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37화 (137/270)

제137화

“광란의 스페셜 게임이 뭐지? 나는 이게 제일 궁금해.”

“찜질방? 저희 찜질방 가요?”

“수라상이 뭐냐?”

“옛날에 임금님이 드시던 밥상을 수라상이라고 해.”

멤버들이 판넬을 보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고 있을 때 도성한 피디가 짝 손뼉을 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 일정 다 확인 하셨죠?

“네!”

“확인했습니다.”

“어유 오늘 재밌겠네요. 하하.”

-재밌을 겁니다. 그럼 첫 번째 일정을 위해 이동할까요?

멤버들은 첫 번째 한야의 힐링 장소로 이동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헬스장에 들어섰다.

“어 여기 진짜로 한야 형 다니는 곳 아니에요?”

“맞아. 한야 형이랑 케이랑 둘이 다니는 곳이야.”

서도화가 촬영장소인 헬스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멤버들은 모두 유제이에서 지정해준 헬스장에 수시로 운동하러 다니는데 한야만은 지정된 곳이 아닌 예전부터 다니던 곳을 계속 다녔다.

어떤 곳에 다니는지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으니 그냥 편한 트레이너가 있나 보다, 익숙한 곳이 좋은가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야……형형. 저거 암벽등반 하는 거 아니에요?”

“맞는 거…같은데?”

“헬스장 이렇게 큰 곳 처음 봤어요.”

“나도.”

좋은 걸 넘어서 호화롭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 없이 헬스 등록하러 들어왔다가 이곳은 내가 올 곳이 아니라며 도로 나갈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이야~ 옛날 생각난다!”

아덴이 서도화에게 다가와 호쾌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서도화 또한 머릿속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아덴의 용사 파티가 프리메튼 제국을 구한 뒤 제국의 황제는 고마움을 담아 일행에게 프리메튼 기사단의 훈련장과 연구소를 개방해주었다.

서도화를 포함한 동료들은 훗날 마왕의 영지인 케이클랍스에 갈 때까지 그곳을 이용해 훈련하고 또 연구하곤 했었다.

한야가 다니는 이 헬스장, 아니 헬스장이라고 말하기엔 좀 많이 큰 이곳은 프리메튼 황성의 기사단의 훈련장과 맞먹는 크기와 시설을 갖췄다.

주상현이 벙찐 채 서도화를 툭툭 쳤다.

“형 저건 뭐 하는 기계예요? 놀이기구인가?”

“몰…라? 놀이기구는 아니지 않을까?”

비록 비주얼은 놀이기구 뺨치더라도 일단 헬스장이니 운동기구일 거다.

못 보던 운동기구들이 참 많았다.

멤버들이 휘황찬란한 내부를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을 때 왠지 모르게 케이는 안색을 창백히 물들였다.

-여러분 이제 이쪽으로 와주세요.

한야를 제외한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한야는 이번 일정의 주인공인 만큼 따로 등장하기로 했다.

-케이 씨 괜찮으세요? 어쩐지 안색이 안 좋으신데?

도성한 피디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서도화가 대신 대답했다.

“이 친구는 이미 한야 형의 1:1 스파르타 PT 받는 중이거든요.”

“형 많이 힘들어요? 한야 형이랑 운동하는 거?”

-오 맞아요. 한번 물어봅시다. 요즘 매일같이 한야 씨랑 같이 운동하러 다닌다는 케이 씨. 이미 겪어본 사람으로서 한야 씨와 운동 다니는 거 어떤가요.

“올 때마다 맛이 가서 오기는 하던데.”

멤버들과 도성한 피디의 물음에 케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힘들다가 아닙니다.”

“힘들다가 아니라고?”

“뭔 소리야?”

케이는 내뱉을 말을 심사숙고해서 고르더니 말했다.

“이곳에서 보는 한야 형은 마치.”

“마치?”

“악마 같습니다.”

“…….”

“헐 그 정도로 힘들어요?”

주상현이 놀란 리액션을 하는 사이 서도화와 아덴은 소리 없이 예의상의 미소만 띄울 수밖에 없었다.

악마 같다니.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카메라만 없었으면 아덴에게서 한마디 들었을 타이밍이다.

-어유 많이 힘든가 보네. 케이 씨 벌써부터 안색이 새파래요.

아덴과 서도화의 작은 동요를 깨닫지 못한 도성한이 하하 너털웃음을 내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오늘의 트레이너 선생님, 한야 선생님을 모셔볼까요? 다 같이 한야 선생님 불러주세요.

“넵. 하나, 둘-”

한야 대신 서도화가 외치는 구호에 맞춰 멤버들이 맥없이 대답했다.

“한야 선생님…….”

-더 크게!

“한야 선생님!”

멤버들의 외침에 한야가 등장했다.

“이야 저 형 표정 핀 거 봐.”

“웃음꽃이 피었는데요?”

“운동할 때 제일 행복한 거 같아.”

멤버들이 한야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현장으로 들어온 한야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무대에 서거나 안무를 연습할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건 서도화의 착각일까?

한야는 멤버들의 박수를 받으며 중앙에 섰다.

