하프 켬, 아크로바틱 함) 실제로 보니 더 대단했다고….

3. 멤버들은 겉으론 괜찮아 보였음

다른 무엇보다 멤버들 상태 괜찮아 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ㅠㅠㅠ 방송 기대된다.

-스포 없는 팬미팅 후기 : 대체로 장난은 아덴이 치고 수습은 도화가 한다. 아덴 통제 안 될 것 같은 느낌인데 도화가 꽉 잡고 있어서 좀 웃겼음. 케이는 생각만큼 얌전했는데 뭔가 예능 잘할 듯(방송 보면 뭔 말인지 알 거임….)

-도화는 생각보다 더 순하고 얌전함 실제로 보면 훨씬 더 토끼 같음. 토끼귀 달려 있어도 놀라지 않을 듯 그런데 아덴(가끔 케이도) 통제 겁나 잘 함ㅋㅋㅋㅋㅋ 너무 웃곀ㅋㅋㅋ 글고 아직 팬들 눈치를 좀 보는 거 같았음.

-한야는 진정한 리더야ㅠㅠㅠㅜ팬미팅 내내 자식 보듯이 멤버들을 따숩게 보고 있더라. 그리고 멤버들은 그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걸 보고 이 팀 평소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음….

(멤버 피셜 한야는 돈이 많아)

-상현이는 여전히 귀여웠다…. 근데 좀 기특한 게 Uㄴㅣ드 때는 하염없이 멤버들한테 주물럭 당하는 귀여운 막내 느낌이었다면 56번에선 똑부러지게 멤버들을 이끌어주는 느낌이었음… ㅠ 우리 애 다 컸어….

-근데 또 너무 의젓해졌다는 말은 아니곸ㅋㅋㅋ 좋아하는 형들한테 달라붙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ㅋㅋㅋㅋㅋㅋ넘나 귀여웠음.

-결론:상현이가 소속된 그룹이래서 흥미로 봤던 나는 결국 진심이 되어버림

-멤버들 아직 방송 못 봤다고 하던데 빨리 보고 해명해줬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서도화는 화면을 쭉 스크롤하다 휴대폰을 내렸다. 그의 입가엔 잔잔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SNS의 실시간 트렌드에 그룹 번호와 함께 자신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길래 봤더니 서도화 이름 석 자가 아니라 ‘도화는’ 이었고 그 외 주상현과 아덴의 이름도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가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처음 팬들과 만나는 자리, 그리고 멤버들의 첫 팬미팅.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렀을 팬미팅이라 걱정했더니 다행히 팬들은 만족하고 돌아간 모양이었다.

“아무튼 정말 고생 많았다.”

유제이 엔터테인먼트의 회의실. 김유진 대표의 말에 휴대폰을 보고 있던 다른 멤버들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이제 막 팬미팅 끝나고 왔는데 쉬지도 못하게 불러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

김유진이 자신의 곁에 앉은 직원에게 눈짓하자 직원은 노트북을 열어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엔 서커스 포스터 이미지가 올라와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쉬는 건 다 끝나고 나서 쉬자.”

쉬는 건, 그리고 방송된 내용을 멤버들이 직접 모니터하는 건 마지막 경연이 끝나고 나서 쉬어도 된다.

지금은 경연의 마지막 라운드에 집중할 때였다.

“팬미팅 끝났으니까 이제 경연에만 집중할 수 있겠어. 곡 리믹스도 마무리 단계고 안무도 완성됐어.”

김유진의 말에 한야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저희도 연습 틈틈이 하고 있었어요.”

상처만 남은 5라운드. 아니 상처는 매 라운드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를 만회할 마지막 라운드의 주제는 ‘오리지널 곡’이었다.

5라운드에서 또 참여 그룹 수를 거의 반타작 내며 이제 남은 팀은 8팀.

다음 경연까지 각자 그룹만의 오리지널 송을 준비해 와야 하는 게 이번 라운드의 과제였다.

총 100팀의 참여 그룹을 매섭게 탈락시켜가며 기어코 5라운드 만에 8팀을 만들어내다니. 팝넷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팀 안에 든 우리도 대단하고.’

처음 경연에 참가할 때까지만 해도 56번이 밀리언 아이돌 대역전의 아이콘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무튼, 마지막 라운드의 주제가 ‘오리지널 송’이라는 건 미리 곡을 만들어 와야 한다는 특성상 첫 경연이 시작되기 전 모든 소속사에 공지가 내려졌었다.

김유진은 이를 위해 56번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곡을 수배하고 있었다.

‘최종라운드에 들면 쓰고, 안 들면 데뷔 앨범에 넣지 뭐.’

다행히 그룹의 이미지가 확고해져서 곡을 정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일단 리믹스된 곡부터 다시 들어볼래? 아직 완성은 아니라도 되게 잘 뽑혔어.”

“네!”

멤버들이 대답하자 노트북을 가지고 있던 직원이 곡을 재생시켰다.

곡의 전주, 낡은 아코디언의 소리가 들려왔다. 주상현은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으으! 몸을 떨었다.

“곡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데 이부분 너무 무섭지 않아요?”

“좀 음산하긴 하지?”

“네, 이 부분만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제가 딱 무서워하는 느낌의 그런.”

멤버들의 첫 오리지널 송. 그 컨셉은 아크로바틱과 주상현의 댄스, 그리고 서도화의 연주와 노래, 한야의 랩과 포지션까지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어둠의 서커스.

그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무대에 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

“무대 장치나 세트도 환상의 서커스장처럼 만들 거야.”

마치 꿈속에서 펼쳐지는 서커스 & 퍼레이드를 보는 듯한 광경.

