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34화 (134/270)

제134화

‘어메스로 놀아보자’ 미팅은 어메스 데뷔 준비의 시발점 같은 것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멤버들은 정신없이 불려다니며 본격적으로 데뷔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

무려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밀리언아이돌의 우승을 쟁취한 팀답게 준비 단계에서부터 온갖 지원과 섭외가 쏟아졌다.

덕분에 김유진 대표와 유제이 직원 일동, 그리고 어메스 멤버들은 힘든 것도 모른 채 활짝 웃음을 지으며 행복한 나날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런 와중 빠르게 어메스로 놀아보자 첫 촬영일이 다가왔다. 촬영은 유제이 엔터테인먼트 사옥과 숙소에서 진행되었다.

밀리언 아이돌이 끝나고 처음으로 방송에 얼굴을 보이는 회차이니만큼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평소에 멤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중간중간 인터뷰를 곁들여가며 보여준다고 했다.

* * *

촬영 날 아침.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한 채 침대에 앉아 멍하게 있던 주상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오랜만이다. 이 풍경.”

사방에 카메라가 달려있는 이 풍경.

주상현에게는 이미 몇 번 겪어본 상황이었다.

그는 푸스스 웃으며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곤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주상현이 제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첫인사인데 이런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네요. 네. 여러분 이곳이 어디냐면요. 바로 저희 어메스의 숙소입니다.”

짠! 주상현은 숙소 안을 향해 손을 뻗어 내부를 보여주곤 민망하게 웃었다.

“좀 좁죠? 좁아서 아무리 깨끗하게 지내도 왠지 어질러진 것 같은 그런 숙소입니다. 곧 이사 예정.”

어메스가 밀리언 아이돌 우승을 하고 데뷔를 위해 몇 번이나 회의를 거치는 도중 이들의 숙소도 옮겨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큰 성과를 보였고 지금부터 팝넷의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할 아이들인데 옷들과 뒤섞여 지내는 건 좀 그렇지 않냐고.

김유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데뷔 전 적어도 거실과 방이 분리된 곳으로 이사 보내주겠다 약속했다.

주상현은 협탁에 놓인 셀프캠을 들었다.

“멤버들은 아직 자고 있는데요. 곧 연습하러 가야 하므로 멤버들을 깨우러 가보겠습니다. 이 셀프캠으로 함께 가보시죠.”

‘상현이가 그나마 경험이 있으니까 아침에 캠 들고 멤버들 깨워주자.’

첫 화 녹화 전 있었던 지시에 따라 주상현을 카메라를 켠 채 케이에게로 향했다.

“거실엔 저랑 케이 형의 침대가 있는데요. 케이 형은 가장 마지막에 깨웁니다.”

주상현이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

“우리 형 체력이 약해서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도록이요.”

“요즘 케이랑 같이 운동하는데-”

“우악! 깜짝이야! 하, 한야 형.”

주상현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카메라를 돌렸다.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는지 한야가 부엌에서 영양제를 챙기고 있었다.

“여러분 한야 형이 일어나 있었어요. 그럼 아까 제가 카메라 앞에서 혼잣말한 것도 다 보셨어요?”

주상현의 말에 한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잘하던데? 귀엽고.”

주상현이 우물쭈물하더니 민망스레 말했다.

“한야 형은 언제나 멤버들을 귀여워합니다. 칭찬의 천재가 아닐까 싶다니까요? 아무튼 아까 형 뭐라고 했지?”

“아, 그래. 요즘 케이랑 같이 운동하는데 체력 좀 기르라고 운동시켰더니 오히려 나날이 피로감이 느는 것 같더라고. 이상해.”

“그죠? 약간 케이 형은 체력의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운동을 해도 늘지를 않아.”

케이가 아무리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는 건 그의 심장인 핵이 사라졌기 때문이지만 그걸 주상현과 한야가 알 리 없었다.

주상현은 방 안으로 향했다.

“방엔 한야 형, 아덴 형, 도화 형 이렇게 세 명이 지내는데요. 아덴 형이랑 도화 형은 아마 아직도 자고 있을 거예요.”

주상현이 방문을 열자 역시나 두 사람은 여전히 곤히 자고 있었다.

주상현이 카메라를 돌려 두 사람을 찍었다.

“도화 형은 침대에서, 아덴 형은 바닥에서 잡니다.”

원래는 서도화가 숙소로 들어오며 침대가 하나 더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숙소가 너무 좁은 터라 놓을 곳이 없어 불가능하게 되었다.

“원래 침대는 아덴 형이 썼었는데 도화 형 숙소로 들어오면서 아덴 형이 양보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아덴 형이 말하기를 아무래도 도화 형은 바닥에서 못 자는 편이라나봐요.”

주상현은 아덴이 바닥에서 자게 된 연유를 설명하다 ‘아’ 탄성을 내뱉곤 말했다.

