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35화 (135/270)

제135화

“케이, 아덴 거기까지가 끝이야?”

아덴과 주상현, 그리고 서도화가 우나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선생님 평소에는 이런 거 안 시키셨잖아요?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모르는 척 다리 안 찢고 뭐 하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아주 그냥 자본주의에 한껏 취한 눈빛이었다.

“자자 다들, 내가 이만큼 찢을 수 있다. 내가 이만큼 잘 찢는다! 자랑 한번 해봐.”

“예에?”

멤버들은 당황하면서도 우나나의 말에 맞춰 다리를 찢었다. 어쩌겠나, 시키면 해야지.

케이는 아까 전 멈춰 선 거기까지가 끝이었고 아덴은 케이를 힐끔 보더니 그것보다 더 내려갔다. 그래도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아니었다.

아덴은 코어가 무척 좋고 관절이 유연한 편이지만 그에 반해 다리찢기는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덴은 단 한번도 전투나 훈련에 앞서 제대로 몸을 푼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다리를 찢은 적도 당연히 없다.

“아! 너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선…생님.”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케이가 말했고.

“이거 근데 왜 해야 해요?”

아덴이 말했다. 서도화가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

어휴 그냥 까라면 까지. 평소 트레이너 선생님 말이라면 뭐든 잘 들었던 서도화로서는 일단 반발부터 하고 보는 두 사람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그나마 외국에서 왔다는 것으로 저 당돌함이 이해를 받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휴 아덴이랑 케이 빼고는 너무 잘하네. 어? 한야 어떻게 된 거야?”

“하하, 저도 좀 뻣뻣한데.”

180도로 완벽하게 다리찢기를 성공한 서도화와 주상현, 적당히 유연하게 보이는 한야, 저러고 어떻게 춤을 췄나 싶을 정도로 다리가 안 벌어지는 아덴과 케이.

우나나는 제각각인 멤버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너희 이래 가지고 앞으로 이 험악한 아이돌 생활을 견뎌낼 수 있겠어? 몸이 유연해야 안 다치고 오래 춤출 수 있는 거야. 안 되겠어. 오늘은 유연성을 기르는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럼 오늘은 저희 춤 안 춰요?”

아덴의 물음에 우나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너희 하는 거 봐서?”

그리고 멤버들은 제작진의 술수에 휩쓸려버린 우나나의 지시를 따라 유연성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 * *

1차 트레이닝이 끝난 후 멤버 개개인별로 ‘어메스로 놀아보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선생님께서 갑자기 왜 그러시지? 어라? 이상하다.”

인터뷰를 촬영 중인 카메라 앞에서 서도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카메라 앞이라고 좀 많이 들뜨신 게 아닌가……. 쓰읍, 하, 네.”

첫 마디는 서도화의 본심이었고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작가의 입김이 들어간 말이었다.

“어쩌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시키시면 저희는 해야죠.”

서도화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선생님, 최고십니다.”

할 말 다 해놓고 뒤늦게 아부하는 예능다운 모습에 제작진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예능은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찍다 보니 밀리언 아이돌을 통해 보여주었던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여 인터뷰 등에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서도화의 이미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면서도 실리는 따질 줄 아는 멤버.

유순하게 생긴 외모와 비교적 조용한 성격으로 순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할 말은 하고 싫은 건 싫다고 확실히 말하는 편이었다.

아덴과 둘이서 콤비를 이룰 때 장난기가 많아진다는 것도 꽤 주목할 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어메스로 놀아보자에서는 서도화를 조용한 독설가, 천재, 은은한 악동 캐릭터로 잡았다.

참고로.

“저요? 저는 그냥 재밌었어요. 하하.”

-재밌었어요? 뭐가 제일 재밌었어요?

“으음, 케이랑 아덴이 다리 못찢어서 허공에서 멈춘 거? 우리 애들이 생각보다 뻣뻣하더라고요. 하하.”

한야는 가장 진중하고 어른스럽게 생겨선 한번 왔다 가는 인생 뭐든 즐겁고 긍정적으로 보는 낙천적인 리더로.

“아덴 형이랑 케이 형도 열심히 하면 금방 따라 할 거예요. 제가, 아니 저희 멤버들이 열심히 도와야죠! 무조건 할 수…….”

주상현은 막내지만 맏형같은 어른스러움과 열정, 그러나 걱정이 많은 캐릭터로.

“이틀 주면 완벽히 익혀올 수 있어요.”

-정말요? 다리찢기도요?

“당연하죠. 피디님 내일도 오세요? 저 내일 완벽하게 찢는 거 봐줘야 해요.”

아덴은 솔직하고 당돌한 또 다른 천재로.

“……그건 고문이 따로 없었습니다.”

-고문이요?

“찢어지지 않는 걸 억지로 찢으라 하다니. 그것은 저에게 불가능합니다.”

케이는 사극으로 한국어를 배워서 그런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과 말투 등이 오히려 웃긴 대체불가 예능 캐릭터로 살리고 있는 중이다.