경연장의 무대는 몹시 넓고 멤버들은 이 컨셉을 충분히 소화할 능력이 되었다.

오로지 어메스만이 소화할 수 있는 구성으로. 최종라운드이니만큼 최고로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이었다.

“안무 영상은 한야한테 넘겨줄 테니까 확인하고. 컨셉은 서커스라도 위험한 건 절대 안 시킬 거야. 너희들은 평소 하던 대로만 열심히 하면 돼.”

“네!”

“그럼…….”

김유진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연습해!”

“네!”

방금 팬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다. 온종일 긴장한 채였고 심지어 공연까지 하고 왔지만 쉬지 말고 연습하라는 김유진의 말에 멤버들은 아쉬움도 없이 대답했다.

멤버들에겐 연습하는 게 쉬는 것과 같았다.

5라운드에 순위가 하락한 만큼 죽어라 연습해야 겨우 다시 우승을 노려볼 만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꼭 밥 먹고 자라. 힘들어도.”

“네!”

“얼음찜질도 꼭 하고. 알지?”

멤버들은 우나나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며 연습실을 나섰다.

팬미팅에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는 일정이라니, 바쁜 건 좋지만 힘든 건 힘든 것이었다.

“아이고…….”

“형, 저 발바닥. 엄청 아파요.”

“너희 숙소 들어가자마자 얼음찜질 무조건 하고 자. 아덴 너도. 안 아프다고 안 하지 말고.”

“저 얼음찜질 좋아하는데요? 시원해서-”

“하아…….”

깊은 한숨 소리에 멤버들이 대화를 뚝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서도화가 무척 질린 표정을 지은 채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혀엉, 많이 힘들었어요? 힘들긴 힘든 스케줄이었다. 그죠?”

“거기다 연습 내내 카메라까지 있었으니 더 그랬을 거야.”

“왜 화가 난 건가?”

“쟤 화난 거 아니거든? 냅둬. 저거 습관이야.”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서도화의 마음을 잘 아는 아덴이었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틀렸다.

서도화의 한숨은 습관이 아니었다. 서도화는 지금 창밖을 보며 필사적으로 눈앞의 텍스트 창을 외면하는 중이었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택1)]

[보상을 선택하십시오(택1)]

[보상을 선택하십시오(택1)]

‘미치겠네.’

처음 이 텍스트 창이 보인 건 한창 팬미팅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를 보고 서도화는 시스템이 어지간히 조바심을 내고 있는가 보구나 생각하곤 코웃음 치며 넘겨버렸다.

그다음은 팬미팅 직전이었다.

그러곤 팬미팅을 하는 동안 눈치껏 보이지 않더니 회사로 돌아와 연습을 시작하고부턴 노골적으로 시야를 가려대는 중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겁먹고 도망가버린 시스템 녀석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모른 척하려고 했더니. 아주 괘씸하게도 모습은 안 드러내고 이딴 식으로 압박을 주고 앉았다.

서도화가 인상을 팍 구기자 저거 습관이라며 구시렁거리던 아덴도 슥 눈치를 보며 케이의 포도봉봉을 빼앗아 그에게 건네보았다.

“먹을래?”

“내, 내꺼……!”

“도화. 먹을래?”

당연히 서도화의 대답은 ‘아니’였다.

지금 음료수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는가? 눈앞에 팝업이 연속으로 뜨고 있는데.

꿋꿋하게 외면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넘겨도 텍스트 창은 곧장 따라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아주 그냥 실수로라도 누르게 생겼다.

늘 이랬다. 그 세계에서도 하기 싫은 퀘스트를 외면하자 이런 식으로 수락하게 만들어 결국 치유술에 사이코 용사와 동행까지 하게 만들어 결국 마왕 토벌까지 했었다.

아주 비겁한 새끼다. 이거.

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외면해볼 생각이었다.

시스템이 돌아와 다시 대화를 시도할 때까지.

아덴은 서도화가 포도봉봉을 거절하자 이번엔 한야의 당근주스를 가져다 내밀었다.

“그럼 이건 먹을래?”

심지어 한야가 한 모금 마신 주스였다. 서도화는 이번엔 진심으로 우러나온 한숨을 내쉬며 이 또한 거절했다.

“다 왔다. 내려. 오늘 정말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차가 숙소에 도착했다. 멤버들이 차례로 차에서 내리고 서도화 또한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어.”

서도화가 휘청이며 몸이 기울어졌다.

“어, 야! 뭐 하냐. 다리에 힘 제대로 줘.”

아덴이 기가 막힌 속도로 다가와 부축해주지 않았더라면 서도화는 넘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나? 평소엔 잘 버티더니.”

아덴이 걱정스레 물었고 다른 멤버들과 매니저 이병수마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서도화는 괜찮다며 고개를 젓곤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도화 형 오늘 컨디션 나빴던가요? 연습 끝나니까 갑자기 텐션 안 좋아지네.”

“피곤할 만도 하지. 오늘 도화가 제일 많이 긴장했을 거잖아.”

한야와 주상현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서도화는 피곤한 것이 아니었다.

텍스트창 때문에 앞이 안 보여 발을 헛디뎠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 시스템이 서도화의 시야를 가리며 얼른 선택하라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러나 서도화는 꿋꿋이 이를 외면하고 숙소에 도착해 샤워와 얼음찜질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미안하지만 그동안 멤버들의 걱정 어린 시선은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아예 시선을 차단하려 눈을 팍 감았을 때.

[아, 오케이, 알았다고요! 저 나왔음!]

[진짜 시간 없다니까요? 저 죽어요 진짜. 정말 소멸됨!]

서도화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맺혔다.

저 개새… 아니 시스템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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