“절대로 도화 형이 침대 뺏은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은 원래 친구 사이여서 아덴 형이 먼저 양보해줬다는 거.”

아무래도 사소한 일에 욕을 먹게 되는 세계다 보니 서도화가 욕을 먹을까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주상현의 말소리에 아덴이 뒤척거리다 잠에서 깨어났다.

“어, 아덴 형 일어났다.”

이제 막 일어나 얼굴이 퉁퉁 부은 아덴을 향해 자비 없이 카메라가 들이밀어졌다.

“원래는 한야 형이랑 같이 아덴 형이 제일 먼저 일어나는데. 어제 도화 형이랑 게임 이야기하다가 늦게 잤죠?”

“……뭐? 게임?”

아덴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묻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아마 어젯밤 서도화와 저쪽 세계 이야기했던 걸 들은 모양이다.

주상현이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저희는 동갑내기 트리오라고 부르는데 아덴 형, 케이 형, 도화 형 세 사람, 게임 좋아하는 삼형제에요.”

“아 무슨 삼형제야.”

케이는 빼…….

아덴이 작게 투덜거렸지만 주상현은 이를 듣지 못하고 말했다.

“아무튼 이제 곧 연습 가야 하니까 형이 도화 형 좀 깨워줘요.”

“어어.”

아덴은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발로 서도화를 꾹꾹 밟아 눌렀다.

“윽!”

“일어나라. 연습간다.”

“……좋은 말 할 때 발 치워라. 숨 막혀.”

서도화가 주먹으로 아덴의 발을 콱 치곤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주상현은 이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다.

“형, 좋은 아침이에요.”

“어어……좋은 아침이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형들은 싸우는 게 아니고 매일 저렇게 깨우고 일어나요.”

주상현은 카메라에 대고 해명하곤 다시 거실로 향했다.

“이제 케이 형만 깨우면 되는데요. 가장 늦게 깨우기는 하지만 의외로 깨우기는 제일 쉬워요.”

주상현의 곁으로 한야가 다가왔다. 그러곤 케이의 침대맡에 앉으려 하는 찰나.

“일어났습니다.”

케이는 서둘러 한야, 주상현과 거리를 벌리곤 벌떡 일어나 앉았다.

한야와 주상현은 익숙하다는 듯 인사했다.

“일어났어?”

“잘 잤어요. 형?”

“아침이군.”

예전부터 케이는 안무할 때를 제외하곤 멤버들과 접촉하기를 싫어했었다. 아무래도 적당히 거리감 있는 걸 좋아하는 듯해서 이를 존중해주는 편이었다.

“여러분 이제 모든 멤버들이 일어났는데요. 저희는 지금부터 씻고 연습실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연습실에서 봐요! 안녕!”

주상현의 뒤로 한야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셀프캠 촬영이 종료되었다.

“그런데 우리 이래도 돼? 자는 거 깨우고만 했는데 너무 재미없는 거 아니야?”

서도화가 비몽사몽하게 방에서 나오며 묻자 주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방송으로 보면 또 다를 걸요?”

이건 경험담이었다.

아마 팝넷이라면 이 간단한 장면에서 멤버 개개인의 다른 점을 찾아 재밌게 혹은 귀엽게 편집해줄 것이다.

“자 이제 씻을 사람 씻고, 얼른 연습 갈 준비 하자. 얘들아.”

주상현이 카메라를 내려놓기 무섭게 한야가 멤버들을 욕실로 밀어넣었다.

늦잠자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아마 곧 매니저 이병수가 이들을 데리러 올 것이다.

* * *

연습실에 도착한 멤버들은 말없이 주변을 힐끔거렸다.

숙소 못지 않게 많은 카메라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약간 예전에 합숙했을 때 생각난다.”

“맞아요. 그때도 사방에 카메라가 잔뜩 달려있었-”

“이것들이? 늦었으면서 아주 여유롭게 입장하네?”

괜히 긴장해서 아무말이나 내뱉던 멤버들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나나가 쓰읍!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멤버들에게 빨리 들어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좋은 아침이다.”

멤버들이 우르르 우나나의 앞에 섰다.

“오늘은 바로 레슨 들어간다. 스트레칭부터. 자! 대형 맞추고!”

멤버들은 서둘러 대형을 맞췄고 우나나의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진짜 지금 예능 촬영 중 맞나 싶을 정도로 카메라가 없을 때와 전혀 차이가 없는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게… 재밌을까?’

서도화가 몸을 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미없을 것 같은데.

너무 평범한 일상에 방송 분량이 걱정될 지경이 되었을 때였다.

“자, 옆구리! 쭉쭉쭉 당겨지는 거 느껴지게. 어유 이제 이 정도는 잘하네!”

멤버들이 방심하고 있던 찰나 드디어 페이크다큐다운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쭉쭉 자세를 낮춰서 다리찢기!”

“……네?”

케이와 아덴의 다리가 조금씩 찢어지다 45도가량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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