“환영해줘서 고마워.”

방금까지 운동하는 한야 형은 무섭다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건만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건네는 그의 모습은 달랐다. 평소의 한야처럼 부드럽고 다정하달까.

-과연 저 다정한 모습이 운동할 땐 어떻게 변하는지! 기대하며 첫 번째 순서 ‘트레이너 한야의 스파르타 PT TIME!’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근데 우리 뭐 하는 거예요?”

“진짜 PT 해요?”

멤버들의 물음에 도성한 피디가 이번 코너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진짜 PT만 하면 재미가 없죠. 지금부터 규칙 설명 드립니다. 멤버들은 한야 씨가 정한 몇 가지 운동을 할 겁니다.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고요 맨몸 운동일 수도 있어요.

“와 그럼 진짜 암벽등반 할 수도 있겠네.”

-그렇죠! 여기서 멤버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완벽한 동작을 보인 멤버를 한 사람씩 꼽을 거예요.

이를테면 한야가 ‘스쿼트’를 선택했다면 멤버들은 한야가 만족할 만큼 완벽한 스쿼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야 씨가 꼽은 사람은 통과. 그 라운드는 쉬시면 되고요. 뽑히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운동하시면 됩니다. 한야 씨에게 통과를 받을 때까지.

한마디로 한야에게 통과받지 못하면 무한 암벽등반, 무한 스쿼트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가장 먼저 통과한 멤버 순으로 점수를 받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통과한 멤버가 5점, 가장 늦게 통과한 멤버는 운동은 제일 많이 했지만 2점이 부여됩니다.

응?

설명을 끝까지 들은 주상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야를 가리켰다.

“그럼 한야 형은요?”

-한야 씨는 힐링하셔야 하니까 심판입니다. 미션도 점수도 없어요. 한야 씨뿐만 아니라 다른 코너에서도 각 파트 주인공들은 듬뿍 힐링하시라고 점수가 없는 심판역을 맡으실 겁니다.

힐링을 위한 게임이므로 주인공은 힐링만, 재주는 다른 멤버들이 부려서 분량을 챙기는 뭐, 그런 느낌인 모양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레이너님, 멤버들에게 첫 번째 운동을 알려주세요.

“네!”

도성한 피디의 설명을 듣는 내내 싱글벙글하던 한야가 힘차게 대답했다.

“첫 번째 운동은요. 그래도 우리 멤버들 다치면 안 되니까 ‘스트레칭’으로 하겠습니다.”

* * *

“와 진짜 악마다. 그렇게 생각했죠.”

1차 촬영의 인터뷰 시간. 서도화는 퀭해진 눈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한야 형을 믿었었어요. 우리 멤버들 다치면 안 되니까 스트레칭부터 하자고 첫 번째 운동을 스트레칭으로 잡을 때까진 믿었어요.”

그런데 믿으면 안 됐다.

웨이트에 대한 한야의 고집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됐다.

‘이번에도 통과자는! 없습니다!’

‘어우 형! 좀 봐줘!’

‘아냐 얘들아. 이건 정확히 해야 하는 거야.’

서도화는 아까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스트레칭부터 자비 없이 멤버들을 살피던 한야는 ‘이 정도 했으면 모르는 척 넘어가 줄 법도 한데’ 이런 거 없이 정말로 멤버들이 제대로 자세를 취할 때까지 불통을 주었다.

스트레칭부터 다섯 번을 반복한 멤버들은 스쿼트는 셀 수도 없이 많이 했고, 덤벨 등 기구 운동에 가서는 모두의 팔다리가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지금 예능 촬영 중인지 빡세게 다이어트 웨이트 받는 중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케이는 중간에 나가떨어져 점수 포기를 선언했고 덤벨 스쿼트 단계에서 서도화가 나가떨어졌다.

아덴과 주상현이 그나마 꿋꿋하게 대결을 펼쳤는데 아덴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멀쩡히 잘하고도 자세를 감으로 잡는 바람에 끝까지 불통, 결국 가장 많은 누적 점수를 받은 멤버는 주상현이 되었다.

“하아.”

서도화는 한숨을 푹 쉬곤 카메라를 보며 진심 어린 한 마디를 남겼다.

“한야 형한테 운동이란 절대 예능이 아니에요.”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피디님 저희 찜질방 가는 거 맞죠?”

이게 방송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하도 개고생을 해서 일단 몸을 좀 지지고 싶어졌다.

-고생하셨습니다.

제작진들이 완전히 기력이 빠진 서도화를 위로하는 것으로 그의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감사… 합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가는 서도화를 보며 도성한은 표정을 싹 바꿔 씨익 웃었다.

“아따 재밌었다. 방송 개잘나오겠는데?”

멤버들이 얼마나 악에 받쳐 자세를 잡으려고 애쓰는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만으로 이미 첫 번째 코너는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오늘의 일정표]

1. 트레이너 한야의 스파르타 PT TIME!(한야)

2. 멤버들과 진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진실게임(아덴)

3. 케이를 먹여라! 임금님의 수라상!(케이)

4. 몽롱한 찜질방(도화)

5. 광란의 스페셜 게임!(상현)

0