서도화가 말했다.

“그래도 우나나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유연성을 길러야 덜 다치는 게 맞으니까 아덴과 케이의 다리를 어떻게든 찢어보려고 합니다.”

어 너무 과격하게 말했나? 서도화가 눈동자를 굴리다 민망스레 씨익 웃었다.

“아까 아덴이 부탁했거든요. 노하우 있으면 공유 좀 하라고.”

멤버들의 1차 인터뷰가 끝난 후 제작진들과 우나나가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멤버들의 연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연습실 구석구석에 설치된 카메라엔 멤버들의 괴성이 계속해서 담겼다.

“끄으아아아악!!!!!”

“……와 세상에. 무슨 소설책에서나 읽을 법한 비명 아니에요?”

“그러게. 악당의 최후. 뭐 그런 느낌이네? 하하.”

주상현이 케이의 몸을 내리눌렀고, 한야가 주상현의 말에 동의하며 웃었다.

케이는 주상현에게 깔려 아픔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도통 그만하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아덴이 자신보다 더 유연하게 허리를 숙인 채 서도화에게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윽!”

“그만? 나 일어날까?”

“아니! 참을 만한데? 계속해.”

서도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꾹꾹 아덴의 등을 눌러주었다.

참나.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이 고통을 참을 수가 있는지 원.

그렇게 멤버들이 합세하여 아덴과 케이의 몸을 눌러주고 있을 때, 우나나가 다시 돌아왔고 이번엔 유연성 트레이닝이 아닌 진짜 연습이 진행되었다.

우나나 또한 이제야 제작진의 대본 러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 * *

어메스로 놀아보자 두 번째 촬영은 어메스 멤버들의 데뷔 앨범을 논의하는 회의실에서 이어졌다.

“다들 어느 정도 언질은 들었겠지만.”

수많은 카메라가 회의를 지켜보는 와중 대표 김유진이 말했다.

“우리 어메스 데뷔 컨셉은 계획했던 대로 ‘아포칼립스’로 갑니다.”

“네!”

어메스로 놀아보자 촬영 전, 아니 그보다 훨씬 전 밀리언 아이돌을 촬영할 때부터 그룹의 컨셉은 ‘아포칼립스’라고 몇 번이나 들었다.

마침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컨셉으로 했던 밀리언 아이돌 경연 무대도 큰 호응을 끌어냈었으니, 유제이와 멤버들은 이 컨셉만큼은 누구보다 잘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컨셉의 스케일이 큰 만큼 곡도 곡이지만 그 외적인 것들.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라던가 세계관, 그리고 무대에서 보여줄 안무에도 크게 공을 들일 거야.”

한야가 손을 들었다.

“공연 스케일도 크다는 건 저번 정글 컨셉 경연 때 했던 그 정도 스케일을 생각하면 될까요?”

김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풀로 보면 그래. 물론 음악 방송에선 거기에 맞게 수정은 이뤄지겠지만.”

“알겠습니다.”

“아무튼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고 그동안 너희들은 연습 열심히 해서 서로 실력 차를 좁혀줬으면 좋겠어.”

팝넷 측과 타이틀곡에 대한 협의를 거치느라 곡을 셀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팝넷의 요청으로 데뷔 일정은 크게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곡이 나오는 순간부터 멤버들은 말 그대로 숨도 못 쉬고 가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김유진이 이들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곡 나올 때까지 컨디션 회복 잘 해 두고. 운동도 꼬박꼬박하고. 너희 앨범 준비 시작하면 체력 금방금방 떨어진다?”

“네!”

어떤 아티스트든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일정에 치여 피로한 건 어쩔 수 없지만 협업으로 이루어진 그룹 같은 경우 일정의 빡빡함이 극에 달한다.

팝넷 측의 요구에 따라 경연프로의 열기가 식기 전에, 예능 프로그램의 종영에 맞춰 데뷔 앨범을 내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

김유진은 이미 데스티니 시절 주상현이 소속되어있던 프로젝트 그룹 유니드의 데뷔 앨범 기획을 맡아 경험해보았다.

그 비인간적인 일정을 이 멤버들이, 아니, 케이가 잘 버텨줄는지 참 걱정이었다.

그러나 김유진은 서둘러 걱정을 접었다. 지금은 걱정보단 희망과 기대가 더 좋을 터.

“일정이 빠듯하지만 우리 유제이 첫 아티스트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좋은 앨범 한번 만들어봅시다.”

“네!”

김유진의 활기찬 말에 직원들과 멤버들 역시 힘차게 대답했다.

무조건 성공시키자.

어메스에게 쏟아부은 애정만큼 직원들의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힘내겠습니다. 와아~”

때를 놓치지 않고 주상현이 제앞의 카메라에 힘차게 두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이를 본 서도화가 피식 웃었다.

역시 천상 아이돌이다.

이렇게 어메스의 데뷔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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